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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가 흐르는 조직

임원들의 데이터 역량 기르려면?
분석 기법 등록보다 관점 설계에 주목하라

강양석 | 363호 (2023년 0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데이터가 흐르는 조직은 직관 중심이 아니라 분석 중심으로 일한다. 이런 변화를 가장 힘들어하는 직급이 바로 임원급 의사결정자들이다. 왜냐하면 그간 직관을 기반으로 성과를 내오는 데 익숙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의 직관을 어떻게 분석에 녹여 넣을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모든 분석은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觀点)’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중요한 영향을 받는다. 즉, 임원의 데이터 역량 개발은 분석 기법보다 관점 설계에 집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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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간 국내 재계 순위 상위 그룹사 임원 300여 명의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역량을 측정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서술형 퀴즈를 내봤다.

Q 우리 회사는 식품 첨가물 제조를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다. 최근 건강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식품 첨가물 역시 친환경 소재 기반으로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몇 해 전부터 R&D를 진행하고 있던 ‘과자류 저당 친환경 첨가물’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그런데 국내 시장에서 우리 회사보다 먼저 이 시장에 진입한 경쟁사 A가 생산 규모를 대규모로 증설할 계획이라는 첩보를 입수했다. 유일한 경쟁사인 A사는 작년에 공급 물량 부족으로 해외에서 해당 첨가물을 수입해 제과업체들의 구매량을 맞춰야 했을 정도였다. 당사도 현재 곧 초기 생산에 돌입하려고 하는데 이참에 애초 계획했던 생산 캐파(capacity)보다 더 큰 규모로 지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해당 첨가물 시장은 초기 시장으로 분명 당분간 지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무리한 투자는 걱정이 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적의 생산 캐파를 분석해 제시하라는 회사의 요청이 있었다. 과연 어떤 방식으로 분석하는 게 좋을까?

위 질문에 대한 임원들의 답변을 정리하며 크게 놀랐다. 그들이 속한 업종과 직무가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접근 방식이 그리 다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의 답변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A1 친환경 식품 첨가물 시장 수요 성장 추이를 예측하고, 이 시장에서의 플레이어(자사 및 국내외 경쟁자)들의 생산 캐파의 현재와 미래의 증설 계획을 파악한다. 시장 수요 성장 추이와 플레이어 전체의 생산 캐파의 균형점(넘치거나 모자라거나)을 비교해 시나리오를 세운다. 시나리오별 우리의 투자 규모, 투자 기간, 자본회수 목표 기간을 시뮬레이션해 보고 우리가 견딜 수 있는 최악의 경우와 기대하는 최선의 기대 결과를 추정해 본다. 이러한 투자 계획이 다른 기회비용(다른 전략으로 투자하고 성장하는 반향)들과 비교해 우위가 있는지 점검한 후, 최종 투자 의사결정을 한다.

A2 1) 친환경 첨가물 관련 전체 시장 규모를 분석하고 친환경 첨가물 시장의 향후 성장률을 분석하고 전망한다. 2) 경쟁사 증량 계획 및 최종 생산 캐파를 파악하고 이에 따른 당사의 예상 시장점유율 분석한다. 3) 당사의 예상 시장점유율 기반 예상 판매 물량에 대한 당사의 생산 캐파를 역산해 ROI를 산출한다. 4) 전체 시장 규모 분석을 기반으로 당사의 최적 생산 캐파를 제시한다.

A3 먼저 시장을 정확히 분석하고, 현재 시장의 캐파와 향후 시장 성장성을 함께 분석. 우리 회사의 점유율 등을 고려해 최적 생산 캐파를 분석 도출하면 될 것이다.

A4 향후 국내 시장 규모를 예측하고 경쟁사의 생산 증설 규모를 파악하며, 투자비를 몇 년 내 회수해야 할지를 변수로 해 적정 생산 캐파를 계산한다.

A5 친환경 첨가제 시장 및 구간별 성장성 예측 모델은 분석하고 선점 경쟁사의 과거 판매 추이와 현재/신규 생산 캐파 사이의 상관관계를 통한 경쟁사 시장 예측을 추정하고 생산 캐파와 원가 상관관계를 분석해 단계별 시장 진입 및 이에 따른 생산 캐파 증설 모델을 제공한다.

A6 시장 수요 성장 예측을 실시하고, 수요 예측에 기반해 애초 계획했던 생산 캐파의 원가, 원재료 SCM 분석과 캐파 증량 시 증량 규모에 따른 원가/원재료 SCM을 분석하고, 더불어 경쟁사의 캐파 규모와 시장 경쟁 수준과 M/S를 파악해 전반적인 사업성 검토(시뮬레이션)를 실시한다.

