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를 이끄는 몰입 전략

주인의 권리를 누리게 하라! 자율적 성과몰입, 저절로 따라온다

152호 (2014년 5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HR

자율적인 조직을 만드는 방법

1. 조직원에게 주인 대접을 해 줘라

- 조직원들에게 정보(Information), 영향력(Influence), 이익(Interest) 등 조직의 주인이라면 마땅히 누려야 하는 기본적 권리인 ‘3I’를 제공

2. 업무 가치(Work Value)를 명확하게 정해 공유하라

- 우리 조직에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원칙과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해 전 직원이 공유

3. 업무 시간과 공간을 선택할 자유를 줘라

- ROWE(Results Only Work Environment, 업무 결과만 보는 근무 환경) 구축. 단 업()의 특성상 창의성이 핵심 역량이고 조직원들의 내적 동기가 강한 조직일 때 ROWE의 효과 극대화

 

편집자주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1997년 그의 대표작 <몰입의 즐거움(Finding Flow)>을 펴냈습니다. 이후 한국 사회에서도 몰입은 개인과 조직을 막론하고 행복과 성공을 위해 추구해야 하는 키워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조사 결과, 한국 직장인 중 업무에 몰입하는 사람은 10명 중 한두 명꼴이라고 합니다. 자신의 일에 몰입함으로써 최적의 성과를 내놓는 것이야 말로 개인의 행복과 조직의 성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모두가 꿈꾸지만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몰입. HSG 휴먼솔루션그룹에서 몰입을 통해 성과를 이끌어 내는 실질적인 솔루션을 제시합니다.

 

 

 

 

해야 할 일에 집중해 성과를 만드는 성과 몰입(Work Engagement). DBR 149호에서는 스스로 선택, 통제하려는 인간의 욕망인 자율성(Autonomy)이 주어질 때 몰입이 된다는 걸 확인했다. 자율성을 가졌을 때 사람들이 일할을 느끼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말하면 어떤 이들은 말한다. “자율성? 좋죠. 그런데 그건 주인의식이 있는 직원들한테나 통하는 얘기예요. ‘회사는 월급 받는 곳이라고만 생각하는 직원들에게 자율성은 먼 나라 얘기죠.” 또 다른 이들은 이런 걱정을 한다. “자율성을 줬다가 리더인 제 허락도 없이 마음대로 일하면 어떻게 하죠?” 일리 있는 얘기다. 지금부터 이 고민을 풀어줄 방법들을 살펴보자.

 

상황 1 “2020년 우리 회사 목표가 1조 원입니다.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뛰죠. 이걸 달성하려면 뭘 해야 하나? 이 고민하느라 밤에 잠도 안 옵니다. 근데 우리 직원들은? 그저 월급 받을 생각만 하지 주인의식이 없어요.”

 

만약 당신이 최고경영자(CEO)라면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시키는 일만 겨우 하는 직원들을 보면 답답할 것이다. 조직의 성장과 발전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모습엔 서운함이 밀려들지도 모른다. 그래서왜 이렇게 주인의식이 없어!”라며 직원들을 질책한다. 답답한 마음,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손가락질의 방향이 틀렸다. ? 엄밀히 따져서 조직의 주인은 주주고 오너(Owner). 주인의식(Ownership Spirit)은 주인이 아닌 사람한테 주인처럼 생각하라는 억지스러운 말이다. 주주도 오너도 아닌 조직원에겐 주인의식이 없는 게 오히려 당연하다. 조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이 없다면 그들을 주인으로 만들어주지 못한 리더의 잘못일 확률이 크다.

 

어떻게 하면 조직원을 주인으로 만들어 줄 수 있을까? 방법은 간단하다. 주인 대접을 해주면 된다. 그렇다고 모든 조직원을 주주로 만들어주란 얘긴 아니니 지레 겁 먹지 말자. 주인이라면 마땅히 누리는 기본적인 권리를 조직원들도 누리게 해주자는 말이다. 휴잇어소시엇츠에서는 주인 대접을 해주는 최소한의 권리를 세 가지 ‘I’로 정리했다. 중견 여행사 여행박사 사례를 통해 우리 조직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살펴보자.

