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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몰입도 한 단계 높이면 시장 프리미엄 1.5% 상승”

DBR | 25호 (2009년 1월 Issue 2)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업무에 몰입하게 할 것인가는 고용자와 피고용자 관계가 생긴 이래 모든 고용자의 숙제였다. 경영학의 인사관리 분야 역시 초창기부터 업무 몰입과 생산성 향상의 관계를 규명하고 발전시키는 것에 큰 관심을 기울여왔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지난해 말 세계적인 HR 컨설팅사인 왓슨와이어트의 일레인 고시먼 조직 효율성 사업부 글로벌 대표와 디어드리 랜더 홍콩사무소 인사조직 컨설팅 사업부 대표를 만나 불황 시대의 기업이 어떻게 구성원의 몰입도를 높일 수 있을지를 들어봤다.

왓슨와이어트에서 말하는 ‘몰입(engagement)’의 정의는 무엇인가. 심리학에서 말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인가
 
고시먼업무에 집중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세부적인 정의에서 차이가 난다. 왓슨와이어트에서 말하는 몰입은 직장에 대한 사명감(commitment)과 업무 명확성(line of sight)을 합친 개념이다. 사명감은 조직원이 자신의 업무와 직장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그 직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는 태도다. 업무 명확성은 조직원이 회사의 목적을 실행하기 위해 자기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인식하는 상태를 말한다. 즉 몰입은 업무에 최선을 다할 자세가 되어 있는 사람이 조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적합한 일을 수행해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사명감과 업무 명확성은 반드시 함께 존재해야 하며, 이것은 특히 요즘과 같은 불황기에 중요하다. 불황기에는 직원들의 업무 의욕이 높아지는데, 이들이 정확히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큰 손해다.”
 
직원들의 몰입은 기업에 구체적으로 어떤 이익을 주는가
 
“왓슨와이어트의 글로벌 연구 결과에서는 직원들의 몰입과 사업성과 간의 비례관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직원들의 몰입 수준이 높을수록 기업의 재무성과가 뛰어났다.”
 
랜더재무성과와의 관련성은 우리가 수차례 조사를 반복해 그 정확도를 검증한 것이다. 몰입은 일종의 재무적 선행지표로 과거 몰입 수준의 증가(1표준편차)는 현재 마켓 프리미엄(시가총액에서 기업 총자산을 뺀 것)의 1.5% 증가를 가져온다.
 
원래 사명감과 업무 명확성은 우리가 인재의 경쟁력 분석을 위해 사용하는 4가지 요소 중 일부다. 다른 2가지 요소는 실행력(enablement)과 윤리의식(integrity)이다. 이 4가지 모두가 우수한 재무적 지표로, 네 영역의 수준이 모두 높은 기업은 총주주수익률이 일반 기업에 비해 평균 3배 정도 높다.”
 
그렇다면 직원들의 몰입 수준을 높이기 위해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몰입을 이끌어내는 동인(driver)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이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몰입 수준은 국가별로 다르지만 몰입의 동인은 전 세계적으로 거의 공통적이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고객 중심적 관점, 보상 및 복리후생, 커뮤니케이션, 전략적 방향성 및 리더십 등이 있다.
 
특히 불황기에는 경영진과 직원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해야 한다. 이런 형태의 커뮤니케이션에서는 복잡하지 않은 단순한 메시지를 반복해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리더의 커뮤니케이션 빈도 또한 직원들의 몰입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실시한 한 연구에 따르면 몰입 수준이 높은 직원의 74%는 상위 임원들과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공식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몰입 수준이 낮은 직원들은 그 비율이 43%밖에 되지 않았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뉴스에 대해 기업이 침묵하는 것은 금물이다. 다양한 미디어를 접하는 오늘날의 직원들은 회사의 침묵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거나 그에 대해 자기들 나름의 해석을 내린다.”
 
