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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선발을 위한 행동 평가 프레임

과거 경험 속에 내재된 ‘성공 DNA’ 찾아라

박두진 | 39호 (2009년 8월 Issue 2)
인재 선발을 위해 인적성검사를 활용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요즘은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신입 및 경력 사원을 채용할 때 인적성검사를 많이 사용한다. 외국계 기업에서는 임원 및 최고경영자(CEO) 선발에 인적성검사를 긴요하게 활용한다. 주로 회사가 추구하는 인재상에 지원자가 맞는지 확인하고, 채용 과정의 과학적·논리적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부적합자를 선별해내는(screen-out) 도구로도 광범위하게 응용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기업에서는 인적성검사를 잘못 활용하고 있다. 정신과 환자를 진단하기 위한 도구를 채용 과정에 사용하거나, 신입 사원 선발에 쓰는 인적성검사 도구를 중간 관리자나 임원 선발에 활용하는 게 대표적 사례다. 이처럼 평가 대상자나 평가 목적에 대한 명확한 이해 없이 인적성검사를 남용하면 오히려 기업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따라서 인재를 평가할 때는 어떤 측면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 명확히 정의 내려야 한다. 또 각각의 측면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평가 도구가 필요하다. 이는 의사의 역할과 비슷하다. 환자가 호소하는 고통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그 고통의 원인이 되는 부위와 병에 대해 잘 알아야 하고, 동시에 이를 파악하는 데 쓸 진단 도구가 있어야 한다.
 

 
개인의 차별화된 특성을 파악하라
그렇다면 임원 선발을 위해서는 각 개인들의 어떤 측면에 초점을 맞춰 진단을 해야 하며, 진단 도구들이 갖춰야 할 특성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미국 하버드대 교수이자 헤이그룹 창업자인 데이비드 매클러랜드 박사는 기업에서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의 특성을 기술, 지식, 가치, 자기 이미지, 특질, 동기 등 6가지로 정의했다. 이러한 개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는 HR 관리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은 ‘역량(competency)’이라는 개념을 고안했다.
 
- 기술(skills): 개인이 할 수 있는 것
- 지식(knowledge): 개인이 알고 있는 것
- 가치(values): 사회적으로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 자기 이미지(self image): 자신이 되고자 하는 기대상
- 특질(traits): 장기간 형성된 성격
- 동기(motives): 천성적으로 즐거움을 주는 것
 

 
이것이 개인 특성을 이해하는 데 기초가 되는 빙산 모델이다.(그림1) 각각의 개인 특성들이 업무 성과에 미치는 영향력은 대단히 다르다. 직무 특성에 따라 기술과 지식이 강조되기도 하고, 상대적으로 개인 가치가 업무 성과에 더 큰 영향력을 미치기도 한다. 예술가처럼 개인적인 창조 에너지를 발산해야 하는 업무라면 동기가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헤이그룹에서는 개인의 내면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개인의 가치와 동기를 진단하는 검사를 사용한다. 특히 개인의 내면 깊은 곳에 있는 자신만의 즐거움의 원천을 파악하기 위해 다소 독특한 방식을 활용한다. 이는 ‘그림 이야기 검사’라는 방법으로, <그림2>와 같은 그림들을 보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구성해보도록 하는 것이다. 즉 등장인물들이 누구이며, 어디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짧은 소설을 쓰듯이 이야기하는 것이다(물론 실제 검사에서는 이 그림 하나만을 보고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 최소 6개 이상의 그림을 통해 파악한 내용이어야만 타당성이 있다고 본다).
 
<그림2>가 어떻게 보이는가? 여기 등장한 두 사람은 어떤 관계이며, 어떤 얘기를 주고받고 있을까? 간단하게 A4 용지를 반으로 접어 적어보자. 이 검사에서 대표적으로 나오는 3가지 응답 유형을 소개한다.
 
①둘 다 사업가인데, 신규 투자하기로 한 사업에서 투자 이익을 어떻게 뽑아낼지 상의하고 있다.
②왼쪽에 있는 사람이 아들, 오른쪽이 아버지인데, 아버지가 상심한 아들에게 따뜻하게 손을 내밀며 조언해주고 있다.
③왼쪽에 있는 사람은 젊은 CEO이고, 오른쪽은 나이 많은 임원이다. 젊은 CEO가 나이 든 임원에게 뭔가 부정적인 인상을 주자 임원이 열심히 설득하고 있다.
 
