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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관리에도 ‘차별화 전략’ 도입하라

정종섭,백정숙 | 31호 (2009년 4월 Issue 2)
명예퇴직, 대량 감원, 잡 셰어링, 임금 동결, 임금 피크…. 경제가 어려워질 때마다 우리는 이런 단어를 맨 먼저, 그리고 자주 듣게 된다. 왜 위기 상황에 처하면 ‘사람에 대한 비용 조정’을 먼저 생각하게 될까? 사람이 그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 존재일까? 아니면 우리가 사람을 제대로 활용하고 대접하는 노하우를 모르기 때문일까?
 
우리는 지난 10여 년 동안 ‘비용 절감’을 위해 사람을 ‘푸대접(다양한 인력 조정 행위를 뜻함)’하면 조직과 개인 모두 피해를 입는다는 점을 확실히 배웠다. 하지만 이번 위기 국면에서 또다시 사람을 비용의 일환으로 바라보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우리의 인력 관리는 어떤 수준에 와 있는 걸까? 현 상황에서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주제다. 사실 인력 관리 방법에 대한 고민은 인류 역사와 함께 시작됐다. 현대 경영학은 ‘인사 관리(Personal Management·PM)’ ‘인적 자원 관리(Human Resource Management·HRM)’ ‘전략적 인적 자원 관리(Strategic Human Resource Management·SHRM)’라는 이름으로 진화해왔다. 초기 인사 관리가 인력 확보와 관리 활동에 집중됐다면, HRM이 등장한 후에는 자원으로서 사람의 개발에 비중을 뒀다. 그리고 1980년대 후반부터 등장한 SHRM은 조직의 전략과 인력 관리를 연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SHRM에 따르면 인사 관련 부서의 활동 범위와 내용을 크게 확대할 필요가 있다. 사실 SHRM은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 또는 High Performance Work Practices 등으로 불림)의 활용과 설계 방법(상황적 접근[contingency approach] 또는 구성체적 접근[configurational approach]) 등에 있어 이론적으로 상당한 발전을 이뤄냈다. 하지만 상당수 기업 조직은 여전히 베스트 프랙티스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왜 기업 현장에서 인력 관리 분야의 발전이 더딘 것일까.

<그림1>에서 보듯 인력 관리의 수준을 정교화하는 것과 직원 1인당 시장 가치는 계단형의 상관관계를 가진다. 즉 주먹구구식 인력 관리를 하던 조직이 일정한 투자를 통해 HR 제도를 정교화하면 구성원의 시장 가치를 상당히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중간 정도의 정교화 수준에 이르면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중간 고원 단계). 대부분의 조직이 이 단계에서 인력 투자에 회의를 느끼고 제도 개선 의욕을 잃어버린다. 이런 상황에서 3단계(HR 구조 양식의 정교화 수준 60 이상)로의 진입을 위한 의사결정을 한다는 게 경영자 입장에서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HR을 고도화할 때 조직의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동안 전략 분야에서 널리 사용돼온 ‘차별화’를 한번 생각해보자. 치열한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객, 제품, 시장, 서비스 등 많은 영역에 적용했던 차별화를 인력 관리에 적용시키자는 얘기다. 인력 관리의 차별화는 전략으로서, 그리고 조직의 비용과 위험 부담이라는 측면에서 가치를 가질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차별화할 수 있는가. ‘조직이 추구하는 목적’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조직 내에 존재하는 수많은 일 중에는 조직 가치 창출에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 있다. <그림2>처럼 조직이 추구하는 산출물 생성 과정 중 ‘A Position(핵심적 업무)’을 파악하고, 이 자리에 일명 ‘A Player(핵심 성과자)’로 구분되는 우수 인력을 배치하며, A Player에게 차별화된 인력 관리 제도를 적용하면 된다.

