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 외곽의 작은 마을에서 자란 나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4년 내내 육상 선수로 뛰었다. 우리 팀은 주로 실외에서 훈련을 했는데 한 겨울 매서운 혹한이 불어 닥칠 때가 특히 힘들었다. 학교가 언덕에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트랙을 돌 때면 거센 바람이 건물을 마구 때렸고 우리는 얼음에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매우 조심해야 했다. 우리가 운동장을 돌 때 당시 50세이던 잭 암스트롱 코치는 커다란 코트를 입고 털모자를 쓴 채 한 쪽 벽에 기대 서 활기차게 박수를 치고 웃었다. 우리 팀이 지나갈 때마다 그는 “잊지 마라! 돈을 인출하려면 우선 예금이 있어야 한다”고 소리쳤다.
우리 학교는 공립 학교였기 때문에 시설이 열악했고 팀 내 선수들도 실력과 의욕 수준이 서로 달랐다. 하지만 한 번도 경기에서 진 적이 없었다. 그리고 결과가 좋았기 때문인지 사람들이 나에게 소리를 지를 때면 항상 암스트롱 코치의 충고가 떠오른다. 나는 금융계에 종사하는 동안 이 말을 수백만 번은 더 떠올렸을 것이다. 블랙스톤을 이끈 것 역시 암스트롱 코치의 충고였다.
암스트롱 코치가 떠오른 것은 내가 월가에 막 첫발을 내디뎠던 35년 전이다. 어느 날 나는 밤을 새워 다음날 회의에서 사용할 방대한 표를 준비했다. 당시에는 엑셀처럼 편리한 프로그램이 없었기 때문에 나처럼 숫자나 통계에 약한 사람이 그렇게 많은 표를 전부 손으로 작성했다는 것은 스스로도 뿌듯한 일이었다. 하지만 보고서를 살펴보던 내 상사는 아주 작은 오류를 발견하고 엄청나게 화를 냈다.
가만히 앉아서 그의 훈계를 듣고 있던 나는 용어만 바뀌었을 뿐 암스트롱 코치의 말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노력하고 기한을 맞추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암스트롱 코치의 표현을 빌리면 예금을 조금 갖고 있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인출할 때 필요한 금액을 전부 충당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핵심 작업을 모두 끝내고 분석의 정확성을 확신하지 못한다면 어떤 결과물도 내놓지 말아야 한다. 분석이 정확하지 못할 경우 잘못된 판단과 결정을 내리기 쉽다. 이는 결국 엄청난 손실로 연결된다.
굵직한 거래에 대해 결정을 내려야 하지만 쉽게 판단이 서지 않을 때 나는 지금도 가능한 한 시간을 끈다. 트랙을 몇 바퀴 더 도는 것처럼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난 후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다. 사람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예전에 롱-숏 헤지펀드를 설립할 때 유능한 매니저를 영입하기 위해 1년 반에 걸쳐 면접을 실시했다. 그 헤지펀드는 투자 적기를 맞고 있었고 빨리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기회를 놓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블랙스톤은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여 한 젊고 유능한 적임자를 찾아냈다. 그는 결국 우리에게 상당한 이익을 가져다줬다.
매년 나는 신입 사원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이 충고를 들려준다. 여기는 학교가 아니다. 아무 때나 손을 들고 대답을 내놓는 곳이 아니다. 점수란 100점뿐이다. 마감 시한이 중요하지만 블랙스톤에서는 기한을 맞추기 위해 항상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육상에서든 거래에서든 성공의 비법은 같다. 가장 잘 준비한 사람이 결국 승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