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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기업문화는 성과 향상의 원동력

제임스 오툴 | 36호 (2009년 7월 Issue 1)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 기업들이 경영진의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 사용한 지표는 상대적으로 매우 단순했다. 바로 경영진이 투자자들에게 안겨주는 부(富)의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런 시절은 이제 끝났다. 세계화와 기술 개발 덕분에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급격한 혁신을 잘 관리해낼 수 있는 경영진이 더욱 필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환경 오염, 일자리 창출, 개도국의 빈곤 문제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좀더 큰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치 또한 유례없이 높다. 유수의 기업들이 잇따라 몰락하고, 세계 경제를 강타한 일련의 스캔들이 휘몰아친 요즘에는 월가가 오직 ‘과거의 실적’만을 중시할 것이라는 근시안적 생각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따라서 기업 경영진을 평가할 더 나은 방법이 필요하다. 우리는 ‘경제적, 윤리적, 사회적으로 지속 가능한 조직을 만들어내기 위한 능력’이 경영진의 성과를 평가하는 새로운 지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경영진은 어떻게 이 야심 찬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물론 구체적인 행동 방안은 산업과 기업의 특성 및 각 기업이 처해 있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현명한 경영자라면 어떤 전략과 전술을 택하든 투명성을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라는 사실을 잘 알 것이다.

이 글에서 말하는 ‘투명성(transparency)’이란 흔히 재계에서 생각하는 기본적인 정의, 즉 ‘투자자에게 재무 정보를 전적으로 공개하는 것’ 이상을 뜻한다. 물론 재무적 정직성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투명성을 좁은 의미에서만 해석하면 법적인 면에 치중하게 된다. 때문에 윤리 문제를 놓치게 되며, 주주의 이익만을 고려해 기타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외면하는 결과를 낳는다. 뿐만 아니라 좁은 의미의 투명성은 조직 내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먼저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지 않더라도 주주에게는 얼마든지 투명해질 수 있다는 잘못된 가정을 바탕으로 한다. 그 어떤 조직도 스스로에게 정직하지 못하다면 투명성을 논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투명성을 좀더 넓게 정의하고자 한다. 즉 우리가 말하는 투명성은 내부 관리자, 직원 및 외부의 이해관계자 등 정보가 자유롭게 흘러갈 수 있는 모든 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이런 사람들이 적절하고, 시의성이 있으며, 정확한 정보에 접근할 수 없는 조직은 혁신을 할 수도, 변화하는 이해관계자의 요구에 대응할 수도 없다. 주어진 역할을 효율적으로 해내지도 못한다. 이런 이유로 인해 경영진은 정직한 문화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시스템과 규범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정직성이 성과 개선으로 이어지는 까닭
조직의 정직성과 성과 사이의 관계는 사실 좀 복잡하다. 하지만 다양한 각도에서 이 관계를 조명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즉 상사와의 대화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지, 각 사업팀이 자체적으로 내놓은 가설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구심을 표현할 수 있는지, 이사회가 경영진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지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부하 직원과 상사의 의사소통에 대해 생각해보자. 1980년대에 발표된 연구 결과 중 꽤 흥미로운 게 하나 있다. 연구를 진행한 조직 이론가 로버트 블레이크와 제인 머톤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사람의 실수로 일어난 비행기 사고를 분석한 내용을 자세히 살펴봤다. NASA 연구진은 평소에 같은 팀으로 일해온 조종사, 부조종사, 항법사 등 조종실 탑승자들을 모의 비행 장치에 들어가게 했다. 실험자들은 사고 발생 징후가 나타난 뒤 3045초 사이에 사고가 일어나도록 설정했다. 그리고 짧은 순간 조종실 탑승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관찰했다. 조종실 안에서는 조종사가 리더의 역할을 맡는데, 이들은 대부분 문제가 생긴 순간에 본능이 이끄는 대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사람들은, 나머지 구성원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리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의견을 구한 후 결정을 내리는 ‘열린 태도’의 조종사들보다,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사례가 훨씬 많았다.
 
