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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통합 커뮤니케이션

“We respect you, but…” 존중하며 문화통합을

황종덕,김나연 | 87호 (2011년 8월 Issue 2)
 

 
 
들어가며
10년 주기로 발생한 두 차례의 금융위기는 한국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을 바꿔놓았다. 1998년 금융위기가 유기적 성장(organic growth) 중심의 전략을 추구하던 한국 기업에 비유기적(inorganic growth) 성장의 중요성을 일깨워줬다면 2008년 금융위기는 ‘국경 간 인수합병(cross-border M&A)’에 대한 열망을 낳았다.
 
이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외환위기 이전 14% 수준이었던 한국 기업의 연평균 매출액 성장률은 2000년대 중반 이후 평균 6%대에 머무르고 있다. 더 이상 국내에서 유기적 성장만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실제 글로벌 인수합병(M&A)은 전략적 투자자가 단기간에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할 뿐 아니라 재무적으로도 큰 보상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KPMG가 2011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그림 1>의 비유기적 성장전략 가운데 글로벌 M&A는 신성장 동력과 글로벌화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대안으로서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넘치는 사내 유보금과 외부 유동성을 바탕으로 해외기업 인수합병 시도를 점차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통계 수치는 해외 투자의 매력도가 높은 만큼 목표 대비 성공 확률이 낮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는 기업 간 합종 교배가 활발한 해외에서도 예외가 없다. 2001년 <비즈니스 위크> 발표에 따르면 당시 조사 대상 M&A 302건 중 M&A 이후 개별 회사의 시가총액을 합친 것보다 통합 회사의 시가총액이 더 큰 경우는 20%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합병된 회사 중 68%는 개별 회사의 시가총액이 더 크고 12%는 시가총액이 이전과 변함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최소 68%의 기업이 M&A의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간주한 것이다.
 
잘 다루면 매력적인 성장카드가 될 수 있는 전략적 M&A가 실패하는 주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은 서로 다른 문화 충돌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함으로써 조직 결합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문화권이 다른 해외 거래에서 이 같은 충돌이 일어날 것이란 점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해외 M&A를 추진하는 많은 기업들은 인수 과정에서의 시간 지연, 프리미엄 상승, 추진 피로감 등을 이유로 문화 간 충돌에 대한 사전 대비작업을 소홀히 한다.
 

M&A 이후 조직통합=고난도 변화관리
조직 커뮤니케이션 이론상 M&A 이후의 조직 통합은 변화관리의 영역에 속한다. 한 회사가 다른 회사를 흡수함으로써 혁신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 변화 절차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모든 변화관리가 요구하는 성공 요소에 더해 이질적 조직 간 융화작업은 그 성공을 위해 이질적 문화 간 통합과 상이한 시스템 간 통합이라는 요소를 추가로 적시에 확보하라고 요구한다는 점이다. 상식적으로 이질적 문화의 통합은 동질적 문화 내의 혁신보다 더욱 어렵다. 따라서 전략 추진 단계부터 신중하고 체계적으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기에 현실은 만만치 않다. M&A는 거래가 성사되기까지 절대 기밀엄수를 요구한다. 추진하는 기업 내부에서조차 추진단계에서 이를 아는 직원들은 최고경영진과 추진 태스크포스 정도다. 보통 이들은 인수를 위한 가치산정, 시너지 효과 분석, 협상, 실사라는 거래과정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는다. 때문에 단기간의 거래성사를 금과옥조로 받아들인다. 두 기업의 문화 충돌 방지라는 추상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면밀한 조사와 계획은 언감생심인 셈이다. 그렇다면 현실적 제약과 이상 간의 간극을 어떻게 메워야 할까? 솔직히 지름길은 없다. 그래도 시간·인력·재원 등 여건이 허락된다면 변화관리 황금률의 ‘작은’ 실천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존 코터 하버드대 교수에 따르면 변화는 조직감정의 관리다. 흔히 감정관리라고 하면 조직원들이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사실 중요한 것은 조직원들 내부에 부정적 감정이 흐르는 것을 막는 게 아니라 감정을 어떻게 다루느냐다. 가장 성공적인 변화 프로그램은 가치(신념)를 매개로 대규모 조직 내 사람들을 서로 연결시키고 이 연계를 정량적 목표와 연동해 성과를 내도록 하는 것이다. 플레시먼힐러드 CCW(Communication Consulting Worldwide)에서는 이 과정의 커뮤니케이션을 ‘MBO(Management By Objective) x MBB(Management By Belief)의 융합식’이라고 제언한다. (그림 2) 피인수기업 조직원들의 감정을 관리해 통합 이후 조직의 비전, 미션, 핵심가치에 연동시켜 같은 신념에 접속하도록 하는 게 이 융합식의 골자다. 이 작업이 선행된 후 통합 조직의 목표가 숫자로 명확하게 제시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핵심 키워드는 ‘예측 가능성’이다. 피인수기업의 모든 조직원, 혹은 최소한 핵심자산이 되는 조직원이 심리적인 안정감을 얻는 ‘기본 욕구’를 충족시킨 후 자연스럽게 새로운 조직에서 자아실현을 계획할 수 있게 만들려면 그들에게 예측을 허락해야 한다. 이는 합병 전후의 명확한 목표 메시지와 상세 로드맵을 인수 직후 제시하는 것에서 시작해 인수·피인수기업 직원들에게 반복적으로 변화 과정을 알리는 것으로 실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최소한 피인수 조직 내 변화의 중추 및 주변부의 감정을 관리하고 조직원 대부분으로부터 신뢰를 쌓은 후 가치(신념) 체계를 면밀하게 통합해나가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림 3)
 