답변의 구체적인 내용에는 세세하게 차이가 있기는 하나 크게 요약해보면 공통적으로 ‘시장의 규모 파악 → 경쟁사 시장점유율 추정 →자사 잠재 시장점유율 추정 → 향후 증설량 추정’의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정말 이런 선형적 접근법으로 최적의 생산 규모를 산정하는 게 가능할까? 여기서 몇 가지 의문이 생긴다. 첫째, 시장 전체 규모를 어떻게 추정할 것인가? 둘째, 우리 회사의 시장점유율은 경쟁사의 점유율이 결정된 다음에 추정되는 것이 맞는가?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다시 하나씩 따져보자. 일단 시장 규모를 어떻게 측정할지를 물어보니 대부분 이렇게 답했다. 해외 동종 시장의 성장률 데이터를 벤치마킹한다고 말이다. 그래서 “해외시장과 국내 시장의 여건이 정말 비슷할까?”라고 물으니 “정보가 부족해서 판단이 안 된다”는 답이 나왔다. 성장률을 벤치마킹하는 것은 실제로 시장 규모를 추정할 때 자주 쓰는 방식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결정적인 단점이 있는데 이 분석을 통해 우리가 실질적으로 도출할 수 있는 새로운 인사이트가 없다는 것이다. 데이터 분석은 시장의 특성을 좀 더 이해하고, 그 특성을 반영해 문제해결의 원리를 도출하는 데 의의가 있다. 그런데 이런 벤치마킹 방식에서는 단지 피상적으로 벤치마킹 숫자를 구할 수 있느냐 없느냐, 그 숫자를 받아들일 것인가 말 것인가의 의사결정만 남게 된다. 벤치마킹 숫자를 활용한다고 할지라도 시장의 본질적 특성에 대한 해석이 가미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렇다면 어떤 접근 방식이 더 유효할까? 이렇게 질문을 바꿔보면 어떨까 싶다. “이 시장은 바이어(Buyer)마켓인가, 셀러(Seller)마켓인가?”라고 말이다. 다소 엉뚱해 보이지만 이 질문은 근본적인 시장의 특징을 따져 묻고 있다. 초기 시장의 규모를 결정하는 데 있어 과자를 만드는 제과 업체(Buyer)의 힘과 친환경 저당 물질을 만드는 공급 업체(Seller)의 힘 중 어느 쪽의 힘이 더 크냐는 것이다. 주어진 제시문을 잘 읽어보면 우리는 첨가물 시장이 바이어 마켓이란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왜냐하면 제과 업체들은 자체적으로 기존의 단 첨가물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들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친환경 물질을 받아들일지가 시장 규모를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제과 업체들의 새로운 첨가물에 대한 자신감이 시장 규모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럼, 이런 자신감을 어떻게 알아내야 할까? 별다른 뾰족한 방법이 없다. 제과 업체를 인터뷰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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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질문으로 넘어가 보자. 우리 회사의 시장점유율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경쟁 회사의 점유율을 따진 후 우리 회사의 점유율을 결정한다는 것은 순차적이어서 언뜻 그럴싸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다음의 두 가지 이유에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첫째, 우리가 경쟁사보다 시장에 늦게 진입했다고 해서 늘 우리가 2등 점유율을 가져야 하는가? 이건 시작부터 정신적으로 졌다고 인정하는 꼴이 아닌가? 둘째, 우리의 의사결정이 다시 상대방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까? 이 질문이 첫 번째보다 더 중요하다. 왜냐하면 내가 도출한 분석 결론이 다시 상황을 바꿀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우리 회사가 만약 공격적인 증설을 결정하면 상대방 경쟁자가 그 소식을 접하고 기존과 다른 의사결정을 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즉, 나의 결정이 정말 최적인지 여부가 상대방의 증설량을 감안한 나의 결정에 대한 상대방의 반응에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림 1) 실시간 영향을 주고받는 고스톱이나 포커 게임처럼 의사결정의 향방이 바뀔 수 있다.

대부분의 분석 기법은 의사결정이 애초 분석 상황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동적인(Dynamic) 상황을 가정하지 않는다. 다양한 관찰 결과로 특성을 발굴한 후 귀납적으로 최적 해를 구하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그런데 실제 우리 비즈니스 의사결정을 보면 이런 귀납적 접근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앞선 사례는 데이터 과학에서 주로 논하는 주제는 아니다. 오히려 비즈니스 애널리틱스 영역에서 게임 이론에 기반해 전략적 분석을 할 때 나오는 사례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원들의 데이터 분석 역량을 측정하기 위해 이런 질문을 한 이유는 데이터 과학에 대한 막연한 오해를 깨고 싶었기 때문이다. 데이터 분석 역량의 강화는 막연하게 빅데이터를 쌓고 데이터 과학자를 대규모로 채용해서 될 일이 아니다. 어떤 데이터를 쌓고, 어떻게 분석해야 하는지는 우리가 어떤 문제에 직면해 있는지를 정의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런 문제를 바라보는 관(觀)이 없다는 것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역량이 없다는 것과 다름없다.