IBM은 ‘A Position’을 잘 활용한 대표적 기업으로, ‘One IBM’이라는 이름의 전략을 집중적으로 실행했다. 이 전략의 핵심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컨설팅 등 조직 내부의 자원을 활용해 개별 고객의 니즈에 맞는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IBM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인 샘 팔미사노는 맞춤식(on-demand) 사업의 발전을 위해 전력투구했다. 이 전략을 지원하기 위해 전 세계 직원 47만여 명 중 1%도 안 되는 300명을 ‘전략적 리더십 팀’으로 구분했으며, 이들을 위해 별도의 인력 관리 시스템을 마련했다. IBM의 인력 차별화 전략 내용은 <그림3>과 <그림4>에 잘 나타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고려해야 할 요소가 있다. A Position과 A Player를 구분하는 인력 관리 설계는 문제 해결의 시작이다. 오늘날 우리는 뛰어난 전략 수립이나 차별화된 역량 보유 또는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과 같은 전략적 인사 제도의 설계가 곧 조직의 성과와 연결된다고 생각하고, 이런 체계를 구축하는 데 상당한 관심과 노력을 쏟아왔다. 그러나 이런 시스템은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전략이나 역량 및 인사 제도가 실제 성과를 창출하도록 관리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조직의 전략 실행을 위해 인사부서가 해야 할 역할을 HR 스코어카드(scorecard)로 구체화했던 베커, 휴슬리드, 얼리치1 가 2006년 좀더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한 ‘인력 성과표(workforce scorecard)’2 가 바로 이런 시도를 하고 있다.

많은 조직들은 매출 이익률(Return on Sales·ROS)이나 총자산 이익률(Return on Assets·ROA) 등 재무적 지표를 포함해 시장점유율, 고객 만족도 등 다양한 지표를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지표는 모두 결과물(또는 목표)이다. 이런 결과물을 만들어내려면 구성원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표를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 바로 인력 성과표다. 목표와 연계된 행동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데이터로 관리한다는 취지에서 설계된 인력 성과표는 로버트 캐플란 교수와 데이비드 노튼 박사의 균형 성과표(Balanced Scorecad·BSC)에서 많은 개념을 빌려왔다. BSC가 투입물→과정→산출물의 내용을 ‘관점(perspective)’으로 구분하고 인과관계를 표시하듯, 인력 성과표도 동일한 체계로 구성돼 있다.

인력 성과표상의 최종 성과물인 인력 결과(workforce success)3 는 인력이 조직 전략 실행에 얼마나 잘 공헌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지표로, 2가지 특징을 지닌다. 첫째, 전사 전략을 성공적으로 실행하는 데 기여하는 전략적 성과 동인(performance driver·성과를 창출하는 요인)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둘째, 사업 성과의 상당 부분은 인력 결과에 의해 좌우된다. 인력 성과표의 다른 3가지 요소들은 인력 결과에 대한 선행 지표들로서 일선 관리자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요소라 할 수 있다. 

리더십과 인력 행동(workforce behavior)은 인력 결과의 창출을 위한 직접적 동인이다. 아래에 위치한 구성원들의 사고방식과 역량은 성과를 창출하기 위한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리더십과 인력 행동은 매우 중요하다. 인력 행동은 구성원들이 인력 결과를 창출하기 위해 필요한 행동을 하는지 여부를 측정하며, 이를 유도하는 일선 관리자의 리더십을 포함한다.
 
인력 역량(workforce competency)은 조직이 필요로 하는 인력 행동 및 인력 결과를 산출해내기 위해 인력이 갖춰야 할 지식과 업무 기술, 능력, 인성 등을 뜻한다. 여기서는 역량 자체도 중요하지만 동기 부여가 돼 있지 않다면 아무것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에 양자 모두가 고려돼야 한다.
 
마지막 영역인 인력 사고방식과 문화(workforce mind-set & culture)는 가장 널리 연구되고 있는 조직 문화와 관련이 있다.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필요한 사항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부족한 역량을 갖춘 후 실제로 전략을 실행해야 한다. 조직원들의 사고방식과 문화가 조직 전략을 잘 이해하며 수용하고 있는지, 그리고 전략 실행의 지원을 위해 필요한 문화와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지 등을 통해 평가된다. 즉 문화가 조직의 전략을 지원하는지 여부를 측정해야 한다.
 