NASA의 연구 결과가 주는 교훈은 매우 간단해 보인다.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대신, 얼마 되지 않는 정보를 바탕으로 행동을 하면 실수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하지만 블레이크와 머톤은 실험 결과를 더욱 자세히 파고들어 평소에 조종사가 나머지 구성원들과 어떤 식으로 의사소통을 하는지 살펴봤다. 분석 결과, 위기 상황에서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조종사는 평소에도 직원들과 열린 태도로 대화를 나눈 사람들이었다. 반대로 조종사가 평소에 독단적으로 행동한 팀에서는 나머지 구성원들이 조종사의 결정에 개입하려 들지 않았다. 심지어 비행기를 구할 수 있을 만한 정보가 있을 때에도 잠자코 있었다.
 
이런 침묵의 대가는 엄청나다. 말콤 글래드웰은 최근 출간한 <아웃라이어(Outliers)>에서 여러 비행기 사고에 관한 데이터를 살펴봤다. 그는 “비행기 추락의 원인은 항상 팀워크 및 의사소통의 문제”라는 결론을 내렸다. 조종사 중 한 명이 중요한 정보를 알고 있으면서 그 정보를 다른 조종사에게 전달하지 않는 것이 한 예다. 따라서 조종사들은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명령을 전달하는 형태의 의사소통만을 고집하기보다, 가능한 한 명확하고 투명한 형태로 정보를 공유하는 의사소통’을 할 필요가 있다.
 
물론 투명성의 문제가 반드시 리더가 나머지 구성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아서, 또는 구성원들이 의견을 표현하지 않아서 일어나지는 않는다. 그룹 전체의 중론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즉 팀 구성원이 반대 의견을 표현하는 방법을 잘 알지 못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두 번째 문제와 관련한 책들이 이미 많이 나와 있다.
 
필자들이 직접 살펴본 결과, 대기업 중역 회의실에서 이런 문제가 나타나는 사례가 많다.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으려면 공통된 가치관과 가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고위 관리자들로 이뤄진 팀이 집단적인 부정과 자기기만에 빠져 구성원들이 모두 철석같이 믿고 있는 가정을 파헤치거나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면 혁신을 추구할 수도, 잘못을 고칠 수도 없다. 그 결과 조직 자체가 무너지거나 윤리 문제가 생긴다.
 
필자들은 오래전부터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투명성이 그다지 많이 개선되지 않았다. 조직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는 동안, 관리자들이 자기 조직의 문화를 표현하기 위해 가장 흔히 사용하는 비유 대상이 ‘버섯 농장’임을 알게 됐다. 그들은 자신의 조직을 “여기 직원들은 모두 암흑 속에서 그저 주어지는 비료만 먹고 살아간다”고 표현한다. 우리는 최근 154명의 경영진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전체 응답자 중 63%가 자신이 속한 조직의 문화가 투명하지 않다고 답했다. 나머지 37%는 조직의 의사소통 관행에 대해 ‘밝은 햇빛을 뒤덮은 구름’이라고 표현했다.
 
조직은 합리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투명해야 한다. 투명성이 높은 조직은 그렇지 않은 조직보다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투명성은 집단행동의 본질, 심지어 인간의 본성과 반대될 때도 있어 경영진은 투명성을 거스르려 한다. 어떤 조직에서건 우두머리는 정보를 쌓아두고 통제하려고 한다. 정보가 바로 힘의 근원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정보를 기반으로 한 권력이 엘리트 계층과 일반 대중을 구별해준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생각을 가진 경영진은 자신이 나머지 조직 구성원들보다 똑똑하다고 믿으며, 오직 자신만이 민감하고 복잡한 정보를 필요로 한다고 생각한다. 또 이 같은 정보를 사용하는 방법은 오직 자신만이 안다고 여기기도 한다. 심지어 부끄러운 실수를 감출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불투명한 문화를 좋아하는 경영진도 있다.
 
투명성 문제의 세 번째 형태는 이사회가 감독의 책임을 포기할 때 나타난다. 요즘은 소위 ‘아지랑이 효과’에 굴복하는 이사진이 놀라울 정도로 많다. 이들은 카리스마 넘치는 최고경영자(CEO)가 엄청난 소동을 벌이거나 부당한 탐욕을 부리는 모습을 그저 바라보기만 한다. 미디어 기업 홀린저 인터내셔널의 CEO였던 콘래드 블랙의 행동을 보자. 그는 주주의 돈 800만 달러를 사취해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기념품을 개인적으로 사들였다. 또 자회사들과 경쟁하지 않는 데 동의하는 조건으로 수백만 달러의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유죄를 선고받았다. 그는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을 포함한 홀린저의 이사회가 감시 감독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처럼 대담한 행동을 할 수 있었다. 블랙과 홀린저의 이사회는 침묵이라는 무언의 약속을 맺으면서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지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간과했다.
 
