성과평가 활용법

평가자는 심판이며 코치, 궁극적 목적은 조직 성과개선

198호 (2016년 4월 lssue 1)

성과평가 활용법

평가자는 심판이며 코치, 궁극적 목적은 조직 성과개선

 

Article at a Glance

 

 

성과평가의 본질

①성과평가의 본질은 평가자의 주관성에 있다:성과평가를 하는 관리자들은 피겨스케이트에서의 심판과 같다. 주관적으로 평가를 하지만 어떤 동작을 하면 몇 점, 동작의 난이도에 따라 몇 점 등의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야 한다. 관리자의 주관성을 배제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성과평가의 올바른 활용을 막는다.

 

②성과평가의 목적은 평가가 아니라 성과의 개선에 있다: Measurement 관점이 아니라 Management의 관점에서 성과평가를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리더인 관리자와 구성원이 공동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

 

③상대평가와 절대평가는 전략적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상대평가와 절대평가는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어느 것이 옳다고 할 수 없다. 자사의 상황에 따라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④관리자는 Judge인 동시에 Coach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공정한 시각에서 성과를 평가하는 심판관(Judge)으로서의 역할과 구성원들이 개선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 코치(Coach)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좋은 리더.

 

 

현장에서 관리자들이 가장 골치 아파 하는 것 중 하나가 성과평가다.1  ‘그렇게 골치 아픈 평가를 왜 할까?’ 이 질문을 수시로 던지지 않으면 평가라는 제도의 덫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사람을 위해 제도를 만들었는데 점차 사람이 제도를 위해 존재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발생한다. 아무도 원치 않고, 아무런 효과도 없고, 상사와 부하직원 간에 갈등만 발생하는데 1년에 한 번 평가를 해야 한다고 한다. 무엇을 위해? 구글이 최고의 기업이 된 것은 자유로운 문화 때문만이 아니다. 엄격하고 효과적인 성과평가가 뒷받침돼 있기 때문이다. 성과평가는 잘해야 본전인 것이 아니다. 잘하면 성과가 극대화되고, 못하면 성과의 걸림돌이 된다. 글로벌 기업들이 성과평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개선을 시도하는 이유다. 성과평가는 조직이 성과를 높이는 데 활용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도구 가운데 하나이다. 본고에서는 성과평가의 핵심과 본질이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성과평가의 본질은 평가자의 주관성에 있다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하고 주관성을 배제해야 좋은 평가라는 생각이 있다. 이것은 오해다. 이 오해가 성과평가를 더욱 어렵고 곤란하게 만든다. 스포츠의 예를 들어 성과평가의 본질을 이해해보자. 객관적인 점수로 승부를 결정하는 종목이 있다. 축구, 농구, 야구, 배구, 핸드볼 등 구기 종목들이다. 구기 종목은 상대방보다 점수를 얼마나 많이 내는가에 따라 승부가 결정된다. 심판은 그저 게임이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심판이 평가하는 것은선수들이 반칙을 저질렀는가혹은골이 규칙의 범위 내에서 공정하게 만들어진 것인가를 판단하는 일이다.

 

반면 체조, 피겨스케이트, 다이빙 등과 같은 스포츠 종목들은 객관적인 점수로 판단할 수 없다. 선수들의 퍼포먼스를 관찰하고, 심판들이 점수를 부여하고, 이에 따라 순위를 결정한다. 축구나 농구처럼 골대가 있는 것이 아니고 선수 개개인들이 준비한 연기에 최선을 다하면 심판들은 그것을 보고 주관적으로 판단해 점수를 매긴다. 주관적인 요소가 있기 때문에 때로는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가 러시아 선수보다 더 잘한 것 같은데 은메달에 머물러 한국인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편파 판정에 대해 IOC에 제소를 해야 한다는 등 논란이 있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그렇다고 피겨스케이트에서 심판들이 아무런 근거도 없이 평가를 하는 것은 아니다. 주관적으로 평가를 하지만 어떤 동작을 하면 몇 점, 동작의 난이도에 따라 몇 점 등의 객관적인 기준이 엄격하게 존재한다. 이 객관적인 기준을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평가자의 권한이며 의무다. 관리자들은 직원을 평가할 때 축구나 농구의 심판이 아니라 체조나 피겨스케이트의 심판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성과평가의 속성이 그렇다. 구기종목의 심판자와 같은 역할을 하겠다고 하는 건 성과평가의 본질과 맞지 않는 것이다. 관리자의 주관성을 배제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성과평가를 조직성과 향상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을 방해한다.

