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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상을 통해 본 2인자 경영학

모두 "싸움"외칠 때, 홀로 "화평"주장 재상 최명길, 淸 칼날 세워 국운 지켰다

김준태 | 174호 (2015년 4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인사, 인문학

 

 

청나라와의 화친을 주장하던주화파최명길은 오랜 시간 조선의 선비들로부터매국노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명분보다 실리를 중시하며국가의 안위백성의 안녕을 최우선으로 여겼던 그는 영정조시대에 이르러 재평가를 받게 된다. 오늘날 기업에서도 병자호란과 같은, 혹은 그 전후와 같은 상황은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 이때 최명길처럼 혼자서만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는 건 말처럼 쉽지가 않다. 기업의 오너와 관련된 일이거나 기업의 핵심가치, 주력사업과 관계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비상한 용기가 필요하지만 기업의 미래와 직원들을 생각한다면, 나서야 한다. 2인자의 길은 그런 것이다.

 

편집자주

기업이 거대해지고 복잡해질수록 CEO를 보좌해줄 최고경영진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커집니다. 리더의 올바른 판단과 경영을 도와주고 때로는 직언도 서슴지 않는 2인자의 존재는 기업의 흥망을 좌우하기도 합니다. 조선시대 명재상들 역시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위치에서 군주를 보좌하며 나라를 이끌었습니다. 조선시대 왕과 재상들의 삶과 리더십에 정통한 김준태 작가가조선 명재상을 통해 본 2인자 경영학을 연재합니다.

 

1643년 중국 심양. 조선의 두 재상이 머나 먼 이국땅까지 끌려와 옥에 갇혔다. 평소 상대방을 경멸하던 두 사람은 벽 하나를 두고 나란히 옥사에 앉게 된 그제야 서로에 대한 반감을 푼다. 나라가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고 자신의 명예만 얻으려 한다는 편견은 죽음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절의에 대한 존경으로 바뀌었다. 의리를 저버리고 오랑캐와 한편이 되려 한다는 오해는 나라와 백성을 위한 고심 어린 선택으로 이해됐다. “우정을 찾고 백년의 의심을 풀었소.” 한 재상의 진심 어린 인사에 다른 재상은 조용히 미소를 짓는다.

 

척화파의 거두 김상헌(金尙憲, 1570∼1652)과 주화파를 대표하는 최명길(崔鳴吉, 1586∼1647)은 이렇게 화해했다. 길은 달랐지만 목적지는 같았음을 깨달은 것이다. 물론 방법론상의 차이는 끝내 좁혀지지 않았다. 김상헌이성공과 실패는 천운에 달린 것이니 오로지 의()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이치에 밝은 선비에게 말하노니 급한 때라도 저울질을 삼가라라는 시를 지어 주자 최명길은상황에 따라 다르게 할지언정 속마음이야 어찌 정도와 어긋나겠는가”라고 대답한다.1 지나치게 현실을 신경 쓰다가는 올바름을 잃게 될 수 있으니 원칙대로 지켜야 한다는 김상헌의 당부에 최명길은 자신의 방식에 부끄러움이 없다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 두 사람을 두고 원로재상 이경여(李敬輿)는 김상헌이하늘을 떠받드는 큰 절개(擎天大節)”가 있고, 최명길이시대를 구한 공(濟時功)이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김상헌과는 달리 최명길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인식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청나라와의 화의를 주도해 더 큰 국난으로부터 조선을 구했지만 오랑캐에게 머리를 숙이는 치욕을 가져다준 주범이 돼 버린 것이다. 명나라에 대한 의리와 성리학적 명분론을 목숨처럼 여겼던 선비들에게 최명길은 나라를 망친 수치스러운 존재였다. “대의를 돌아보지 않고 감히 차마 듣지 못할 말로 성상의 귀를 더럽혔으니 방자하고 거리낌 없는 행동이 이미 극에 달했습니다.”2  “참으로 간교하고 참혹합니다. 당당하던 수백 년 종묘사직을 명길의 말 한마디에 망하게 하시겠습니까.”3  “명길에게 나라를 팔아먹은 죄를 물으소서.”4 이외에도 수많은 사례가 있을 정도로 그는 날선 비난을 한 몸에 뒤집어써야 했다. 심지어 같은 서인이 기록한 졸기에서조차청의(淸議)의 버림을 받았다고 돼 있고, 죽은 지 60년이나 지난 숙종 32년에도 영의정이자 그의 손자인 최석정이화의를 주장한 최명길의 손자로 수치를 잊고 나라를 욕되게 한 죄가 있다는 공격을 받아야 했다.5

 

최명길이 사대부들의 공적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위기로부터 국가를 구했음에도 어째서 나라를 망쳤다는 오명을 얻게 된 것이고, 뻔히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서 그는 왜 이런 길을 걸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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