 

 

자율적인 조직 만들기

1. 주인처럼 일하기를 원한다면? 주인으로 만들어 줘라!

Information(정보)주인의 첫 번째 권리는? ‘정보. 지금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앞으로 밥그릇을 얼마나 늘릴 것인지, 한마디로 모든 일을 속속들이 안다. “당신 회사 이번 분기 실적이 최고치라면서요?” “처음 듣는 말인데. 뉴스에서 그래?” 주인 대접을 못 받는 직원들은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다. 주인의식이 생길 리 없다. 조직원을 주인 대접하고 싶다면? 현재 조직의 재무 상황과 실적은 어떤지, 또 앞으로 회사가 어떻게 변할지와 같은 기업의 기본적인 정보를 말단 직원들에게까지 솔직하게 공개해야 한다.

 

자율적인 시스템으로 소문난 여행박사는 모든 직원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공개한다. 누가 어떻게 회사 돈을 썼는지 누구든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오해하지 말자. 서로서로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감시하자는 것이 아니다. 여행박사가 추구하는 건 정보에 대한접근권이다. 많은 회사에선 대표나 재무팀 아니면 회사 공금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알 도리가 없다. 반면 여행박사처럼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만 줘도 조직원들은 재무 정보의 주인이 된다. 전략과 비전에 대한 정보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 우리 기업의 전략이 신제품 출시인지, 기존 제품 거래처 확대인지를 명확히 전달하고 진행 상황을 공유하자. 이를 알아야 조직원들도 무엇에 집중해 활동할지 각자의 자리에서 생각할 수 있다.

 

Influence(영향력)정보를 가진 주인이 행사하는 결정적인 권리는영향력이다. 주인 말 한마디면 모두가 발 빠르게 움직인다. 특히 채용, 승진 등과 관련된 인사 결정권에 미치는 주인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그런데 이 당연한 영향력이 여행박사에선 뒤집어진다. 직원이 대표를 뽑는다. 대표뿐만 아니라 팀장, 임원 모두 투표로 선출한다. 팀장으로 승진하고 싶다면? 공약을 걸고 선임 투표에 참가하면 된다. 초임이면 구성원 50%의 지지율이 필요하다. 재임 이후부턴 10%씩 더해진 지지율(상한선은 70%)을 받아야만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실제 지난 해에는 여행박사를 창업한 신창연 대표가 연임 투표에서 떨어졌다.1  새로운 대표는? 인센티브 1억 원 신화를 만든 29살의 팀장이다. 이처럼 여행박사에서는 모든 조직원들이 인사 결정에 영향력을 발휘한다.

 

당신 조직은 어떤가? 인사 결정권은 고사하고 회사를 바꿀 기가 막힌 의견을 말할 곳이 있는가? 조직원들이 조직에 발휘하고 싶은 영향력은 거창한 게 아니다. 회사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수만 있어도 된다. 조직원들의 주인의식을 탓하기 전에 조직원이 의견을 말할 공간부터 먼저 마련해주자. 신입직원 커뮤니티, 혁신 제안 게시판, 정보 공유 메일 등 방법은 다양하다. 당신 조직에 적합한 안은 무엇인지를 생각하면 된다.

 

 

Interest(이익)주인의 세 번째 권리는? 역시 이익(Interest)이다. 주머니처럼 솔직한 건 없다. 월급을 주지 않느냐고? 월급이야말로 노동의 대가에 불과하다. 고만고만한 월급을 들먹이며 주인의식을 가지고 더 열심히 일하라고 백날 말해봤자다. 일한 만큼 돌아오는 게 있어야 열심히 일할 또 다른 동기가 생긴다. 그렇지 않다면 회사 목표가 1조 원이 되든 10조 원이 되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가슴이 뛰는 게 이상하다. 결국 이익을 배당하는 제도가 필요하단 말이다.

