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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퇴사의 시대: 인사관리에서 인사 과학(HR Science)으로

우수 인재보다 ‘오래 다닐 인재’ 뽑으려면…

오동근 | 368호 (2023년 05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지금까지 기업들은 성격 검사를 기초로 고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인재를 선발해왔다. 예를 들어, 치밀하며 논리적인 성격을 갖고 있으면 고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채용을 하는 식이다. 하지만 성과를 잘 낼 만한 성격을 갖고 있으며 실제로 성과를 내는 인재라도 조직의 문화나 가치 체계가 자신의 가치와 부합하지 않으면 미련 없이 회사를 떠나는 사례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개인주의 문화가 강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입사 1년 이내 퇴사율이 40%에 달하는 ‘대퇴사의 시대’에는 기존과 다른 새로운 HR 관행이 필요하다. 성격 외에 개인의 가치 체계에 대해서도 진단하고 분석해야 한다. 성격이 성과를 예측한다면 가치는 재직 기간이나 퇴사 가능성을 예측하는 데 유용한 변수다.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가 조직이나 특정 직무가 추구하는 가치와 부합하면 직원들의 몰입도가 높아지고 조직의 경쟁력이 강화된다. 가치 체계에 대한 심리 검사 기법과 AI 시스템의 발전 등으로 가치를 중시하는 HR의 새로운 트렌드가 빠르게 확산할 것이다.

참고문헌

1 Carr, J. C., Pearson, A. W., Vest, M. J., & Boyar, S. L. (2006). Prior Occupational Experience, Anticipatory Socialization, and Employee Retention. Journal of Management, 32(3), 343–359.

2 Ohler, D. L., & Levinson, E. M. (2012). Using Holland's theory in employment counseling: Focus on service occupations. Journal of Employment Counseling, 49(4), 148–159.

3 Rezaei, A., Qorbanpoor, A., AhmadiGatab, T. & Rezaei, A. (2011).Comparative research for personality types of Guilan University physical exercise and counseling students based on Holland theory. Procedia-Social and Behavioral Sciences 30, 2032-2036.

4 Twenge, J. M., Campbell, S. M., Hoffman, B. J., & Lance, C. E. (2010). Generational differences in work values: Leisure and extrinsic values increasing, social and intrinsic values decreasing. Journal of Management, 36(5), 1117–1142.

A 씨는 기업에 필요한 사람들을 선발하고 채용하는 인사팀 직무에 관심이 있어 대학 시절부터 HR 학회와 학술 동아리에 열심히 참여해왔다. 여러 기업에서 인턴 경험을 쌓으면서 취업 준비를 탄탄히 해온 결과, 대기업 인사팀에 입사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입사 6개월이 지나고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기대했던 직무였고 일 잘한다는 칭찬도 받았다. 하지만 과거 관행에서 벗어난 새로운 채용 방안을 제안하자 기존 프로세스를 중시하는 HR 부서 상사들에게 번번이 거부당하고 말았다. 새로운 관행으로 인해 여러 가지 노무 리스크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평가 및 보상 체계에 대해서도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한 여러 아이디어를 제시했지만 하던 일이나 잘하라는 핀잔을 받았다. 대학 시절부터 원하던 직무였지만 A 씨는 끝내 퇴사를 결정하고 말았다.

HR의 메가트렌드 중 하나는 조기 퇴사자의 급증이다. 이른바 ‘대퇴사’의 시대가 온 것이다. 최근에는 대졸 신입 사원이나 경력직의 1년 이내 조기 퇴사율이 40%를 넘는다는 조사도 나오고 있다. 취업자 입장에서의 조기 퇴사는 취업의 실패일 수도 있고 취업 전략의 한 부분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조기 퇴사는 명백한 채용의 실패다. 조기 퇴사로 인해 기업은 직접 비용(재직 기간 인건비, 채용 및 교육 비용 등)뿐 아니라 조직 내 지적 자산 유출, 팀 내 사기 및 생산성 저하 등의 간접 비용과 기회비용까지 감내해야 한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한 사람의 채용 실패로 인해 기업이 지불하는 비용이 관리직의 경우 2년치 급여에 해당한다고 한다.

