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조직문화 구축 전략

‘최고 직장’ 구글이 부럽다고? CEO의 의사결정이 곧 조직문화다

165호 (2014년 1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HR

 

강한 조직문화 구축을 위한 CEO 실천 전략

1) ‘의미를 부여하라

2) 리더의 스타일이 곧 조직문화다

3) 문화에 맞지 않으면 내보내라

4) ‘스토리텔링으로 소통하라

5) 자기 실속만 차리는 리더는 솎아내라

6) 직원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존중하라

7) 동기부여 시스템을 점검하라

8) 문화가 스며드는 환경을 만들어라

 

 

한국에서 수년간 직장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호주 출신 블로거 마이클 코켄(Michael Kocken)이 지난 2왜 한국은 OECD에서 생산성이 꼴찌인가라는1 제목으로 올린 포스트가 소셜미디어와 언론으로 퍼지며 이슈가 됐다. 주된 내용은 엄격한 계층 구조, 비효율적인 소통, 업무시간 낭비, 직장 내 음주·흡연 문화, 보여주기식 업무 추진, 불필요한 야근 등에 대한 본인의 경험담이다. 글의 제목에는 생산성이란 표현을 썼지만 초점은 한국의 조직문화, 즉 일하는 방식과 관행을 꼬집고 있었다. 심도 있는 연구나 분석에 기반해 쓴 글은 아니기에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려우나 내용을 읽어보면 상당히 예리한 시각으로 우리 문화의 문제점들을 질타하고 있다. 이 글은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페이스북 등을 통해 전파, 확산되고 있다. 이 글을 접하면서 한편으로는 흥미롭게 느끼면서도 한국의 조직문화에 대해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평가에 대한 객관적 근거도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지난 5월 발표한국가경쟁력평가보고서에서 한국은 전년 대비 네 단계 하락한 26위를 차지했다. 전체 순위 하락 자체도 실망스럽지만 더 중요한 것은 세부 내용이다. 20가지 경쟁력 항목별 순위 중 한국이 상대적으로 앞서 있는 것은 과학 인프라(6), 기술 인프라(8) 등이고 경영관행(management practices) 분야는 60개 나라 중 56위로 바닥권이었다. 한국 기업들이 1990년대 중·후반 이후 글로벌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이미 세계적 수준에 다른 기업도 상당히 많이 있지만 조직문화만은 아직도 과거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외에 경제, 노동, 안전, 몰입 등 조직문화와 관련이 높은 주요 지표별로 한국의 현 수준을 간단히 살펴보더라도 결과는 다르지 않다. ( 1)

 

 

 

조직문화, 왜 중요한가?

한때 심각한 자만심과 관료주의로 사망 직전의 공룡이 된 IBM을 고객과 서비스 중심의 새로운 문화로 탈바꿈시킨 루 거스너(Lou Gerstner) 전 회장은조직문화는 경영의 승부처 중의 하나가 아니다. 승부 그 자체다라고 했다.2 국경을 초월한 비즈니스 경쟁과 경영이 이뤄지는 오늘날 문화는 조직이라고 하는 거대한 구조물이 쓰러지지 않도록 해주는 버팀목과 같다. 조직문화는 구성원들이 충성심을 갖게 하고 자발적으로 조직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도록 할 뿐만 아니라 쉬운 길보다는 조직을 위해 장기적으로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도와준다. 또 강한 조직문화를 가진 기업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일치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 조직문화의 중요성은 다음과 같이 성과, 인재 확보, 경쟁력 강화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1. 조직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조직문화라고 하면 흔히잘되면 좋고 안 되도 할 수 없는소프트한 이슈로 치부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실제 조직문화가 조직의 효과성과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들은 상당히 많다. 글로벌 인사조직 컨설팅 기업 헤이그룹(HayGroup)이 고객 기업에 대해 40년간 축적한 조직문화 및 경영실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조직 간 성과 차이의 약 30%는 조직의 분위기(climate)에 기인한다.3 글로벌 전략 컨설팅 기업 베인앤컴퍼니가 북미, 유럽, 아시아에서 365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리더들의 68%조직문화는 경쟁우위의 원천이라고 답변했고 81%고성과 조직문화를 갖추지 못하면 좋은 실적을 내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지만 10% 이하의 응답자만이 그런 조직문화 조성에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했다.4

 

2.인재전쟁(War for Talent)에서 이기기 위한 무기다.

최근 추이를 보면 인재전쟁에서 지는 기업은 사업에서도 실패한다는 것이 상식이 됐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선도기업이던 회사가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예도 비일비재하다. 기업들은 우수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걸지만 인재들은 아무 회사나 가지 않고 가더라도 오래 머물지 않는다. 보상과 경력은 기본이고 자신이 긍정적으로 느끼는 조직문화를 가진 기업에서 성장하고 싶어 한다. 글로벌 인사조직 컨설팅 기업 타워스왓슨(Towers Watson)이 실시한 ‘2012년 글로벌 인적자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핵심인재들은 미션, 비전, 조직가치, 직무자율성이 보장되는 조직문화를 가진 기업을 선호한다. (그림 1)

 

IT의 발전은 역량과 경험을 갖춘 인재들이 직장을 옮기기 쉽도록 만들어 줬다. 전문직 구직자들이 많이 찾는 링크트인 가입자는 지난 6월 말 기준 31300만 명에 달한다. 전 세계의 전문 인력 시장이 하나로 통합되면서 사람들을 찾는 것도, 빼앗기는 것도 쉬워졌다. 올해 8월을 기준으로 IBM 직원의 92%, HP 직원의 83%, 엑센츄어 직원의 82%, GE 직원의 55%가 링크트인에 프로필을 등록한 상태다. 미국의 취업정보 사이트글라스도어(glassdoor.com)’에서는 회사의 연봉, 성장 기회, 조직문화 등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된다. 한국에서도 동일한 서비스를 하는잡플래닛(jobplanet.co.kr)’이 올 4월 오픈 한 달 만에 누적 페이지뷰 약 700만 건을 달성했으며 현재는 월 1200만 건이 넘는다. 이제는 눈 감으면 코 베어 가는 세상이 아니라 눈 감으면 인재 빼앗기는 세상이다.

 

 

3.경쟁사가 모방하기 어려운 경쟁우위의 원천이다.

1990년대 들어 경영전략 연구의 주류 중 하나로 떠오른 것이 자원기반관점(resource-based view)이다. 이전까지 경영전략의 최대 관심사는어떤 산업, 사업에 진출해야 전략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가였고, 분석 도구로서는 하버드대 마이클 포터 교수의다섯 가지 동인 모형(Five Forces Model)’이 금과옥조로 여겨졌다. 그런데 제이 바니(Jay Barney) 같은 학자들은 같은 산업 안에도 선도기업과 뒤처지는 기업이 존재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리고 우열이 발생하는 이유는 기업 간의 조직역량 차이 때문이라고 보았고, 그런 차이를 가져오는 것들을 통칭해자원(resource)’이라 불렀다. 이 중 특히 중요한 것이 조직문화다. 조직문화는 기술, 제품, 프로세스 등과 같은 경영 요소와 달리 경쟁사들이 모방 또는 대체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조직문화는 경쟁우위를 가져다주고 경쟁사가 모방하기 어려우며 성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미 오래 전 코닝(Corning) CEO 제임스 호턴(James R. Houghton)5  “문화를 관리하지 못하면 장기적이며 탁월한 성과를 얻을 수 없다. 성과는 문화의 결과물일 뿐이지 문화에 우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21세기 들어서 세계적인 주목을 끌면서 놀라운 성과를 내는 기업들을 살펴보면 거의 예외 없이 독특하고 탁월한 조직문화를 보여준다.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자포스(Zappos), 아마존, 제트블루(Jet Blue) 등이 바로 그런 사례다.