첫째 유형은 성취동기가 강한 편이다. 자신이 설정한 목표를 어떻게든 달성하려는 의지가 강하고, 항상 도전과 성장을 통해 즐거움을 얻으려 한다. 반면 상황을 관조하거나 기다리는 일을 참기 어려워하고, 한번 정한 목표는 좀처럼 바꾸려 하지 않는다.
 
둘째 유형은 친화동기가 강한 편이다. 사람들과의 친밀성을 높이는 활동을 통해 즐거움과 삶의 에너지를 얻는 사람으로, 조화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활동을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사람들 간의 갈등을 일으키거나 거절이 예상되는 상황은 피하려 한다.
 
셋째 유형은 권력동기가 강한 편이다. 자신의 생각이나 의도를 타인에게 어떻게든 관철하고 설득하면서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다. 따라서 자신의 말이나 의도가 타인에게 쉽게 전달되고 인정받을 수 있도록 권력이나 권위를 추구한다. 반면 자신의 의도가 관철되지 않으면 상당한 심리적 불편을 느낀다. 소위 기 싸움에서 기가 세다고 하는 것은 이러한 권력동기가 높은 사람들끼리 부딪혔을 때 생긴다.
응답자들은 보통 하나의 동기만을 나타내는 이야기를 하지는 않고, 3가지 동기를 담은 이야기를 다양한 형태로 표현한다. 3가지 동기 중 무엇이 강한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헤이그룹의 연구 결과, 전체 모집단의 평균이 1990년대 후반에는 친화-성취-권력 순이었는데, 2000년대 중후반으로 오면서 성취-친화-권력 순으로 바뀌고 있다. 성취동기의 수준이 월등히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타인들과 친근한 관계를 유지하기보다는 목표를 성취하는 데서 에너지를 얻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개인 특성을 이해하는 데 활용되는 도구 중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게 바로 인적성검사다. 인적성검사에는 개인의 내면적 특성을 진단하는 ‘인성·성격검사’, 기술과 지식에 대한 잠재적 학습 능력을 측정하는 ‘인지능력·지능검사’가 있다. 이러한 진단 도구들은 개인적 선호나 태도를 검사하는 교육 목적의 진단 도구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개인 특성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기업에서 인재를 뽑을 때 개인 특성 진단 도구만을 활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외향적 특성을 지닌 사람이라고 해서 어떤 상황에서나 외향적으로 행동하지는 않는다. 또 친화력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어떤 상황에서나 친밀한 행동만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사람은 대체로 갈등보다는 조화로운 분위기를 만들긴 하지만,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압력을 행사하거나 강요할 때도 있다.
 
따라서 인재를 좀더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개인 특성이 환경과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인간의 행동은 환경으로부터 어마어마한 영향을 받는다. 환경의 영향이 강할 때 개인 특성은 쉽게 드러나지 않으며, 반대로 환경의 영향이 약할 때는 개인 특성이 쉽게 표현된다. 사람들마다 환경의 압력에 상관없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특성이 있는데, 이것이 보통 타인에게 인식되는 모습이다. 이러한 특성이 매우 뚜렷한 사람이라면 누구와 있든, 어떤 상황에서든 그 사람의 행동을 통해 내면적 특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장소나 상황에 따라 지속적으로 자기 행동을 바꾼다. 이들은 행동의 일관성을 찾기 어렵고, 사람들마다 그를 각기 다른 모습으로 기억하는 편이다.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자기 스타일대로 행동하는 사람은 일관성이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때때로 상황에 유연하지 못한 경직성을 보이기도 한다. 반대로 상황에 따라 매번 행동이 달라지는 사람은 유연한 태도를 보이지만 상황에 이끌려 다니며, 환경에 대해 무기력하고 적응력이 부족하기도 하다.
 
따라서 이러한 개인 특성이 상황에 따라 어떤 행동으로 나타나는지를 이해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퍼즐의 3가지 요소를 정확히 맞춰야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으며, 회사가 기대하는 인재인지 아닌지를 파악할 수 있다. 이렇게 퍼즐을 맞춰가는 과정이 바로 인터뷰, 다면 평가, 평가 센터다.
 