좀 더 현장의 사례를 들어 설명해 줄 수 있나. 특히 고객 중심적 관점에 대해 듣고 싶다
 
고객 중심적 관점은 직원들이 사내정치, 위계 등 회사 내부가 아니라 회사 외부(고객)를 적극적으로 바라보면서 일하는 자세를 말한다. 이는 고객의 만족도 향상과 유지에 도움을 주며, 궁극적으로 직원들이 신이 나서 일하게 만든다. 직원들은 자기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자신이 없거나, 고객을 제대로 도와줄 수 없을 때 업무 몰입도가 많이 떨어진다.”
 
구체적인 현장의 사례를 들어 보겠다. 고객 중심적 관점을 통해 직원들의 몰입도를 높이는 방법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그들에게 일정 수준의 재량권을 주는 것이다. 홍콩에 있는 한 호텔은 직원들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000홍콩달러까지의 금액을 마음껏 쓸 수 있게 한다. 한 고객이 휴대전화를 호텔방에 두고 나온 적이 있었는데, 담당 직원이 휴대전화를 전해 주기 위해 바로 그날 비행기를 타고 고객의 다음 행선지로 날아갔다. 이 호텔에 따르면 고객은 물론 담당 직원도 그 일에 대해 무척 기뻐했다고 한다.”
 
개인적인 관심도 몰입 수준을 높여준다. 무관심은 반대로 몰입도를 떨어뜨린다. 생일이나 입사 첫날, 근속 10주년 같은 날에 아무도 알아주지 않거나 심지어 상사의 질책을 받는다면 당사자의 기분이 어떻겠는가. 개인적인 관심은 많은 비용이 들지 않고 실행도 쉽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직원들의 몰입도를 높이려면 회사에서 연봉이나 복리후생 등의 보상을 어떻게 하는 것이 효과적인가
 
보상의 절대적인 액수보다는 동료들과 비교한 상대적인 보상 차이가 업무 몰입에 영향을 미친다. 자신과 똑같은 일을 한 동료가 자기보다 보상을 많이 받는다고 여기면 사기가 꺾여 업무 몰입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즉 기업은 직원이 일한 만큼 ‘공정하게’ 보상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회사 내부 동료들 사이의 보상 차이도 직원들의 몰입도에 영향을 미치지만, 동종 업계에서 다른 회사 직원들이 보상을 어느 정도 받는지에 따라서도 몰입도가 큰 영향을 받는다.”
 
직원들의 몰입도를 높이려면 보상의 명목과 액수를 뭉뚱그리기보다 기본급, 인센티브, 의료비, 교육훈련비 등 보상의 세세한 명목들을 금액으로 환산해 직원들에게 자주 알리는 게 효과적이다.”
 
왓슨와이어트가 실시한 ‘2008년 아시아 태평양 몰입 지수’ 조사결과를 봤다.(표1) 한국의 몰입 지수가 55%인데 이것은 전 세계적으로 어느 정도 수준인가
 
몰입지수 자체는 한국과 비슷한 경제 수준의 다른 나라와 큰 차이가 없다. 인도네시아, 인도, 필리핀 등의 몰입지수가 높은 것은 이 나라들이 아직도 한창 경제개발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개발도상국의 기업 직원들은 산업화의 경험이 짧기 때문에 대체로 기업문화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하는 비율이 높다.
 
다른 나라와의 비교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나라 또는 자기 기업의 몰입 수준과 그 추이다. 한국의 경우 몰입도 추이(20072008년) 측면에서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몰입을 사명감과 업무 명확성 측면으로 나눠봤을 때 한국은 두 요소 모두에서 점수가 하락했다. 전 세계적으로는 몰입 수준이 비슷하거나 한 가지 요소에서만 점수가 하락한 경우가 더 많았다.(그림1)”
 
우리가 보고 있는 자료는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이전인 2008년 68월에 조사한 것이다. 한국 기업 직원들의 몰입도 하락은 이미 금융위기 이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다는 뜻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몰입 지수는 기업 성과의 선행지수 역할을 한다. 한국 기업들은 조직원들의 사기와 몰입도 향상을 위해 많이 노력해야 한다.”
국가별 차이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일본의 몰입 지수(37%)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어서 이해하기가 힘들다.
 
