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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기 시대의 HR전략

‘인적자본 최적화’ 실행하라

박광서 | 26호 (2009년 2월 Issue 1)
세계 대공황이 다시 오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세계를 뒤덮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0여 년 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아래에 있던 시절을 떠올리며 저절로 몸을 움츠리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이번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이전과 많이 다르다. 이러한 사실은 타워스페린이 지난해 실시한 ‘미국 420개 기업 대상 동향 조사’에서 명확히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세계적 불황의 중심에 있는 미국 기업들도 대대적인 비용 절감과 성장을 위한 전략을 동시에 추구할 결심을 하고 있었다.(그림1)

과거에는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방식이 축소 또는 성장 일변도였다. 그러나 오늘날의 기업들은 눈앞의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동시에 장기적 성장을 위한 전략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특히 현 경제위기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인식에도 불구하고 나온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그림2)

인적 자본 최적화(Human Capital Optimization)
위기의 시대를 헤쳐가기 위해 인사조직(HR) 분야는 무엇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인가. 타워스페린은 최근 수많은 조사연구와 내부 논의를 거쳐 ‘인적 자본 최적화’가 전 세계적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최고 전략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인적 자본 최적화는 인적 자본의 운영을 최대한 효율화함으로써 미래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다. 최적화의 대상 영역으로는 인력(workforce), 보상(rewards), HR 서비스(HR delivery)의 3가지를 들 수 있다.
 
인적 자본의 최적화는 왜 필요한 것인가. 가장 큰 이유는 HR에 대한 기업의 투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데 있다. 420개 미국 기업 동향 조사에 따르면 ‘2009년에 HR 예산을 줄이겠다’고 응답한 기업이 전체의 65%나 됐다. 반면에 ‘HR 예산을 늘리겠다’는 기업은 11%에 지나지 않았다. 따라서 가까운 미래에는 HR 예산이 줄어든 상황에서 얼마나 효율적이며 전략적으로 예산을 사용하는지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인적 자본 최적화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보자.
 
인력 최적화(Workforce Optimization)
인력 최적화는 필요한 인력을 적재적소에 적정한 비용을 들여 배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력을 최적화하기 위해 기업은 다음의 3단계 과정을 거쳐야 한다. 첫째, 핵심(pivotal)과 비핵심 직무를 구분해야 한다. 일단 업무를 중요도 기준으로 분류해야 핵심 직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인력 배치를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림3) 둘째, 인력 충원 방식과 관련한 비효율적 업무와 프로세스를 찾아내 이를 재설계해야 한다. 가용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통상적이고 일반적인 방법으로 핵심 역할 직무를 담당할 인력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셋째, 개인별 성과를 리뷰한 뒤 저성과자를 관리할 방안을 찾는다.
 
기업이 인력 최적화 과정에서 유의해야 할 것은 비용과 사업에 대한 균형 감각이다. 불황기에 맞게 적절한 비용 구조를 만들더라도 기업의 사업 계획을 제대로 실현할 적정 인력이 없으면 해당 사업이 성공할 수 없다. 비용 측면에서는 타깃 개념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적화의 주요 타깃은 비효율적인 업무와 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얼마만큼의 비용 절감이 가능한지, 최종적으로 저성과자를 어느 정도의 비율로 설정할지 등이다.


보상 최적화(Rewards Optimization)
보상 최적화는 조직 구성원의 기대를 적정한 금전적·비금전적 비용으로 충족시킴으로써 그들의 업무 몰입도를 높이는 것을 말한다. 불황기의 보상 최적화는 조직원의 몰입도나 성과를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적정 수준의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오는 보상 패키지를 구축하는 것이다. 최적화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여부는 보상 최적화 스코어카드를 통해 판단할 수 있다.
 
스코어카드에 포함되는 각각의 항목은 나름대로의 세부 항목을 가진다. 각각의 세부 항목은 해당 기업의 업종과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만 공통 요소도 많다. 성과에 따라 보상이 적절하게 배분되는가를 판단하기 위한 성과 지향(performance orientation) 항목의 경우 성과와 보상의 연동성(sharing rate), 보상의 차별성(dispersion)이 거의 모든 업종에 적용되는 공통적인 세부 항목이다.
 
성과와 보상의 연동성은 전사나 조직 또는 개인의 성과가 향상될 때 실제 보상이 어느 정도 변동되어 지급되는지를 의미한다. 1000원의 수익을 창출했을 때 100원을 받는 사람과 200원을 받는 사람의 성취 동기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보상의 차별성은 ‘나눠먹기식 보상’ 등의 폐해를 막기 위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보상 수혜자의 분포가 최고점에서 최저점까지 고르게 나타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상의 분포는 넓을수록 좋다는 말이다. 평균 1인당 똑같은 100원의 재원을 사용하더라도 0원에서 200원까지의 분포가 나타나는 것이 50원에서 100원까지의 분포보다 낫다.
 