이 3가지 방법에 대해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3가지 방법은 개인 특성이 어떻게 환경과 상호작용하는지를 파악하는 방법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인터뷰’는 피평가자 본인이 인식한 상황과 대응 전략 및 대응 행동에 초점을 맞춘다. ‘다면 평가’는 구체적인 상황보다는 피평가자와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로부터 그들의 대응 행동 패턴을 알아내는 데 초점을 맞춘다. ‘평가 센터’는 가상으로 꾸며진 특정 상황에서 피평가자가 보이는 행동을 분석하는 방법이다. 이 3가지 방법을 모두 사용하면 평가에 투자되는 시간과 비용만큼 평가의 정확성이 높아진다.
 
인터뷰: 과거 경험에 내재된 성공 DNA 파악
최근 필자는 한 글로벌 그룹의 지주사로부터 최고경영자(CEO) 및 CEO 후보군을 선발하기에 앞서 강의를 요청받았다. 이 회사는 CEO 및 임원 선발을 위해 퇴직한 CEO들을 면접 위원과 평가자로 참여시키고 있었다. 회사와 후배들을 잘 아는 선배들이야말로 차세대 CEO를 가장 현명하게 뽑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이 일은 그룹의 핵심 경영진을 뽑는 일이어서 더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평가자인 퇴직 CEO들은 계열사의 경제연구소에서 수차례 인터뷰 교육을 받았다.
 
CEO 후보들은 산전수전 다 겪고 본인도 관리자나 신입 사원을 선발하며 수십 년간 수많은 인터뷰를 해온 사람들이다. 이들을 어떻게 인터뷰해야 하는지가 강의의 쟁점이었다. 필자가 이날 강조한 점은 후보자가 최대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도록 면접관이 방해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면접관들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가 피면접자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자신이 가진 도식이나 평가 기준을 피면접자에게 강요하고 확인하려는 태도다. 예를 들어 전략적 사고 역량을 측정할 때, 면접관이 ‘전략적 사고는 주로 사업 기획과 같은 업무를 하면서 발휘하는 역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대부분 이렇게 질문한다. “주로 어떤 방법을 통해 사업 기획을 하며, 무엇을 중요하게 고려합니까?” 그러면 피면접자는 유능한 경영학자의 이론이나 사업 기획 프로세스를 떠올리거나, 혹은 자신의 독특한 점을 부각하기 위해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얘기한다. 이 답변을 듣고서 과연 그의 전략적 사고 능력을 파악할 수 있을까? 지식과 기술이라는 측면에서는 ‘예’이지만, 피면접자가 그러한 능력을 정확히 발휘할 수 있을 것인지의 측면에서는 ‘아니오’다. 면접관들에 의해 체계적으로 구조화된 면접 방식은 특히 이렇게 임원을 대상으로 하는 면접에는 적절하지 않다.
이 강의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된 또 하나의 주제는 ‘어떤 질문을 하느냐’였다. 개인이 가장 성공적으로 경험했거나, 성공하고 싶었지만 아쉽게 달성하지 못한 일에 대해 최대한 알아내는 것을 질문의 주된 목적으로 삼는 게 좋다. 그래서 필자는 대개 “최근에 가장 성공적으로 달성한 경험에 대해 얘기해주십시오”라는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한다. 이 질문으로 대단히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다. 먼저 피면접자가 ‘성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어떤 사람은 ‘회사에서 부여받은 일을 달성하는 것’을 성공이라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부하 직원을 승진시킨 것’을 성공이라 여긴다. 자신이 평생 연구해오던 분야에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는 것을 성공이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심층 질문으로 피면접자가 자신의 성공을 어떠한 방식으로 달성해왔는지 들어보면, 그가 일하는 방식과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
 
이것이 헤이그룹의 행동 사건 면접(behavioral event interview)에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원칙이다. 이 방법은 면접관의 가정에 따라 피면접자의 응답이 방해받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안됐다. 행동 사건 면접의 가장 큰 특징은 면접관이 응답 결과를 직접 채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면접관은 면접에 최대한 집중할 수 있다. 두 시간 반에서 세 시간 동안 면접관은 피면접자가 얘기한 사건, 즉 상황(situation)에 대한 구체적 정보와 대응 행동(behaviors), 그러한 행동을 하게 된 상황에 대한 인식이나 의도에 대해 집중적으로 알게 된다. 결과적으로 상황, 개인, 행동의 3가지 요소를 파악해내고, 인터뷰 분석 전문가들이 그동안 연구를 통해 축적해온 평가 기준과 사례집에 따라 채점한다.
 
