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문화교육

참여와 공감의 축제가 곧 교육 펄펄 살아 있는 신화를 나누자

194호 (2016년 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호모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을 이길 수 있었던 요인으로 조직적 응집력을 꼽는다. 호모사피엔스는 신체적으로 열등하고 두뇌의 크기도 작았지만 신화, 상징 등을 중심으로 하나의 목표에 매진하는 거대 조직을 형성했다. 반면 네안데르탈인은 필요 이상으로 집단의 크기를 확장시키지 않았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인 기업 교육이 조직원 개인의 역량 발전에 초점을 둔다면 기업문화 교육/학습은 조직 단위의 역량 발전과 응집력 향상에 초점을 둔다. 현재 많은 기업들이 진행하는 톱다운 방식의 조직문화 교육으로는 기업문화에 동화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자아를 기업과 분리시켜 바라보게 하는 객관화 현상을 초래하기 쉽다. 강한 기업문화를 위해서는 조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동화될 수 있도록 신화-상징-의례의 3가지 단계를 이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입문 의례-창립기념 의례-신년 의례-봄 축제-가을 축제의 체계를 갖춰야 하며 그 방법은 놀이와 축제의 형태를 띠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대의 부족사회, 기업

 

당신이 먼 미래에서 온 문화인류학자라면 당신의 연구 대상은 오지 부족일까, 종교일까, 국가일까, 문명일까? 끊임없이 영토를 확장하고, 재화를 획득하며, 물자와 인력을 교환하는 집단을 연구하고자 한다면, 그리고 조직원이 삶의 대부분을 어우러져 보내고, 특정한 진입과 퇴출의 울타리가 있으며, 그 울타리 안쪽만의 고유한 가치와 시스템을 가진 집단을 찾고 있다면, 그 대상은 아마도, 아니 단언컨대, ‘기업일 것이다. 기업은 부족(部族)이다. 정당보다, 지역사회보다, 국가보다 더 명확한 부족사회다. 그렇기에 고유한 문화가 있고, 그 문화 안으로 구성원들을 통합해야만 조직이 유지되고 영토를 확장하며 조직과 조직원의 번영을 꾀할 수 있다. 기업문화의 보전과 확산, 강화가 소위 HRD(human resource development)의 주된 목적으로 꼽히는문화적 이유역시 여기에 있다. 특히 성장하며 빠르게 확장하는 조직에서 공통의 문화를 공유하는 것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글로벌 디자인 컨설팅 회사인 IDEO의 경영진은 돈을 좇는 것보다 기업의 문화를 보존하고 전승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믿는다. 창업자 팀 브라운은 이를라는 소책자로 정리한 바 있다.1 미국의 저가항공사 사우스웨스트는 자신들의 성과에 문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96인의문화위원회(Culture Committee)’를 둔다. 이 위원회는 사우스웨스트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로 구성되는데 경영진과 직원들을 이어주는 역할과 신규 취항하는 도시에서 신입직원들에게 회사의 문화를 전파하는 역할을 한다. 구글과 존슨&존슨 역시 그들의 핵심 가치와 신조를 교육의 가장 첫 번째 자리에 놓는 회사다. ‘교육을 통해 기업문화를 강하게 가져가고자 하는 전략, 그것은 자신이 속한 부족의 영속을 바라는 인류의 욕망과 다르지 않다.

 

기업을 부족으로 볼 때 우리의 시야는 조금 더 확장된다. 개인에서 집단으로, 미시에서 거시로, 인적 자원(human resource)에서 인간(Homo sapiens)으로 넓어진다. 기업을 부족으로 볼 때 우리의 관점도 살짝 전환된다. 경영학에서 문화인류학으로 관점이 전환된다. 호모사피엔스가 지구에 출현한 이래 수만 년 동안 집단을 만들고 유지하고 발전시켜 온 방법, 즉 문화를 만들어야생의 인간을 조직의 구성원으로 탈바꿈시켜 온방법2 에 오롯이 주목할 수 있게 된다.

 

먼 미래에서 온 그 인류학자가 강한 문화를 가진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분류한다면 강한 기업문화에서는 분명한 공통점이 발견될 것이다.3 신화와 상징, 의례의 발달이 그것이다.