 

                                                                                   

 

 

 

성과평가의 목적은 성과의 개선에 있다

 

성과평가를구성원의 성과에 대해 객관적인 기준을 가지고 관리자가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라고 했다. 체조나 피겨스케이트의 심판들은 제3자적 관점에서 선수들의 동작과 연기를 관찰하고 점수를 부여하면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하지만 조직에서의 성과평가는 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리더로서 조직 현장에서 직원들을 격려하고 때로 질책도 하면서 직원들과 함께 자신이 맡은 조직의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체조의 심판과 관리자의 평가는 그 목적이 다른 것이다. 체조의 심판은 공정하게 점수를 부여하는 것으로 역할이 완료되지만 관리자는 평가를 통해서 구성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성과를 개선해 궁극적으로 조직이 지향하는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과거에는 기업에서도 성과평가를 체조의 심판처럼 객관적인 점수를 부여하는 행위로 간주한 적이 있었다. 현대적인 의미의 평가제도가 기업에 도입된 초기에는 가능한 관리자의 주관성을 배제하고 정해진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를 많이 했다. 주로 산업심리학자들에 의해서 측정의 신뢰성(reliability of measurement)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들이 이뤄졌고, 각종 평가 기법들이 제시됐다(Measurement 관점). 이는 인사관리의 발전과정과도 관련이 있는데 1980년대 이전까지 인사관리는 personnel management라고 부르며 주로 기능적인 수준의 역할에 한정돼 있었다.

 

1980년대 이후 경영학 관점에서 인사관리를 연구한 학자와 실무자들이 대거 현장에 투입되면서 인사관리의 패러다임이 전략적인 인적자원관리(strategic human resource management)로 전환된다.2 평가제도에 대한 접근법도 구성원의 성과를 측정한다는 것으로부터 전략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성원의 성과를 관리하는 총체적인 시스템으로 보는 시각으로 전환했다(Management 관점).3 평가제도의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답이었다.

 

 

 

 

< 1>에서 보듯이 Measurement 관점에서는 평가를 이미 발생한 성과를 정확히 측정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면 Management 관점에서는 평가 제도를 리더인 관리자와 구성원이 공동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성과를 개선하기 위해 정보를 상호 전달하는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으로 간주한다. 오늘날 모든 글로벌 기업들은 성과평가를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성원의 역량을 개발하고 성과를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인 인적자원관리의 중요한 도구로 활용한다.

 

 

상대평가와 절대평가는

전략적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평가제도에 대한 가장 큰 논란 가운데 하나가상대평가가 좋은가’ ‘절대평가가 좋은가에 대한 것일 것이다. 다국적 제약회사 머크(Merck) 1891년 창업한 이래로 상대평가와 절대평가를 수차례에 걸쳐 번갈아 가면서 채택했다. 머크의 사례는 평가제도가 그만큼 어려우며 완벽한 제도가 존재할 수 없음을 반증한다. 한때 GE의 상대평가제도인 활력곡선(vitality curve)을 벤치마킹해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직원들을 ABC로 세 그룹으로 나누고 207010의 비율로 상대평가하는 것이 유행인 적이 있었다. 지금도 많은 한국 기업들이 유사한 상대평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상대평가의 부작용이 커지면서 최근에는 구글, MS, 어도비 등 실리콘밸리 기업들을 중심으로 상대평가를 폐지하고 절대평가로 회귀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것이 대세니까 우리 기업들도 그렇게 가야 할까? < 2>에서 설명한 것처럼 상대평가와 절대평가는 각각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상대평가는 구성원 평가 차이를 명확히 함으로써 성과급이나 승진 등의 인사결정에 적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반면 절대평가는 성과에 대한 피드백을 통해서 성과의 향상에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어떤 평가제도가 더 좋은가 하는 것은 올바른 질문이라고 할 수 없다. 어떤 평가제도가 우리 조직이 처한 상황에 더 적합한가로 질문이 바뀌어야 한다. 특히 절대평가는 평가제도가 잘 정착돼 있지 못하고 관리자의 역량이 충분하지 않은 조직에서는 자칫 거의 유명무실하게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들은 두 가지 제도 중에 어떤 것이 우리 기업의 성과향상에 더 기여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전략적인 선택을 내려야 한다.