 

일하는 방식의 근본을 바꿔라

마크 엡스타인(Marc Epstein) 미국 라이스대 경영대학원 교수와 토니 다빌라(Tony Davila) 스페인 IESE 경영대학원 교수는 최근 <혁신 패러독스(The Innovation Paradox)>라는 책을 통해 노키아, 블랙베리 등 기업의 몰락 원인을점진적 혁신에서 찾았다. 흥미로운 것은 노키아가 애플보다 훨씬 많은 돈을 연구개발에 투자를 하고도 실패했다는 점이다.6  2010년 애플은 아이패드를 출시, 불과 80일 만에 300만 대를 팔았다. 또 아이폰 4, 아이팟 터치 4G, 맥북에어 등의 신제품들까지 가세해서 4분기에 매출 200억 달러, 순익 43억 달러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한다. 반면 노키아의 제품들은 실망스러운 결과를 낳았다. 핀란드 대표 국민기업이자 성공 기업의 사례로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노키아는 삼성 갤럭시S에도 밀려서 결국 2013년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됐다.7

 

노키아와 애플의 성과에 그렇게 큰 차이를 가져온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혁신 패러독스>의 저자들은 원인을 혁신에 대한 접근방법(점진적 vs. 파괴적)에서 찾고 있다. 점진적 혁신은 기존 기술과 제품을 꾸준하게 개선하는 데 집중하지만 파괴적 혁신은 시장 자체를 바꾸는 획기적인 돌파구(breakthrough)를 만들기 위해 실천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식의 혁신을 추구해 성공한 기업 또는 비즈니스로 애플 외에 페이스북, 아마존, 네스프레소, 알리바바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이런 혁신적인 결과는 조직문화의 혁신 없이 불가능하고 좀처럼 달성하기 어렵다. 구성원들의 생각과 행동은 쉽사리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비용은 오히려 상대적으로 작은 문제다. 노키아는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까지 글로벌 휴대폰 시장의 독보적인 1위 지위를 유지하던 업체고 엄청난 돈을 연구개발에 쏟아부었지만 애플과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한번에 무너졌다. 결국 혁신이 성공하느냐의 여부는 방법이고 문화다. 이런 혁신의 문제는 IT 업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혼이 있는 100억 달러 기업

죽은 지 삼 년이 되는 스티브 잡스는 아직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는 살아 생전 무려 일곱 가지 업종에서 근본적인 혁신을 이뤄냈다.8 그런데당신이 지금까지 이뤄낸 것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이팟이나 매킨토시가 아니라애플이라는 기업이라고 답했다. 혁신의 아이콘인 잡스였지만 그가 이뤄낸 모든 혁신의 성과는 결국 자신의 혁신 DNA를 공유한 조직문화라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잡스의 이런 생각은 단지 죽음을 앞둔 시점에서 회고적으로 나온 것이 아니다. 이미 1984년의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의 목표는혼이 있는 100억 달러 기업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잡스는 회사가 성장하면서 관료주의적 문화가 형성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소규모의 창의적인 팀을 유지하고 많은 수의 평범한 엔지니어보다는 가장 창의적인 소수의 사람들과 일하려고 했다.

 

탁월한 성과 창출 기업사례에서 빠지지 않는 사우스웨스트항공의 허브 켈러허(Herb Kelleher) 전 회장도 조직문화의 중요성을 시간 날 때마다 강조했다.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경쟁자들이 보이는 자산을 살 수는 있지만 보이지 않는 정신, 문화는 결코 살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게 가장 강력한 것이라고 했다. 특히 사우스웨스트항공은 맹목적인 고객 서비스보다는 직원들을 보호하는 것에 대해 확실한 철학이 있었다. 한 외부 컨설턴트가 켈러허 회장에게고객은 늘 옳은 것이 아닌가요라고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늘 옳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직원들을 크게 배신하는 게 됩니다. 고객은 때때로 잘못된 일을 합니다. 우리는 그런 고객을 실어 나르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에게 이런 편지를 보냅니다. ‘다른 항공편을 이용하십시오. 우리 직원들을 괴롭히지 마세요!’” 강한 응집력과 독특한 문화가 전략의 한 부분을 이루는 이 항공사가 국제선 시장으로 확장하지 않는 데에는 그런 강한 문화를 유지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조직문화의 현실

그렇다면 한국 기업의 조직문화 현실은 어떨까? 우선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발표한창조경제 시대 기업문화 실태와 개선과제 조사결과가 흥미롭다. ‘구글, 페이스북같이 기업문화가 창의적인 글로벌 기업을 100점이라고 할 때 귀사의 점수는 얼마 정도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500명의 직장인들이 평균 59.2점이라고 응답했다.9 이렇게 낮게 평가하는 주요 원인으로는상명하복의 경직된 의사소통’(62%), ‘개인보다 조직을 강조하는 분위기’(46%), ‘부서 이기주의’(37%), ‘지나친 단기 성과주의’(31%) 등을 꼽았다.

 

한편 경쟁가치 모형(competing values model)을 적용해 한국 조직문화를 실증적으로 연구한 대표적인 논문에 따르면 연구대상 기업들에서 유의미하게 도출된 조직문화 유형은내부지향 문화위계 중심의 약한 문화강한 균형문화 등으로 나눠볼 수 있다. 이 중 직무만족, 충성도 등 결과지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문화유형은강한 균형 문화이지만 실제 대부분 기업들은위계 중심의 약한 문화를 보였다.10 이 유형은 인간관계, 권위주의와 같이 높은 내부지향성을 띤다. 문제는 조직 만족 및 몰입도 측면에서 가장 효과성이 떨어지는 문화가 이 유형이라는 점이다.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이 본격화하면서 외국인들도 한국 조직문화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 취업정보 사이트글라스도어(glassdoor.com)’를 통해 본 한국 조직문화 점수는 낙제점에 가깝다. 한국 30대 기업에서 근무해본 경험이 있는 외국인들이관리자에 대해 준 점수는 5점 만점에 2.7점에 불과하다. 한국 기업은 오래 다니기 어렵고 잠깐 거쳐가며 경력을 쌓는 직장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국내 유수 대기업들이 전략적으로 영입했던 외국인 임원들이 다수 떠났다는 소식을 언론을 통해 접하면서 글로벌 우수 인력을 유지(retention)하고 동기부여하는 조직문화적 여건이 미비함을 실감한다. 한 국내 주요 그룹사가 몇 년 전 여러 계열사에서 근무하는 수십 명의 외국인 인재들을 대상으로 한국 기업에 근무하며 느낀 주된 애로점을 조사한 내용을 봐도 대부분이 조직문화와 관련된 것임을 알 수 있다. ( 2)

 

 

 

 