 

여행박사는 보상도 직원들 스스로 결정하게 했다. 방법은 이렇다. 여행박사는 팀별로 회사에 납부할 일정 금액이 정해져 있다. 이 금액만 회사에 넘기면 된다. 나머지는? 전부 팀원들이 알아서 나눠 가진다. 무슨 말이냐고? 회사에 내야 하는 팀별 금액이 50이라고 치자. 70을 번 팀은 회사에 50을 내고 남은 20을 나눠가진다. 만약 이 팀이 100을 벌면? 50을 나눠 가질 수 있다. 자신 있다면 자기 혼자 팀을 꾸려도 된다.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에 따라 보상은 천차만별이다. 물론 여행박사처럼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초과이익분배금(Profit Sharing), 생산성 격려금(Productivity Incentive), 우리 사주, 스톡옵션 등 이익을 분배하는 많은 방법 중 각자의 상황에 적합한 방법을 찾으면 된다. 다만 이익을 분배하는 룰이 필요하다.

 

조직원들에게 정보, 영향력, 이익이라는 ‘3I’를 제공한 여행박사의 성과는 어떨까? 2000년에 단돈 250만 원으로 출발한 작은 회사는 현재 직원 200여 명에 매출액 2000억 원을 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주인 대접을 받은 직원들이 주인이 돼 움직인 결과다. 현재 조직 차원에서 제공하는 ‘3I’가 부족할 수 있다. 이때는 리더 개인별로라도 후배들과 ‘3I’와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해보면 어떨까. 지금 회사 사정이 어떤지는 아래로 전달해주고 조직원들의 의견은 위로 올려주는 소통의 사다리 역할을 맡아보자. 남들은 못 받는 특별 대접에 조직원들이 더욱 뜨겁게 반응하지 않을까?

 

상황 2이번 영문 카탈로그 제작 건은 김 대리에게 전권을 위임할 거예요. 잘 만들어줘요.” 팀장의 높은 기대에 부응하려는 김 대리는 오자(誤字) 하나 없는 완벽한 카탈로그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팀장과 약속한 마감일을 하루 넘겨서야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완성했다. 칭찬을 기대하며 팀장에게 보고하러 간 김 대리. 하지만 팀장은 예상 밖으로 화를 낸다. “김 대리, 원래 마감 시간을 못 지키나요? 이래서 일을 믿고 맡길 수 있겠어요? 다음 프로젝트 맡기는 것도 다시 생각해봐야겠습니다.”

 

많은 리더들이 말한다. 조직원의 자율성을 발현시키려면 일단 믿고 맡기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하지만 이때 조심해야 할 점이 있다. 까딱 잘못하면 조직원에게자율을 주는 것이 아니라방임해 버리는 사태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자율은?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과 기준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조직원들이 선택, 결정하는 상황을 말한다. 반면 방임은 아무런 원칙 없이 제멋대로 하도록 내버려 둔 상태다.

 

2. 우리 조직에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원칙과 기준, 업무 가치(Work Value)를 정해 공유하라

방임하지 않으면서 자율적인 조직을 만들려면? 우리 조직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과 기준, 즉 경영학에서 말하는업무 가치(Work Value)’를 정하고 공유해야 한다. 조직은 다양한 구성원이 모인 공간이다. 조직원 서로가 중시하는 업무 가치도 다를 수 있다. ‘안정성 vs. 도전’ ‘스피드 vs. 꼼꼼함식으로 말이다. 조직이 중시하는 업무가치를 명확히 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율이 주어진다면? 서로 다른 업무 가치를 가진 조직원들은 서로 내가 맞네, 네가 틀리네 하며 불필요하게 싸우게 된다. 나의 최선이 상대에게는 미숙함이나 부주의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무슨 말일까? 상황 2를 업무 가치라는 관점에서 들여다보자. 리더는 모든 걸 믿고 맡긴다고 말했다. 하지만 리더가 가장 중시한 업무 원칙은 서로 간의 신뢰를 만드는약속 준수였다. 협력이 필요한 조직 생활에선 무엇보다 서로 간 약속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긴 것이다. 맞는 말이다. 문제는 리더가 자신이 중시하는 업무 원칙을 표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위의 상황에서 조직원이 리더의 업무 가치가약속 준수란 걸 알았다면? 상사를 기다리게 하지 않고 미리 정해놓은 마감 일정을 연기하는 등 새로운 답을 찾아냈을 수 있다.