채용 실패의 원인은 채용 과정에서의 검증 소홀과 관련이 있다. 검증 역량이 부족했거나 인력 충원이 시급해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우수 인재 검증에만 초점을 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더 설득력 있다. 우수 인재가 반드시 오래 다닐 인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데 우수 인재 검증에만 초점을 두다 보니 오래 다닐 사람인지에 대한 검증은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대퇴사의 시대, 오래 다닐 수 있는 인재인지에 대한 검증은 HR 분야의 최대 과제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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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된 조기 퇴사와 계획되지 않은
조기 퇴사

조기 퇴사는 ‘계획된’ 것과 ‘계획되지 않은’ 것으로 분류할 수 있다. 계획된 조기 퇴사는 채용 과정에서 여러 희미한 신호를 드러내기 때문에 기업이 이를 미리 포착하면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 지원자는 보통 지원 단계에서부터 이미 조기 퇴사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기업과 직무에 대한 지원자의 요건, 경험/경력의 적합도, 취업 준비도, 입사 후의 계획이나 회사/직무에 대한 태도 등을 면밀하게 관찰하면 퇴사의 단서를 찾아낼 수 있다. 다음 단계 목표를 명확히 가지고 있는 조기 퇴사이든 그렇지 않든, 현재의 회사를 자기 경력의 징검다리로 생각하고 있다면 어떤 형태로든 이와 관련한 신호가 있을 것이다.

계획된 조기 퇴사와 달리 계획되지 않은 조기 퇴사는 채용 과정에서 별다른 신호가 없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지원자들은 퇴사 계획 없이 진심으로 조직에서 일하길 희망했기 때문이다. 계획되지 않은 조기 퇴사는 입사 후의 직장 생활과 업무 수행 과정에서 주로 개인과 회사/업무 간 궁합이 잘 맞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입사 전에는 몰랐던 회사 내부의 상황이나 문화, 업무 현실이 본인이 기대했던 것과 다르기 때문에 나타난다.

조기 퇴사든 아니든, 그것이 계획된 것이든 계획되지 않은 것이든, 또 그 이유가 경력 개발을 위해서든 본인과 잘 맞지 않은 불만 때문이든, 기업은 예측하지 못한 퇴사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지 이미 오래전이고 이제는 대퇴사의 시대인 만큼 채용 단계나 재직 단계에서 직원들의 퇴사를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퇴사 관리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퇴사의 이유는 다양하다. 급여가 적어서, 비전이 없어서, 상사나 동료 때문에, 일이 많아서, 승진 기회가 부족해서 등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들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회사와 일에 대해 불만이 커지고 조직에 남고자 하는 동기가 부족해졌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회사에 대한 불만이 퇴사로 이어지려면 다른 대안의 존재 여부 등이 영향을 끼치겠지만 최소한 일과 회사에 대한 불만과 동기 부족이 퇴사 가능성을 키운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동일한 상황과 조건에서 모두가 떠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떠나지만 누군가는 남는다. 동일한 상황과 조건에서도 불만족과 동기 저하를 겪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존재한다. 또 불만족과 동기 저하 시에 쉽게 이직을 생각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도 존재한다. 문제는 MZ세대의 경우 자신들과 맞지 않다고 느낄 때 퇴사할 가능성이 이전 세대보다 훨씬 더 높아졌다는 점이다.

최근 ORP연구소가 OCAT-M 검사를 활용해 조사한 국내 기성세대(246명)와 MZ세대(277명)의 가치 차이를 보면 MZ세대의 경우 기성세대에 비해 이타주의가 낮고 행복 추구가 높게 나타났으며, 관계 지향과 집단주의가 낮고 과제 지향과 개인주의가 높게 나타났다. 이는 베이비붐세대에서 밀레니얼세대로 넘어오면서 일을 중요하게 여기는 정도가 줄어들고 개인주의 가치가 확대됐다는 연구 결과들과도 맥을 같이한다.1