M&A 이후의 변화관리를 성공시킨 기업의 사례를 보면 변화관리추진팀을 신설해 실천의 중추역할을 맡기곤 한다. 팀은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 내 핵심인재를 중심으로 구성한다. 초기 단계에는 주로 ‘문화실사위원회’ 활동을 통해 양 사의 차이점을 발견하고 이 간격을 좁히는 데 주력한다. 본격적인 ‘변화 전도사’ 역할을 맡게 되는 것은 시스템과 업무 프로세스 통합이 이뤄지는 시점부터다. 변화관리추진팀의 주요 과제는 1)변화를 위한 상황에 대해 끊임없이 조직 내에 알림 2)대화 촉진 3)다양한 프로젝트의 조정과 정돈 4)메시지, 활동, 정책, 행동들이 부합하는지 여부의 모니터링 5)집단 지성의 발현을 통한 새로운 창조의 기회 기획 및 실행 등이다. 종합하면 변화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솔루션이라고 할 수 있는 조직 전체 학습과 창조를 위한 설계자, 촉진자, 코치의 역할을 맡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만약 사전에 면밀한 조사를 거쳐 거대한 통합의 문화 융합 시나리오까지 수립하는 게 여건상 불가능하다면 최소한 조직문화의 유형과 이에 따른 핵심 메시지 및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숙지하는 것만으로도 문화갈등을 피하고 효과적인 융합의 줄기는 잡을 수 있다. 본 고에서는 이를 인수합병 대상의 유형별로 정리한 후 각 유형에 맞는 조직문화 통합 및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
 
글로벌 M&A 커뮤니케이션 유형
인수합병의 경우 흔히 합병목적과 합병방식, 합병형태에 따라 유형이 나뉜다. 인수기업 간 교감의 정도, 피인수기업의 성장 정도, 피인수기업의 규모 등에 따라서도 분류가 다양해진다. 조직문화 통합 및 이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전략 전개의 측면에서는 <그림 4>와 같이 피인수기업의 성장도와 추진 기업과의 산업 연관도에 따라 6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유형별로 목적이 상이하기 때문에 조직통합은 이 목적을 최단시간에 달성하기 위한 핵심 전략과 이와 연계해 지속적 성과를 낼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중심으로 진행돼야 한다. 다만 이와 같은 6가지 유형도 추진기업과 대상기업 문화권의 상이성 정도에 따라 다시 세분화될 수 있다. 실제로는 더욱 세분화해 조직문화의 유형과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찾아 들어가는 게 타당하지만 여기서는 큰 그림에 맞춰 분류된 접근법을 핵심 메시지(key message) 중심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A 유형“We respect your way, but ask you to change, ‘For the Future’”
같은 업종에서도 오랜 역사를 지닌 해외 기업을 대상으로 거래를 추진하는 경우다. 동종이지만 더 많은 비즈니스 라인을 지닌 기업이 제품 확대를 꾀할 때 흔히 볼 수 있는 유형이다. 합작투자 보다는 전략적 제휴, 최근에는 인수합병 시도가 더 두드러진다. 이때 전략의 성패는 기존 고객 유지와 이를 위한 브랜드 강화, 판매·마케팅 시너지의 실현에 달려 있다. 따라서 대외적으로는 기존 고객에게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것이라는 점을 널리 알리면서 내부적으로 고객 유지에 필요한 핵심부서 인재들의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 특히 M&A 시 피인수기업의 역사가 오래되고 조직문화의 특징이 명확하고 상이할 때 성급한 문화 지배를 시도하면 합병 직후 영업, 마케팅, 공정혁신, 연구개발(R&D) 분야의 핵심인재들을 헤드헌터의 손아귀에 몰아넣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때 이들에게 끊임없이 던져야 할 메시지는 “We respect your way(당신들의 방식을 존중한다)”다. 또한 이 메시지는 인수기업 최고경영진에 의해 신속하게 전 직원들에게 전달돼야 한다. 이를 위해 피인수기업 임원들 중 직원들에게 신망이 높고 성과도 탁월했던 기존 리더를 중용하고 이들을 메신저로 삼아 동요를 막는 것이 필수적이다.
 
