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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기대 관리

“난 특별해…” 특권의식 가득한 직원을 깨워라

박혜원 | 102호 (2012년 4월 Issue 1)



몇 년 전 광고에서 “난 소중하니까”라는 카피가 크게 유행한 적이 있다. 이 광고뿐 아니라 이와 비슷한 문구를 사용한 “당신의 아기는 특별하니까” 혹은 “특별한 당신에게는…” 등의 카피가 들어간 광고를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사실 이 광고가 틀린 것은 아니다. 우리는 모두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다. 하지만 이것이 개인의 의무와 권리 사이의 균형에서 벗어나거나 타인과의 관계에서 조화를 깨뜨린다면, 혹은 조직에 대한 충성심과 개인의 권리의식이 평화로운 지점에서 만나지 못한다면 그것은 지나친 나르시시즘이나 이기주의의 다른 표현일 수 있다. 나르시시즘에 빠진 종업원들이 무조건 자신에게 극진한 대접을 해주기를 기대할 때, 또는 비현실적으로 해줄 수 있는 이상의 것을 요구할 때 조직은 어떻게 해야 할까?
 
새뮤얼슨(Samuelson,1995)에 의하면 우리는 ‘특권의식의 시대(Age of Entitlement)’에 살고 있다. 즉 사람들은 과거에 비해 정확하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받아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아울러 원하는 것을 받을 때 즉각 받아야만 옳다고 느끼는 경향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때로 이것은 타인의 복지와 안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개인의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나는 무조건 특별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사회나 조직, 상대방에 대해 과도한 기대를 갖는 성향으로 발현된다. 이렇듯 뭔가 특별한 것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기대하는 현상의 원인을 정확하게 짚어내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생활수준 향상, 기술의 발전, 복지 확대, 교육수준 증가, 핵가족화(소수의 자녀) 등이 원인일 것이라는 점을 어렵지 않게 생각해볼 수 있다. 어떤 학자들은 이러한 양상을 Y세대(Generation Y: 1980년에서 200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들을 일컫는 용어)의 특징적인 행동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Harvey&Martinko, 2009). 이처럼 개인의 과도한 특권의식을 일컬어 ‘심리적 특권의식(Psychological Entitlement)’이라고 한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심리적 특권의식은 직장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낳고 있다.
 
심리적 특권의식(Psychological Entitlement)의 정의
 
‘심리적 특권의식(Psychological Entitlement)’은 개인이 자신의 실제 성과나 노력의 수준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이 특별한 대우나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일관되게 믿는 현상을 가리킨다. 이는 주로 실제 성과 수준과는 상관없이 높은 보상과 급여를 받아야 한다는 기대에 초점을 둔다. 보통 자격 또는 권리를 일컫는 ‘entitlement’는 경제학적으로 재화나 서비스를 교환할 수 있는 경제적 재화를 개념화해 이르는 용어로 주로 정당한 교환관계를 이루는 상호 동의를 수반하지만 ‘Psychological Entitlement’의 경우 정당한 교환관계를 가정하지 않은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쉽게 말해 얼마를 주는지, 주는 쪽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받는 것에 대해서만 지나치게 많이 받으려는 현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Harvey&Martinko, 2009).
 
Naumann과 그의 동료들의 연구(2002)에 따르면 심리적 특권의식은 고용관계에 참여하는 개인들이 자신이 받을 보상을 기대하는 것에서부터 나타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심리적 특권의식이 자신의 성과에 기반한 교환관계의 결과에서 파생된 보상이 아니라 고용관계에 참여하는 것 자체에서 파생된 보상에 대한 기대라는 데 있다. 즉 ‘내가 이 조직에서 이만한 성과를 거뒀으니 혹은 이만큼 노력을 했으니 조직은 내게 이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줄 것이다’는 인식이 아니라 ‘내가 이 조직의 종업원이 됐으니 조직은 뭔가 특별한 것을 해줘야 한다’는 기대다. 하지만 조직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조직은 당연히 종업원의 성과에 비례해서 지급하는 보상이 정당한 것이라고 판단한다. 결국 심리적 특권의식은 조직과 종업원의 상호관계에 대한 비대칭적인 평가 또는 어긋난 기대에서 나타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심리적 특권의식의 결과와 심리적 과정
 
기존 연구에 따르면 심리적 특권의식이 지나치면 조직 내에서 여러 가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윤리학이나 법학 분야의 연구에서는 과도한 특권의식이 비윤리적인 행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으며(Hamilton, 2003) 삶에 대한 만성적인 불만족(Robinson, 2007)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조직의 중간관리자들이 과도한 특권의식을 갖게 되면 비윤리적인 리더십이나 자기애착적인 리더십(narcissistic leadership)을 보이게 되는데 이는 과도한 특권의식을 가진 중간관리자들이 조직 내에서 부정을 일으키거나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말해준다(Levine, 2005). 과도한 특권의식을 가진 중간관리자들은 자신이 특별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떤 수단을 사용해서라도 그것을 추구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특권의식을 가진 사람들은 상대방의 비판을 무시하거나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데 이는 자신이 특별하다는 관점에 도전하는 어떠한 피드백도 수용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조직에서 별로 달갑지 않은 피드백을 접하면 특권의식을 가진 종업원들은 자신의 행동을 수정하거나 앞으로 더욱 잘하려고 노력하기보다 그 조직을 떠나려는 의도를 강하게 갖게 된다(Meltz, 2007). 이러한 연구 결과들을 종합하면 심리적 특권의식을 가진 종업원들은 조직에서 충족되지 않은 기대와 자신의 책임에 대한 왜곡된 관점으로 만성적인 직무 불만족과 동료들과의 질 나쁜 관계를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 과도한 특권의식은 어떤 심리적 과정을 거쳐 위와 같은 부정적 결과를 가져오는 것일까?
 