다면 평가: 성공 DNA가 타인에게 미친 영향 파악
다면 평가는 평가하는 내용이나 형식에 따라 매우 다양한 형태가 될 수 있다.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게 리더십 역량 다면 평가다. 다면 평가는 평가 설계를 할 때 상당히 주의해야 한다. 특히 응답 형태와 설문 대상자, 설문 목적에 대해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게 중요하다. 응답 형태가 1∼7점 척도로 돼 있는 ‘한 방향(Likert 척도)’ 설문은 7(매우 동의한다), 6(동의한다), 5(약간 동의한다), 4(반반이다), 3(약간 동의하지 않는다), 2(동의하지 않는다), 1(매우 동의하지 않는다)로 구성된다. 문제는 대부분의 응답자들이 4∼7점 사이의 점수를 준다는 점이다. 물론 3점 아래로 응답했다면 정말로 그렇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한 방향 척도에는 ‘관대화 경향’이 뚜렷이 나타난다. 때문에 역량 다면 평가는 역량이 매우 뛰어난 사람이나 역량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사람처럼 양극단에 있는 그룹을 확인하는 데 적합하다. 그러나 중간 그룹을 선별해내는 데에는 그다지 적합하지 않다. 선발 목적에는 어느 정도 활용도가 있겠지만, 개발이나 육성 목적에는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
 
중간 그룹까지 확실히 변별하기 위해서는 ‘양 방향(Bi-polar 척도)’ 설문이 필요하다. 왼쪽에는 ‘이 사람은 업무를 추진하는 목적을 명확히 설명한다’, 오른쪽에는 ‘이 사람은 자신이 모범이 되어 시범을 보인다’라는 질문을 놓고, 왼쪽과 오른쪽 중 어느 쪽에 더 가까운지를 묻는 방식이다. 양 방향 척도에서는 두 문항이 모두 긍정적으로 표현돼 있으므로 응답하는 사람이 왜곡하기 어렵고, 좀더 솔직한 대답을 유도할 수 있다.
 
다면 평가를 할 때 설문 도구 자체에 대한 설계도 중요하지만, 응답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자신의 신분이 노출될지 여부다. 선발이든 육성이든 목적에 관계없이 자신의 대답이 인사팀이나 피평가자에게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면, 응답자들은 결코 솔직하게 답하지 않고 관대한 대답을 할 가능성이 높다. 다면 평가를 할 때 대상자 선정이나 대상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진단 결과의 정확성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므로 이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국내 기업들 중 일부가 내부 진단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해외 기업들은 이를 고려해 다소 비용이 들더라도 외부 전문 기관을 활용한다.
 
역량 다면 평가 결과를 해석할 때는 상황, 개인, 행동의 상호작용 해석에 주의해야 한다. 진단에 참여한 상사, 동료, 부하 직원의 특성과 피평가자가 놓인 사업적 상황을 잘 이해해야 한다. 또 진단 결과에서 나타난 행동적 특징이 개인의 안정적 특성인지, 아니면 부하 직원이나 사업적 상황 등과 상호작용해 나타난 독특한 특성인지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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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센터: 문제 해결 장면을 관찰해 미래 행동 패턴 파악
평가 센터는 역할 연기, 프레젠테이션, 집단 토론 등의 모의 과제와 인터뷰, 심리검사 등을 포함하는 광의의 개념으로 정의된다. 즉 다양한 평가 도구들의 집합체라는 뜻으로 ‘평가 센터’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평가 센터가 좁은 의미로 활용될 때는 모의 과제에 초점을 맞춘다. 평가 센터 개발의 시초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전신인 전략정보국(OSS)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특수 요원을 선발하기 위해 특별 훈련 센터에서 후보 생도들에게 다양한 관찰 및 문제 해결 과제를 줬는데, 이때 참여한 심리학자들이 이 과제를 기업의 관리자 선발에 적용했다. 이 방법은 실제 기업 현장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 즉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임원 회의 장면, 중요한 고객이나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대답하는 장면, 성과는 우수하지만 대인관계에 문제를 일으키는 부하 직원을 면담하는 장면 등을 문제 해결 시나리오로 만들어 피평가자의 실제 행동을 관찰한다.
 
