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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항재 휴잇어소시엇츠 이사 인터뷰

인력감축과 기업성과 상관관계 없어

DBR | 23호 (2008년 12월 Issue 2)
불황기에 HR 전략을 수립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불황 그 자체가 아니라 불황을 극복한 다음 어떻게 회사를 꾸리고 인력을 배치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겁니다. 그러나 많은 기업이 지나치게 비용 절감에만 급급한 나머지 직원들의 정서적 동의 없이 인력 감축을 추진하다 역효과를 내곤 합니다.”
 
HR 전문 컨설팅 회사인 휴잇어소시엇츠의 이항재 이사가 한국 기업들에 던진 충고다. 인사전략, HR 프로그램 설계, 조직진단, 변화관리 분야의 전문가인 이 이사는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대한항공 인재개발실, LG CNS 컨설팅 사업부, 딜로이트 등을 거쳐 휴잇에서 HR 업무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불황기 HR 전략의 핵심이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에 있다고 강조했다. 구조조정이나 급여 삭감과 같은 부정적 뉴스를 전하더라도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직원들이 정서적으로 이를 받아들일 준비 시간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비용 절감을 위해 관리자급이 솔선수범해 화장실 청소에 나선 한 기업의 예처럼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의사를 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불황기의 HR 전략이 호황기 HR 전략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불황이건 호황이건 HR 전략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다. 전술에 변화가 올 뿐이다. 중요한 점은 단순히 불황이라는 지금 이 순간만을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생존이 불황기 절체절명의 과제임에는 맞지만 불황이 영원하지는 않다. ‘불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만 집중하지 말고 ‘생존 이후에 회사를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가’ ‘호황기가 돌아왔을 때 어떤 사업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 고민을 하는 기업과 안 하는 기업은 현 시점이 지나면 상당한 차이를 보일 것이다.
 
많은 경영자가 ‘새장 속 카나리아에게는 맛난 먹이를 주지 않는다’는 말을 한다.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임금, 성과급, 복리후생을 줄인다고 해서 너희가 어디 갈 곳이 있겠냐. 엄동설한에 나가봤자 소용없다’는 식으로 접근해선 곤란하다.
 
직원들의 정서적 동의 없이 비용 절감을 밀어붙이면 호황기 때 이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불황기 때 인력 이동이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직원들의 실망감과 상처는 그대로 남는다. 특히 회사의 우수 인재일수록 이때 받은 감정적 상처를 간직했다가 호황기 때 가장 먼저 회사를 나갈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 경영자에게 적극 조언하는 것이 인사 부서의 역할이다. 회사 입장에서 보면 불황은 조직의 체질 개선을 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이기도 하다.”
 
어떤 식의 체질 개선을 의미하는가. 이번 불황을 극복하는 것이 한국 기업들에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 기업은 IMF 때 사상 최초로 연공서열 중심 문화와 노조 저항을 극복하고 연봉제로의 전환을 이뤄냈다. 그러나 여전히 무늬만 연봉제를 실시하는 기업이 많다. 생산성과 상관없이 연차를 채우면 자동으로 승진하고 급여가 올라가는 기업이 대부분 아닌가. 이제는 그 동안 묵혀 놓은 숙제, 진정한 의미의 연봉제를 어떻게 시행할 수 있을지를 고민할 시점이다.
 
중요한 점은 불황 때는 구조조정에 대한 직원들의 정서적 동의를 얻기 쉽다는 것이다. 직원들 스스로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가 잘 나갈 때야 직원들이 자기 몫을 더 달라고 요구하지만 불황기에는 ‘지금 회사가 생존해야 하는데 우리 몫을 양보해야지’란 생각을 저절로 갖는다. 사회적 분위기까지 또 하나의 자원으로 이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10년 전에 한 회사의 인사 부서에서 구조조정 실무를 담당했다. 10년 전과 지금 기업들의 불황기 HR 전략이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하는가 

“IMF
학습효과가 남아 있지만 변화 자체가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뿐만이 아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기타 아시아 국가나 9·11 테러를 경험한 미국 기업의 사례를 봐도 마찬가지다. 교훈은 얻었지만 이를 실천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나 할까.
 
그래도 건설적인 변화는 있다. IMF 당시 구조조정 업무를 할 때는 고령자나 근속연수가 높은 사람을 먼저 해고하는 것이 정석이었다. 단칼에 한계 인력을 자른 것이다. 그때는 그 방법만이 최선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 고통을 감내해야 하고, 대안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이런 식의 인력 감축이 유일한 대안은 아니라는 분위기가 생긴 것 같다. 일부 기업에서는 무급 휴가와 같은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사람에 대한 투자를 대폭 줄인 기업도 많지는 않다.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을 통해 기업의 생존 가능성은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인력 감축이 비즈니스 성과와는 큰 상관이 없다는 연구 결과도 여럿 나와 있다. 어차피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목표는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확보다. 이에 관한 전략적 고민, 즉 구조조정 이후(post restructuring)를 고민하는 기업이 조금 늘어난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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