 

당신 조직은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테두리, 즉 업의 특성상

반드시 지켜야 할 업무 원칙을 가지고 있는지.

만약 없다면? 당신 팀에서만이라도 반드시 지켜야 할 최우선 업무 가치를 만들어보자.

 

‘모든 회의 시작 전, 비상 시 탈출 경로를 확인한다. 복도 모퉁이에 직원 충돌방지 거울을 설치한다. 타일이 설치된 바닥마다 미끄럼 주의 표지판을 설치한다. 계단 이용 시, 안전 손잡이를 잡는다….’ 얼핏 보면 불필요하고 비효율적일 수도 있는 규칙들을 모든 조직원이 철저히 지키는 기업이 있다. 어떤 기업일까? 바로 합성섬유 나일론을 개발한 세계 최고의 화학기업 듀폰이다. 듀폰은 왜 이런 규칙들을 만들었을까? 이는 듀폰이 속한 업의 특성에서 비롯됐다. 듀폰은 화학 물질을 다루는 기업의 특성상 사고 위험이 상존한다. 사업 초기엔 크고 작은 사고들로 인명 피해를 입기도 했다. 아무리 조심하라고 말해도 순간의 방심이 사고를 불렀다. 결국 듀폰은 사고 예방을 위해안전을 최우선 업무 가치로 삼고 이를 위한 업무 규칙들을 세웠다. ‘일분일초가 바쁜데 계단에서 왜 못 뛰게 해?’ ‘비상 통로 얘긴 수백 번도 더 들었는데 그냥 좀 지나치지.’ 안전이라는 업무 가치가 명확한 듀폰에서 이런 불만을 토로하는 직원은 없다. 대신 어떻게 하면 안전을 지키는 선에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조직을 운영할지를 고민할 것이다. 조직원이 선택하고 결정할 자율의 영역을 명확히 해 그 영역에 집중하도록 돕는 것, 이것이 업무 가치의 힘이다.

 

돌이켜보자. 당신 조직은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테두리, 즉 업의 특성상 반드시 지켜야 할 업무 원칙을 가지고 있는지. 만약 없다면? 당신 팀에서만이라도 반드시 지켜야 할 최우선 업무 가치를 만들어보자. “팀장으로서 내가 가장 중요시하는 원칙은 약속 준수다. 모든 팀원이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도록 서로와의 약속을 가장 중요시해줬으면 좋겠다.” 당신 팀 내에 이런 기준이 있다면 구성원들은 이 영역 안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너희는 낳아 준 부모는 생각도 안 하고 사니?” 밖으로만 도는 아이들에게 갑자기 화를 낸다면 아이들은 당신을 더 피하려고만 들 것이다. 차라리 미리미리 당신이 중시하는 당신 가정의 원칙을 주지시키자. “우리집에서는 가족 간 화목이 무엇보다 중요해. 아무리 바빠도 주말 아침은 같이 밥을 먹으며 지난 한 주에 대해 이야기하자!” 아이들은 주말 아침 식사 시간만큼은 비워두면서 자율적으로 스케줄을 조절할 수 있다. 잊지 말자. 자율은 몰입을 낳지만 방임은 갈등을 낳는다. 우리 조직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과 기준인 업무 가치는 무엇인가?

