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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고민 있어?” 감정 노동자 힐링의 시작

서진영 | 143호 (2013년 12월 Issue 2)

 

 

필자는 어젯밤 한 가전제품 매장에 들렀다. 먼저 인터넷을 통해 구입하려는 제품을 조사했고 마지막으로 제품을 한 번 눈으로 본 뒤 구입하려고 계획했다. 하지만 매장을 나올 때는 빈손이었다. 왜 그랬을까? 매장에서 판매원 때문에 필자의 기분이 다소 상했고 그 여파로 제품을 구매하지 않았다. 그런데 사실은 그 판매원도 이미 감정이 상해 있었다. 눈치를 보니 필자가 오기 전에 매니저에게 질책을 받은 것 같았다. 결국 그 매장은 수백만 원대의 노트북을 팔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판매원은 본인의 기분이 좋지 않아도 고객에게 계속 웃음을 보여야 하는 감정노동자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매니저와 사장도 손님에게 친절하지 않게 대하는 직원을 보며 마음 졸이며 직원의 감정을 살펴야 하는 감정노동자다.

 

최근 감정노동이 이슈다. 감정노동자들은고객님 무조건 옳습니다를 외쳐야 한다. 극심한 노동 강도를 견디지 못할 때가 많고 급기야 회사가 불친절한 고객의 전화는 마음껏 끊어도 된다는 방침까지 정하고 있다. 대체 수많은 감정노동자를 울린 감정노동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가? 우리는 그 답을 <좌절하지 않고 쿨 하게 일하는 감정케어 : 고객과 대면하는 직장인들을 위한 감정관리 프로젝트, 최환규, 전나무숲, 2011)>에서 찾으려고 한다. 감정노동(emotional labour)은 미국의 UC버클리 교수인 앨리 러셀 혹실드(Arlie Russel Hochschild)가 만든 사회적 용어로 직업적인 특성에 따라서 자신의 본래 감정을 숨기고 상대방이 원하는 표정과 몸짓을 해야 하는 노동을 말한다. 감정노동을 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감정노동자라고 하는데 좁게는 서비스업에 종사하며 고객을 직접 상대해야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넓게는 사무실에서 직장상사와 동료 등과 갈등을 겪으며 일하는 사람들까지 포함된다. 즉 직장인들 대부분은 감정노동을 하고 있다.

 

감정노동은 일터에서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고객을 대하는 행위를 말한다. 문제는 산업의 전 분야에서 서비스가 필수 경쟁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감정노동이 일반화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의 수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직원들에게 요구되는 감정노동의 강도 역시 점점 강화되고 있다. 감정노동의 스트레스로 고통받는 직장인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사무실과 매장에서 고객을 모셔야 하고 내 상품과 기획안을 구매해줄 고객의 기분을 맞추느라 기분이 나빠도 나쁘지 않은 척, 피곤해도 피곤하지 않은 척, 슬퍼도 슬프지 않은 척 미소를 짓는 일을 하루에도 몇 번씩 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상품을 팔고 기획안이 채택되면 그에 대한 대가를 얻겠지만 왠지 마음 한쪽이 씁쓸한 이유는 좋은 결과를 얻기까지 적잖은 스트레스를 겪기 때문이다.

 

이러한 감정노동을 통해서 발생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저자 최환규는감정케어를 제시한다. 감정케어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생기는 다양한 감정들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특히 고객의 부정적인 감정 표출에 따라서 상처를 받은 직원들의 경우 어떻게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자. 저자는 다양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상처받은 직원의 하소연을 잘 들어준다. 마음이 아픈 사람은 누군가가 자신의 말을 그저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괴로움을 잊고 고민을 풀게 된다. 고객에게 상처를 받은 직원이 있다면 그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이 좋다. 특히 직장 상사가 따뜻한 마음으로 경청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아픔은 사라진다. “얼마나 피곤하길래 그래” “무슨 고민 있어?”라고 먼저 묻고 자신의 물음에 대답하는 직원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들어준다. 반면 상대의 사연을 들으면서 안타깝다고 해서 충고와 설교 등을 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키기 쉽다. 주의해야 한다. 흥분하거나 화를 내는 행동은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 그저 들어주는 행동만으로도 충분하다. ‘들어주는 것은 상대방이 다분히 감정적이 되더라도 차분하게 상대를 이해하면서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라는 의미다.

 