[HBR TIP] 정직한 문화를 만드는 8계명
 
정직한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면, 우선 자신의 행동부터 고친 다음 생각을 밖으로 돌려야 한다.
 
진실을 말하라 사람은 누구나 상대방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충동을 느낀다. 현명한 경영진은 모든 사람에게 꾸밈없는 일관된 진실을 전한다. 솔직한 사람이라는 평판을 쌓으면, 상대도 그 평가에 걸맞는 행동을 보여줄 것이다.
 
권력을 가진 사람에게 진실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라 서열이 낮은 사람이 상사가 싫어할 만한 진실을 전달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상사는 진실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어떤 문제가 있을 때 부하 직원들은 그 문제에 관한 정보를 알고 있지만, 정작 상사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이 상사에게 진실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반대 의견을 내는 사람에게 보상하라 자사의 근간이 되는 전제가 무엇인지 깨닫고, 그 전제에 도전하지 않으면 혁신을 이룰 수 없다. 기존의 전제를 넘어서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직원들을 찾아 그중 가장 뛰어난 사람을 승진시키고, 반대 의견을 나타내는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라.
 
유쾌하지 않은 대화를 즐기는 법을 배워라 최고의 경영진은 나쁜 소식을 최대한 나쁘지 않게 전달해 불필요하게 사람들의 마음을 어지럽히지 않는 법을 알고 있다. 물론 이런 방법을 익히기란 쉽지 않으므로 안전한 대상을 찾아 연습해볼 필요가 있다.
 
정보의 원천을 다각화하라 모든 사람은 어느 정도 편견을 갖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면을 두루 이해할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다양한 부류의 직원, 고객, 경쟁 업체와 대화해야 한다.
 
실수를 인정하라 경영진이 실수를 인정하면 나머지 직원들도 실수를 인정하게 된다.
 
투명성을 높이 사는 조직 문화를 구축하라 우선 내부 고발자를 보호하는 데서부터 시작하라. 하지만 여기서 멈춰 서서는 안 된다. 직원을 채용할 때에도 경쟁자를 능가하는 높은 성과를 보인 사람 대신, 다른 곳에서 정직한 문화를 구축한 공이 있는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정보가 자유롭게 흘러가도록 하라 대다수 조직들은 전략적인 정보나 기밀이 새나가지 않도록 철저히 보호한다. 하지만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정보의 공유를 중시하는 게 좋다.
 
오늘날 투명성이 불가피한 이유
기업의 경영진은 최근 비밀을 지켜낼 수 있는 능력이 사라지고 있음을 깨닫고 있다. 대개 인터넷 때문이다. 물론 힘든 시련을 겪은 후 이 같은 진리를 깨닫는 사례도 종종 있다. 이는 민주주의 국가뿐만 아니라 전체주의 국가에서도 마찬가지다.
 
2007년 중국의 블로거 리안 위에는 아름다운 항만 도시 샤먼의 주민들에게 그 지역에 화학 공장을 세울 계획이 있음을 알렸다. 10여 년 전이었다면 지역 주민들이 현명하게 대응하기 전에 이미 공장이 완공됐을 것이다. 하지만 리안이 경고 메시지를 전달한 후 e메일과 블로그,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공장 건립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한층 높아졌다. 반대 세력들이 모여 샤먼 시청 부근에서 행진을 벌이며 프로젝트를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정부에서 파견한 검열관들은 반대파가 운영하는 홈페이지를 즉각 폐쇄했지만, 반대 세력들은 휴대전화로 직접 시위 현장 사진을 찍어 언론에 배포했다. 공장 건립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나타내기 위해 오고 간 메시지가 무려 100만여 건에 이르렀다. 결국 정부는 환경 조사를 실시하기로 약속했고, 원래 공장을 지으려던 자리에서 30마일쯤 떨어진 곳으로 공장 부지를 옮겼다.
 