성공기업 조직문화에 대한 흔한 오해

한국 기업들이 조직문화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고 있다고 해서 이에 대한 관심이 낮은 것은 아니다. 많은 기업들이 GWP(Great Workplace) 또는 최고의 직장(Best Employer)이 되기 위해 노력 중이고 웬만한 대기업에는 조직문화팀이 있다. 주요 그룹사 치고 핵심가치나 비전·미션 체계가 없는 회사도 드물다. 2010년 이후에는 정부 주도하에 스마트워크 바람이 한국을 휩쓸기도 했다. 또 개별 기업 차원에서 조직문화 혁신을 위해 놀라운 시도를 하는 곳들도 많다. 네이버에서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고취하기 위해 지난 4월 기존의 팀제를 폐지했을 뿐 아니라 8월에는 인사제도의 기반이라고 하는 직급체계를 아예 없앴다(서비스·기획 직군에 한정). 롯데홈쇼핑은 조직 안에 뿌리 깊게 자리잡은갑을문화를 일소하기 위해 650명 전 직원이 일산 킨텍스에 모여 6시간 동안 참회 이벤트(‘리스타트 2014’)를 벌이고 조직문화 개선 담당 임원조직(‘팀 레드’)을 만들었다. 현대카드는 2012현대카드가 일하는 방식 50”이라는 부제의 조직문화 가이드북(제목: ‘PRIDE’)을 만들어 일반인도 접할 수 있도록 출간했다.

 

하지만 조직문화는 해당 회사 고유의 맥락, 리더들의 성향, 사업전략의 특성 등에 잘 맞아야 한다. 외부 성공 사례를 무비판적으로 접목하는 것은 위험하다. 아무리 비싸고 좋은 옷이라도 몸에 맞지 않으면 스타일을 구기는 법이다. 한국 기업들이 외부, 특히 해외 사례를 참고할 때 종종 오해하는 점들을 간단히 살펴보자.

 

1. 직원복지가 조직문화다.

기업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다양한 직원 복지를 제공한다. 직장인들이 모이면 흔히 서로 비교하는 것도 복리후생이다. 복지 향상은 노조 존립의 중요 근거인 경우도 많다. 경영자들은 회사 만족도가 떨어지면 혹시 복지가 부족해서 그런 것은 아닌가 은근히 걱정을 하기도 한다. <포천> 선정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명단이 발표되면 의례 이런 기업들이 얼마나핫 한복리후생을 제공하는지가 화제가 된다. 대표 기업은 단연 구글이다. 최첨단 사옥, 사내 스포츠 시설과 탁아소, 무료 간식 및 식사, 탄력 근무제 등 끝이 없다. 자포스(Zappos)는 몇 년 전 본사를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로 옮기면서 약 35000만 달러를 투자해 직원들이 거주할 수 있는 마을 하나를 조성했다. 과거 구글이 복리후생 제도를 처음 벤치마크했던 SAS사의 경우는 직원들이 근무 중에 배가 고프지 않도록 항상 눈에 띄는 곳에 초콜릿을 담은 그릇을 비치해 뒀다.

 

하지만 돈으로 직원들의 마음을 사겠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복지는 위생요인(hygiene factor)이지 동기요인(motivation factor)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복지는 만들기는 쉬워도 없애기가 어렵다. 무료로 제공하던 음료수를 없앤 회사에서 직원들이 몇 달 동안 불평하는 것을 봤다. 여유 있을 때 늘린 복리후생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시기에는 걸림돌로 돌아온다. 심지어 구글의 인사담당 부사장 셰넌 디건(Shannon Deegan)조차 한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복리후생이) 구글 문화는 아닙니다. 우리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비용이죠.” 따라서 조직문화와 복지는 명확하게 구분해서 생각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복지를 무조건 적게 제공하는 것이 능사라는 것은 아니다. 직원들의 필요를 잘 헤아려 최적의 비용으로 스마트하게 복리후생을 제공하는 것은 항상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가장 흔한 방식은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할인을 제공하는 것이다. 돈보다는경험에 대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일례로 실제 2013년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 11위에 선정된 퀄컴은 본사가 소재한 샌디에이고 인근 농부들을 초청, 직원 대상 파머스마켓을 개최한다. 직원들은 이곳에서 잼이나 유기농 야채 등을 상자 가득 무료로 담아갈 수 있다.

 

조직문화는 해당 회사 고유의 맥락, 리더들의 성향,

사업전략의 특성 등에 잘 맞아야 한다.

외부 성공 사례를 무비판적으로 접목하는 것은

위험하다. 아무리 비싸고 좋은 옷이라도

몸에 맞지 않으면 스타일을 구기는 법이다.

 

2. 진단해서 평가하면 좋아질 것이다.

조직문화 관련 활동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진단이다. 조직몰입도, 조직문화 유형, 핵심가치 수용도, 미션 내재화, 리더십 360도 평가, 팀 효과성 등등 진단의 종류도 정말 다양하다. 웬만한 대기업 계열사 직원들은 진단 시즌인 연말이 되면 최소 2∼3, 많으면 4∼5개의 설문을 하느라 진땀을 빼는 풍경이 흔히 펼쳐진다. 잘 설계된 진단은 조직 이슈에 대한 구성원들의 생각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좋은 기회다. 강한 조직문화를 이루기 위해서 진단은 꼭 필요하다. 하지만 병을 진단하는 의사가 꼭 치료도 잘하는 의사가 아닌 것처럼 진단만 한다고 조직문화가 저절로 좋아지지는 않는다. 진단을 활용함에 있어서 몇 가지 유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첫째, 바뀌는 것도 없이 진단만 자꾸 하면 구성원은 실망한다. 진단은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필요한 부분은 바꾸겠다는 전제하에 이뤄지는 것이라야 한다. 다시 말해 조직문화에 대한 진단과 개선 노력의 균형이 필요하다.

 

둘째, 진단을 너무 자주하면 설문피로(survey fatigue)’가 생긴다. 설문피로의 가장 일반적인 문제는 결과의 왜곡이다. 직원들이 문항을 읽지 않고 기계적으로 답변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일부 경영자들은 조직문화 변화 현황을 수시로 파악하기 위해 분기별 진단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좋은 결과를 얻기가 어렵다.

 

셋째, 진단 결과를 평가에 무리하게 반영하는 것이다. 평가에 반영하면 누구나 신경을 더 쓰게 된다. 문제는 결과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에게 진단 결과를 평가에 반영하면 진단마저 왜곡되기 쉽다는 것이다. 따라서 평가를 반영하더라도 최소한 1∼2년 정도 진단에 익숙해진 후에 최고위층 임원의 평가에 반영하는 것이 적절하다.

 

3. 무조건 교육을 많이 해야 한다.

조직문화를 보려면 현장에 가야 한다. 사람들이 일하는 곳에 조직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부 경영자 가운데 조직문화는 교육을 많이 하면 좋아진다는 확신을 가진 경우가 있다. 문화는 행동이기 때문에 반복적인 교육을 통해 세뇌를 하면 달라진다고 믿는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교육이 사람의 생각을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다. 특히 일방적인 강의 중심의 교육은 더더욱 그러하다. 이는 성인교육 전문가들이 모두 동의하는 부분이다. 조직문화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조직문화 교육이라는 것이 어떤 실용적이고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스킬보다는 다소 추상적이고 뜬구름 잡는 내용으로 여겨지기 쉽기 때문이다.

