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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에서 배우는 경영

회사가 힘들 때, 노래를 불러라 툰드라 늑대들이 합창하듯이…

서광원 | 166호 (2014년 1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HR, 인문학

툰드라 지역에 사는 늑대는 무리를 짓고 산다. 자신들의 몸집보다 큰 먹잇감을 공격하기 위해서는 공동 작업이 필요하다. 문제는 먹잇감이 적은 겨울이다. 늑대무리에게는 긴장감이 감돈다. 신경도 날카로워져서 쉽게 싸우기 마련이다. 동토에서 분열은 죽음을 의미한다. 노련한 늑대의 보스는 이럴 때 하늘을 향해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먹잇감을 찾았을 때 내는 소리와 비슷한 외침이다. 다른 늑대들도 보스를 따라 소리를 지른다. 늑대들은 합창을 하고 나면 공동체 의식이 높아진다. 몸이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1950년대 남아프리카 벤다족은 식량이 풍부할 때나 각자 욕심을 추구할 가능성이 있을 때 함께 노래하고 춤을 췄다. 분열의 조짐이 보일 때 춤과 노래는 공동체를 더욱 결속시켰다. 

 

회사에 갓 입사한 초보 사원이 최고 인사권자인사장님에게 특별히 각인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일을 탁월하게 잘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야유회라든가 회식 때 사장에게 노래를 시키는 것이다. 물론 가뭄에 콩 나듯이 노래를 잘하는 특별한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순간적인 침묵이 흐른다. 어색한 건 사장님 또한 마찬가지다. 부르자니 그렇고, 안 부르자니 더 이상한, 난감한 상황이 된다. ‘사건 주도자가 머릿속에 각인이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마이크를 잡은 사장님이 멋지게 한 곡 부르는 순간, 분위기는 몇 배로 증폭돼 흥분의 도가니가 된다.

 

이 세상 사장님들은 왜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지 않을까? 왜 대체로 노래를 못 부를까? 일만 해왔기 때문일까? 세상을 잘 살려면 오해는 금물이다. 마이크 잡기를 어려워한다고 음악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하는 것과 음악을 싫어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얘기다. 빵을 싫어하는 것이 먹는 걸 싫어한다는 게 아니다. 그를 싫어하는 것이 모든 이성을 싫어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사장님 중에는 노래 부르는 실력은 바닥이어도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이 꽤 많다. 정말 생각 이상으로 상당히 많다. 심지어 얼굴은 딱 산적 두목이고 하는 행동도 비슷한데 차를 타면 정말 어울리지 않게 클래식으로 차 안을 가득 채우는 이들도 많다. 더러 오디오를 죽자 사자 사고파는 것으로 그레이드를 높여가는 맛에 사는 마니아도 많다. 악기를 배워보겠다고 한번쯤 끙끙거리는 이들까지 치면 한둘이 아니다. 무엇이든 이유가 없는 건 없는 게 세상 이치인데 대체 왜 그럴까? 상사에게 스트레스를 받을 때 노래방에 가서 미친 듯 소리를 지르고 흔들어대면 속이 시원해지는 것처럼 그런 유형의 것인가? 이건 뭔가 부족하다. 진짜 이유는 뭘까? 사실 리더들이 음악을 가까이하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

 

몸도 마음을 움직인다

북극에 가까운 알래스카와 캐나다 북부 지역은 시베리아와 함께 언제나 겨울 같은 곳이다. 마치 바람이 스치는 것 같은 여름이 지나가 버리고 나면 모든 것이 꽁꽁 얼어버리는 동토의 왕국일 뿐인 이 툰드라 지역은 말 그대로 극한지역이다. 생명체가 살기에 적당하지 않다는 뜻이다.

 

살기에 적당하지 않다고 살지 못한다는 건 아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놀라운 생명력을 여기서도 발견할 수 있다. 어디를 둘러봐도 우중충한 하늘에 끝없이 펼쳐진 툰드라 왕국에서는 먹을 것 하나 발견하기 어렵다. 세상은 온통 하얗지만 모든 것은 온통 불확실하다. 그런데 이런 곳에서도 멋지게 살아가는 녀석들이 있다. 늑대들이다.

 

긴긴 겨울이 오기 시작하면 이곳 늑대무리에게는 긴장감이 감돈다. 보통 늑대들은 무리를 짓고 살지만 이런 곳에서는 무리라고 할 수 없는 몇몇 마리들만이 함께 다닌다. 많은 입을 감당할 만한 먹이도 많지 않고 큰 먹잇감도 없는 까닭이다. 황량한 벌판은 말 그대로 황량할 뿐이어서 열심히 돌아다닌다고 살길을 찾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되레 있는 힘만 쓸 뿐이다. 하지만 먹어야 살 수 있는데, 이 황량한 겨울, 늑대들은 어떻게 살길을 찾을까? 

 

 

물꼬를 트는 것은 역시 우두머리다. 늑대 우두머리는 무리들이 동굴 속에서 휴식을 취하는 동안 혼자서 먹이를 찾으러 나선다. 하루가 걸릴 수도 있고 2∼3일씩 걸리기도 하는 어렵고 힘든 여정이다. 가도 가도 하얀 눈밖에 없는 벌판에 뭐가 있겠는가? 다른 늑대에게는 없는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살을 에는 눈보라와 강풍만이 몰아치는 곳을 돌아다니는 건, 더 나아가 먹잇감을 발견하는 건 그야말로 고난의 여정이다. 천신만고 끝에 먹잇감을 발견하면 특유의 길고 긴 울음소리로 동굴에 있는 무리에게 신호를 보낸다. 먹을 걸 발견했으니 얼른 오라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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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광원araseo11@naver.com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필자는 경향신문, 이코노미스트 등에서 경영 전문 기자로 활동했으며 대표 저서로는 대한민국 리더의 고민과 애환을 그려낸 『사장으로 산다는 것』을 비롯해 『사장의 자격』 『시작하라 그들처럼』 『사자도 굶어 죽는다』 『살아 있는 것들은 전략이 있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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