중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다른 모든 나라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이제 휴대전화와 컴퓨터만 사용할 줄 알면 누구나 수십억 달러 규모의 기업을 무너뜨릴 수 있는 세상이 됐다. 경영진이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에 제약을 가하는 일은 샤먼 시 정부 관료들이 공장 건립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막아내는 것보다 한층 어렵다.
 
의료기기 업체 가이던트의 사례를 보면 한층 이해가 빠를 것이다. 이 업체는 자사가 선보인 심장 충격기 모델 일부에서 발견된 결함을 알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결함 때문에 일부 인공심장 조절장치가 누전되고 오작동을 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가이던트 경영진은 3년 동안이나 의사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2005년 봄이 되어 문제가 있는 장치로 인해 대학생이 사망했다. 그를 치료했던 의료진이 언론에 이 사실을 알리면서 숨겨왔던 진실이 공개됐다. 엄청난 비난에도 가이던트는 한 달이 넘도록 리콜을 하지 않았고, 또 다른 환자가 목숨을 잃었다. 결국 결함이 있는 기기 때문에 최소한 5명 이상의 사망자가 추가로 나왔다. 이로 인해 가이던트의 주요 고객인 의사들의 신뢰가 무너졌다. 리콜을 실시한 이후 심장 충격기 시장에서 가이던트의 시장점유율은 35%에서 24%로 급락했다. 이는 결함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진실을 은폐하려는 가이던트의 시도에 많은 의사들이 분노를 느꼈기 때문이다.
 
가이던트와는 정반대로 선견지명이 있는 일부 경영진은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비밀 금지’ 정책을 도입하기도 한다. 투석치료 전문 병원 다비타의 CEO 켄트 서리는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체계적으로 데이터를 모은다. 또 현재 근무 중인 직원, 퇴사한 직원, 고객, 납품업체로부터 솔직한 피드백을 구한다. 그는 나쁜 소식이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며, 나쁜 소식을 전하는 직원에게 보상한다. 서리와 다비타의 고위 관리자들은 신뢰를 높이기 위해, 손쓰지 않고 그냥 두면 회사에 결국 해가 될 수 있다고 직원들이 지적하는 문제를 고치려고 즉각적인 노력을 기울인다. 허니웰, 컨티넨탈 항공, 존슨앤드존슨, 노드스트롬, 홀푸드, 자일링스 등도 남달리 정직을 강조하는 문화를 구축해 대중의 신뢰를 얻은 전설적인 기업들이다.
 
[HBR TIP] 왜 좋은 사람들이 나쁜 행동을 하는가
 
이라크의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에서 일어난 기괴하고 끔찍한 사건을 지켜본 사회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는 많은 논란을 일으킨 1971년 미국 스탠퍼드대 교도소 실험을 다시 살펴봤다. 그는 저서 <루시퍼 이펙트(The Lucifer Effect)>에서 그 실험이 왜 엉망이 돼버렸는지 설명했다. 당시 실험자들은 학교 건물 지하실에 설치한 가짜 감옥에서 어린 남학생들에게 일부는 간수 역할을, 일부는 죄수 역할을 맡도록 했다. 그런데 참가자들이 맡은 역할에 지나치게 심취하는 바람에, 간수 역할 학생들이 죄수 역할을 한 학생들을 정신적, 육체적으로 학대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당초 2주로 계획했던 실험이 중단됐다.
 
짐바르도는 20여 년 동안 사회심리 연구를 진행한 경험에 비춰 나치 수용소, 밀라이, 존스타운, 르완다, 그리고 지금도 학살이 자행되고 있는 다르푸르 등에서 일어난 끔찍한 사태와 이 실험을 다시 분석했다. 그리고 인간의 행동은 잠재된 본능보다는 주변 상황과 그룹 내의 역할 관계로부터 더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나쁜 행동을 하게 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착한 사람이 나쁜 행동을 하고자 하는 유혹을 이길 수 없는 상황과 시스템을 만들어내기란 무서울 정도로 쉽다. 하지만 좋은 행동으로 이어지는 시스템도 그만큼 쉽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 그나마 위로가 된다.
 