 

교육장에서 아무리 세뇌를 해도 교육장을 나서는 순간 다시 평소의 습관과 관습으로 돌아오는 것이 무서운 관성이다. 도덕 시간에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면 안 된다고 더 많이 교육한다 해서 길거리의 쓰레기가 줄어드는 것은 아닌 것과 같은 이치다. ‘문화와 관련된 교육은 특성상정신교육으로 흐르기 쉽다. 군대에서정신교육을 받아본 사람들은 이런 교육이 얼마나 현실과 무관한지 알 것이다. 조직문화 강화에 유용한 교육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단순한 강의와 설명 방식보다는 체험과 문제해결 중심의 방식을 적용하거나 외부 강사를 이용하기보다는 조직 내 존경받는 리더들이 직접 강의를 하도록 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4. PMI를 잘하면 조직문화가 개선된다.

인수합병은 기업규모를 빠르게 키우고 사업영역이나 글로벌 확장을 위한 중요한 전략이다. 하지만 인수합병은 성공보다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연구가 많다. A.T.커니가 115건의 사례에 대해 연구한 결과 인수합병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다름 아닌 PMI(Post Merger Integration, 인수 후 통합) 때문이었다.

<이코노미스트>지의 계열사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이 2006년 작성한 백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기업의 67%가 인수합병에서 가장 중요한 성공요인으로 조직문화의 통합을 들었다. 그만큼 조직문화의 통합이 어렵다는 것이다.

 

조직문화가 통합됐다는 것이 반드시 개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필자가 아는 한 인수합병을 통해 조직문화가 개선된 사례는 없다. 반대로 안 좋아지는 사례는 많이 들어봤다. 최소한 통합으로 인해 없던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려면 기본적인 것들을 잘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새로운 조직의 주요 보직에 대한 인선이 통합 전에 마무리돼야 한다. 그리고는 제품, 서비스, 운영방식 등 중요한 지표별로 로드맵이 제시돼야 한다. 회사의 거버넌스 및 커뮤니케이션 통로도 중요하다. 이런 모든 과정에서 고객에 대한 명확한 포커스가 유지되도록 하는 것도 조직 동요를 막고 변화에 대한 대의명분을 제공해 주는 데 도움이 된다. 인수합병은 조직이 새로 태어나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문화보다는 기본적인 운영체계가 6개월에서 1년 안에 자리잡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것은 일단 생존이 확보된 다음에 시기를 놓치지 않고 실행하면 된다.

 

5. 전담조직이 제일 중요하다.

조직문화를 중시하고 충분한 투자를 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너무 전담조직 위주로 조직문화 변화를 추진하는 것은 실패하기 쉽다. 조직문화 변화는 리더가 직접 나서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전담조직이 너무 나서면 조직문화에 대한 책임이 마치 인사담당 임원에게 있는 것처럼 오해될 소지도 있다. 실제 고객 기업들을 만나다 보면 조직문화와 관련한 고민 중 하나가어떻게 현업의 리더들로 하여금 책임감을 갖게 할 것인가이다. 사업담당 임원들은 사업 목표만 달성하면 다른 것들은 지원조직에서 해주면 되지 않느냐는 생각을 가진 경우가 많다. 심한 경우는 조직 전체의 몰입도 결과가 인사담당 임원만의 성과지표(KPI)일 때도 봤다. 이런 경우라면 현업 임원은 자기 조직의 몰입도 결과가 낮게 나와도 아무런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것이고, 인사나 조직문화 담당조직에서는 자신들이 나름대로 노력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조직문화의 본질과는 별 관계가 없는 이벤트 위주로 업무를 추진할 수밖에 없다.

 

 

진짜로 강한 조직문화를 가진 기업들은 창업자나 CEO가 직접 조직문화를 챙긴다. 그리고 조직문화라고 일을 따로 만들기보다는 이미 하고 있는 일 속에 조직문화가 스며들도록 한다. 전담조직은 중요하다. 하지만 전담조직에 힘을 실어주는 것과 전담조직에 일임하는 것은 다르다. 200년 이상의 역사 속에안전이 문화로 자리잡은 듀폰의 경우 안전조직은 라인 매니저들이 스스로 안전을 관리할 수 있도록 내부 컨설턴트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준다.

 

6. 문화를 바꾸는 것은 전광석화처럼.

조직문화에서 항상 빠지지 않는 것이 변화관리다. 그런데 IT 시스템을 바꾸는 변화관리와 조직문화를 바꾸는 변화관리는 같지 않다. 사실 모든 변화는 문화의 변화까지 이뤄졌을 때 완성된다. , 문화는 모든 변화의 토양과도 같은 것이고, 가장 나중에 바뀌는 것이다. 따라서 스피드보다는 꾸준함과 철저함이 요구된다. 그런데 종종올해 못 바꾸면 영원히 못 바꾼다면서 조직문화 혁신을 한번에완성하려고 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조직문화를 단순한 변화관리 차원에서 접근하는 오류라고 할 수 있겠다. 조직문화가 바뀐다는 것은 사람들이 지금까지 믿어왔던 것들, 조직의 존재 이유에 대한 생각, 일상적으로 일 처리 하는 방식과 습관 등을 모두 바꾼다는 의미다. 어떻게 보면 조직이 다시 태어나는 것과도 같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미 스탠퍼드대 로버트 서튼(Robert Sutton) 교수는 강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은 공중전처럼 한두 차례 폭격이 아니라 지속적인 진지전처럼 수행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수많은 기업을 사고 팔았던 잭 웰치 GE회장도 조직 구조조정의 세 측면(자산과 포트폴리오, 부채와 자본, 조직과 문화) 중 조직문화에 대해서는 방향은 빨리 제시하되 실행은 장기적 관점에서 꾸준한 사후관리(follow-up)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조직문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지가 올 상반기 최고의 경영서적으로 꼽은 <레버리지: CEO를 위한 기업문화 구축 가이드북>을 펴낸 조직문화 전문가 존 칠드러스(John Childress)조직문화는 경영자의 그림자와 같다(shadow of the leader)’고 주장해 많은 공감을 얻었다. 또한 앞에서 언급한 베인앤컴퍼니 연구에서도이기는 문화(winning culture)’를 가진 기업들은고성과를 위한 가치와 행동(high-performance values and behaviors)’ 외에그 기업만의 혼과 독특한 개성(unique personality and soul)’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 조직문화를 만드는 주체가 경영자 자신이라는 얘기다. 또 칠드러스는전략의 70%는 실패하는데, 그 이유는 대개 실행력의 문제이며, 실행력 저해 요인 중 많은 것들이 조직문화와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경영자가 단순히 조직문화에 관심이 많은 정도로는 안 된다. 경영자의 모든 활동은 조직문화에 영향을 주고 또 조직문화에 의해 제약을 받는다.