 

 

관리자는 Judge인 동시에

Coach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가좋은 리더십을 보여준다고 할 때 그것은 바로 judge로서의 역할과 coach로서의 역할 모두 잘 수행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국가대표 축구감독의 전설로 남아 있는 히딩크 감독이 이 두 가지 역할을 균형 있게 보여줬던 전형적인 사례였다. 기존 한국 축구의 고질적 관행으로 남아 있던 학연, 지연, 그리고 선후배라는 위계질서를 배제하고 엄격하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오직 선수들 개개인의 능력을 평가해서 선발했다. 그리고 이렇게 선발된 선수들이 자신의 역량을 120% 발휘할 수 있도록 세세한 관심을 기울이며 모든 노력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는 월드컵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들의 연출이었다. 온 국민을 열광케 했던 성공의 과실은 감독 자신뿐 아니라 선수들에게도 자신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성과평가의 목적은 성과의 개선에 있다. 성과를 개선하는 주체는 구성원 개개인이지만 이를 푸는 열쇠는 관리자의 손에 쥐어져 있다. 관리자들은 한편으로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오류 없이 정확하게 평가해서 점수를 부여하는 심판관(Judge)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동시에 구성원들이 현재보다 개선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도하고 독려해야 하는 코치(Coach)로서의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4  Judge로서의 역할과 Coach로서의 역할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한쪽이 미흡하면 성공할 수 없다. 이 둘은 서로 상반된 듯이 보이나 실은 하나가 없으면 다른 하나도 존재할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Judge로서 관리자는 오류를 최소화해야 한다

 

많은 관리자들이 자신만은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자신도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평가를 왜곡시킬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일부 맞는 말이기도 하다. 연구결과 대부분의 관리자들은 상당한 정도로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는 것이 밝혀졌다.5

 

그렇다고 해서 관리자들이 완전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관리자는 누구라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평가의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많은 관리자들이 지나치게 과신해자신은 오류를 범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이것은 성과평가를 조직성과 향상을 위해 활용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된다. 조직 현장에서의 평가 과정에서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 비일비재하게 왜곡이 발생함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잘못된 평가가 이뤄지고, 구성원의 사기 저하와 성과의 악화가 발생하게 된다.

 

평가의 오류는 어떤 이유에 의해서건 구성원의 성과에 대해 있는 그대로 점수를 부여하지 않고 왜곡되게 다른 점수를 부여함으로써 발생한다. 평가과정은 <그림 1>에서 보듯이 우리의 인지과정에서 여러 단계에 걸쳐서 이뤄진다. 평가 과정의 각 단계마다 오류가 발생할 함정들이 도사리고 있고, 관리자들은 이를 잘 인식해야 한다.

