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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심리 상태 점검 솔루션

냉소...태만...조직 심리에 칼을 대자

조범상 | 53호 (2010년 3월 Issue 2)

일선 현장의 상당수 리더들이 ‘부서 간 협업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조직에 냉소적인 분위기가 팽배하다’, ‘혁신의 시도가 번번히 실패한다’ 등의 이야기를 종종 한다. 이런 현상은 구성원 개개인의 특성, 심리 때문에 발생하기보다는 조직 내부를 두텁게 둘러싸고 있는 어떤 심리 작용 때문에 발생할 수 있다. 조직의 심리란 상호작용을 통해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심리 상태를 의미한다. 이것은 구성원들 사이의 역학 관계, 외부 자극에 의해 형성되기 때문에 한 개인의 생각,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형성, 표출될 수도 있고, 때로는 조직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일부 기업들이 의욕적으로 시도했던 변화 관리, 지식 경영, 인수합병(M&A) 등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실패하는 이유 중 하나는 조직 심리를 제대로 이해,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맥킨지 쿼털리에 소개된 <변화 관리의 심리학(The psychology of change management)>의 저자 에밀리 로손과 콜린 프라이스는 “많은 기업들이 성과 향상을 위한 변화 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지만 구성원들의 사고방식, 마인드에 의해 형성된 조직의 심리를 관리하지 못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편, 조직의 심리를 어루만지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구축함으로써 위기를 기회로 역전한 사례도 있다. 2002년 부도 위기를 극복한 GM대우 사례를 보자. GM대우 출범 시 구성원들은 외국 자본에 대한 선입견과 구조조정에 대한 거부감으로 경영층에 대한 반감이 높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부임한 닉 라일리 전임 최고경영자(CEO)는 조직 내에 팽배한 불신과 불안의 심리를 현지화 전략과 노사 상생의 경영으로 극복하는 지혜를 보였다. 특히 정리 해고되었던 생산직 직원들을 5년 만에 복직시켰던 사례는 상처받았던 조직의 심리를 아물게 하는 전환점이 되었다.
 
이처럼 기업의 성과는 구성원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구성원들 사이의 상호작용 속에서 형성된 조직의 심리에 의해서도 상당히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진정한 조직 진단은 현재 해당 조직의 심리 상태가 어떤지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조직의 성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섯 가지 조직의 심리 유형을 살펴보고 대응 방안을 고찰해본다.
 
1‘예스맨’ 조직이 다양성을 해친다
상사나 동료들과 함께 중국집에 가서 음식 주문을 할 때, 다른 사람들이 모두 자장면을 시키면 자기 혼자 다른 음식을 주문하는 것이 눈치 보여 다수의 의견에 따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다른 음식을 주문했을 때 늦게 나올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압력이나 상사에 대한 복종의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조직 내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수직적 체계, 권위주의적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조직에서는 엄격한 위계 질서에 바탕을 둔 상명하복, 만장 일치에 대한 암묵적 압력 때문에 개인의 의사와는 다르게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확률이 높다. 물론 수직적 조직 체계의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조직의 응집력을 도모할 수 있고, 빠른 의사결정을 통해 실행력을 강화할 수 있다. 그러나 ‘예스맨’ 조직은 조직의 다양성을 해칠 수 있고 견제와 균형의 기능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뿐더러 하나의 사안에 대해 고려해야 하는 장점과 단점을 충분히 아우르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관리 포인트
조직에서 이런 우(愚)를 범하지 않으려면 첫째, 문제가 되는 사안을 공개적으로 논의하거나 리더가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회의 석상에서 직급에 상관없이 개별적인 의견 개진 기회를 부여하는 것도 활용해봄 직하다. 둘째, 논의 집단 자체를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으로 이원화하는 방법이다. 각 집단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를 수집하고 장단점을 따져보게 한다.

2조직의 이기주의가 두터운 벽을 만든다
‘우리 부서의 성과가 먼저’라는 식의 지나친 경쟁 심리와 조직 이기주의는 조직 간 두터운 벽을 만들 수 있다. 이를 ‘사일로 효과(Silos Effect)’라고 한다. 각 부서들이 담을 쌓고 다른 부서와의 협력과 교류 없이 내부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모습이 마치 곡식을 저장해두는 굴뚝 모양의 창고를 닮아 있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특히, 조직의 분화가 심화되고 각 조직이 자신만의 성과를 중시할수록 서로 간 벽은 더욱 두터워질 수 있다. 그 결과 각 조직은 전사 최적화보다는 조직 이기주의에 의한 부분 최적화를 도모할 확률이 높다.
 
소니의 사례를 보자. 소니는 1995년부터 약 10년간 사업부의 성장과 서로 간 경쟁을 중시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전형적인 예로 연구개발(R&D) 부문을 보면, 소니는 중앙연구소를 폐지하고 사업부 연구소 체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각 사업부가 각자의 외적 규모, 경쟁력을 키우는 데만 집중을 하다 보니 사업부 간 공동 연구에 어려움을 겪고 중복 투자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 결과 컨버전스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불구하고 제품별, 본부별 조직 구조로 인해 시장 환경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제품 개발에 어려움을 겪었다.
 
관리 포인트
조직 이기주의가 자리 잡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서로 간 시너지를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여러 부서들이 한 가지 문제 해결을 위해 협업 팀을 구성하거나 경영층이 주도하는 ‘전사 협의체’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국내 모 기업도 신제품 개발이나 업무 프로세스 개선을 위해 관련 부서의 직원들로 구성된 ‘원 팀(One Team)’ 활동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신제품 개발을 위해 연구 개발과 디자인, 상품 기획 조직의 구성원들이 하나의 ‘크로스 펑셔널 팀(Cross Functional Team)’을 구성해서 제품의 기획 단계서부터 출시까지 협업한다. 또 이런 프로젝트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분기별로 사례를 공유하고 큰 성과를 창출한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포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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