연구에 따르면 집단주의 문화에 비해 개인주의 문화에서는 개인의 가치나 성격이 직무만족도와 이직률에 미치는 영향이 더 강하다.2 즉, 개인주의 문화일수록 개인의 특성이 직무와 잘 맞으면 직무만족도가 높고 이직률이 낮아지는 반면에 그렇지 않을 때는 낮은 직무만족도와 높은 이직률을 보인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통적으로 집단주의 문화가 강했기 때문에 기성세대는 개인의 가치나 성격과 직무의 일치 이슈를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개인주의 문화가 더 우세해졌기 때문에 MZ세대를 중심으로 개인의 가치와 성격이 직무만족도와 이직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욱이 MZ세대의 경우 높은 학력과 스펙을 가지고 있고, 과거와 달리 인터넷과 SNS를 통해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현재의 직장이 자신과 맞지 않다고 생각했을 때 언제라도 떠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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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란 무엇인가?

B 씨와 C 씨는 회계팀에서 같이 근무하고 있다. B 씨는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을 빠르게 처리하려고 서두르는데 그런 B 씨의 눈에 C 씨는 늘 느리고 답답하게 느껴진다. C 씨는 늦더라도 완벽한 일 처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세부적인 과정들을 꼼꼼히 검토해서 실수가 없게 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두 사람은 자주 의견 출동을 경험한다.

가치는 행동과 선택의 판단 기준을 제공하는 개인의 신념 체계를 의미한다. 가치는 직업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데 누군가는 급여가 적더라도 안정적으로 정년이 보장되는 직업에 더 가치를 두는 반면에 누군가는 반대로 직업적 안정성보다는 급여 수준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이는 각자가 중시하는 삶의 목표가 다르기 때문이다.

가치는 업무 수행과 관련해서도 큰 차이를 가져온다. 완벽한 일 처리를 중시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빠른 일 처리를 중시하는 사람이 있고, 독립적인 업무 수행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팀 작업을 더 선호하는 사람이 있으며, 마감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도 점심 식사를 거르면 안 된다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누군가는 그러한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점은 가치는 개인의 직무 만족, 직무 성과, 이직 가능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개인-직무 적합성(person-job fit) 이론과 개인-조직 적합성(person-organization fit) 이론에 따르면 개인의 가치관이 직무 특성 및 조직의 문화와 잘 조화될수록 직무 만족과 업무 성과가 높아지고,3 조직 헌신이 증가하며, 이직률은 낮아지게 된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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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는 크게 궁극적 가치(Terminal value)와 도구적 가치(Instrumental value)로 구분할 수 있다.5 궁극적 가치는 개인이 이루고 싶어 하는 삶의 목표들을 의미하는 것으로 풍요로운 삶, 성취, 자유, 가족의 안전, 즐거움 추구 등을 포함하며 도구적 가치는 궁극적 가치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써의 바람직한 행동 방식에 대한 개인의 신념으로 자율성, 독립성, 결과 중시, 정직 추구 등이 포함된다. 궁극적 가치는 직업이나 직장을 선택할 때 영향을 미치고, 도구적 가치는 회사 생활이나 직무 수행에서의 행동을 선택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ORP연구소의 OCAT-M은 궁극적 가치를 ‘삶’ 영역으로, 도구적 가치를 ‘조직’과 ‘업무’ 영역으로 구분해서 개인의 가치를 진단한다. 삶의 목표 중 어떤 것을 얼마나 더 중시하는가를 통해 개인의 직업적 적합성이나 경력 개발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고, 조직 영역의 진단을 통해 개인이 선호하는 조직 문화와 조직 적응 방식을 예측할 수 있으며, 업무 영역의 진단을 통해 개인의 업무 방식을 예측할 수 있다. 특히 가치별 진단뿐 아니라 상호 경쟁적인 가치들의 비교를 통해 가치 체계를 파악함으로써 개인의 행동을 보다 더 정교하게 예측할 수 있다.