둘째, 대화 내용은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발설해서는 안 된다. 많은 직장인들이 자신에게 말 못할 고민이나 문제가 있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문제를 털어놓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시도하기보다는 혼자서 조용히 문제를 처리하려고 한다. 이런 태도는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데 혼자서 깊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다양한 문제 해결의 방법을 찾기보다는 자신의 방법만을 고집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누구에게도 말하지 말아 달라고 요구한다면 대화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아야 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고민을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겠다고 결심하기까지 엄청나게 고민한다. 이후내 고민을 누구에게 말해야 나를 이해해주고 도움을 얻을 수 있을까에 대해 오랜 시간 탐색한 끝에 가장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가장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마저 자신과의 약속을 어긴다면 자신의 주변에는 믿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셋째, 무엇보다 휴식을 취하게 하라. 자신의 능력 이상으로 업무를 떠맡고 있는 직원에게는 먼저 휴식을 권하는 게 좋다. 책임감이 강해서 과로를 자초는 사람에게는 단순하게 휴식을 권유하는 것보다는 직장 동료들이 지지하고 있다는 태도를 보여 부담을 없애주는 것도 좋다. 예를 들어너무 열심히 일을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우리도 뭔가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당신이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휴식을 취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이에 비해 같이 술자리를 하는 것은 역효과를 가져오니 피하는 것이 좋다. 침울해 하는 직원이 있으면한 잔하면서 얘기할까?”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가볍게 술을 마시면서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는 정도라면 도움이 된다. 하지만 서로 고민을 털어놓을 경우 평소보다 많은 양의 술을 마실 가능성이 높아진다. 술은 문제를 해결해주기는커녕 몸도 마음도 더 피곤하게 만들 뿐이다. 그리고 술을 마시면 다른 사람을 비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나는착한 사람으로, 상대는나쁜 사람으로 인식해 상대를 비난하고 질책하면서 심리적인 위안을 삼게 된다. 그러나 술이 깨고 나면 내가 꿈꾸던 세상과 현실은 너무나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내가 바라는 대로 된 것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면 상실감은 더 커진다. 술보다는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가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그 사람이 갈등 당사자여도 괜찮다. 문제를 만든 사람들끼리 대면해 문제를 확인하고 함께 해결책을 찾는 방법이 가장 빠르고 현명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넷째, 감정케어의 최고 방법은 담당자에게 최대한 권한을 위임하고 자신의 업무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고객의 불만을 처리하는 부서에서 직원에게 어느 정도의 권한을 위임하느냐에 따라 직원이 업무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고객이 환불을 요구할 때마다 상사의 결재를 받아야 하는 직원과 자신에게 어느 정도의 권한이 있는 직원의 행동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권한 위임이라는 회사의 제도가 직원들의 이런 행동의 차이를 만들어 낸다. 또 감정노동자들은 대부분이회사에서 고객 서비스의 중요성을 강조는 하지만 직접 고객 서비스를 담당하는 직원들을 중요한 사람으로 여기지는 않는 것 같다고 느끼고 있다. 이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주요 원인은 회사의말 따로 제도 따로인 경영 방식 때문이다. 기업들은 임원들이 헤드셋을 끼고 콜센터에 앉아 고객과 소통을 하는 것을 엄청나게 파격적인 행사로 언론에 홍보한다. 어쩌다 한 번 임원들이 고객의 불만을 직접 처리하는 모습을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을 신문이나 방송에서 떠들썩하게 다루는 것일까? 그만큼 회사의 경영진이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일이 드물다는 반증이다. 회사 경영진이 고객과 직접 소통하는 것을 꺼리면 꺼릴수록 직원들은 고객과의 소통을 하찮은 것으로 여기게 된다. 경영진이 고객과 직접 대화를 시도할 때 얻을 수 있는 장점은 너무나도 많다. 수시로 변화하는 고객의 요구를 현장에서 생생한 목소리로 들을 수도 있고 직원에게 고객 서비스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만들 수도 있다. 또 고객들과 대면하는 직원들에게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주는 효과도 톡톡히 볼 수 있다. ‘고위 간부일수록 멀리하는 업무를 내가 하고 있다가 아니라고위 간부들도 이처럼 소중하게 여기는 일을 내가 하고 있다는 자부심 말이다. 그러므로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꼽으라면 단연고객을 직접 대하는 업무. 고객이 기업에 등을 돌리면 기업은 존립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은 고객의 불만을 해소해서 회사의 이미지를 높이고 충성고객을 늘리는 감정노동이 매우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다섯 번째 방안은 내가 어떤 일을 해도 사람들과 함께 부대끼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주는 것이다. 감정노동을 해야 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다. 내가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을 인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가장 중요한 감정케어의 방법은 나와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이다. 만일 상대방이 불만고객이라면 어떻게 해서 불만을 갖게 됐는지, 불만이 생기면 반말로 짜증부터 내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렇게 불만을 표출해서 그가 얻으려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를 한 인간으로서 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결론을 정리해 보자. 과거에는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 시스템과 설비를 강조했다. 하지만 이제는 대부분 일이 사람을 통해 성과가 나타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고객과 직원의 감정이다. 이들이 교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 번째는 섬세함이다. 하지만 더 기본적인 것은 이들을 이해하려는 어짐, ()의 마음이다. 고객과 직원이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임을 자각하는 것이다. 감정노동을 잘하는 법과 고객과 직원, 자신을 위한 감정케어를 잘하는 방법을 알고 싶을 때 이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책 읽고 행복하시길….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대표 sirh@centerworld.com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략과 인사 전문 컨설팅 회사인 자의누리경영연구원(Centerworld Corp.) 대표이면서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를 운영하고 있다.

  • 서진영 서진영 | - (현) 자의누리경영연구원(Centerworld Corp.) 대표
    -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운영 - OBS 경인TV ‘서진영 박사의 CEO와 책’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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