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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 무사안일의 ‘불문율’은 없나

정헌택 | 5호 (2008년 3월 Issue 2)
기업을 컨설팅할 때 변화 추진 담당자들로부터 자주 듣는 말이 있다.
 
“변화와 혁신을 선도하는 것이 우리 기업의 모토다. 그러나 직원들이 잘 움직이지 않아 구호로만 그치고 있다.”
“제도는 좋은데, 실질적인 운영이 잘 되지 않는다.”
“새로운 CEO가 너무 의욕적으로 일을 추진하다 보니,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성향의 직원들과 괴리가 크다.”
 
담당자 입장에서는 변화를 위한 비전도 만들었고, 각종 제도와 행동 원칙도 수립했는데 조직이 따라 주지 않으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질까.
 
불문율의 엄청난 영향력
가장 중요한 이유는 기업이 공식적인 원칙이나 비전, 제도, 규정 등 성문화된 규칙(written rule)만 고치려 하고, 조직 운영 이면의 보이지 않는 요소를 간과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조직 내부의 반발이나 기존 조직 문화와의 마찰 등 부작용이 생긴다. 심하면 변화 시도 자체가 실패하거나, 변화를 주도한 담당자가 물러나기도 한다.
 
우리는 이렇듯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요소를 불문율(unwritten rule)이라고 부른다. 불문율이란 공식화된 원칙이나 제도 이외에 수면 밑에서 개인이나 조직에 영향을 미치는 관습 또는 행동 양식을 말한다. 대표적인 불문율에는 조직 내의 정치역학적 관계, 관행 등이 있으며, 이런 불문율은 기업 문화로 해석되기도 한다.(그림 1)

불문율은 조직원들의 생각과 행동 양식을 상당 부분 좌우하는 요소란 점에서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공식적인 규정은 조직구성원들에게 글자 그대로 해석되는 경우가 드물다. 대신 조직이 처한 환경에 따라 재해석되고 재인식되어 조직원들의 행동양식에 불문율의 형태로 영향을 미친다. 때때로 불문율은 명문화된 원칙이나 규정보다 조직에 더 큰 영향을 준다. 눈에 잘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경우에 따라 변화 시도 자체를 좌절시킬 만큼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은 자기 조직 안에 어떤 불문율이 있으며, 그것이 생겨난 원인은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할 필요가 있다. 또 불문율로 인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문제점을 사전에 찾아내 충분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Unwritten Rules of the Game(UROG)’ 방법론
ADL에서는 기업 내부의 불문율과 그로 인한 문제점을 찾아내 해결하기 위해 ‘UROG(Unwritten Rules of the Game)’라는 방법론을 사용한다. 이 방법론은 조직 내 문제의 원인 혹은 변화 추진의 장애물이 되는 불문율을 제거할 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불문율을 찾아내 그것을 유지·강화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UROG 방법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당면한 문제가 무엇인지, 어떤 불문율이 어떤 부작용을 낳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불문율이 생겨나게 하는 원인(motivator, enabler, trigger)이 무엇인지를 알아내고, 마지막으로는 문제해결 대안을 찾는다.(그림 2)
 
그럼 가상의 기업인 A사의 사례를 통해 UROG 방법론을 실제로 어떻게 이용하는지를 살펴보자.
 
중견 제조업체 A사의 김철수 사장은 창사 20주년을 맞아 새로운 경영 원칙을 발표했다. 그 중 임직원들의 눈길을 끈 것은 다음 세 가지다. 괄호 안은 김 사장의 의도다.
 
최고경영진이 되려면 폭넓은 경험이 필요하다. (‘나는 기술밖에 몰라 경영을 하면서 어려운 점이 많았다. 시장과 전략도 잘 아는 인물을 기용해 전사적 전략을 만들고, 회사의 미래를 이끌어갈 신제품과 새 사업영역을 개발해야겠다.’)
 
최고성과자는 상사의 추천을 통해 조기에 승진할 수 있다. (‘능력 있는 젊은 사원들에게 더 많은 기회와 인센티브를 주겠다.’)
 
부서장들은 자신이 맡고 있는 부서의 손익에 대해 책임을 진다. (‘부서장들이 손익구조에 대해 책임을 지고 좀 더 세밀한 관리를 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 원칙은 ‘팀워크 저해’, ‘상사 눈치 보기’, ‘사내 협력 부재’라는 부작용을 일으켰다. 김 사장이 큰 공을 들인 신제품 개발도 실패했다.
 
A사가 당면한 문제는 무엇인가? 회사의 미래를 책임질 신제품 개발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A사가 참여하고 있는 시장에서는 중국 기업들의 약진으로 한국 기업들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A사의 매출과 영업이익도 지난해부터 하락세다. 신제품 개발은 어떻게 보면 회사의 사활이 걸려있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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