 

전 세계적으로 조직문화와 관련해 최근 수년간 가장 화제가 된 기업을 든다면 2009년 아마존에 12억 달러에 매각된 자포스(zappos.com)일 것이다. 아마존이 이 기업을 인수한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조직문화다. 또 인수 이후에도 경영에 일절 개입을 하지 않는 것도 고유의 문화가 훼손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알려졌다. CEO 토니 셰이(Tony Hsieh)가 쓴 <딜리버링 해피니스(Delivering Happiness)>에서는 조직문화가 형성되는 시점이 창업 후 여러 가지 역경을 겪고 안정된 성장 궤도에 진입하기 전이라고 말한다. 창업을 하는 단계에서는 아무래도 문화보다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살아남는 것 자체가 당면 과제다. 또한 창업 직후 작은 조직규모는 굳이 시스템이나 문화에 의지하지 않고사람에 의한 경영만으로도 충분하다. 창업 과정에서 겪은 고난과 역경의 사례는신화가 돼 이후 조직문화를 형성하는 데 풍부한 자양분을 제공한다.

 

사실 이런 특성은 강한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업계의 질서를 재편한 다른 많은 기업들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사우스웨스트항공, 버진그룹, 애플, 아마존, 파타고니아, 넷플릭스 등 사례는 많다. 10년간의 전문 경영인 체제를 거친 후 2011년 다시 창업주가 경영 일선에 복귀한 구글의 역사 또한 이런 특성을 잘 나타낸다. (그림 2) 즉 창업 초반에는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라는 탁월한 경영자들의 개인적 능력과 카리스마로 경영이 가능했지만 직원 수가 1만 명을 넘어가면서부터는 전문 경영인의 도움을 필요로 했다. 그리고 2만 명을 넘어가는 시점에서는 창업자가 다시 경영 전면으로 나서 구글만의 조직문화를 굳건히 했다.

 

 

장애요인으로서의 조직문화

조직문화에 대한 연구는 긍정적인 측면을 위주로 접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구성원 직무만족도, 몰입, 재무성과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조직문화를 어떻게 만들지 고민하는 것이다. 하지만 조직문화엔 부정적 측면도 있다. 자산이라기보다는 극복해야 할 장애요인인 경우다. 비교적 최근의 소니 사례를 들어보자. 애플이 아이팟으로 시장에 혁명을 일으키기 시작할 즈음인 2003년 소니도 이에 대한 반격을 준비했다. 디자인과 설계 역량을 외부에 많이 의존했던 애플과는 달리 소니는 사내에 이미 개인용 컴퓨터, 오디오, 플래시메모리, 배터리 등 분야에서 세계적 기술력뿐 아니라 소니뮤직을 통해 막강한 콘텐츠 공급력까지 갖춘 상태였다. 하지만 내부 경쟁으로 다져진 조직문화는 부문 간 소통과 협력을 가로막았고 결국 출시한 제품은 참패하고 만다.11  2012년 사퇴한 스트링거 당시 회장도조직 간 장벽(silo)이 너무 많아 소통이 불가능했다고 회고했다.12

 

 

강한 조직문화 구축을 위한 CEO 실천전략

1.‘의미를 부여하라

전설적인 HP사의 창업자 데이브 팩커드(Dave Packard)기업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존재한다고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금전적 성과는 기업 존재의 결과이지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2003년 출간된 세계적 베스트셀러 <위대한 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으로>에서는13 조직 문화의 3 요소로조직 비전(존재 이유, 미래상, 도 달경로) ② 조직 가치(행동 규범, 기준, 판단 근거) ③ 조직 에너지(열정, 동기, 역량 등)를 들고 있다. 이 구분에서 볼 때 조직문화에서 비전·미션·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은데 그것은 조직문화의 역할 중 하나가경계를 정하고, 행동의 기준 및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해야 하는 일, 하면 안 되는 일, 우리 회사답지 못한 일 등을 구분하는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조직 정체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강한 조직문화 구축을 위해 CEO들이 하는 일 중 가장 중요한 것은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본의 유통회사 다이소는 저렴한 생필품을 전문적으로 유통하는 회사다. 하지만 회사의 미션은소비자물가지수를 1% 낮추는 기업이 되는 것이다. 많은 직원들이 공감하는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은 쉽지 않다. 누구에게 대신 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창업자나 CEO가 직접 해야 하는 일이다. 가급적 구성원들의 참여 속에 만들어내면 더욱 좋다. 자포스의 토니 셰이는 CEO가 된 후 무려 1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직원들과 직접 소통하며 핵심가치를 정의했다. 모든 직원들이 회사의 문화와 가치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을 그때그때 공유하도록 하고, 토론과 정리를 거쳐 10개로 축약했다. 이후에도 자포스는 문화와 가치에 대한 직원들의 목소리를 담은 컬처북(Culture Book)을 매년 발간하고 일반인도 누구나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공개하고 있다.

 

 

많은 회사의 비전이나 미션을 보면 상당한 노력 끝에 만들었음에도 구성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구체성과 진정성이 부족해서인 경우가 많다. ‘인류 사회에 이바지한다와 같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어떤 회사의 미션이라고 해도 될 법한 특색 없는 미션이 그 예다. 반면, 강한 조직문화를 가진 성공한 기업들의 비전은 독특한 경영철학, 진정성, 기존 질서를 깨뜨리는 용기가 담겨 있어서 한번 들어도 잊혀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구글은전 세계의 정보를 조직화해 누구나 접근, 활용할 수 있도록(organize the world's information and make it universally accessible and useful)’ 하는 미션을 가지고 있다. 인류 문명의 수준 자체를 바꾸겠다는 얘기다. 버진항공의 미션은인류의 정신을 감싸 안아서 비상할 수 있도록(embrace the human spirit and let it fly)’ 하는 것이다. 항공서비스업의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고객 경험의 차원을 몇 단계 높이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2. 리더의 스타일이 곧 조직문화다

근사한 비전도 만들고 핵심가치도 정의했으니 직원들이 잘 따라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자포스 CEO 토니 셰이는 최근에 기고한 글에서핵심가치 내용 자체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증명됐다. 중요한 것은 그 가치들이 전체 조직에서 살아 숨쉬도록 하는 것이다. 실행력은 가치 그 자체보다는 얼마나 조직에 잘 스며들게 하느냐에 달렸다고 썼다.14 사실 자포스의 미션(‘최상의 고객서비스를 제공한다’)은 그리 특별해 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해 자포스가 하는 실천들은 상상을 초월한다.15

 

CEO의 솔선수범 의지는 확실하지만 방법이 묘연한 경우가 많다. 물론 CEO의 모든 행동이 솔선수범의 영역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직원들에게 특히 큰 인상을 남기기 위해서는 상징적인 행동의 중요성을 간과하면 안 된다. 예를 들어, 고객 중심의 문화를 위해 심혈을 기울인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Jeff Bezos)는 자신이 주재하는 회의에 항상 빈 의자를 하나 더 두도록 했다고 한다. 회의에 출석하지는 않았지만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 고객의 자리를 항상 생각하라는 무언의 압력이었다. 1984년 중국 칭다오시의 냉장고 공장으로 출발해 현재 세계적인 가전제품 제조기업으로 발돋움한 하이얼(Haier)16 CEO 장루이민(張瑞敏) 회장은 평소 완벽한 품질의 제품을 생산할 것을 강조했으나 개선이 이뤄지지 않자 충분히 판매 가능한 냉장고 78대를 손수 망치로 때려 부숨으로써 조직문화를 일신하고 소비자 불신을 해소하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17

 