 

상황 3회사에서 좀 놀면 안 되나요?” 패기 어린 말단 사원의 불만이 아니다. 소프트웨어 벤처기업 제니퍼소프트 이원영 대표의 경영 철학이 담긴 한마디다. 이 한마디로 제니퍼소프트는 대한민국꿈의 직장으로 떠올랐다.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카페와 일류 주방장이 요리하는 직원 식당, 수영장과 스파, 직원 자녀들이 놀 수 있는 키즈카페 등. 파주 헤이리에 그림처럼 자리잡은 사옥엔 직원은 물론 직원 가족들까지놀 수 있는다양한 복지시설이 준비돼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직장인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것은 정작 따로 있다. 바로 완벽히 자율적인 업무 시스템이다.

 

제니퍼소프트의 기본 근무 시간은 주 5, 하루 7시간. 출퇴근 시간도 선택 가능하다. 오늘따라 사무실이 답답해서 외부 카페에서 일하고 싶다면? 심지어 회사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일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면? 제니퍼소프트 직원은 망설임 없이 외근이나 재택근무를 선택할 수 있다. 몸이 뻐근하다면 근무 시간 중이라도 지하 수영장이나 스파에 다녀올 수 있다. 오죽하면 취재 차 방문한 언론사 직원이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원을 한 명도 만나지 못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을까. 다른 조직이었다면 대표가 노발대발할이상한 상황이다. 하지만 맡은 역할에 따라 달성할 목표만 완수한다면 언제 어디에서 일해도 간섭하지 않는 제니퍼소프트에선일상이었다. 이렇게 해서 회사가 제대로 굴러가겠느냐고? 2005년 설립한 제니퍼소프트는 현재 주력 분야인 애플리케이션 성능관리 프로그램 국내 시장점유율 1(70%)를 달리고 있다. 글로벌 진출 국가와 순이익 역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3. 업무 시간과 공간을 선택할 자유를 줘라

구성원의 업무 시간 및 공간에 자유를 준 제니퍼소프트의 업무 시스템. 경영학에선 이를 ROWE(로우, Results Only Work Environment, 업무 결과만 보는 근무 환경)라고 부른다. 기존의 성과 관리 시스템이 근무자의 업무 시간과 공간을 장악해 성과를 관리하는 구조였다면 ROWE는 업무 결과만 제대로 나온다면 구성원 스스로 근무 시간과 공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간섭과 강요를 없애고 조직원 스스로 몰입을 위한 최상의 조건을 찾아가도록 만든 것이다.이 시스템은 2000년대 중반 미국의 전자제품 유통업체 베스트바이가 처음 도입해 효과를 알렸다. 그러다 최근 IT의 발전으로 재택근무와 원격근무의 효율성이 증가하며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올 초 미국 경제 주간지 <포천>은 지난 해 미국 내에서 재택근무가 25% 이상 증가하며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의 아베 정권 역시 여성들의 경력 단절을 없애는 방법으로 재택근무를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공기업과 대기업 중심으로 불고 있는워크 스마트(Work Smart)’ ROWE의 한 종류다.

 

하지만 아무리 좋다고 소문난 한약이라도 내 체질에 맞지 않으면 명약이 아니라 독이다. ROWE로 자율적인 조직을 만들고 싶다면? 우리 조직이 다음 두 가지 전제 조건을 만족시키는지 우리 조직의 체질부터 점검해보자. 우선 우리 조직이 속한 업의 핵심 역량이창의성을 요구하는지 업의 특성부터 짚어보자. 당신 조직이 속한 업의 핵심 역량이 한 치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 제품 생산에 있다면 ROWE를 도입하는 데 신중해져야 한다는 뜻이다. 두 번째 점검 사항은 구성원들의 역량이다. 구성원 스스로 내적 동기를 부여하며 움직이는능동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ROWE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

 