2005년 P&G가 질레트를 인수했을 당시 질레트 내부에는 공격적이면서도 시스템적 업무 프로세스에 충실한 P&G에 대한 거부감이 감돌았다. 실제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실린 질레트 임원의 회고록에 따르면 합병 후 헤드헌터들이 질레트 출신 직원들에게 구인 공세를 폈다. 이때 P&G는 외부 영입 제안을 받은 질레트 출신 핵심임원들부터 붙잡는 작업을 적극 펼쳤다. M&A 시 헤드헌터의 타깃이 돼 먼저 떠나가는 인력들이 촉망받는 우수 직원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질레트 출신 핵심임원들의 90%가량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 소위 ‘점령군’인 P&G가 ‘피점령 당사자’인 질레트 인력에게 자신들의 방식(이른바 ‘P&G way’)을 일방적으로 강요·이식하려 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질레트 임원들이 잔류한 덕택이다.
 
여기에 더해 P&G는 직위 해제가 예정된 직원들에게도 공급업체, 대리점, 소비자 상대 업무를 지속하도록 업무를 배정했다. 이 같은 ‘존중(respect)’의 메시지를 전파한 끝에 피인수기업 출신 직원들의 충격, 저항, 불안 등의 동요를 막고 나아가 소비자 이탈을 야기할 수 있는 인수 장애물들을 성공적으로 극복했다. 그 결과 P&G는 질레트 인수 첫해에 목표했던 비용 및 매출 목표를 달성했다. P&G보다 우수한 질레트의 업무 절차 및 방식도 도입했다.
 
만일 규모가 비슷한 신생기업이 동급의 오래된 기업을 인수할 때는 P&G보다 좀 더 복잡한 상황을 맞게 된다. 단순히 제품과 서비스를 넓히는 차원을 뛰어넘어 피인수기업의 임직원이 땀 흘려 쌓아온 충성도 높은 고객 기반, 브랜드 가치, 암묵적 지식 등 무형자산까지 인수하는 것이므로 처음부터 감정적 저항을 맞을 수 있다. 이때 어설픈 문화 지배를 시도하면 화를 자초하게 되므로 조직 문화를 자연스럽게 융합시켜야 한다. 비록 M&A 형태는 흡수합병이지만 문화만큼은 신설합병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피인수기업 직원들의 불안감 해소를 넘어 신뢰까지 얻어야 인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따라서 이때도 당연히 핵심 메시지는 “We respect you”여야 하지만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내부 가치제안도 필요하다. 함께 비전을 그리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이들을 변화 과정에 동참시킬 수 있다. 이를 위해 의도적으로 이 같은 메시지를 담은 시스템 통합 절차를 거칠 필요가 있다. 즉 새로 탄생한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 시스템을 재구축하는 과정에서 기존 양 사 간 시스템을 놓고 절차를 서로 비교하고 외부에서 공인된 우수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공동의 더 나은 미래 구축”이라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불어넣는다. 그리고 서로를 이해하는 소통의 시간을 지속적으로 가져야 한다.
 
 B유형 “Let’s catch a big fish as one body, ‘Near the Future’”
성숙기업을 대상으로 합병을 추진할 때 통상 높은 프리미엄을 대가로 지불하곤 한다. 따라서 달성해야 할 목표도 아주 높다. 특히 경쟁자를 흡수해 비즈니스 규모를 확대하는 전략이라면 M&A 당사자가 모두 성숙기업일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적대적 M&A가 이뤄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따라서 인수까지는 가능해도 합병은 쉽지 않다. 루이비통그룹의 에르메스그룹 인수 시도가 그 예다. 최근 중국, 인도 등 신성장 국가 기업의 해외기업 인수도 B유형에 해당한다.
 