지난 10여 년간 인사관리 분야에서 큰 화두가 된 개념 중에고용 브랜드(employment brand)’가 있다. 이는고용관계를 통해 기업이 (잠재) 구성원들에게 제공하는 다양한 가치의 총체적 이미지, 금전적 측면 외에도 경력개발, 조직문화, 리더십 등까지 포함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회사가 고객에게 표방하는 가치와 직원에게 표방하는 가치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것을 잘하는 회사가 버진그룹(Virgin Group)인데 그 중심에 CEO인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 회장의 솔선수범이 있다. 고객들에게 쿨(cool) 한 서비스와 최고의 품질을 혁신적인 방법으로 제공하는 기업으로 각인돼 있는 이 회사는 직원들에게는 재미(fun)있고 도전적인 업무 경험, 남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기발한 일들을 해볼 수 있는 곳으로 여겨진다. 그렇기에 다소 낮은 보상에도 불구하고 우수 인재들이 몰리고, 만족도가 높으며, 이직률은 아주 낮다. 할리우드 스타 수준의 대중적 인기를 누리는 브랜슨 회장은 격식을 싫어하고, 파격적이고, 직원들을 사랑하며, 언론에서도 항상 회사에 대한 홍보를 하는 걸어 다니는 버진 로고와 같은 존재다.

 

경영진의 솔선수범 중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의사결정이다. 경영자의 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바쁜 경영진을 일반 직원들이 직접 접하고 대화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리더의 결정은 말단 직원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리더의 생각을 판단하게 한다. 리더십 분야의 대가인 노엘 티시(Noel Tichy)와 워렌 베니스(Warren Bennis)의사결정이 잘되면 그 외의 것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little else matters). 의사결정이 잘못되면 다른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nothing else matters)”고 했다.18 2011년 래리 페이지가 구글 CEO로 복귀하면서 한 첫 번째 의사결정은 9억 달러를 들여 노텔(Nortel)사가 보유하고 있는 특허 기술을 확보한 것이다. 이는 향후 구글의 안드로이드 진영 내 입지를 강화하고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의 정보를 통합하려는 미션을 가진 CEO다운 의사결정이다. 티시와 베니스는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크게 사람, 전략, 위기에 관한 것으로 나뉘며 이 중에 사람에 대한 결정이 가장 복잡하고 중요하다고 했다. 필자 역시 사람에 대한 결정이 조직문화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구성원들은 경영자가 누구를 해고하고, 승진시키고, 영입하는지만 봐도 회사가 어떻게 바뀔 것인지 직감하기 때문이다.

 

3. 문화에 맞지 않는 사람은 내보내라

직원들은 경영진이 어떤 사람을 선발하고 배치하는지를 통해 경영자의 철학을 미뤄 짐작하게 된다. 따라서 인재 확보 활동은 조직문화 형성에 커다란 영향을 주며, 조직문화가 강한 기업은 최고경영자가 인재 확보 활동에 큰 관심을 보이며, 직접 참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후보자의 지식, 경험, 능력 등은 이력서, 기술면접을 통해 검증이 가능한 반면 조직가치와 문화에 잘 맞는지 판별하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전임 CEO 허브 켈러허(Herb Kelleher)사람을 뽑을 때 태도를 보고 고용하라. 기술이 필요하면 교육하면 된다. 그러나 태도를 바꾸기는 어렵다고 했고를 펴낸 짐 콜린스(Jim Collins) 역시 위대한 기업들의 공통적인 성공요인 중 첫 번째 요건으로 조직가치에 맞는 인재 선발(‘first, right people on the bus’)을 꼽았다.

 

우수하면서도 조직에 맞는 인재를 뽑는다는 측면에서 구글은 거의 전설적이다. 최근 4∼9단계 정도로 간소화됐지만 과거에는 10번 이상의 인터뷰를 거치는 경우가 흔했다. 면접내용도 직무 전문성, 리더십, 잠재력과 더불어 구글 조직문화에 맞는지 여부(‘Googley’)를 철저하게 검증한다. 앞선 면접 내용이 모두 기록돼 다음 면접관이 이를 읽고 들어가기 때문에 중복되는 질문도 잘하지 않는다. 그리고 어떤 나라에서 사람을 뽑더라도 채용 기준이 완전히 동일하다.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에는 반드시 최고경영진 면접을 거치며 모든 면접관의 평가서를 읽고서 면접에 참여한다. 한 해 100만 명 이상의 지원자가 몰리는 회사에서 이런 절차로 사람을 뽑는다는 것은 어찌 보면 과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문화에 맞는 사람을 뽑는 것에 모든 것을 거는 기업이라는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구글에서는 ‘HR 업무의 90%가 채용이라는 것이 상식처럼 받아들여진다. 진짜 필요한 사람을 잘 뽑아서 마음껏 일할 환경을 만들어주면 굳이 관리할 필요가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인재의 확보와 함께 중요한 것이 조직가치에 맞지 않는 사람을 내보내는 것이다. 중국 격언에천리의 둑도 개미구멍에서 무너진다고 했다.19 조직가치를 해치는 리더나 직원을 그냥 두면 구성원들은 조직 문화에 대한 신뢰를 버리고 제멋대로 행동하게 된다. 일례로, 엔론(Enron)사의 경우 파산하기 전의 기업가치 중 하나는 어이없게도 정직(integrity)이었다. 겉으로는 정직을 내세우면서 회계부정을 주도한 사람들을 용인하고, 심지어 승승장구하도록 하니 회사가 망하는 것도 당연하다. 2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의 듀폰(DuPont)사의 경우는 핵심가치와 관련된 심각한 위반사례에 대해서는 한 번의 기회도 주지 않고 바로 해고하는 관행을 갖고 있다.20 이보다 더한 경우는 넷플릭스다. 1997년 영화 DVD 렌털 사업으로 시작해 직원 2000명에 5조 원의 매출을 올리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성장한 이 회사는 오로지 A급 인재만 뽑고 유지한다는 것이 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는다. ‘시키는 일만 열심히 하는 직원은 해고 대상이다.

 

 

4. ‘스토리텔링으로 소통하라

앞서 언급한 연구에서 헤이그룹은 조사대상 조직을 고성과 그룹과 일반 그룹으로 나눈 뒤 6가지 조직문화 요소별로 이상적 수준과 현 수준에 대해 평가하도록 한 뒤 그 차이를 구해 그룹 간 비교를 했다. 그랬더니 두 그룹 간의 차이가 유난히 크게 나타나는 요소가 바로 명확성(clarity)이다. 고성과 그룹에서는 이상적 수준과 현 수준의 격차가 18%에 불과했지만 일반 그룹에서는 이 차이가 무려 58%에 달했다. 이 결과는 리더가 조직문화를 이끌어가는 데 있어서 구성원들에게 방향, 목표, 기대 등을 명확히 알려주고 공감을 얻는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그렇다면 소통의 양은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GE사의 전임 회장인 잭 웰치는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수준의 10배를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고 했다. 리더일수록 자신은 커뮤니케이션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소통을 위해 이 정도로 노력을 기울이는 경우는 많지 않다. 조지 버나드 쇼는커뮤니케이션과 관련한 가장 큰 문제는 그것이 이뤄졌다고 착각하는 것이라고 했는데21 모든 경영자들이 깊이 새겨야 할 메시지다.