짐바르도의 결론은 비윤리적인 기업 행동의 근본적 이유를 잘 설명하고 있다. 그는 조직에서 나타나는 윤리적 문제는 ‘몇몇 썩은 사과’로 인해 생기는 게 아니라, 그 사과를 담는 ‘통을 만드는 사람’ 때문에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의도적이건 그렇지 않건, 구성원들이 나쁜 행동을 하게끔 만드는 시스템을 만들고 유지하는 리더가 바로 ‘통을 만드는 사람’이다. 짐바르도의 연구를 경영에 접목해보면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올바른 일을 권장하기 위한 윤리 프로그램에 수백만 달러를 쏟아붓는 것보다, 좋은 일을 하는 직원들에게 보상하는 문화를 만드는 게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게다가 짐바르도의 연구 결과는 많은 조직에서 흔히 일어나는, 동료들로부터 느끼는 압박감과 권력을 가진 사람에게 진실을 말하기를 꺼리는 태도에 대한 설명도 내놓고 있다. 모든 집단에는 소속감을 느끼려는 강력한 욕구가 있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의 관심을 원하고, 가족의 일원이 되고 싶어 한다. 따라서 조직의 규범을 따르고자 하는 압박감을 이겨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누구도 파티에서 외톨이가 되기를 원치 않으며, 상사에게 바지 지퍼가 열렸다거나 턱에 땅콩버터가 묻었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없다. 이와 같은 조직 역학 때문에 혁신, 문제 해결, 목표 달성, 시련에 대한 대처, 경쟁을 위한 기업의 역량이 약화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보가 자유롭게 흘러갈 수 있고, 누구도 진실을 말한 뒤 후환을 두려워하지 않는 조직 문화를 만드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경영진이 더욱 다양한 생각을 받아들이게 되면 투명성이 높아져 집단 순응으로 인한 사고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투명성의 진정한 가치는 바로 경영진이 다른 사람들을 솔직하게 대하게끔 만든다는 점이다. 어쩌면 투명성이 높아진 결과, 경영진이 스스로에게 정직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더욱 중요한지도 모른다.
 
투명성을 창조하라
정직의 문화는 저절로 발전하지 않는다. 조직의 형태를 막론하고 어느 곳에서든 정보를 몰래 쌓아두는 관행이 널리 퍼져 있다. 투명성을 창조하고 키워 나가기 위해서는 경영진이 앞장서 노력해야 한다. 앞으로 제안할 여러 조언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경영진이 역할 모델이 돼야 한다. 즉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반대 의견을 직접 찾아 나서며,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다른 사람들이 행동하기를 바라는 모습대로 직접 행동해야 한다.’
 
진실을 말하라 직급이 낮은 직원들에게 ‘상사에게 기대하는 덕목’이 무엇인지 순위를 매겨보라고 하면 거의 신뢰성이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한다. 정직하고 예측할 수 있는 상사란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은 사실을 얘기하고, 말을 바꾸지 않는 사람이다. 이런 상사는 부하 직원들에게 게임의 법칙이 바뀌지 않았으며,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신호를 전달한다. 이런 확신이 생기면 부하 직원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더 많이 노력하며, 상사가 목적을 이루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한층 솔직하게 행동한다.
 