커뮤니케이션과 조직문화 통합의 관점에서는 B유형의 커뮤니케이션 난도가 가장 높다. 성숙기업을 대상으로 한 M&A는 높은 프리미엄을 지불해야 한다. 즉 인수기업의 독자적 자금력만으로 인수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재무적 투자자가 인수에 동참하기 마련이다. 풋백 옵션 등 다양한 참여조건을 내건 이들의 요구를 맞추려면 빠른 재무 성과 시현이 필요하다. 그런데 성숙기업의 경우 핵심역량이 기업 가치사슬 곳곳에 내재돼 있어 이를 훼손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직문화를 통합하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대상 기업의 문화에 대한 높은 통찰력이 필요하다.
 
성숙기 기업들은 일반적 특징이 있다. 기업의 역사가 상당 부분 흘렀기 때문에 창업기의 사명, 비전이 액자로만 남아 있을 수 있다. 또한 전체 문화와 함께 내부 조직별로 서로 다른 하위문화가 공존하기도 한다. 이 문화들이 복잡하게 상호작용하며 성과창출로 이어진다. 전사적 소통이 인수 전부터 잘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때 어느 단위가 핵심이고 부차적인지 분리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를 가려내기 위해서라도 M&A 이후 투명한 냉각기를 거칠 필요가 있다. 정복자처럼 굴기보다 피인수기업 직원들의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빠르고 효과적인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단행해야 한다. 이때 반드시 전달해야 하는 메시지는 “서로의 모든 영역에서 시너지를 추구하자”다. 또한 이 시너지는 가급적 숫자로 계산해 제시하는 것이 좋다. 나아가 이 메시지는 반드시 최고경영자가 전달해 신뢰를 얻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타운홀 미팅, 직급별 워크숍 등이 많이 활용된다. 전 직원 대상 미팅의 주기를 최대한 짧게 가져가면서 설혹 나쁜 소식이 있더라도 숨기지 말아야 한다. 냉각기에는 너무 많은 변화를 추구하지 말고 당분간 업무의 중복을 허용하면서 업무성과 평가 제도의 변화를 자제해야 한다. 또 경험이 풍부한 직원들을 교육해 운영 정보를 공유하는 역할을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
 
이때 반드시 대면적,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우선으로 하고 인터넷이나 문서화된 자료는 2차적으로 사용하도록 해 감성 스킨십을 높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변화 동참 세력을 늘려나간 후 하나의 회사, 나아가 새로운 회사를 지향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 같은 과정을 잘 보여주는 사례는 타타그룹의 한국 대우상용차 인수다. 대우상용차는 비록 GM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분리됐지만 과거의 생산력은 보존하고 있었다. 여기에 옛 대우그룹 문화가 남아 있었고 나아가 강력한 노조문화와 현장별 문화가 공존하고 있어 타타그룹이 쉽게 인수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타타그룹은 합병 직후 CEO로 계속 한국인을 임명하고 주요 임원들의 교체도 시도하지 않았다. 대신 신뢰감을 줄 수 있는 한국인 CEO로 하여금 끊임없이 타운홀 미팅을 하게 했다. 이와 동시에 인수합병을 통해 대우상용차의 해외 판매처가 넓어진다는 마케팅 시너지 효과를 명확한 수치로 전 직원들에게 각인시켰다.
 
이런 조치들은 직원들의 신뢰를 얻고 직원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 계기가 됐다. 타타대우상용차는 현재 내수 포함 60개국 수출을 통해 6400억 원대의 매출을 거두고 있다. 이는 인수시점 대비 2배 성장한 규모다.
 
C 유형 “Your dream will come true, ‘Inside Our Future’”
신생기업 인수의 전략 목표는 기술력 확보 및 공유를 통한 시너지 창출이다. 신생기업은 창업자가 기술력만으로 시장을 개척하기 어렵고 규모를 키워가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마케팅 역량이 있는 기업이 손을 내밀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신생기업은 상대적으로 인수기업에 비해 조직 규모도 작고 업무 방식도 유연하다.
 