 

성공적인 기업의 경영진은 강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실행방법으로써 소통을 최대한 활용한다. 그런데 소통은 구성원들이 진정성을 느낄 때 효과가 있다. 어떻게 해야 진정성이 느껴질까? 우선 형태는직접 소통이 가장 파워풀하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보리스 그로이스버그(Boris Groysberg) 교수는 대화의 리더십 구축 방법으로 네 가지 요소를 제시했다.22 그중 첫 번째가 친밀감(Intimacy)이었다. 친밀감을 높이는 데 가장 좋은 것이 바로직접 소통’이다. 메시지의 왜곡 없는 전달이 가능하고 일방적인 전달이 아닌 쌍방향 소통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피터 드러커 역시 의사소통이 한 단계를 거칠 때마다 잡음은 두 배로 늘고 메시지는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말했다. 구글 창업자들은 다른 일에 대한 결정은 권한위임을 하더라도 구성원들과 직접 소통하는 것은 절대 양보하지 않았다. 정기적으로 주 1회는 반드시 전체 직원이 본사 강당에 모여서 직접 소통하는 기회를 갖는다. 물론 그때마다 조직문화에 대한 얘기를 항상 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고경영자가 모든 직원들과 직접 소통하는 자리를 주기적으로 갖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효과적이다.

 

소통의 방식으로는 스토리텔링을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오늘날 기업 내부에서는 엄청난 양의 정보가 유통되고 있어서 구성원들이 모든 정보에 충분한 주의(attention)를 기울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어떻게 해서든지 구성원들의 주의를 끌고 기억에 남아 행동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소통의 방식이 필요하다. 그런데 사람은 메시지의 내용보다는 메시지가 전달되는 방법과 맥락에 따라 메시지 수용 여부를 무의식적으로 결정한다고 한다. 따라서 팩트(fact)보다는 맥락(context) 중심으로 구성되는 스토리텔링은 효과적인 조직 내 메시지 전달 방식이 된다. 다른 정보 형태와 달리 스토리는 인간이 진화 과정에서 매우 일찍부터 익숙해온 방식이다. 사람들은 아기 때부터 수백 개의 스토리(옛날 얘기)를 들으면서 자라기 때문이다. 창업 스토리가 주목받으며 2003 <포브스> 표지를 장식한 미국 미시간 주 소재의 멘로 이노베이션(Menlo Innovation)사의 경영자 리처드 셰리던(Richard Sheridan) CEO 직위 외에 CS(Chief Storyteller)라는 직위를 겸직하고 있다. ‘소프트웨어를 통해 세상에 즐거움을 가져다준다는 비전과 독특한 문화를 스토리를 통해서 계속 전파하기 위함이다.

 

구글 창업자들은 다른 일에 대한 결정은 권한위임을

하더라도 구성원들과 직접 소통하는 것은

절대 양보하지 않았다. 정기적으로 주 1회는

반드시 전체 직원이 본사 강당에 모여서

직접 소통하는 기회를 갖는다.

 

5. 자기 실속만 차리는 리더를 솎아내라

웰치 회장은 GE CEO로 근무할 때 전체 업무 시간의 75%를 사람 관련된 일에 투자한다고 했다. 삼성의 고 이병철 회장 역시 일생을 통해 약 80%는 인재를 모으고 육성시키는 데 시간을 보냈다고 말한 바 있다. 컨설팅 기업 BCG가 전 세계 인사담당 임원 428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의하면 미래에 중요성은 높은데 현재 인사관리 역량 수준이 낮은 것의 첫 번째로 인재관리(talent management)를 들고 있다. 한편 국내에서는 삼성경제연구소가 2013년 국내 기업 CEO 50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당신의 답답한 속을 시원하게 뚫어줄 선물이 무엇인지 물었을 때 32.1%똘똘한 핵심 인재 5이라고 답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이렇게 인재에 대한 투자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갈수록 절박성이 커지고 있다.

 

인재에 대한 육성과 투자가 이토록 중요하지만 현실에는 인재를 희생양 삼아 자기 실속만 챙기는 문제 리더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인재에 대한 육성과 투자 못지 않게 이런 그릇된 리더들이 조직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인재에 대한 육성의 개념 없이 목표만 던져주고 채찍질해서 구성원들이 성장하지 못하고 탈진(burnout)되도록 몰아붙이는 사람들이 리더로서 승승장구한다면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어떤 노력도 소용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로버트 서튼 교수는 최근 저서에서 악질적인 리더 산하의 조직은 창의성이나 응집력이 떨어지고, 근로의욕이 감소하며, 인재들이 견디지 못하고 떠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 모든 피해를 금액으로 환산해총 또라이 비용(total cost of jerks)’이라고 표현했다.

 

이런 나쁜 리더들을 솎아내는 도구 중에 하나로디레일먼트(derailment) 진단이라는 것이 있다. 일반적인 리더역량 진단이 리더 후보자가 어느 정도의강점을 지니는지에 포커스를 맞춘다면 디레일먼트 진단은 중요한 상황에서 어떤 문제 행동이나 태도를 나타낼지를 사전에 진단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중요하게 보는 요인으로는 자만심, 불신, 병적인 완벽주의, 냉소주의, 비윤리적 성향 등이 있다. 디레일먼트 진단은 주변 또는 부하 직원들의 응답을 위주로 평가한다.

 

6. 직원을 공동체 일원으로 존중하라

조직문화의 담지자는 구성원이고, 구성원이 없다면 조직문화도 없다. 따라서 강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은 구성원에 대한 배려를 전제로 해야 한다. 구성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조직에서 충성도 결핍은 기업가치 감소를 가져온다는 연구가 많다. 2001 <로열티 경영(The Loyalty Effect)>이라는 책을 낸 베인 앤 컴퍼니사의 프레더릭 라이히헬드(Frederick F. Reichheld)는 주요 기업들이고객의 반을 5년 안에 바꾸고, 직원의 반을 4년 반 안에 대체하고, 투자자는 1년 안에 갈아치운다며 주요 이해당사자를 배려하지 못하는 근시안적인 경영방식을 비판했다. 또한 유럽의 경영 석학인 아리 드 호이스(Arie de Geus)경영자들이 제품과 서비스 등 운영적 측면에만 집중함에 따라 조직의 진정한 본질이 공동체에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기 때문에 기업이 망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성공적 기업들은 구성원에 대한 배려를 통해 충성을 얻어내고, 이를 통해 강한 문화를 만들어 나간다.

 

 

● 미국에서 9·11 테러 사건 이후 항공기 이용이 감소했을 때 경쟁사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많은 인력 감축을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우스웨스트항공은 단 한 명의 직원도 해고하지 않았다.

● 올해 <포천>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5위에 오른 스타벅스는 시간제 직원들에게도 의료보험 혜택과 스톡옵션을 제공하며 직원들을 종업원이 아니라 파트너라고 부른다.

● 또 다른 항공사인 제트블루(JetBlue) CEO 데이비드 바저(David Barger) 2008년 항공유 가격이 치솟자 자신의 급여를 50% 삭감함으로써 직원 해고나 연봉 삭감을 피했고 2009년 전년 대비 19.2% 증가한 34억 달러의 매출을 거둬들여 당시 항공 산업계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다.