 

신화, 상징, 의례 - 기업문화의 재생산 고리

 

우리 인간, 정확히 말하면 현생 인류인 호모사피엔스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는 신화(myth)와 상징(symbol)을 만드는 뇌의 능력이다. 그 능력이 거대 집단을 이루게끔 했다는 것이 최근 지성계를 강타한 책 <사피엔스(Sapiens)>의 저자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 히브루대 교수의 논지다.4 호모사피엔스는 11로 싸워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육체를 가진, 심지어 과학적 사고 능력이 더 뛰어났을지도 모르는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시켰다. 네안데르탈인과는 달리 사피엔스는 공통의 신화와 상징을 바탕으로 거대 집단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현대 기업이 거대 집단을 이뤄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힘도 신화에 있다. 인간은 신화 속에서 모범적 행동과 금기가 되는 행동이 무엇인지를 습득해 집단이 요구하는 방향으로 동화되고 힘을 발휘한다. 우리는 그 역()에 주목하자. 인간이 집단으로서 강해지기 위해서는, 집단이 요구하는 방향으로 개별 인간이 동화되기 위해서는 신화와 상징이펄펄 살아 있어야한다는 논리이다.

 

미국의 스포츠의류 회사 뉴발란스(New Balance)에는닭발 신화가 있다. 1906년 창업자 윌리엄 라일리(William Riley)가 닭의 발이 균형을 잘 잡는 것을 보고 발을 안정적으로 지지해주는 신발 깔창을 개발했다는 이야기다. 또 잘 알려져 있다시피 애플에는 대형 컴퓨터에 대항해 인간에게 기계를 돌려주고자 한 차고(garage) 창업 신화가 있다. 한국의 뷰티 기업 아모레퍼시픽에는 아시아의 미를 찾아 중국 땅을 누빈 창업자 서성환의 순례 이야기가 있다. 그는 일제시대 말 강제징용으로 중국 전선에 끌려갔다가 광복을 맞은 후 현지의 문물을 보고 배웠다. 이런 이야기들은 사람들을 하나의 소명(vocation/purpose)으로 묶어준다. 사우스웨스트항공에는 9·11 테러로 인한 항공산업의 위기를 노사가 함께 극복한사랑의 신화가 있다. 마윈의 알리바바(阿里巴巴)에서는 서구 자본의 상징 이베이(e-bay)를 누른 영웅신화가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다.

 

신화는 그 자체로는몸을 얻지 못한다’. 상징을 통해 형태를 갖춘다. 뉴발란스는 ‘New Balance -새로운 균형의 창조자, 아모레퍼시픽은 ‘Asian Beauty Creator’로서, 알리바바는 ‘“열려라 참깨를 외치며 세계의 문을 여는 알리바바라는 상징으로 신화가 계시하는 소명이 형태를 얻는다. 그리고 그것이집단 구성원의 살아 있는 몸에 들어가기 위해서는의례(ritual)라는 장치를 통해서만이 가능하다.5

 

의례는 기본적으로 기업에서 벌어지는 집단 행위 혹은 의식을 의미한다.6 의례는 구성원의 몸이 직접적으로 무언가를 체험하게 할 수 있는 장치다. 의례 행위에 신화와 상징이 포함된다면 비로소 구성원-호모사피엔스의 내면에 신화가 자리잡고, 집단의 규범을 습득해가며, 기업문화는 강해질 수 있다. 애플이 위기에 처했을 때 복귀한 스티브 잡스는 창업신화와 존재 이유를 설파하는 연설을 했다. 그리고다르게 생각하라는 메시지 광고로 잃어버린 기업문화를 찾았다. 뉴발란스는 회사와 공장, 매장 등에 닭의 그림과 당시의 신발 디자인(arch-support)을 전시하며 창업신화가 살아 있음을 증명한다. 2013년 알리바바의 10주년 행사에서는 마윈의 창업 이야기, 그리고 월스트리트에 도전하는 그의 영웅적 면모에 울고 웃는 수만 명의 직원들을 볼 수 있었다. 이처럼 신화, 상징, 의례가 삼위일체가 될 때 집단으로서의 강한 정체성을 가진 기업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그림 1)

 

 

 

 