 

① 관찰(Observation):평가가 이뤄지기 위해서 관리자는 구성원이 수행하는 업무의 과정이나 결과에 대해 충분히 관찰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충분한 관찰이 이뤄지지 않으면 당연하게 오류가 발생한다. 체조나 피겨스케이트처럼 선수들의 모든 동작을 지켜보고 평가하는 심판과는 달리 조직의 관리자들은 그럴 수 없다. 오늘날 대부분의 일들은 지식근로이며, 때로 구성원의 전문성이 관리자보다 높을 때도 있다. 팀제의 도입으로 통제범위(span of control)가 넓어지고, 일하는 곳이 서로 다른 경우도 많다. 즉 업무 환경이 관리자로 하여금 부하직원의 성과를 직접 관찰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대부분의 조직에서 평가가 1년에 한두 번만 이뤄지기 때문에 지나간 일은 기억이 나지 않고 최근의 성과만 기억이 나는 오류(최신오류·recency error)도 발생할 수 있다. 이를 해소하려면 가능한 부하직원들의 업무를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관찰한 것은 메모를 해서 기록(documentation)으로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6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구성원들의 성과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 조직에서 360도 다면평가를 도입하고 있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② 지각(Perception):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감정적 동물이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은 모두 본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착각이다. 실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어떤 사람과 서로 마주 앉아 있는데도 다른 생각을 하고 있으면 그 사람의 행동이나 하는 말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자신이 보기를 원하는 것만 뇌에서 받아들이는 것을선택적 지각(selective perception)’이라고 한다. 평가과정에서도 선택적 지각은 예외 없이 발생한다. 특히 과거의 특정한 경험이나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특정 그룹에 대한 편견(bias)을 가지고 지각해 평가하는 경우 심각한 오류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이나 특정 학교 또는 남자나 여자에 대한 편견에 바탕을 두고 지각을 하는 경우 평가가 왜곡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경우에는 나쁜 부분은 지각하지 않고 좋은 부분만 지각하려고 한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왜곡은 조직에 악영향을 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은 관리자들이 누구나 편견을 갖고 있음을 인정하는 데 있다. 그리고 기억의 왜곡으로 인해 선택적 지각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자신의 기억을 과신하지 않아야 한다. 가능하면 구성원 개개인의 업무에 대해 객관적인 사건을 중심으로 메모를 해 기록에 남겨둘 필요가 있다.

 

③ 판단(Judgement):평가는 구성원의 어떤 행위가 바람직한지, 혹은 바람직하지 않은지에 대해 가치를 판단하는 과정이다. 앞서 관찰과 지각이 제대로 이뤄졌다고 해도 판단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오류가 후광오류(halo error)이다. 어떤 한 영역이 우수하면 혹은 반대로 관리자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나머지 영역들도 자동적으로 한 방향으로 판단하게 된다. 구성원의 성과를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관리자 자신이나 다른 구성원과 비교하면서도 오류가 발생한다. 자신과 비슷한 취미나 가치관, 종교, 또는 정치적 입장, 심지어는 자신과 집이 가깝다는 이유만으로도 평가를 좋게 하는 오류(유사성 오류·similar-to-me error)가 있다. 매우 뛰어난 구성원과 비교해 나머지 구성원들을 지나치게 나쁘게 평가하는 오류(대비오류·contrast error)도 발생한다. 이런 오류들은 교정이 쉽지 않다. 가장 좋은 방법은 조직에서 관리자들의 평가기준에 대한 눈높이(comparability)를 조정하는 것이다.7

 

④ 평정(Rating):평가의 마지막 과정으로 최종적으로 평가 대상자에게 점수를 매기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도 오류가 생긴다. 특히 절대평가를 실시할 경우 관대화 오류(leniency error)가 많이 일어난다. 관대화 오류는 부하직원들 간에 편차를 두는 것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거나 부하직원들의 반발이 두려워 자신 있게 점수를 주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특히 앞에서 봤던 관찰, 지각, 판단의 과정들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 관리자는 더욱 관대화의 유혹을 느끼게 된다. 기업에서는 이러한 오류를 줄이기 위해 상대평가를 실시하거나 평가 점수를 부서별로 강제로 조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한계가 있고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언제나 부작용이 발생한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리자들 공정하고 객관적인 마인드와 명확한 관찰과 기록을 근거로 평가하려는 노력이다.