● 독일의 자동차 회사 폴크스바겐은 올해 특정시간 이후 e메일 전달방지 시스템을 도입, 근무 시간 이후에 e메일을 확인하느라 직원들이 퇴근 후 시간을 편안하게 보내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했다.

 

7. 동기부여 시스템을 점검하라

조직문화는 사람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소프트한 영역이다. 따라서 리더가 나서서 비전과 가치를 전파하고, 핵심인재를 잘 가려 선발해 키우고, 솔선수범하면서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강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데 우선순위다. 하지만 소프트한 것만으로 모든 것이 다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조직의 규모가 커지고, 사업이 다양해지고, 기능이 복잡해질수록 시스템이 문화를 적절히 지탱해줘야 한다. 품질경영의 창시자 에드워즈 데밍(Edwards Deming)사람이 아무리 뛰어나도 안 좋은 시스템만 못하다(A bad system will defeat a good person every time)”고 했다.

 

그런데 조직문화와 시스템의 관계는 자칫하면 상충되기 쉽다. 필자가 자문을 했던 한 국내 기업의 경우, 업계 최고의 실적과 탄탄한 관리를 바탕으로 동종 업체를 압도하고 있었지만 최고경영자는 그런 실적이 외부 환경 요인에 힘입은 측면이 많고 향후 경영여건이 안 좋게 전개될 것으로 판단하고 구성원들이 고객 중심 혁신에 동참하도록 하는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런데 가장 큰 자회사에서 아무런 변화 움직임이 보이지 않자 원인 파악을 지시했다. 알고 보니 고객중심의 혁신이라는 메시지보다도 당장 눈앞의 평균손실 축소 지표(KPI) 달성 때문에 현장에서 아무런 변화를 시도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런 모순된 상황은 결국 구성원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만다.

 

여러 시스템 중 조직 행동에 (긍정 또는 부정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동기부여 시스템이다. 평가, 보상, 승진, 인정 등 잘 설계된 동기부여 시스템은 강한 조직문화 확산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설계가 잘못되면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 미국 매릴랜드 주 볼티모어 경찰의 마약단속 실패 사례가 대표적이다. 마약의 온상으로 악명 높은 이 도시는 증거물이 확보되지 않으면 마약사범 기소처리가 되지 않는다. 이를 아는 용의자들은 경찰 추격 시 마약을 던져 버리고 도주했다. 경찰은 마약을 수거할지, 추적해 체포할지 택일해야 했는데 당시 경찰관 보너스는체포 건수기준이었다. 경찰들은 오로지 체포에 주력했고 많은 경우 증거 부족으로 불기소 처리돼 범죄가 전혀 줄지 않았다. 엄청난 체포율을 올리고도 범죄율을 낮추지 못한 경찰서장 레너드 햄(Leonard Hamm) 2007년에 해고되고 말았다.

 

강한 조직문화를 지탱하는 시스템을 결정하는 것은 CEO의 몫이다. 개별적인 제도, 절차, 규정, 원칙 등을 디자인하는 것은 개별 부서에서 할 수 있겠지만 그것들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지고 조직문화를 강화하는 데 도움을 주거나 최소한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CEO의 통찰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8. 문화가 스며드는 환경을 만들어라

조직문화 연구 분야의 선구자인 에드거 샤인(Edgar Schein) 교수는 조직문화의 구조를 기본적 가설, 표방하는 가치, 인공물의 세 차원으로 봤다. (그림 3) 조직문화는 표면에서 심층까지 상호 영향을 미치는 다층 구조를 이룬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조직문화의 변혁은 기본적 가설을 바꾸는 수준에서 가능한데 이는 직접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표면적인 것에서부터 역으로 개입해 근본적인 것이 바뀔 때까지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구성원들이 매일 일하고 생활하는 업무 환경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는 조직문화 관점에서 중요한 문제다. 특히 생산성, 창의성, 협업, 다양성 등 측면이 업무환경 설계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업무 환경은 물리적인 공간, 일하는 시간, 근무 장소의 분위기, 구성원 간 대화 및 교류 방식, 사무실 집기 등 폭넓게 정의돼야 한다. 그런 모든 것들을 통해 구성원들은 그 조직에 대한 가치와 기본적 가설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영국의 유명한 건축 및 디자인 컨설팅 기업 갠슬러(Gansler) 2008년 미국과 영국의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근무환경 조사에서23 지식 근로자의 업무양태(mode)를 집중(focus), 협업(collaborate), 학습(learn), 교류(socialize) 4가지로 구분했다. 이 조사는 업무 환경을 디자인할 때 이런 업무양태를 염두에 두고 하는 것이 조직문화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시사점이 있다.

 

 

집중은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하다. 집중근무시간제는 이미 많이 적용되고 있고 집중근무 데스크라고 해서 타인의 방해를 받지 않는 공간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잡지를 모아서 서비스하는 플립보드(Flipboard)에서는 헤드폰을 끼고 일하는 직원을 방해하면 안 되는 불문율이 있다. 집중에는 적절한 프라이버시와 근무 공간, 시간, 환경에 대한 자율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협업 및 교류 촉진을 위해서는 우연한 만남(chance encounter)을 가능하게 하는 공간 설계가 효과적이다. 구글은 2015년 입주 예정인 신사옥을 설계하면서 구성원들이 걸어서 230초 이내에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페이스북도 수천 명의 직원이 약 1.6㎞ 길이의 단일 공간에 모여 일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야후도 최근 재택근무 제도를 폐지했다. 구성원들이 서로 얼굴을 맞대고 토의하는 것이 업무에 꼭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회사 전체의 환경을 한번에 바꾸는 것이 어려울 때 특정 조직을 대상으로 파일럿을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스티브 잡스는 매킨토시팀을 출범시켰을 때 기존 애플 조직과 독립된 건물을 배정하고, 오케스트라 형태로 공간을 배치했으며, 혁신적인 디자인 제품들(예를 들어, BMW오토바이)로 사무 공간을 채우고, 복장도 자기가 입고 싶은 대로 입도록 했다. 이렇게 주류 조직과 떨어져 별동대처럼 활동하는 것을 스컹크워크(skunkworks)라고 하는데, 이 말의 기원이 된 사례도 재미있다. 미국 항공기 제조사 록히드(Lockheed)는 독일이 미국보다 우수한 전투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정보를 접하고 6개월 안에 혁신적인 신형기를 출시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기존 조직, 의사결정, 업무절차하에서는 가능해 보이지 않았다. 팀 리더였던 존 클라렌스(Clarence “Kelly” Johnson)는 소수의 엔지니어들을 뽑아서 고약한 화공약품 냄새 때문에 사람들이 접근하지 않는 플라스틱 공장 근처에 서커스용 천막을 쳐 놓고 작업을 해 성공적인 모델을 만들어냈다. 이 팀은 그 이후에도 U-2 정찰기와 같은 성공적인 결과물을 다수 만들어낼 수 있었다.

 

김성남 타워스왓슨 이사 hotdog.kevin@gmail.com

김성남 이사는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버지니아주립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했다. 듀폰코리아, 휴잇컨설팅, 머서컨설팅, SK C&C 인력팀 등에서 근무했으며 현재는 타워스왓슨 인사/조직 컨설팅 부문 이사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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