기업의 HRD 부문에서 얘기하는기업문화 교육의 목적으로 의례에 주목해보자. 의례는 교육을 포함한다. 그러나 부분적이다. 기업문화만큼은 일반적인 교육이 아니라 의례의 관점에서 접근할 것을 권한다. 그것은 철학적 관점의 전환을 의미하기도 한다. 교육은 원자(atom)로서의 개인을 상정해 출발한다. 즉 교육의 기본 단위는 개인이다. 그러나 의례의 기본 단위는 전체로서의 집단 자체다. 조직을 하나의 인격체처럼 취급하는 것이다. 또한 교육은 시혜적인 데 반해 의례는 참여적이다. 교육으로서 개인의 역량 개발을 통한 전체에의 기여를 달성할 수 있다면 의례는 기업문화를 통한 응집력 창출을 가능하게 해준다. 따라서개인의 교육과 육성에서개인의 집단으로의 통합으로 관점이 전환된다. 의례 안에서 기업문화는 자동적으로교육된다’. 기업문화는 일방적인 교육으로 주입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보다는 거시적 의례 체계의 구축이 먼저다.

 

 

순환적 의례 체계 구축부터

 

의례는 반복적이고 순환적7 이다. 일회적 의식, 혹은 교육은 문화를 전승하지 못한다. 조직에는태어난 자(새롭게 들어오는 사람들)’죽는 자(조직은 나가는 사람들)’가 언제나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한 개인의 인생과 마찬가지로 전체로서의 조직체도 반복되는 의례를 통해 스스로의 정체성을 통합해 나간다. 또한 호모사피엔스의 세상은 1년 단위로 갱신된다. 역법에 따라 시간 계산에 문화적으로 차이는 있지만 1년이란 단위 자체는 변함이 없다. 기업도 1년 단위를 산다. 이런 관점에서 문화가 강한 기업이 가진 의례를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세계가 창조된 사건’, 즉 기업의 창업은 가장 중요한 사건이다. 창립 기념 의례는 이를 신화적으로 매년 기념하고 반복한다. 창업신화와 소명에 대한 리더의 연설은 매년다르지만 같은 형태로반복돼야 한다. 창립기념 의례에서 가장 중요한 의식은오래 다닌 이에 대한 포상이다. 예컨대 10년 근속상 같은 형식이다.8 신화에 오래 몸담고 그 신화를 만들어갔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받음으로써 직원들은 신화 안으로 더 들어오게 된다. 어떤 기업에서는 해당일을 휴일로 가져가는데, 이 경우에는창립기념주간등의 형태로 운영하는 것도 방법이다. 홍보와 교육은 창업 신화에 집중된다. 직원들에게 팀별로 회사의 기념관이나 박물관을 방문하게 하는 기업도 있다. 일종의 순례(pilgrimage). 혹은 창업 신화와 관계된 특별한 음식이나 음악 등을 제공하는 등 여러 상징적 행사를 치를 수도 있다.

 

그 반대되는 지점에는작은 세계가 창조되는날이 자리한다. 신년 의례다. 종교학자 엘리아데(Mircea Eliade)의 말대로 세계는 매년 갱신된다.9 기업에서는 주로 시무식의 형태로 행사를 갖는다. 이날은 비전(vision), 즉 신화적 낙원이 조금 더 가까워진 날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의지를 다진다. 구성원은 이에 참여할 권리를 가져야 하고, 새로운 한 해의 비전과 목표를 공유받아야 한다. 새로 임명된 리더들과 함께 새로운 경영전략과 방침 등을 공유하고 전사에 선포한다.

  

 

 

 

봄은 생명의 계절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업무에서 전사(warrior)가 된다. 그러므로자신(과 부서)의 업무 성과를 겨루는 제전을 연다. 모 기업의 사례를 들어보자. 매년혁신 올림픽이라는 이름의 제전이 개최된다. 종목은한 해 동안의 혁신적 활동과 그 성과. 두 달간의 예선을 거쳐 올라 온 팀은 본선에서 자웅을 겨룬다. 팀의 대표 선수, 즉 리더는 열렬한 응원을 받으며 무대에 선다. 전사들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한 스토리와 그 최종 성과에 대해 발표한다. 때론 감정에 겨운 팀원들은 눈물을 흘린다. 경쟁을 마친 후 전사들은 시상대에 선다. 새로운 영웅이 탄생된다. 포상을 받는다. 기업의 영웅 신화가 재현되며 우승자는 명예의 전당에 들어선다.