모의 과제는 대개 특수한 문제 상황을 시나리오로 구성하기 때문에 일상적인 행동을 관찰하는 것은 아니다. 일종의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진단 방법이다. 모의 과제를 적용하는 데에는 상당히 많은 비용이 든다. 평가 대상이 되는 직무나 역할을 대표할 수 있는 과제를 개발해야 하고, 모의 과제를 실시하기 위한 장소와 피평가자들의 행동을 직접 관찰할 수 있는 평가자들도 필요하다. 보통 간단한 평가 센터가 1일 과정으로 진행되는데, 평가받는 인원은 최대 12명 이내로 제한된다.
 
평가 센터를 도입할 때는 주의할 점이 있다. 먼저 문제 상황이 평가 대상 직무나 역할을 잘 대표해야만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일반적인 모의 과제보다는 직무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평가하고자 하는 역량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바탕이 돼야 한다. 개인의 행동을 직접 관찰하는 방법이므로 사람들마다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의 차이가 분명하다. 과제가 정교하게 개발되지 않으면 대개 외향적이고 적극적인 사람이 높은 점수를 받게 돼 있다.
 
또 이러한 모의 과제가 문제 해결 상황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모의 과제를 아무리 체계적으로 잘 개발했다 해도 실제로 일어나는 상황을 제대로 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중간 관리자들의 업무는 비교적 정형화하기 쉽지만, 임원이나 CEO의 경우 일반적으로 상상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많이 겪게 된다. 따라서 고위직에 적합한 모의 과제를 개발하기가 더욱 어렵다. 즉 고위 임원들은 사내외의 다양한 정치적 관계를 고려해 의사결정을 하고, 장·단기 관점을 두루 고려해 직관적 판단을 하며, 때때로 자신의 판단이나 감정을 꾹 참고 견뎌야만 한다. 현직 임원들이 모의 과제 자체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곤 하는데, 이는 모의 과제가 이러한 복잡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의 과제에서 나타나는 행동 역시 상황 및 개인에 대한 분석과 동시에 이뤄져야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다. 모의 과제에서 주어진 상황 즉 토론, 역할 연기, 프레젠테이션 등 각각의 상황에서 나타난 개인의 반응 행동과 수행 수준, 그리고 개인적 특성과의 관계 등을 파악해야 정확한 진단이 이뤄진다.
 
모든 진단은 현재 역량을 파악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미래 행동을 예측하기 위해서도 쓰인다. 따라서 개인 특성이나 역량을 진단하는 모든 행위들을 측정하는 진단 도구나 방법이 과연 얼마만큼 개인의 미래 행동을 예측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더불어 피평가자들의 입장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이들이 평가에 참여하면서 겪는 심리적 고통은 평가자들이 상상하기 어렵다. 실제로 피평가자는 인터뷰를 세 시간 정도 하고 나서 ‘정말 제대로 하긴 했나’ 하는 의구심이 들거나, 하루 종일 집단 토론과 프레젠테이션, 역할 연기를 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비교당하는 듯한 느낌에 고통스러워한다.
 
따라서 진단 결과는 가능한 피평가자 개인에게 정확히 피드백 해줘야 한다. 자신이 고통스럽게 참여한 결과가 최대한 당사자에게 전해져 자기계발을 이룰 소중한 정보로 쓰일 때, 평가의 값어치가 진정으로 살아난다.
 
필자는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임상심리학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머서 HR 컨설팅과 PSI 컨설팅을 거쳐 현재 헤이그룹 리더십평가팀 부장 컨설턴트로 재직 중이다. 전문 분야는 핵심 인재 및 역량 평가이며, 역서로 <핵심 인재가 기업의 운명을 결정한다(Talent Edge)>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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