권력을 가진 사람에게 진실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라 신뢰를 쌓으려면 시간이 걸리고, 일관성 있게 행동해야 한다. 또 보상을 제공하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물론 상황에 따라 경영진이 듣고 싶어 하지 않는 소식을 듣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똑똑한 관리자는 열린 태도를 높이 평가한다. 한 관리자는 우리에게 “정보를 전달하고서 호된 질책을 당한 사람은 너무 늦게 소식을 전한 한 명뿐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많은 경영진이 이 같은 태도를 갖고 있지 못한 게 문제다. 사실 수많은 경영진은 신뢰라는 것이 하나의 공생 관계라는 점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먼저 신뢰를 보내야 다른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부하 직원의 입장에서는 상사에게 솔직한 의사를 전달하기가 쉽지 않다. 영화계의 거물 새뮤얼 골드윈은 몇 차례의 개봉작이 실패한 뒤, 직급이 높은 직원들을 불러 모아 회의를 열고 이렇게 말했다. “예스맨 같은 건 원치 않네. 나는 모든 사람들이 설령 해고되는 한이 있더라도 진실을 말해주길 바라네.” 이 일화는 권력을 가진 사람에게 진실을 말하려면 그 사람이 들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하고, 진실을 전달하는 쪽은 용기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가족, 스포츠 팀, 학교, 사업체, 정부 기관 등 모든 조직에서 서열이 낮은 구성원은 이따금 서열이 높은 상대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만한 진실을 말하면서 두려움을 느끼곤 한다. 용기를 내어 진실을 말한 결과, 엄청난 위험에 휩싸이기도 한다. 부모의 화를 돋울 수도 있고, 이웃들의 공분을 살 수도 있으며, 영화사 사장이 폭발할 수도 있다. 엔론 직원이 제프리 스킬링 전 엔론 사장에게 분식회계에 관한 사실을 언급하려면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할지 상상해보라. 혹은 GE의 직원이 잭 웰치 전 CEO에게 단순히 질문을 던지는 경우를 상상해봐도 좋다. 포천지(誌)는 GE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직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웰치는 회의를 공격적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참가자들이 두려움에 떤다. 그는 상대를 비난하고 무시하고 조롱하고 창피를 주는 등, 자신의 사고력을 이용해 거의 물리적인 공격에 가까운 공세를 퍼붓는다.”
 
1970년대 초 경제학자 앨버트 허시만은 회사의 정책에 반대하는 직원들이 ‘퇴출’ ‘의견 표출’ ‘충성’의 3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원칙에 따라 사표를 낼 수도 있고(퇴출), 정책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거나(의견 표출),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가만히 있을 수도 있다(충성)는 것이다. 대부분은 가장 저항이 적은 세 번째 방법을 택한다. 이들은 자신에게는 변화를 이끌 만한 권력이 없다고 생각하거나, 변화를 꾀하다가는 응징을 당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서 상사가 어떤 명령을 하든 그저 시키는 대로 따른다. 대부분의 경영진은 부하 직원들이 탁월한 전사의 역할을 하며 회사 정책에는 어떠한 의문도 품지 않기를 바라지만, 훌륭한 경영진은 자신과는 다른 생각을 얼마든지 환영한다.
 
반대 의견을 내는 사람에게 보상하라 건강한 문화를 가진 기업은 끊임없이 기존의 전제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 일은 방 안에 가만히 앉아 있는 한 사람의 힘만으로는 결코 이뤄질 수 없다. 전제에 의문을 제기하려면 경영진이 다른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 모토로라가 한창 전성기를 누렸던 1980년대에 젊은 중간급 관리자가 로버트 갤빈 CEO를 찾아가 했던 이야기는 아직도 이따금 회자된다. “아침에 하신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건 잘못된 것 같습니다. 그 사실을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사장님이 절대로 반박하지 못하실 겁니다.”
 
젊은 관리자가 자리를 뜨자 갤빈은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함께 있던 일행에게 “이게 바로 우리가 텍사스 인스트루먼츠를 이길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당시 모토로라는 현상 유지에 기여하는 직원에게는 보상하지 않았다. 대신 기존의 전제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중요한 문제를 지적하는 관리자들에게 승진이라는 보상을 안겨줬다. 이후 모토로라는 이 훌륭한 관행을 점차 잃어갔다. 정직의 문화를 이어가는 것은 이런 문화를 만들어내기보다 훨씬 어렵다.
 
유쾌하지 않은 대화를 즐기는 법을 배워라 정직은 여러모로 유익하다. 하지만 까다로운 문제에 대해 솔직한 생각을 털어놓다 보면, 의도와는 달리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 관리자들이 평균 이하의 실적을 낸 부하 직원들의 성과를 평가할 때 어려움을 느끼는 것도 이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상사에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하기는 더 어렵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기는 빈도는 훨씬 낮은 편이다. 나쁜 평가를 내리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 즐거운 마음으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군수방위 물자 생산업체인 노스롭 그루먼은 경영진에게 이 문제를 좀더 부드럽게 다루는 법을 가르쳤다. 최근 은퇴한 노스롭 그루먼의 최고윤리책임자 프랭크 데일리는 관리자들이 유쾌하지 않은 대화를 연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 프로그램 덕에 관리자들은 상대방의 마음을 다치게 하지 않으면서 부정적인 메시지를 건설적으로 전달하는 법을 배웠다. 대기업에서 이와 비슷한 훈련 방법을 도입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있다.
 