 

봄의 반대편에는 소위추수 감사 축제가 있다. 성과를 수확하는 시기다. 기업마다 시기는 다를 것이다. 서로 축하하고 전리품을 나누는 의례를 연다. 추석 명절이 그렇듯 기업에서도 가장 큰 축제다. 호텔을 빌려 대규모 페스티벌을 개최하기도 한다. 인류가 풍요를 가져다준 자연에 감사의 선물을 돌려주듯이 기업의 성장을 가져온 존재에게 감사하는 의식을 갖는다. 축제에 주요 고객을 초청하기도 하고, 사회공헌이나 자원봉사 등의 형태로 이 축제를 운영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집단으로서의 힘을 자각하는 것이다. 봄에 개별 전사로분리됐던 존재는 이 축제를 통해 집단으로 다시통합된다.

 

 

 

 

 

 

 

그리고 입문의례(initiation)가 있다. 문화의 첫 번째 존재 이유는 소속과 비소속을 가르기 위함이다. 입문의례의 일종으로 모든 문화에는 성년식이 있다. 인생의 각 단계는 존재의변신을 요하듯이 기업의 관리자, 임원, 경영자 등 각 단계별로성인이 되는 과정 역시 일정한 의례적 관문을 거치게끔 함으로써한 부족에서 성인으로서의 역할을 자각하고 규범을 받아들이게 하는 과정이다.10  입문의례를 거쳐야 비로소 그 기업의 구성원이 될 수 있게 함으로써 소속감을 증대시킨다. 일반적으로 신입사원 교육 과정이 이에 해당한다. 강한 기업문화를 가져가려 한다면 경력사원, 신입임원 등에 대해서도 신화를 전수하고 재현하는 과정을 둬야 한다. 이는 HRD 담당 부서의 주된 업무이기도 하다.

 

신입사원 입문과정에서는 실제로 신화, 상징을 놀이와 예술 등의 방법으로 체험하게 하는 장치들이이상적으로자리하고 있기도 하다. 의례의 역할 측면에서 이런 장치들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입문과정을 나와 현업의 조직생활로 들어왔을 때 경험하는 괴리가 문제가 된다. 그러므로 HRD 담당부서라면 새로 입사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입문의례 외에도 앞서 얘기한 순환적 의례 체계의 구축과 운영에도 같은 강도의 투자를 하는 것이 보다 전략적일 것이다.

 

의례의 문법, 놀이와 예술

 

지금까지 <그림 2>의 기본적 의례 체계를 설명했다. 이젠 구체적으로 살펴볼 때다. 의례는 어떻게 만들어져야교육적으로효과가 있는가? 필자는 놀이와 예술의 요소에 주목한다.

 

인간은 호모루덴스(Homo ludens)11 , 놀이하는 인간이다. 동시에 축제하는 인간(Homo festivus)12 이다. 의례는 곧 놀이다. 영화에서 본 원주민들의 의례를 떠올려보자. 둥글게 앉아 춤을 춘다. 무슨 게임 같은 것도 진행된다. 노래를 부른다. 기하학적인 그림이 그려진다. 사람들은 황홀경에 빠진다. 전사들의 검무가 펼쳐진다. 놀이다. 축제다. 그리고 예술이다. 사람들은 집단의 놀이 와 예술 활동 속에서 이성의 옷을 벗는다. ‘나와 너는 다르다(A≠∼A)’는 과학적 사고, 개인적 사고는 잠시 자리를 비켜준다. 그러나 아직이다. 그 자리에는 아직나와 너는 같다(A=∼A)’라는 신화적 사고가 들어서지는 못한다. 의례 안에 신화와 상징이 살아 있어야 한다. 부족을 상징하는 문신과 가면을 쓰고 있다. 춤은 부족의 기원 신화를 재현한다. 영웅의 행위를 반복한다. 비로소우리, 공동의 목적을 가지는 한 집단이라는 사고가 들어선다. 빅터 터너(Victor Turner)13 는 의례 속에서 경험되는 이러한 현상을 코뮤니타스(Communitas)라 했다. 지역적 공동체성(community)이 아닌 초시간적, 초공간적 집단 의식을 말한다. 오래된 인류의 지혜는기업문화를교육할 목적의 의례를 기획하고자 한다면 놀이와 예술을 사용하라고 말해준다.