 

 

 

 

 

Coach로서 관리자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아무리 평가제도가 잘 만들어졌다고 해도 성과평가가 바로 성과의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평가제도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의식구조와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지금은 시카고 컵스에 있는 조 매든 감독에게는 독특한 성공스토리가 있다.8 조 매든 감독이 미국 프로야구의 만년 꼴찌였던 탬파베이 레이스의 감독으로 새로 부임했다. 레이스에서는 성적만 나쁜 것이 아니라 경기 중에 툭하면 상대 선수들과 폭력사태가 난무했다. 홈팬들조차 선수들에게 넌더리가 나서 등을 돌린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조 매든 감독이 부임하면서 가장 먼저 했던 일은 인문학 프로그램의 가동이었다. 선수들에게 운동장에서 타격이나 수비 훈련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교실에서 문학과 철학, 역사에 대해 토론했다. 조 매든 감독은 의도적으로 선수들의 사고방식과 행동규범을 바꾸려고 했던 것이다. 그 결과 그는 놀랍게도 감독으로 부임한 지 불과 수년 만에 탬파베이 레이스를 월드시리즈 준우승팀으로 만들었다.

 

조 매든 감독은 문화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었다. 구성원의 공통된 의식구조나 사고방식을 문화라고 부른다. 문화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강력하게 우리의 행동을 지배한다. 평가제도는 문화에 영향을 준다. 새로운 평가제도의 도입을 통해 구성원에게 조직이 기대한 행동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효과는 일시적이다. 지속적으로 일관된 메시지를 전파하지 않으면, 곧 기존의 문화가 제도의 효용을 무너뜨린다. 관리자는 평가 제도를 통해서 바람직한 문화를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올바른 조직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가 필요하다.

 

① 공동의 목표 공유하기:성공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조직과 구성원이 목표를 공유해야 한다. 목표는 그 자체로 행동의 지침이 된다. 성과평가가 성공할지 여부는 제도 운영의 첫 출발점인 목표의 수립이 제대로 됐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좋은 목표는 구성원의 가슴을 뛰게 하는 도전적이면서도, 구성원들이 노력하면 달성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실패하는 관리자들은 스스로는 아무런 비전도 없으면서 구성원에게는 목표치를 달성하라고 닦달한다. 인간은 의미를 먹고사는 존재이다. 직장에서의 의미는 바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다. 좋은 관리자들은 스스로도 원대한 목표를 수립하고, 구성원에게 그 목표를 수시로 전달하며, 이를 통해서 구성원들도 자신의 목표를 가질 수 있도록 독려한다.

 

② 원인에 집중하기:조 매든 감독은 타율이나 구속, 홈런 개수 등 결과에 집착하지 않았다. 공동의 목표가 세워졌다면 단기적인 결과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성과가 창출되는 근본적인 원인에 집중해야 한다. 히딩크 감독이 한때 ‘5대빵이라는 비아냥을 받으면서도 선수들의 몸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체력훈련을 계속한 이유도 단기적인 결과보다는 원인에 초점을 뒀기 때문이다. 한국 선수들의 가장 큰 약점이 바로 체력이라는 판단이었다. 원인을 분석함에 있어 관리자가 주의해야 할 점은 관리자와 구성원이 갖는 문제에 대한 심리적인 차이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상사와 부하는 다른 심리적 기제가 발동한다. 상사는 부하의 개인적인 책임으로도 돌리려는 반면 부하는 외부에서 원인을 찾으려고 한다. 관리자는 상사와 부하의 심리를 잘 이해해야 한다. 특히 자신이 범할 수 있는 오류를 항상 염두에 두고 모든 가능성을 열린 마음을 갖고 분석해야 한다. 성공의 문화와 실패의 문화는 어찌 보면 종이 한 장 차이다.