제니퍼소프트 역시 이 점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이 회사에선 단 하나의 채용 조건만 존재한다. 학력, 경력, 스펙? 당연히 아니다. 이 회사의 채용 조건은 오로지사유하는 능력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어떻게 살 것인가?’ ‘내 재능과 경험에 대한 비평적 발산처럼 프랑스 대학 논술시험에 버금가는 주제의 에세이로 서류 전형을 대신한다. 이후 한 사람당 2∼3시간이 넘는 면접을 진행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뽑은 직원들에게 이 회사가 강조하는 모토는? 바로사유하라(Think Deep)’. 얼마 전 대한민국 직장인이 환호한제니퍼소프트에서 하지 말아야 할 33가지목록. 대중은 자유로운 분위기를 언급한 항목에만 눈길을 줬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직원들이 끊임 없는 고민하도록 이끄는 목록들이 여럿 자리잡고 있다. ‘대충 하지 마요. 디테일이 중요해요.’ ‘사유와 공부를 게을리 말아요. 공동체의 의무예요.’ ‘이것이 끝이라고 생각하지 마요. 계속 고민해요.’ 이처럼 제니퍼소프트는 ROWE를 실현할 만한 능동성을 지닌 직원을 뽑고 그들의 내적 동기를 끊임 없이 자극한다.

 

당신 조직은 창의적 사고가 핵심 역량인가? 또 조직원들은 스스로 내적 동기를 부여하며 움직일 정도로 충분히 능동적인가? ROWE가 당신 조직에 명약이 될지, 사약이 될 지는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으로 결정된다.

 

자 이제, 글을 마무리할 때다. 뜬금없지만 보톡스와 관련된 실험을 소개하려 한다. ‘젊음의 주사로 알려진 보톡스는 근육을 마비시켜 주름살이 덜 생기게 만든다. 그런데 미국의 피부과 전문의 에릭 핀지(Eric Finzi)는 보톡스로 우울증을 고쳤다.2  그는 2년 이상 우울증을 앓고 있는 9명의 환자에게 보톡스를 주입했다. 보통처럼 웃어서 생기는 주름이 아니라 찡그릴 때 생기는 주름 부위에 주사를 놨다. 결과는 놀라웠다. 2개월 후, 9명 모두 우울증이 상당 부분 사라졌다. 항우울제나 심리 치료로도 사라지지 않았던 마음의 주름을 보톡스가 펴준 것이다. 찡그리는 근육을 사용하지 못하게 만든환경의 힘이다.

 

성과 몰입을 이끄는 자율성을 이야기하다 보톡스 이야기를 한 이유는?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조직원을 주인 대접해주는 환경(3I), 조직원이 마음껏 뛰놀 영역을 안내해주는 환경(업무 가치), 스스로 최상의 업무 조건을 찾도록 돕는 환경(ROWE). 오늘 소개한 3가지 방법은 전부 조직원들이 자율성을 발휘해 업무에 몰입하도록 만드는 환경에 대한 이야기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법이다. 당신 조직은 자율성을 키우는 땅인가, 짓밟는 땅인가. 이제는 한번 되돌아보면 어떨까.

 

 

한철환 HSG 휴먼솔루션그룹 성과관리연구소장 chhan@hsg.or.kr

한철환 성과관리연구소장은 20여 년의 현장실무와 컨설팅 경험을 바탕으로 리더 역량강화 및 조직 변화관리의 구체적 솔루션을 제시하는 성과관리 전문가다. 연세대 경영학 석사를 마치고 성균관대 공인 경영컨설턴트 및 국제공인 NLP(Neuro-Linguistic Programming) 트레이너 자격을 받았다.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및 가치관경영 연구소장 지냈다.

 

최미림 HSG 휴먼솔루션그룹 연구원 mrchoi@hsg.or.kr

최미림 연구원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IGM 세계경영연구원과 HSG 휴먼솔루션그룹 R&D에서 기업의 성장과 조직원의 성과향상에 대해 연구해온 콘텐츠 개발자다. 주 연구 분야는 성과몰입·리더십·비전 수립 등으로 긍정적이고 전략적인 조직문화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5호 Fake Data for AI 2022년 05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