 

 

 

 

 

 

사례 1 아모레퍼시픽기업문화야 놀자

2010년 상반기에 아모레퍼시픽 전 사원이 참여한 기업문화 내재화 프로그램이었다. 전 직원이 250여 팀으로 나뉘어 10주간 매주 20∼30분씩 팀 주간 회의에 앞서놀았다14 . ‘놀이북(play book)’을 제작했으며 팀당 1인씩을 뽑아놀이하는 사람들을 미리 양성했다. 이들이 각 팀에서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 역할을 수행했다.

 

전체적으로 이 프로그램에는 의례에 대한 신화학의 주요 이론이 담겼다. 우선 의례는 개인의 각성으로부터 시작된다. 개인의 신화와 소명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 각성은우리로 이어진다. 입문의례의 시작이다. 그리고 서서히 집단의 신화와 소명, 핵심 가치를 각성하며 개인이 집단 안으로 동화된다. 각 단계는 일종의보드게임같은 놀이 형식을 띤다. 또 의례는 더 큰 의례로 연결되도록 한다. 인트라넷을 통해 팀별 활동을 영상이나 사진으로 소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경쟁적 게임보다는상보적 놀이이다. 우수팀은 오히려 다른 팀에게선물할 권리를 상으로 받는다.

 

의례와 일반적인 게임의 가장 큰 차이점이 여기에 있다. 비교신화학자 조셉 켐벨(Joseph Kempbell)은 마야 인디언의 의례에서는져서 희생당할 수 있는 권한이 가장 영광된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십자가에일부러매달린 예수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고대 올림픽 역시 승리 자체보다는 신화(예컨대 마라톤)에 참가하는 것 자체가 가장 큰 의의다.

 

그러나 이는집단 내의 의례일 때만 적용된다. ‘집단 밖의 적과의 경쟁은 언제나 냉혹해야 한다. 따라서 10주 프로그램 이후에는 후에는 각 부문별, 전체 회사별 시상을 통해 경쟁적인 게임으로서의 역할도 마련해준다. 이 프로그램에 대해 임직원 85% 이상이기업문화 이해에 도움이 됐다는 의견을 줬다.15 놀이는 성공적으로 평가됐고 이듬해에는 계열사와 해외 법인으로 확대 시행됐다.

 

사례 2 A사 기업문화 아트 페스티벌

 

 

 

필자가 자문위원으로 있는 의료기업 A에서 축제하는 인간(homo festivus)의 정의를 살려 진행했던 기업문화 교육 사례다. 이 회사는 드물게도 프로메테우스 신화의 원형을 간직한 창업 신화가 있었다.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을 위해 신의 영역에서 불을 가져와 혁신을 이뤘듯이 이 의료기업은 신(의학 혹은 의사)의 영역에 독점되던 기술을 인간(환자-고객)을 위해 가져와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한 기원 신화가 있었다.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훔친 대가로 신들로부터 고난을 당했듯이, 또 창업 초기 애플이 컴퓨터 업계의 주류 기업들로부터 비아냥을 들었듯이, A사의 창업자도 오랜 기간 의료계로부터 사이비라는 비난을 받았으나 이제는 업계의 주류 패러다임이 돼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펄펄 살아 숨 쉬는신화가 있는 기업문화를 만들 수 있는 조건이었다.16 이 신화의 시작을 기념하고 되새기기 위해 예술이라는 방법을 직접적으로 의례에 도입했다. 이름하여 ‘idius(아이디우스)17 Art Festival’이다. 현재 2회까지 진행됐다. ( 2)

 

 

 

 

 

 

직원들은 프로그램 초반에는 일반적인 형태의 교육이 아니라서 의아해하고 불평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신화-상징-의례의 3요소에 점차 집중했고, 스스로 참여했으며,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하기 시작했다. ‘공동의 신화를 갖고 있는 우리로서의 자각이 시작됐고, ‘나와 다른 우리의 미처 몰랐던 일상과 애환에 공감했다. 웃고 우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것이 예술의 힘이다. 소비하는 작품이 아닌 참여하는 의례로서의 예술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 회사는 2016년에도 같은 페스티벌을 준비하고 있다.

 

A사는 기업문화를 성장을 위한 주요 전략으로 간주하고 있다. 사업 확장에 따라 조직원 수의 지속적 증가가 예상되고, 중국 시장 등 해외 진출을 목적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순환적 의례 체계의 구축이 완료됐고 이에 따라 조직원들의 통합이 시스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의례, 그리고 몰입

 

‘기업문화의 교육이라는 관점에서 지금까지의 논의를 다시 정리해보자.