인력 성과표의 설계는 조직 구성원들이 산출해야 할 인력 결과를 시작으로 리더십과 인력 행동, 인력 역량 및 사고방식과 문화 순으로 이뤄지며, 조직에서 실제 가치를 산출하는 과정은 이와 반대로 진행된다.
 
인력 성과표를 안정적으로 설계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최고 경영층을 비롯한 조직 전체가 적극적으로 역할 분담과 지원을 해야 한다. 최고 경영층이 인력에 대한 기대 사항을 확정하고 지속적으로 산출물의 내용을 점검하며, 경영진과 현업 관리자는 인력 성과표의 작성과 확산을 지원해야 한다. 이런 활동을 하려면 HR부서는 다른 부서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지원해야 한다. 즉 단순한 인력 성과표의 설계만이 아니라 이를 통한 결과물의 도출 과정 전반에 걸쳐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특히 인력 성과표가 앞서 언급한 A Position과 A Player를 대상으로 구축돼 운영되면 보다 명확하게 조직 성과를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된다.
 
물론 A Position과 A Player를 차별적으로 관리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CEO를 포함한 경영진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인 대안임이 분명하지만, 이를 직접 관리해야 할 인사부서 또는 스스로를 A Position이나 A Player와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구성원들은 매우 곤혹스러워할 것이다. 특히 인사부서는 ‘조직 내 모든 구성원들이 스스로를 전략적 위치라고 느끼도록’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또 그렇게 행동해왔을 것이다.
 
인사부서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견해가 확산되면 조직은 더 큰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사실 인력 차별화를 하지 못하는 기업은 대체로 전략 실행에 관해서도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 이로 인해 저조한 성과가 나타나면 저성과자뿐만 아니라 조직 구성원 전체의 발전이 더뎌진다. 인력 전략의 차별화는 공정성(equity·형평성)과 공평성(equality·평등성)을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 모든 직원을 동일하게 대우하는 공평성의 개념에만 매달리면 변화하는 환경에 대처하기 힘들다. 개인의 역할과 성과에 따라 차별적 대우를 해주는 공정성 개념에 기초해 인력 관리 정책을 세워야 한다. 따라서 모든 직원에게 투자하되, 목표 달성에서 핵심 업무를 맡고 있는 최고의 직원들에게는 차별적인 투자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
 
1) Brain E. Becker, Mark A. Huselid & David Ulrich, The HR Scorecard: Linking People, Strategy and Performance, Harvard Business Review, 2001.
2) Mark A. Huselid, Brian E. Becker & Richard W. Beatty, The Workforce Scorecard, Harvard Business School Press, 2006.
3) 본문에 사용된 상당수 용어들은 영어 원문을 번역한 것인데, 번역 과정에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 중 하나가 workforce scorecard와 workforce success이다. 본문에서 workforce scorecard는 ‘인력 성과표’로, 인력 성과표의 최종 성과인 workforce success는 ‘인력 결과’로 번역했다.
 
정종섭 대표는 아더앤더슨코리아 컨설턴트, 갈렙앤컴퍼니 이사, 행정자치부 혁신컨설팅 위원을 역임했고, 로버트 캐플란 하버드대 교수의 첫 번째 책 를 감수하며 국내에 BSC 개념을 처음으로 소개했다. 전략 경영 및 전략적 성과 관리와 관련한 8권의 저서 및 역서도 발간했다. 백정숙 매니저는 한국산업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을 지냈으며, <다원성과 경영 경제>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을 집필했다.
  • 정종섭 | - (현) 웨슬리퀘스트 대표
    - 아더앤더슨코리아 컨설턴트
    - 갈렙앤컴퍼니 이사
    - 행정자치부 혁신컨설팅 위원
    jungjs@wesleyque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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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산업개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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