기술력의 실체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신생기업 기술력의 상당 부분이 R&D형 조직원들에게 있다면 역시 인재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을 써야 한다. R&D형 조직원들은 창조적 혁신가 유형이 많다. 즉 기존 사고의 틀을 거부하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개발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보상도 중요하지만 자신들의 아이디어가 얼마나 실현되고 그것이 실제 사회의 혁신으로 이어지느냐에 만족하는 성향을 보인다. 따라서 이들은 합병 기업이 자신들의 업무가치를 들어줄 것인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따라서 이들이 기술력의 핵심이라면 이들이 편안하게 생각하는 문화를 보장해주는 것이 좋다. 이들은 내부에서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이야기하면 조직이 귀를 기울여 이를 들어주고 실현해주기 위해 애쓰는 문화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이런 기업에서는 밑에서 위로 올라가는 상향식 커뮤니케이션이 살아 있는 게 중요하다. 커뮤니케이션이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혁신가들은 개의치 않는다. 인수기업 CEO가 일방적으로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기보다 직원들로부터 메시지를 가능한 많이 듣도록 노력하는 게 핵심이다. 문제는 이들이 뿜어내는 메시지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피인수기업의 조직원들에게 ‘메시지의 간결한 기호화’를 섣불리 강요하다가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들이 마구 쏟아내는 메시지를 잘 정리하고 조합해 이해하는 능력을 인수기업이 갖춰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건 인수기업 경영진의 반응이다. 직원들의 메시지를 접수하고 이를 존중한다는 반응 메시지를 끊임없이 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인수기업의 문화를 ‘보여주기’로 체험시키는 게 좋다.
 D,E,F유형 A,B,C의 메시지+“This is an our catch, it’s crystal clear”
인수를 추진하는 기업의 핵심 비즈니스 영역이 그 대상 기업의 핵심 영역과 다르다면 A, B, C 유형에서 겪는 조직통합에서의 장애요소가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대외적으로는 이종 기업과의 통합 효과에 의구심을 보일 것이며 내부적인 조직문화 통합상에서는 조직 간 커뮤니케이션 유형이 달라서 문화갈등을 관리하기가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의 이종 업종 간 전략적 제휴, 혹은 인수합병 사례를 살펴보면 사업다각화보다는 기업의 핵심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전환(transformation)하기 위한 경우가 늘고 있다. 따라서 D, E, F 유형은 피인수기업의 핵심역량이 훼손되지 않도록 더욱 투명한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특히 IR과 PR이 통합된 대외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실패 위험이 높은 만큼 조직통합이 성공하기 전까지 양 기업의 조직원뿐 아니라 외부 투자자, 재무적 투자자, 심지어 정부관계자, 언론까지 관심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외부 이해관계자의 인식은 내부 이해관계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따라서 D, E, F 유형에서는 위기관리 수준의 커뮤니케이션팀을 조직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내부로부터 흘러간 거짓 정보는 외부에서 확산돼 다시 내부를 뒤흔들 수 있으므로 신중한 조직통합의 자세는 견지하되 내부의 그릇된 정보가 외부로 흘러나가는 것은 철저히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신설 조직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그릇된 정보들을 시나리오 형태로 취합하고 이에 따라 대응 메시지를 사전에 구성해야 한다. 또 즉각 대응이 가능하도록 핵심 이해관계자들을 파악하고 정보 전달 경로를 확보하며 대중을 상대로 한 메시지 전달 채널도 구축해야 한다. 이 모든 작업은 조직통합 이전부터 준비해야 한다.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 문화 실사(Cultural Due Diligence)
앞서 유형별 조직통합의 핵심 메시지를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요소를 살펴봤다. 하지만 어떤 유형이든 성공적 통합을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단계가 있다. 바로 양 문화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추구하는 ‘문화 실사(Cultural Due Diligence)’다. 이는 우선 협상대상자로 공식발표가 난 직후 재무적 정밀 실사와 더불어 함께 진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유의미한 활동으로 합병 회사 구성원들로 이뤄진 문화통합위원회 설치를 꼽을 수 있다. 이 위원회는 우선 양 사 간 문화의 차이점을 찾아내고 향후 이를 통합하기 위한 이니셔티브를 도출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문화통합위원회는 대략 양 회사의 문화를 대변할 10∼20명 정도의 직급별·직책별 대표자들로 구성하는 게 좋다. 양 회사 대표들은 수평적인 관계여야 하며 평등하게 구성돼야 한다. 문화통합위원회의 활동은 이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우선 각 당사자에게 새로운 문화가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단계에서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각 조직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주요한 영역을 파악하기 위한 질문을 던져서 차이점들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상대방 조직에서는 의사 결정이 어떻게 이뤄지는가? 라인을 타고 단계를 밟는가? 아니면 직접 보고가 가능한가?” 혹은 “메모를 중시하는가? 절차를 갖춘 보고가 중요한가?”등의 질문이 이에 해당된다. 지속적인 공유 과정을 반복하면 결국 차이는 이해되고 통합의 이니셔티브가 나오게 마련이다. 빠른 시일 내에 다양한 액션플랜을 모아 가급적 통합의 대상이 되는 양 사 전 직원의 투표 등을 통해 이를 공유하고 내재화하는 과정을 거침으로써 문화적 실사 및 통합 과정은 정리된다.(표 1, 표 2)
 