성격과 가치

성격이 특정 방식으로 행동하는 경향성에 대한 것이라면 가치는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성격은 주로 업무 성과를 예측하는 데 유용한 개인 특성이다. 업무 수행에서 요구되는 행동이 성격과 잘 맞을 때 업무 성과가 높아지는 반면 성격과 맞지 않을 때는 평소 자신의 행동과 업무 수행 과정에서의 행동이 달라져야 하기 때문에 성과가 낮아진다.6 이와 달리 가치는 재직 기간 예측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업무 수행에서 요구되는 행동이 가치와 잘 맞을 때는 일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자신이 가치 있는 일을 하지 못한다고 느끼거나, 자신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행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직무만족도가 낮아진다. 업무 행동이 자신의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 상황을 경험한 구성원들은 조직을 떠날 확률이 더욱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7

성격과 가치가 항상 같은 방향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성격에는 맞지만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 일도 있고, 가치에는 부합하지만 성격적으로 맞지 않는 일도 있다. 전자의 경우에는 억대 연봉의 고성과자가 자신이 늘 꿈꾸던 새로운 삶을 위해 회사를 그만두는 상황이다. 후자는 자기 일에 보람을 느끼며 열심히 일하지만 노력만큼 성과가 나지 않는 경우다.

개인의 입장에서든 기업의 입장에서든 성격과 가치 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 무엇이 더 중요한 변수인가는 기업이 무엇을 예측하고 싶은가에 따라 달라진다.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 대부분의 기업이 채용 과정에서 성격 측정을 주로 활용해왔다는 것이다. 즉, 기업들은 성과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원자들을 파악하는 데 초점을 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조기 퇴사로 인한 문제가 구체화하면서 직원들의 재직 기간과 이직 가능성에 대한 예측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를 예측하고 싶은 기업이 있다면 이제는 성격 측정뿐 아니라 지원자들의 가치 측정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행동을 정확히 예측하려면
가치 체계 파악해야

개인의 가치가 어떻게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치 체계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가치 체계란 개인이 다양한 가치에 대해 어떤 순위를 매기고 있는가이다. 하나하나의 가치에 대해 물어보면 모두가 다 중요하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가치가 충돌할 때 개인마다 우선순위를 두는 부분은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행동의 차이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이 자율성과 팀워크가 모두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팀워크를 위해 개인의 자율성이 침해되는 상황에 접했을 때 자율성을 더 중시하는 사람은 부당하다고 느껴서 저항하는 반면에 팀워크를 더 중시하는 사람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순응할 수 있다. 가치 체계의 차이가 생각과 행동의 차이를 가져오는 것이다. 우리가 접하는 업무 상황들은 매 순간 다양한 가치가 충돌하는 가치 경쟁의 상황이고, 이것이 개인과 직무, 개인과 조직 간 가치 체계의 일치가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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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러한 개인의 가치 체계를 일반적 면접 방식으로 알아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팀워크를 중시하는 회사라면 면접 상황에서 지원자에게 팀워크를 얼마나 중시하는지 물어볼 수 있지만 다른 가치와의 갈등 상황에서 지원자의 행동을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결국 개인의 태도와 행동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해서는 특정 가치를 중시하는가가 아닌 조직 생활과 직무수행에서 충돌할 수 있는 중요한 가치들에 대해 개인이 어떤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가에 대한 가치 체계를 파악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 직무마다 접하게 되는 상황들이 다르고 직급마다 수행하는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조직 내 다양한 직무와 직급에서 어떤 가치 체계를 가진 사람이 더 잘 적응하고 업무 수행에서 성과를 보이며 직무에 만족하는지를 파악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메커니즘을 알고 있더라도 과거 수작업을 통한 분석으로 이를 밝히기에는 너무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됐기 때문에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제는 인공지능(AI)을 통한 분석이 가능해졌다. 이제 조직에서 의지만 있다면 누구라도 HR 시스템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조직 내 다양한 직무와 직급에서 누가 직무 만족이 높고, 누가 성과를 잘 내는지, 누가 오래 재직하고, 누가 일찍 조직을 떠나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그 사람들의 가치 검사 점수와 함께 제시하면 AI는 직무별, 직급별로 어떤 가치 체계를 가진 사람들이 직무에 더 만족하고, 더 높은 성과를 내며, 더 오래 재직하는지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현직자들에 대한 성과와 재직 기간을 예측할 수 있다. 특히 채용 과정에서도 지원자들의 가치 체계를 분석해서 향후 누가 더 조직에 잘 적응하고 회사에 오래 머물 수 있는지를 정교하게 예측할 수 있다. 이제 성격뿐만 아니라 가치 체계까지 함께 측정하고 관리해서 역량 외에 조직 적응 및 재직 기간까지 예측하고 활용하는 것이 HR 분야의 새로운 트렌드가 될 것이다.

