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회사에 이들이 있다. 바로 중간관리자들이다. 이들은 6명 또는 6000명에 이를 수도 있고, 모두 중간관리자(middle managers)라는 같은 직책에 속할 수도 있다. 이들은 최고경영진과 하위 직원 간의 틈을 연결해 회사를 유지시키는 ‘접착제’와 같은 존재다. 이들은 경제 사이클의 호황기나 불황기 등 어떤 상황에서도 직원들이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조직 변화를 추진하고 전략을 실행하는 주체다.
하지만 중간관리자는 특히 다른 직장으로의 이탈을 막기가 어렵다. 전 세계 중간관리자를 대상으로 2007년 글로벌 컨설팅사인 액센추어가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20%가 자신이 속한 조직에 대해 불만을 느끼고 있었다. 또 다른 직장을 알아보고 있는 중간관리자도 20%였다. 가장 큰 이유는 승진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기업 경영자를 대상으로 교육하는 ‘와튼스쿨 기업경영자 교육과정(Wharton Executive Education)’의 토머스 콜리건 부학장은 “많은 기업에서 중간관리자급 직원들이 이직하고 있고, 이로 인해 기업들은 전략을 실행할 능력이 없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최고경영진은 모든 시간을 전략 수립에 사용할 수 있지만 그 전략을 실행할 사람이 없다면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의문을 던졌다.
전략 실행 문제와 함께 이직으로 인한 비용도 기업 입장에서는 대단히 크다. 콜리건 부학장이 이직률이 20%인 한 클라이언트 회사의 수익을 계산한 결과 이직률이 1% 감소할 때마다 기업의 수입은 8만 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간관리자를 유치하고, 개발하고, 유지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일부 기업들은 고통을 받아가며 그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
특히 휘발유와 식료품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 지출이 줄어들 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인원삭감과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경제 불황기에 이런 현상은 더 심화된다.
‘열정적인 직원: 직원들의 요구를 충족시켜 기업이 이익을 얻는 방법’이란 책의 공동저자인 데이비드 시로타는 “중간 관리자들은 현재 경제 상황이 가져올 고통의 상당 부분을 다시 떠맡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인원삭감으로 인해 사라진 상당수의 중간관리자 자리가 다시 생기고 있지만, 이들이 다시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그는 지적한다.
와튼 기업경영자 교육과정의 조 라이언 부교수도 이에 동의한다. 기업들이 현재와 같은 경제 사이클을 지날 때 중간관리자들은 보상, 인센티브 감소, 해고 등으로 인해 타격을 받는다. 라이언에 따르면 금융 서비스 산업에서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비용 절감 시기에는 반사적 반응들이 일어난다. 중간관리자는 조직에 필수적이지만 구조조정을 할 때 짐을 싸야 하는 모순적 존재다.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사람들이 중간 계층에 있기 때문에 상황이 어려운 것이다“
라이언은 기업들이 변화 관리를 잘하지 못하면 ‘경직된’ 중간 관리계층을 양산할 뿐 아니라 ‘낮은 도덕성과 고용 불안의 악순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경제 상황과 상관없이 기업들은 탄력성 있는 노동 환경을 구축하고 중간 관리자들이 진취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변화는 중간관리자로부터 일어난다”고 강조했다.
승진 기회 부족
중간관리자들은 부분적으로는 고위 경영진과 기업의 여타 부문들을 연결하기 때문에 조직에 있어 필수적이다. 시로타는 중간관리자들을 “상위 계층과 하위 계층을 연결하고, 부서를 수평적으로 연결하는 접착제”라고 묘사한다.
와튼 기업경영자 교육과정의 수석 연구원이자 컨설팅 회사 C4의 관리 책임자인 제인 파란은 “요즘과 같은 경제 불황기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대책이 많이 나온다”며 “많은 기업이 숫자 놀음에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방식이 좋은 전략이 아니라고 말한다. 실제 기업들이 과거 위계질서를 강조하던 때에는 중간관리자가 꼭 필요한 존재가 아니며, 이들 중 일부 계층은 없어도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그들의 예상과 달랐다.
그는 오히려 중간관리자의 중개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한다.
“중간관리자들은 하위 계층이 전략과 큰 그림을 이해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전달하고, 직원들의 일상적 업무에 기업 전략을 반영할 수 있게 한다. 이와 동시에 중간관리자들은 직원들의 욕구를 파악하고, 고객과의 접점 및 매장에서의 활동 등을 관찰하며, 고위 경영진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또 이들은 최고경영진과 하위 직원 간 완충 역할을 한다.”
중간관리자가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들은 왜 불만을 표시하고 회사를 떠나는 것일까. 시로타는 주요 원인으로 승진 기회 부족을 꼽는다.
“기업들이 인원삭감을 추진할 때 종종 중간관리자 계층을 정리해고한다. 단지 기업의 성장이 정체된 상황이라 하더라도 이들의 승진 기회는 제한된다. 이로 인해 중간관리자들은 고초를 겪는다. 특히 30대 후반과 40대 직원들이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