몰입 지수가 낮지만 일본은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 아닌가
 
일본 기업은 ‘하드웨어’ 측면은 훌륭하지만 ‘소프트웨어’ 측면에 문제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알다시피 일본 기업은 품질관리와 효율성 측면에서 세계 정상급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조직 내부에서는 일반적인 생각보다 많은 문제점이 있다.
 
이는 일본은 물론 한국 기업에도 해당되는 문제다. 서구 기업에서는 업무 몰입도나 만족도가 낮은 직원이 결과적으로 다른 일을 찾아 퇴사하는 사례가 많다. 그러나 인력의 이동성이 떨어지는 한국이나 일본 기업에서는 이런 사람들이 그대로 남아 지속적으로 조직의 성과를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일으킨다. 일본에서는 심지어 직장인 자살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지 않나.”
 
개인 업무량은 몰입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업무 몰입도가 높은 고성과자의 업무 몰입도 저하는 크게 업무 구조의 비효율성과 성과가 떨어지는 동료 때문에 생긴다. 두 가지는 모두 고성과자의 업무량을 늘려 스트레스 수준을 높인다. 특히 저성과자는 업무를 지연시키거나 자신의 일을 고성과자가 떠맡게 함으로써 고성과자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이렇게 되면 고성과자는 ‘똑같은 대우를 받는 동료들과 비교해 회사에서 나에게만 일을 많이 준다’는 생각 때문에 업무 만족도가 떨어진다.
 
기업 입장에서는 고성과자의 스트레스를 관리해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스트레스는 고성과자가 회사를 떠나는 이유 중 첫째로 꼽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저성과자들은 주로 상사나 동료와의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며, 급여 때문에 회사를 떠난다.
 
한국에서는 1990년대 후반 경제위기 때 기업 구조조정으로 개인 업무량이 많아지자 고성과자가 회사를 그만둔 사례가 많았다. 따라서 기업은 지속적인 성과 창출을 위해 고성과자들이 적절한 업무 강도에서 스트레스를 줄이고 일을 즐기게 만들어야 한다. 다만 스트레스 관리와 관련해 ‘요가 클래스’ 같은 전시적 제도보다 업무 프로세스 개선과 업무량 모니터링을 통한 적절한 업무 분담 같은 실질적인 해결책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내가 아는 한 기업이 직원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점심시간 무렵에 요가 클래스를 개설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수업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 저성과자라는 문제가 발생했다. 요가 수업을 받으려면 옷을 갈아입고 샤워를 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고성과자들은 도저히 그런 시간을 낼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해 주고 싶은 말씀은
 
앞에서 불황기에는 기업이 커뮤니케이션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기업은 직원들의 불만을 들었으면 반드시 그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 불만 사항을 말하라고 해놓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회사에 대한 충성심과 업무 몰입도가 급격하게 떨어진다.
 
우리가 현재 컨설팅하고 있는 일본 화장품 제조회사가 있다. 우리는 최근 이 회사의 직원들을 상대로 설문을 실시했는데 영업 부서 직원들의 불만이 아주 많았다. 재미있는 것은 설문 맨 마지막의 ‘회사에 대한 불만과 건의사항을 자유롭게 쓰시오’란 항목에 30%가 넘는 직원이 A4용지 절반 이상을 빽빽이 채워 넣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 회사 사장에게 ‘이렇게 불만사항을 쓴 직원이 많다는 사실에 당신은 당연히 기뻐해야 한다’고 말했다. 뒤집어 생각하면 아직까지 회사를 걱정하는 직원이 상당히 많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장에게 직원들의 ‘에너지’가 사라지기 이전에 서둘러야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설문을 기회로 받아들이고 반드시 해결책을 마련하라고 조언했다.”
 
일레인 고시먼 왓슨와이어트 조직 효율성 사업부 글로벌 대표는 직원 몰입도 향상과 인재 확보 및 유지 전략의 전문가다. 미국 워싱턴대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럿거스대 심리학과 교수를 지내기도 했다. 디어드리 랜더 왓슨와이어트 홍콩사무소 인사조직 컨설팅 사업부 대표는 보상 및 성과급 전략과 조직 전략 분야에서 다양한 컨설팅 활동을 해 왔다. 호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대에서 심리학 학사, 멜버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각각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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