 

1. 신화를 교육하라.

신화는 집단을상상의 공동체로 묶을 수 있는 가장 큰 힘이다. 창업 신화와 영웅 신화를 반복하라. 신화는 모범이 돼해야 할 행동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구분하게 한다. 없다면 발굴하라. 기업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행위의 정당성을 신화에서 찾아서 교육 콘텐츠에 포함하라.

 

2. 상징을 활용하라.

신화가 계시하는 것은 소명이다. 소명은 집단의 존재의 이유이자 업의 본질적 개념이다. 인간은 의미를 찾는 존재이다. 찾음에 답하라. 그러나 이성적 개념으로 답하지 말라. 소명을, 업의 본질을 담은 상징을 활용하라.18 상징은 신화를 내포한다. 상징을 통해 집단의 구성원은 정체성을 갖는다.

 

3. 이 모든 것을 의례 속에서 이뤄지게 하라.

순환적 의례 체계를 구축하라. 입문 의례, 성년식, 창립기념 의례, 신년 의례, 전사들의 제전, 추수감사축제 등의 행사를 진정한의례이게하라. 의례는 집단적 참여이다. 놀이와 예술활동이 그 방법이다.

 

기업문화는 일방적으로 교육한다고 교육되지 않는다는 것이 필자의 믿음이다. 경영학의 주된 교육 방식, 예컨대글로벌 기업의 기업문화 사례가 이렇게 훌륭하고, 이런 성과가 났고, 이런 경영학자의 연구에 의하면 이런 효과가 있으니 당신도 …’와 같은 방식은, 즉 이성적 계산에 호소하는 방식은 적어도 문화의 교육에는 효과가 없다. 오히려 개인을 집단으로부터분리하는 부작용을 가져온다. 조직에서부터멀리 떨어져 바라보기를 강요하는 것이다. 강조했듯이, 문화로의 동화는 이성적 사고가 아니라 비이성적/신화적/감성적 사고에 의해 가능한 영역이다. 그보다는 차라리 사가(社歌)를 함께 부르거나 성공적인 무용담을 들려주는 게, 혹은 들려달라고 하는 게 낫다. 회사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는 것의 효율성과 사례를 설파하는 것보다우리 창업 선배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우리 역시 당신을 책임지겠습니다!”라는 한 문장의 연설이 더 효과가 있다.효율적인 리더들은 기업의 가치를 반영하고 목적을 상기하는 예화를 섞은 이야기를 자주해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한다. 또 효율적인 리더는 여러 의식이나 이벤트를 갖는다는 연구 결과19 가 있다. 의례는 개인을 집단과연결한다. 집단과 연결된다는 것은 engagement, 즉 몰입을 의미한다. 직원들은 회사 전체라는 집단의 문화에 통합돼 있을 때 일에 깊이 몰입할 수 있다.

 

덧붙이며

 

20세기를 강타한 철학자 칼 마르크스는 기업이 인간의 소외를 발생시킨다 했지만 21세기의 현대사회에서는 기업이라는 부족이야말로 인간의 소외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집단이라고 볼 수 있다. 21세기의 인간들은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기업문화의 영역에서 일하며 보낸다. 우리는 기업의 언어를 사용하고 무의식적으로 우리 삶의 스토리와 목적을 기업의 신화와 소명에 비추어 평가한다. 공동의 소명을 갖게 하는 신화, 의미를 담고 있는 상징, 그리고 놀이와 예술이 혼합된 주기적인 축제와 의례가 풍부한 기업은 구성원의 몰입을 이끌어내고, 그 몰입을 동력 삼아 번영할 수 있다. 기업 HRD의 임무에 문화와 의례가 반드시 중요한 요소로 포함돼야 하는 이유다.

 

신상원신과기업(SHIN&company) 대표 컨설턴트 anatta.shin@gmail.com

 

서울대 종교학과를 나왔다. 인류학, 신화학에 기초해 기업문화를 진단, 변환하는 일을 하고 있다. <기업문화 오디세이> 시리즈 3권을 저술했다. 현재 신과기업(SHIN&company)의 대표로 있으며 KT&G와 아이디병원의 기업문화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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