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기업들이 경제위기 탈출의 솔루션을 찾고 있다. 대응책은 운영 경비 절감과 잡 셰어링, 상여금 반납 등 여러 가지다. 일부 기업들은 구조조정 없이 고통 분담과 혁신으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다른 일부는 비용 절감 또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을 구성하는 직원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최근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직장에서 잘리지 않는 방법’에 나와 있는 것처럼 상사와 친하게 지내고, 아침에 일찍 출근하며, 야근을 밥 먹듯 하겠다는 단순한 각오를 다지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여러 대안을 고민하듯이, 직원들도 일터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또 살아남을 것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타워스페린은 기업 구성원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상시적 설문조사를 통해 면밀하게 관찰 및 분석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타워스페린이 지난해 8월과 12월 미국에서 동일한 문항으로 실시한 설문조사(HR 동향 조사) 결과를 비교해 현 경제위기가 종업원들의 인식과 행동 변화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이 결과는 미국 기업들은 물론 우리 기업들에도 많은 시사점을 줄 것이다.
일터의 의미가 바뀌고 있다
분석 결과,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일터와 관련한 인식의 변화였다. ‘일터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자신의 이익이나 개발이 중요하다고 한 응답은 다소 줄어든 반면, 직업 안정성과 관련한 응답은 크게 늘어났다. ‘장기적인 고용 안정’이 중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8월 46%에서 12월 59%로 증가했으며, ‘나와 가족을 위한 복리후생 보장’이라는 응답도 37%에서 56%로 늘었다. 또한 앞으로 흔들리지 않을 ‘미래 성공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서 일하기’라는 응답도 31%에서 39%로 높아졌다.(그림1)
불과 4개월밖에 안 되는 기간 동안 이렇게 안정성에 대한 추구가 많아진 것은 크게 다음 2가지 원인때문으로 보인다. 첫째, 직원들이 유수의 기업들이 파산하거나 파산 위기에 몰리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 둘째, 기업연금 제도나 주택자금 대출을 통해 형성한 주식과 주택 등의 자산이 하루아침에 푼돈이 돼버렸다. 따라서 장기 근무 가능성이나 자신과 가족의 현재 및 노후 생활에 대한 보장이 중요해진 것이다.
또 하나 특기할 만한 것은 직원들이 자신보다 회사의 위기 정도를 더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8년 12월 조사에 따르면, 직원들의 61%는 자신이 다니는 회사가 경제위기로 인해 ‘매우 많거나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나 자신이 위기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응답은 45%였다.(그림2) 이것은 직원들이 회사의 위기 극복에 보다 적극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성과 몰입도 향상, 인력의 조화, 경영진의 존재감 제고
조사 결과는 미국 기업들에게 약간의 안도감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다. 직원들이 고용 안정성과 회사와의 일체감을 중요시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워스페린은 이런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다음 3가지 측면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첫째, ‘성과 몰입도(engagement)’가 점점 떨어지는 추세임을 인식하고 몰입도 향상에 좀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성과 몰입도란 회사의 성공을 위해 종업원들이 자발적으로 노력하는 정도를 말한다. 당연히 성과 몰입도가 높은 직원이 많을수록 회사의 성공 가능성은 높아진다.
하지만 성과 몰입도가 높은 직원의 비중은 2007년 72%에서 2008년 8월 68%와 12월 60%로 계속 낮아지고 있다.(그림3) 타워스페린이 심층 분석한 결과, 종업원의 성과 몰입도를 저해하는 요인은 △은퇴 이후 삶에 대한 불안 △급여가 동결되거나 급여를 아예 받지 못하게 되는 수입의 불안정성 △실업의 공포로 밝혀졌다.
경제위기 속에서 이런 불안의 원인 자체를 없애기는 어렵다. 그러나 불안의 수준을 낮추려는 조치는 분명히 필요하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회사의 공식적인 커뮤니케이션’이다. 불확실성은 불안을 부른다. 회사와 직원이 어떤 조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 공유하고 공감하게 되면 불확실성의 통제 가능성은 높아지고, 불안의 수준은 낮아지게 된다.
또 기업은 성과 몰입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이 무엇인지 파악해 이를 강화해야 한다. 만약 고용의 안정성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면, 이를 높일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둘째, 다양한 인력의 조화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번 동향 조사에서 ‘수년 내 은퇴하겠다’는 응답자는 2008년 8월 14%에서 12월 9%로 줄어들었다. 게다가 조사 대상의 대부분은 은퇴 후 생활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했다. 경제위기가 빠르게 회복되지 않는다면 이런 현상이 향후 10여 년에 걸쳐 기업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게 타워스페린의 생각이다. 베이비붐 세대, X세대, Y세대, 히피족, 여피족, 딩크족 등 각종 용어로 불리는 다양한 세대가 한 직장 안에 혼재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