정보의 원천을 다각화하라 경영자는 꽉 닫힌 사장실에 홀로 앉아 모든 비밀을 혼자만 간직하려는 성향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는 제대로 훈련받은 언론인, 컨설턴트, 인류학자들이 모두 알고 있는 비밀을 스스로에게 일깨울 필요가 있다. 그것은 바로 ‘어떤 문화를 이해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다양한 편견이 담겨 있는 다양한 정보를 접하는 게 최고의 방법’이라는 점이다. 너무나도 단순하고 명료해 보이는 이야기지만, 주기적으로 직원, 언론인, 주주, 규제 담당자 및 성가시게 하는 비평가를 만나 상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실수를 인정하라 현명한 경영자는 실수를 인정한다. 마하트마 간디는 잘못을 인정해야 할 때면 절대로 타협하지 않고 모든 걸 시인했다고 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셋째 주가 됐을 무렵, 국세청을 농락한 전력이 있는 사람을 참모로 임명했다며 실수를 인정했다. 이 일화는 경영자들이 어떤 식으로 실수를 바로잡아야 하는지 잘 보여준다. 실수를 인정하면 비판 세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부하 직원들이 더 깨끗하게 실수를 자백하게끔 할 수 있다.
 
투명성을 높이 사는 조직 문화를 구축하라 투명성이 존중받는 문화를 구축하려면, 먼저 진실을 말할 수 있는 구조와 규범을 만드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개방 정책, 옴부즈맨, 내부 고발자 보호, 직급이 낮은 직원들에게 제 목소리를 낼 기회를 제공하는 사내 블로그 등 조직 차원에서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는 게 도움이 된다. 윤리 교육도 좋다. 하지만 회사 차원에서 지나치게 윤리 교육을 강화할 경우, 직원들이 너무 몸을 사리게 될 수도 있다.
 
경영진을 선발하는 과정은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최고 권력자의 뜻이 반영돼 있는 만큼, 문화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위한 가장 훌륭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지금껏 살펴본 것처럼, 투명한 행동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본능에 위배된다. 사실 정직한 문화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이유로 경영진으로 채택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반골 기질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행동은, 대다수 기업이나 경영진 채용 담당자들이 미래 지도자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 여기는 행동과는 거리가 멀다). 대부분의 경우 팀워크 능력이 뛰어난 후보가 아니라, 경영진으로 선발된 후 동료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여겨지는 후보가 뽑힌다. 이런 선발 과정 때문에 경영진은 결국 정보를 쌓아둔 채 혼자만 알고 있는 쪽을 택하게 된다.
 
이런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바로 이사회의 책임이다. 완전한 독립성을 보장받고 있는 이사회는 경영진을 견제하고, 객관적인 진실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하지만 이사회가 잘못된 행동에 대해 계속 보상한다면, 이러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경영진이 올바른 행동을 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 미국의 군수업체 레이시온은 최근 경영진에게 지급할 보너스를 책정할 때 윤리적인 행동을 얼마나 널리 퍼뜨렸는지를 기준으로 삼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레이시온의 CEO가 그동안 자신이 직접 썼다고 주장해온 책의 상당 부분이 사실은 표절이었다고 인정한 후, 이사회는 280만 달러의 보너스를 그에게 지급했다. 이 기사가 나오고 나서 레이시온의 대변인은 윤리적인 부분은 이사회가 고려한 여러 요소 중 일부였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파괴적인 자기기만’과 ‘중요한 진실에 대한 억압’이라는 적과 맞서 싸우는 최후의 방어선이다. 이사들이 정직성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 조직의 내외부에서는 정보가 자유롭게 흘러갈 수 없다.
 