이제는 인사 과학(HR Science)이다

최근 AI와 심리학의 결합이 각광받고 있다. AI 회사들의 HR 분야 진출이 러시를 이루면서 게임 방식의 심리검사, AI 면접, AI 서류평가, AI 자기소개서 평가 등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인사관리 분야에서의 AI 활용도 활성화하고 있다. AI가 사람들을 평가하는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지만 사람이 수행하기 힘들었던 수많은 작업을 AI가 대신해준다는 측면에선 분명 의미가 있다.

심리학 분야에서 심리검사는 다른 분야와 차별화한 고유의 영역으로 발전해 왔다. 사람들의 다양한 심리적 속성을 평가하는 진단 도구로서의 정교함뿐 아니라 미래의 직무 수행과 비생산적 행동을 예측하는 도구로서 발전을 지속해왔다. 그러나 준거 수집의 어려움, 분석해야 할 데이터의 과도함, 추적 연구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예측의 타당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특정 분야에서의 연구 결과를 다른 분야로 일반화해서 해석하고 적용하거나 조직과 직무를 세분화하지 않고 전체를 묶어서 일반적인 결론을 내리고 그 결과를 하위 그룹들에도 그대로 적용해 왔으며 한 번의 횡단적 연구를 종단적으로 일반화해서 해석하고 적용해왔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할 수 있다.

AI와 심리검사의 결합은 이런 한계를 극복해 줄 수 있는 유용한 해결책이다. AI와 심리검사를 접목한 인사관리 시스템 활용을 활용하면 주기적인 검사 및 준거 자료 수집/분석이 가능해진다. 또 세부 그룹별 우수 성과자와 퇴직자들의 연관성도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다. 재직자들의 심리 변화에 따른 다양한 행동 예측도 가능해졌고, 채용 단계에서부터 부서별로 지원자들의 성과와 재직 기간에 대한 예측력을 높일 수 있게 됐으며, 더 나아가 개인 특성과 부서 특성과의 매칭을 통해 조직 전체의 성과를 극대화하고 재직 기간을 최대한 연장할 수 있는 부서 배치도 가능하다.

최근 HR 애널리틱스가 많은 기업의 관심을 끌고 있다. HR과 관련한 다양하고 방대한 정보들을 분석해서 현상을 파악하고 시사점을 도출해 이를 인사관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유용한 방법론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아쉬운 점은 HR 애널리틱스가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현상 파악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HR은 사람을 다루는 분야이고, 그 목표는 구성원들의 바람직한 행동을 강화하고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약화시키는 데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화하고자 하는 바람직한 행동과 약화시키고자 하는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이 무엇인지 그 준거(Criteria)가 명확히 설정되고 측정돼야 한다. 준거와 연계되지 않는다면 현상 정보에 대한 분석과 그 결과로써의 시사점은 추측일 뿐이기 때문이다.

과학의 목적은 미래를 예측하고 통제하는 데 있다. 이제 HR도 조직의 현상을 파악하고 관리하는 인사관리(HR Management)의 역할을 넘어서서 구성원들의 미래 행동을 예측하고 통제하는 인사 과학(HR Science)으로 발전해야 한다.
  • 오동근 | OPR연구소 부대표

    필자는 삼성직무적성검사(SSAT)를 비롯한 국내 유수 조직의 다양한 심리검사 및 역량진단 프로그램 개발을 주도해왔으며 조직 진단 및 개발 프로젝트와 교육 컨설팅을 수행했다. 성균관대에서 조직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역량 평가와 리더십 진단/개발 관련 연구와 사업을 하는 ORP연구소 부대표, 성균관대 겸임교수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블라인드 채용』 등다수의 저서와 논문을 저술했다.
    dongkeun.oh@or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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