최근 데이터 과학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소소해 보이지만 상황에 적합한 관점(viewpoint)을 설계하는 힘이 소외되는 경향이 있다. 한마디로 데이터 분석을 한다고 하면 뭔가 화려하고 대용량의 데이터를 관찰해야만 분석한 것처럼 여긴다. 이는 잘못된 생각이며 이런 오해를 경계해야 한다. 당장 여러분의 회사로 돌아가 임원들에게 데이터로 어떤 문제를 풀고 싶은지를 작성해 보라고 해보라. 거창한 기획서 말고 그냥 제목만 써서 내보라고 하면 한 사람당 서너 개씩은 써서 낼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필자가 임원들과 이런 과정을 진행하며 놀란 점은 의외로 딥러닝 기법은 고사하고 간단한 기술 통계조차 이용하지 않아도 풀 수 있을 것 같은 문제들이 절반이 넘었다. 의외로 고급 분석 기법이 필요하기보다는 어떤 관점을 사용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경우가 많았다. 예컨대, 임원들이 기획한 데이터 분석 과제의 아이디어는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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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분석을 지배하는 것은 관점이지 기법이 아니다. 분석(分析)은 말 그대로 나누어서(分) 이해(析)하는 것이다. 나누어서 이해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준을 정하는 것이다. 즉, 상황을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이해하는가를 우리는 관점이라고 부른다. 그런 관점으로부터 어떤 분석을 할지가 결정될 수 있다. 앞선 예시에서 우리는 ‘이 시장은 바이어 마켓인가? 셀러마켓인가?’ 또는 ‘정적인 상황인가? 동적인 상황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관점을 세울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라면 임원들도 더 많은 관점 설계를 통해 분석의 큰 방향을 정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이 물질은 교역재인가? 비교역재인가’ 등과 같이 말이다. 최초 문제 상황에 기술돼 있듯 교역재의 성격이 강하다면 분석의 대상은 국내에서 해외로 넓혀지고, 이는 다시 국내 시장점유율 계산에 크게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런 온전한 관점의 설계 없이는 그 어떤 데이터 분석 기법도 무용하다. 데이터 분석의 실력자는 데이터가 아니라 관점을 잘 다루는 사람이라고 보는 게 맞다.

분석의 시대, 기존 임원이 데이터 역량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개발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조직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분석 기법과 툴을 교육하기에는 ‘너무 실무적인 거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기기 때문이다. 풍부한 실무 경험에서 검증된 직관을 분석 관점으로 의사결정에 어떻게 녹여 넣을지를 훈련시켜야 한다. 일반 실무자와 다르게 임원이 필요로 하는 데이터 역량은 [그림 2]와 같이 정의해 평가 및 훈련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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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과학 기술이 세상을 들썩이는 것을 현장 임원들이 공허하게 느끼는 이유는 그들이 현장에서 풀고 있는 문제와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임원들에게 툴과 기법을 훈련시키는 것은 지루한 일일 수밖에 없다. 임원들이 데이터 리터러시가 부족할 순 있지만 데이터 과학자 역시 비즈니스 리터러시가 부족한 것은 매 한 가지다. 자꾸 어렵고 복잡한 분석 실무 지식을 임원들에게 강요하지 말고 그들의 직관을 분석과 효과적으로 합치려는 노력에 집중하자.
  • 강양석 | 딥스킬 대표

    강양석 대표는 딜로이트컨설팅 전략팀장, 글로벌 1억 명 사용자 비즈니스 플랫폼의 최고전략임원(CSO), 인공지능 상장사 최고운영임원(COO)을 거친 경영자 출신 데이터 전략가이다. 현재 딥스킬(deepskill.io)의 대표로 강의, 출판, 컨설팅을 통해 데이터 사고력(Soft skill)과 툴을 다루는 힘(Hard skill)의 균형을 확산시키고자 한다. 2021년 국가인재원 데이터 리터러시 분야 자문위원이었으며 저서로 『데이터로 말하라(2015)』, 국회도서관 추천 도서인 『데이터 리터러시(2021)』 『데이터가 흐르는 조직(2023년 예정)』이 있다.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stephen.kang@deepskill.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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