심리적 특권의식을 가진 종업원들은 대부분 특별한 경향의 귀인 스타일(attribution style: 사건의 인과관계를 편향되게 설명하려는 경향을 말한다. 이런 성향은 오랜 시간과 다양한 상황에서 일관되게 나타난다)을 갖는 경우가 많다(Cutrona, Russel, & Jones, 1984). 심리적 특권의식은 나르시시즘과 이기적 귀인오류(self-serving bias: 부정적인 결과는 주변 사람들과 상황의 탓으로 돌리고 성공적인 결과는 자신의 내적 역량 덕분이라고 생각하는 오류)와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다. 쉽게 말해 과도한 특권의식을 가진 종업원들은 잘못되면 상관이나 동료, 조직을 탓하고 잘되면 자신 덕분이라고 믿는 귀인 스타일을 갖는 경우가 많다(Zuckerman, 1979).
 

이기적 귀인 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은 보통 자신에 대해 지나치게 긍정적인 자아상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자아상을 해치거나 반대되는 정보와 평가는 무시하고 무조건적으로 비판하거나 왜곡해서 받아들인다.
늘 자신에게 유리하게 정보를 받아들이거나 왜곡하는 귀인 스타일은 부정적인 결과나 사건에 대해 주변 사람들을 비난하거나 책임을 회피하려는 성향을 갖게 된다. 그리고 부정적인 결과는 주변에 책임을 전가하고 긍정적인 결과는 자신의 내적 역량으로 귀인하려는 성향은 결국 심리적 특권의식을 더욱 강화한다.
 
심리적 특권의식을 가진 개인은 정보를 탐색할 때 자기중심적으로 한다. 부정적인 사건에 대해서는 주변에 책임을 물을 만한 정보들을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자신의 부족한 내적 역량에 대한 정보는 무시한다. 반대로 긍정적인 결과에 대해서는 그 결과에 기여한 주변 요소들에 대한 정보는 무시하고 자신의 내적 역량에 대한 정보는 열심히 탐색한다(Rosenthal&Pittinsky, 2006).
 
반면 심리적 특권의식이 낮은 사람들은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결과 모두에 대해 광범위하고 자기중심적이지 않은 정보들을 탐색해 환경을 객관적이고 사실에 가깝도록 인식하려고 한다. 이처럼 정교한 인식 시스템을 가진 개인은 정보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서로 불일치하고 일관되지 않은 정보들도 함께 접하게 되면서 균형 잡힌 시각을 갖는다. 반대로 심리적 특권의식을 가진 개인은 정교한 인식 시스템을 가동하면 자신에게 부정적인 정보들을 접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환경에 대한 정교한 인식을 회피하려는 동기를 갖는다. 이렇게 낮은 수준의 인식 시스템은 조직이나 자신에 대해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처리하게 하거나 왜곡된 판단을 하게 해서 조직생활을 성공적으로 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요컨대 심리적 특권의식을 가진 개인들은 주변 환경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탐색하는 낮은 수준의 인식 활동을 하게 되고 이러한 인식은 이기적 귀인 오류로 이어지며 이기적 귀인 오류는 결국 주변 동료나 조직의 역할을 과소평가하는 결과를 낳는다.
 
위에서 설명한 심리적 과정 때문에 심리적 특권의식을 가진 종업원들은 조직이 기대하는 만큼 대우해주지 않는다고 느끼거나 자신의 능력을 몰라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직에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기 쉽다(Weiner, 1985). 이로 인해 해당 조직에서 다른 곳으로 이직하려는 경향이 생기고 자신을 알아줄 것 같은 다른 조직을 알아보려는 동기가 강해진다. 또한 심리적 특권의식을 가진 종업원들은 자신의 노력이나 성과는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과하게 높은 수준의 임금이나 보상을 기대하기 때문에 이러한 기대가 충족되지 않으면 조직이 공정하지 않다고 오히려 왜곡된 지각을 할 수 있다. 이는 만성적인 직무 불만족으로 이어진다(King&Miiles, 1994). 또한 Campbell과 그의 동료들(2004)에 따르면 심리적 특권의식을 가진 종업원들은 업무를 하면서 이기적인 관점을 갖기 쉽고 타인을 배려하거나 상사를 존경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자신을 비판하거나 조언하는 말에 공격적으로 방어할 가능성이 높으며 상사가 자신을 공정하게 대우하지 않거나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한다고 느낄 가능성이 커 상사 또는 동료와 관계가 나빠질 수 있다. 따라서 심리적 특권의식은 조직의 성과나 팀워크를 방해하는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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