 

③ 지속적인 피드백 주고받기:피드백(feedback)은 그 자체로 동기부여가 된다. 긍정심리학자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격한 스포츠나 예술적 창작이 고통스럽지만 자꾸 그것을 반복하고자 하는 이유가 몰입에서 오는 강한 희열감이라고 했다.9 스포츠나 예술에서의 피드백은 행위 자체에서 자연스럽게 나온다. 하지만 조직에서는 그렇지 않다. 조직 상황에서의 피드백은 관리자에 의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한국 기업들이 평가 제도를 통해서 성공의 문화를 구축하려면 피드백의 변화가 필요하다. 어떤 경영자들은 집단주의적 문화가 강하고 점심식사나 저녁 회식 자리가 많기 때문에 별도의 피드백 과정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러 사람이 함께 있는 자리나 식사와 같은 일상적인 자리에서 개인적인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다. 피드백은 중요한 관리 스킬이며 관리자가 반드시 숙지해야 할 리더십 역량 가운데 하나다.

 

 

맺음말: 한국 기업의 과제

 

어떤 평가도 쉽지 않다. 모든 사람이 만족하는 평가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유독 한국 기업에서 성과평가가 유명무실하게 운영되는 배경에는 평가제도뿐만 아니라 속인주의 인사관리, 연공서열형 인사관행이 존재한다. 속인주의 인사관리는 인사관리의 기준을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인적 속성, 예를 들면 태도, 능력 등에 두는 것을 말한다. 사실 속인주의나 연공서열형 인사관리에서는 성과평가가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았다. 속인주의 인사관리는 그 사람이 어떤 업무를 수행하는지보다는 일반적인 능력을 중시한다. 따라서 필요에 따라 인력의 재배치가 가능하다. 이는 급속한 경제 성장 속에서 새로운 업무를 개척하고 상황에 따라서 유연하게 인력을 활용하는 데 적합한 인사관리였다고 할 수 있다.

 

 

 

<그림 3>에서 보듯이 속인주의 평가의 기준은 주로 구성원들의 태도나 능력이었다. 능력을 직접 평가하는 것이 어렵다보니 대개 능력의 대리 변수로 학력이나 근속년수를 중시했다. 학력이나 근속년수는 평가가 필요하지 않다.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평가제도가 있었으나 거의 유명무실하게 운영됐다. 상사와 부하직원의 친소관계에 따라 평가 결과가 달라지기도 했다. 근속년수가 차면 거의 자동으로 승진이 이뤄졌고, 경력의 의미도 미미했으며, 보상도 연공서열에 의해 결정됐다. 성과평가는 조직의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한 도구로서의 기능을 전혀 하지 못했던 것이다.

 

우리 기업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성과평가제도만의 개선으로는 불가능하다. 성과평가제도는 다른 인사관리와 밀접하게 맞물려서 작동한다. 속인주의와 달리 직무주의는 구성원이 하는 일의 가치와 기여도, 그리고 책임의 정도를 기준으로 하는 인사관리다. 직무주의 평가제도에서는 학력이나 근속년수가 아니라 구성원이 수행하는 직무에서 요구되는 역량과 그 결과인 업적이 평가의 기준이 된다. 직무주의에서는 평가 결과가 모든 인사관리의 기본이 된다. 승진과 보상은 구성원 개개인의 직무수행 역량과 업적에 의해 결정된다. 훈련은 직무에 필요한 역량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며 구성원 개개인들은 전문성에 따라 경력을 관리할 수 있다. 한마디로, 한국 기업에서 성과평가제도의 혁신은 속인주의에서 탈피해 직무주의로 인사관리 시스템의 근본적인 전환이 이뤄져야만 가능하다.

 

유규창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hr@hanyang.ac.kr

 

필자는 미국 University of Toledo에서 MBA, University of Wisconsin-Madison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저서로는 <21세기형 인적자원관리> <21세기형 성과주의 임금제도> 등이 있다. 등 저명 저널에 3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한국인사관리학회 최우수논문상을 받았고, 한양대 우수강의교원에 선정됐다. 현재 한국윤리경영학회 회장, 한국인사관리학회 부회장, 한국인사조직학회 부회장, 한국경영자총협회 자문교수,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심판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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