스코어카드를 통해 최적화 수준을 판단한 뒤에는 보상 최적화를 위한 3단계 과정을 밟아야 한다. 
첫째, 구체적인 비용 목표를 세우고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보상 항목의 구성을 최적화해야 한다. 무조건적으로 직원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최적의 대안은 사용 가능한 재원을 우선 설정한 뒤 가장 높은 만족도를 달성할 수 있도록 보상 항목을 구성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본급과 다른 급여의 비중을 조절해 직원의 만족도를 높이려는 기업이 있다고 하자. 이 회사의 경우 단순히 기본급을 높이기 이전에 기업의 지불 능력과 구성원의 연령 변화 및 근속 여부를 예상해 결정을 내리는 게 좋다. 종업원의 연령이 낮고 근속 의향이 높다면 기본급을 늘리기보다 근속 연수 증가에 따라 퇴직금과 수당 등 기타 급여를 늘리는 것이 좋은 선택이다.
 
둘째, 고정성(fixed) 보상 항목을 변동성(variable) 보상 항목으로 바꿔야 한다. 이렇게 하면 구성원의 성과에 따라 여러 보상 재원을 탄력성 있게 운용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 복리후생 비용의 효율적인 활용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복리후생 제도는 상대적으로 성과나 핵심 직무 역할 여부와는 관련성이 떨어지는 고정성 보상 항목이다. 따라서 위기를 넘기 위해서는 보상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복리후생 제도를 보상 최적화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재해석하고 재설계하여야 한다. 일부 외국 기업은 복리후생비까지도 성과에 연동해 차등 지급하고 있다.
 
셋째, 고성과자와 핵심 직무 담당자에게 제대로 보상하는 보상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전체 성과급 가운데 50%를 소수의 고성과자에게 지급하고 남은 50%를 나머지 직원들에게 배분하는 방법이 한 예다. 고성과자와 핵심 직무 담당자들은 보통 직원보다 몇 배의 업무 성과를 올리며 기업의 성과 달성에 핵심적 기여를 한다. 따라서 이들에게 평균적인 보상을 하는 것은 보상 재원을 비효율적으로 운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HR 서비스 최적화(HR Delivery Optimization)
HR 서비스의 최적화는 HR의 각종 업무 활동을 가능한 한 적은 비용으로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현재의 HR 인력을 재배치하고 불필요한 업무를 제거하는 활동이다. 타워스페린 조사에 따르면 HR 최적화 활동은 대상 업무의 비용을 최대 20% 수준까지 줄일 수 있다.
 
HR 서비스를 최적화하려면 먼저 HR의 역할과 구조를 명확히 하고 현재의 인력 수준을 평가해야 한다. 이때 HR이 전략적 기능을 중심으로 역할을 설정할지 단순 지원 기능을 통합서비스(shared services) 조직으로 통합할지 사업 부서에 대한 조언자(HR partner) 기능을 수행할지 등을 결정해야 한다. 물론 현재 보유하고 있는 인력이 새로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역량이 있는지도 평가해야 한다. 이를 통해 현재 HR의 역할·조직·인력이 장단기적으로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하고, 해결해야 할 관련 이슈가 무엇인지를 찾을 수 있다.
 
다음으로는 변화의 방향성과 관련 이슈에 기반해 구체적으로 어떤 HR 업무를 어떤 프로세스를 거쳐 수행해야 하는지를 결정해야 한다. 해당 HR 업무의 질적 기준(기대치)을 설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아웃소싱, 정보기술(IT)화, 외부 업체 조정, 인력 재배치 등 가장 비용 효율적인 수단을 통해 HR 서비스의 비용 최적화를 달성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는 단순한 비용 절감만이 아니라 직전 단계에서 규정한 질적 기준도 충족해야 한다.

HR,
기본으로 돌아가라
인적 자본의 최적화가 궁극적으로 의미하는 것은 효율성, 효과성, 비용 절감, 혁신 등 다양한 용어로 표현될 수 있다. 필자는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되새겨 보라고 권하고 싶다. 인적 자본 최적화의 가장 밑바탕에는 HR의 기본, 즉 ‘인적 자원과 사업 전략의 연계’라는 명제가 있기 때문이다.
 
기본으로 돌아가는 첫째 관문은 자사의 사업 전략과 그 전략이 구성원 또는 HR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다. 즉 HR 담당자는 사업 계획이 현재의 경제위기를 맞아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그 의미가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HR이 겉돌지 않고 기업의 전체적 사업 계획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둘째, 전략의 속성과 정합성(align-ment)을 갖도록 제반 HR 활동을 정렬해야 한다. 전략의 본질을 지원하도록 단기·중기 활동들을 확인하여 그 진척 사항을 측정히고, 실행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 HR 부서는 사업에 기반한 HR 행동 계획(action plan)을 만들고, 스스로를 사업 전략의 눈높이에 정렬시켜야 한다.
 
새해 들어 많은 기업이 글로벌 경제 위기에 대응해 발빠르게 전략을 수립하여 이를 실행하고 있다. 필자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어려운 시기를 빠르게 벗어나기를 기원한다. HR이 그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인사가 만사이며, HR이 바로 전략이다.
  • 박광서 | - (현) 페이 거버넌스 아시아 총괄 부회장
    - (현) 이화여대 경영대 겸임교수
    - TOWERS PERRIN Managing Principal (Global)
    - 아모레퍼시픽과 고려제강 상임고문 역임
    - 한국 인사관리학회 부회장
    ryan.park@towersperr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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