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기업이 지난 20여 년 동안 프로세스 리엔지니어링에 공을 들여왔다. 서로 분리돼 있던 여러 업무와 데이터를 ‘부서간(cross-functional) 비즈니스 프로세스’로 통합해 비용 절감과 사이클 타임 감소, 서비스 개선 등의 효과를 본 업체도 많다. 하지만 리엔지니어링 혁명을 선택한 많은 업체들이 문제에 봉착했다.
다행스럽게도 그 문제를 해결할 만한 방법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업무를 공유하는 새로운 기술 덕에 이제 프로세스 자체가 아니라 제품 가격 책정에서부터 송장 작성, 개별 고객의 위험도 평가, 개발 중인 신제품이 가져야 할 특성의 우선순위 선정에 이르는 활동 등 개별 프로세스를 구성하는 비즈니스 활동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가 됐다.
이제 많은 비즈니스 활동들을 마치 레고와 유사하게 간편하게 붙였다가 다시 떼어낼 수 있는 소프트웨어처럼 설계하는 게 가능해졌다.
비즈니스 활동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를 설계하고 배치하는 새로운 방식인 ‘서비스 중심 아키텍처(SOA, service-oriented architecture)’가 있기에 이런 변화가 가능해진 것이다. SOA가 유용한 까닭은 어디에서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인터넷을 활용해 다양한 비즈니스 활동(또는 비즈니스 활동을 기반으로 한 일련의 프로세스)에 얼마든지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활동을 구성하는 프로세스가 수동이든, 완전 자동이든, 그 중간쯤이든 SOA를 활용하면 해당 비즈니스 활동을 사실상의 웹 서비스로 바꿀 수 있다. 이런 변화 덕분에 △개별 활동 및 전체 프로세스를 내부적으로 쉽게 공유할 수 있게 됐고 △다양한 비즈니스 활동을 외부에서 구매하거나 판매하기가 훨씬 쉬워졌으며 △공급업체나 고객에게 일련의 활동을 위임하기도 편해졌을 뿐 아니라 △IT 시스템을 유지하고 업데이트하기도 쉬워졌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SOA를 사용하는 데 따르는 문제점도 있다. 먼저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표준이 없다. 실제 개별 납품업체 및 각 산업에서는 서로 다른 형태의 SOA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서로 다른 SOA를 활용하더라도 대부분의 비즈니스 활동에 대해 의사소통이 가능한 만큼 표준의 부재는 그리 큰 문제라 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조만간 SOA가 전문가로 구성된 관리 기관에서 감독하는 하나의 표준이 될 것이란 징후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기술 아키텍처 설계를 담당하고 있으며 대형 고객사에 SOA를 퍼뜨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마크 바키악(Mark Baciak)은 “이 세상은 이 방향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나아가고 있다”고 얘기한다.
표준 부재보다 심각한 문제는 그동안 자주 등장한 회사 경영진과 IT 부서 간 ‘생각의 차이’다. 고위 임원들은 SOA가 최고정보책임자(CIO)들이 지지하는 차세대 신기술이라 생각하고 SOA 또한 회사에 엄청난 이익을 안겨주진 못하면서 많은 비용을 잡아먹기만 할 것으로 믿는 경향이 있다. 이런 두려움과 더불어 CIO들이 SOA의 가능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가능성을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해 대부분 최고경영자(CEO)들은 IT 부서에 제한된 범위, 즉 기존 프로세스에 도움이 되는 소프트웨어를 개선하고 유지비용을 절감하는 범위 내에서 SOA 활용을 허락한다. 이 결과 SOA를 도입하는 대부분 기업들은 비즈니스 디자인을 전혀 재고(rethinking)하지 않고 SOA를 적용한다. 비즈니스 디자인을 재고하지 않고 넘어가는 것은 바로 SOA가 갖고 있는 엄청난 가치, 즉 좀 더 집중력 있고 효율적이며 유연한 조직 구조를 만들어 내기 위한 기회를 간과하는 것이다.
그동안 본 연구진이 함께 작업해 온 기업 중 회사의 운영 활동을 다시 설계한 뒤에 SOA를 적용한 기업들은 서로 중복되는 소프트웨어를 제거하고, 수동으로 진행되는 프로세스를 단순화하고 자동화해 많은 비용을 절감하면서 생산성을 크게 높일 수 있었다. 하버드 필그림 헬스케어(Harvard Pilgrim Health Care)라는 보험회사는 약국수혜 관리, 질병 진단 등과 같은 비전략 및 비핵심 활동에 대해 아웃소싱을 단행했다. 모토로라의 휴대전화 사업부는 최근 고객 서비스 콜센터에서 사용하던 독자적인 프로세스를 표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고, 이 덕에 소프트웨어를 공유하여 연간 수백만 달러의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었다. 바키악은 시범 사례를 통해 MS로 하여금 SOA 프로젝트에 125만 달러를 투자하게 했고, 이 결과 한 세트의 IT 시스템을 유지하는데 투입되는 연간 비용을 300만 달러 이상 절약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비용 절감 효과를 경험한 MS는 바키악의 주장에 따라 SOA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런 효과를 얻으려면 운영 방식에 현저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 즉 개선을 위한 기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폐쇄적인 운영방식의 집합체이던 기업이 표준화한 플러그&플레이(연결 즉시 사용 가능한 소프트웨어나 기기) 활동의 집합체로 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