정보가 자유롭게 흘러가도록 하라 기업의 관리자들은 손쉽게 공유할 수 있고, 공유할 경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많은 양의 정보를 혼자 간직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미주리 주 스프링필드에 위치한 기업 SRC 홀딩스의 모든 직원들은 지난 20여 년 동안 회사의 모든 재정·경영 정보를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었다. 또한 이 회사는 모든 직원들에게 그 정보를 해석하고 적용하는 법을 가르쳤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그 결과 각 부서에 700명의 사내 감사를 두고 있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한다. SRC 홀딩스는 아주 높은 수준의 윤리적 잣대를 적용하고 있으며, 엄청난 이윤을 올리고, 새 일자리를 창출하고, 꾸준히 새로운 자회사를 분사해 내보내는 등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 사례에서 보듯, 정보를 널리 공유하는 것은 조직의 효율성과 윤리성에 모두 도움이 된다. 귀감이 되는 경영자들이 솔직한 표현과 반대 의견을 장려하고, 심지어 보상을 하는 것도 결국 같은 맥락이다. 이들은 순간적인 불편함이 생길 수도 있지만, 더 나은 정보 덕분에 더 나은 결정을 내릴 때 생기는 긍정적인 효과가 불편함보다 크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물론 정직한 문화가 뿌리내리도록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최고 경영진의 정직한 태도는 그 첫걸음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건전한 재무제표와 마찬가지로, 진정한 투명성을 얻으려면 끊임없는 노력과 지속적인 관심, 부단한 경계가 필요하다.
 
[HBR TIP] 투명성을 높이는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
 
완벽한 수준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일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기업은 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정보를 비밀에 부칠 수밖에 없다. 즉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해서 코카콜라가 원액에 관한 비밀을 공개해야 한다거나, 마이크로소프트(MS)가 앞으로 출시할 소프트웨어에 대한 세부 내용을 알려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개별 직원과 고객의 비밀을 지켜줘야 하듯이 회사의 전략적인 비밀을 유출해서는 안 되며, 이런 비밀을 지키는 일은 합리적인 행동이다.
 
어떤 정보를 공개하고, 어떤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지 그 경계를 정하는 일은 경영진의 가장 중요한 결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다수 기업들이 불필요한 정보 유출을 막겠다는 생각으로 회사에 누가 될 수도 있는 모든 정보를 국가 기밀처럼 다룬다. 하지만 우리는 ‘숨겨야 할지, 알려야 할지 고민이 될 때는 그냥 알리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인터넷과 사내 인트라넷이 발달한 요즘에는 잘못된 정보가 나오거나, 사실 여부가 입증되지 않은 근거 없는 비난이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갈 위험이 있다. 따라서 관리자들이 입증된 사실을 이용해 잘못된 정보에 맞서고, 정직한 기업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술 사용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사내 블로그가 특히 걱정의 원인이 되겠지만, 기술을 잘 알고 있는 관리자들은 잘못된 소문을 잠재우기 위해 어떻게 블로그를 사용하는지 잘 알고 있다. 가장 현명한 경영진은 온라인에 떠도는 최고 경영진에 대한 불쾌한 비난이 시야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도와준다고 여긴다. 또한 모든 유용한 정보를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경영진에게 일깨워준다고도 생각한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만 하면 기술을 이용해 조직 하부에서부터 전문성을 잘 활용할 수 있다. 어느 조직에서든 서열상 지위가 낮아 눈에 띄지 않는 누군가가 경영진이 필요로 하는 정보나 통찰력을 갖고 있는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 신기술이야말로 이런 정보를 이용하기 위한 최적의 방법이라 할 수 있다.
 
투명성을 중시하다 보면 유쾌하지 않은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관리자들은 이런 상황들과 부딪히며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하지만 유쾌하지 않다고 여겼던 상황들을 얼마든지 기회로 바꿀 수도 있다.
 
번역 김현정 jamkurogi@hotmail.com
 
제임스 오툴(jim@jamesotoole.com)은 미국 덴버대 대니얼스 경영대학 교수로, 기업 윤리학을 가르치고 있다. 워렌 베니스(w.g.bennis@gmail.com)는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로, 1989년 펴낸 <리더(On Becoming a Leader)> 등 리더십에 관한 여러 저서를 집필했다. 두 사람은 또 대니얼 골먼, 패트리샤 워드 비더만과 함께 <투명성의 시대(Transparency: How Leaders Create a Culture of Candor)> (조시-바스 출판사, 2008년)를 출간했다.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09년 6월 호에 실린 제임스 오툴 미국 덴버대 대니얼스 경영대학 교수 등의 글 ‘What’s Needed Next: A Culture of Candor’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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