커뮤니케이션 2.0 시대 글로벌 조직통합 커뮤니케이션
앞서 밝혔듯 글로벌 인수합병을 위한 조직통합도 궁극적으로는 조직변화에 관한 내용이다. 조직변화의 혈류는 커뮤니케이션인 바 커뮤니케이션의 변화가 가져올 조직통합 양상의 변화를 무시할 수 없다.
 

전통 미디어 패러다임에서는 발신자(sender)의 의도(message)가 적절한 채널(channel)을 통해 타깃 수신자(receiver)들에게 전달돼야 비로소 소통이 완성된다.(그림 5) 그러나 소셜미디어 시대에서는 이와 달리 수신자 간 대화를 통해 삽시간에 메시지가 확산되고 증폭된다.(그림 6) 이 같은 커뮤니케이션의 양상은 소셜미디어가 발달하지 않은 과거에도 유사한 조건에서 발현된 바 있다. 즉 사내 소통이 아주 활발한 피인수대상 기업이라면 추진 기업으로부터 메시지가 당도하지 않아도 이미 이를 감지한 선지자(platform)그룹으로부터 메시지가 전달돼 급격히 확산된다. 이후 추진 기업이 조직통합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기도 전에 핵심인재의 탈출 시도가 이어진다.
 
최근 사례는 MS의 야후 인수 시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실제 M&A는 양 사 대주주 간 인수가격 차이로 실패했지만 이 과정에서 야후 직원들은 사내 커뮤니케이션 망을 통해 MS의 야후 인수의 의미, 향후 전망 등을 스스로 토론하며 불안한 전망을 확대시켰다. 그 결과 꽤 많은 핵심인재들이 회사를 떠났다.
 
소셜미디어는 전파의 속도 측면에서 잘 활용한다면 조직통합 커뮤니케이션에서도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메시지에 대한 해석이 잘못 내려진 상태에서 지나치게 빨리 한쪽으로 다수의 의견이 정리되기 쉬운 속성도 있다. 더구나 조직 내에서 소셜미디어가 지배적 커뮤니케이션 채널이라면 몰라도 통합 추진 과정에서 이를 무리하게 도입하려 한다면 자칫 부정적 의견을 지닌 영향자(influencer)들의 난립 속에 위기관리 단계로까지 넘어가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대상 기업의 문화 및 지배적 커뮤니케이션 유형을 면밀히 살펴 소셜미디어를 통한 부정적 기운의 확산을 막아야 할지, 아니면 소셜미디어를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황종덕 그룹 리더는 서울대 노어노문학과와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으며 AT커니 코리아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플레시먼힐러드 코리아 CCW에서 기업 내외부 전략 커뮤니케이션 컨설팅, 자본시장 커뮤니케이션, 비전 설정, 이슈 관리, 임원 대상 전략적 문제해결 교육 등을 총괄하고 있다.
김나연 컨설턴트는 고려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으며 플레시먼힐러드 CCW 코리아에서 헬스케어 및 소비재 분야 기업·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실행을 맡고 있다.
 
황종덕 플레시먼힐러드 CCW코리아 프랙티스그룹 리더 drake.Hwang@fleishman.co.kr
김나연 플레시먼힐러드 CCW코리아 컨설턴트 Anna.kim@fleishman.com
 
 
참고문헌
<기업문화 혁신전략>, 애드거 H 샤인, AT커니 코리아
<변화관리>,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변화관리>, 존 코터, 현대경제연구원
<밸류에이션>, 모리오 아키라, 이콘
<숫자로 경영하라>, 최종학, 원앤원북스
, Paul Argenti, Mcgraw Hill
, Paul Argenti, Mcgraw Hill
<M&A와 문화충돌 관리>, 박원우, 집문당
기타 Fleishman Hillard CCW 보고서 등
 
  • 황종덕 | - AT커니 코리아 컨설턴트
    -(현) 플레시먼힐러드 코리아 CCW 기업 내외부 전략 커뮤니케이션 컨설팅, 자본시장 커뮤니케이션, 비전 설정, 이슈 관리, 임원 대상 전략적 문제해결 교육 등을 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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