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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1. 탁월성을 유지하는 팀의 조건

일곱 빛깔 무지개, 잘못 합치면 검은색
통계적 다양성보다 인지적 다양성이 중요

박정열 | 351호 (2022년 08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포스트 팬데믹 시대를 맞아 구성원의 개별화와 이로 인한 조직 내 다양성 증대가 전례를 찾을 수 없는 복잡성을 빚고 있다. 그리고 이는 팀 내 스트레스를 증폭시키고 있다. 팀의 스트레스 유발 요인을 파악하고 관리하며 팀의 존재 이유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재검토해야 할 때다. 팀이 주는 핵심 효익은 ‘복잡한 문제에 대한 창의적 해결’이며 이를 위협하는 핵심 요소는 ‘몰입 생태계 조성 실패’, 즉 다양성 포용 실패 및 동기 부여 실패다. 다양성을 인구통계적 차이로 인식하는 것을 넘어 다양성을 활용해 효익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다양성 3.0’의 가치로 꽃 피워야 한다. ‘긍정적 괴짜’ ‘신경다양성 인재’ 등 조직이 경시해왔던 인재상을 발굴하고, 나아가 이들의 아이디어가 팀 창의를 인큐베이팅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팀은 여전히 가치 있는가

팀이라는 개념은 산업사회에서 지식정보화사회로 넘어오면서 태동했다. 본격적으로는 기술 발전과 경제의 글로벌화가 진전된 1980년대부터라 할 수 있다. 이때부터 팀은 중추적인 조직 패러다임으로 부상했다. 특히 사무직(White-collar) 조직에서 팀 운영을 반겼다. 왜 지식 노동(knowledge work) 부문에서 팀을 선호하게 됐을까? 팀 운영이 지식 노동에 실용적이기 때문이다. 팀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마크 모텐슨 인시아드대 교수와 콘스턴스 누넌 해들리 보스턴대 퀘스트롬 경영대학원 교수는 “훌륭한 팀들은 복잡한 문제에 대해 창의적 해결책을 도출했고, 구성원들은 공통의 문제와 씨름하는 과정에서 동지애와 보람을 얻었다”고 언급했다. 그뿐만 아니라 높은 성과를 올린 팀들은 구성원들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며 누구라도 기꺼이 과제에 동참하고자 하는 조직 문화를 꽃피우는 등 성과 이상의 것을 달성했다.1

하지만 21세기가 도래하고 본격적인 4차 산업혁명 사회에 접어들자 팀 운영의 어두운 면들이 지적되기 시작했다. 팀은 이전보다 더 증폭된 이질성이 가져오는 변화를 조정하는 작업, 즉 다양성 포용(inclusion) 작업에 상당한 규모의 시간, 에너지, 주의를 투입해야 했다. 예를 들면 합의된 규범의 수립, 갈등 해소, 동기의 조율, 다양하고 이질적인 개인들의 융합, 결과의 연결 등이다. 가속화되고 있는 구성원들의 개별화 경향과 조직의 글로벌화에 따른 국제적 근무 환경 변화로 인해 포용해야 할 관리 포인트가 획기적으로 늘어났다. 팀 운용에 따른 기존 비용들이 여전히 건재한 상황에서 팀 구성원 관리 영역은 더 넓어진 것이다. 구성원의 물리적, 심리적, 정서적 개별화는 전체 팀의 연대와 연결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새로운 하위 그룹, 다수파, 소수파, 고립된 이들이 출현하는 등 그 파급이 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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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팀 구성원들은 과거 사무실 내에서 근무하던 때보다 더욱 큰 자율권을 요구하고 있다. 근무 일정과 관련한 변화도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상황은 계속 변하기에 어느 정도를 관리 기준으로 삼아야 할지도 결정하기 쉽지 않다. 각자 상이한 역할을 수행하는 구성원들은 자체만으로도 변동성이 큰 변수다. 최근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의 확산은 이를 더 부추기고 있다.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진행된 마이크로소프트의 2022년 조사 연구2 를 보면 인력 절반 이상이 미래 업무 환경의 하이브리드 수준이 증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팀이 수행해야 할 포용 작업의 복잡성 역시 극적으로 상승할 것이란 걸 예상해볼 수 있다. 시간, 수고, 에너지 측면의 비용 역시 마찬가지다. 하이브리드 팀워크로 인한 이러한 변화의 수준은 지금까지 조직이 직면하지 못했던 것이며 관리자들을 한계까지 몰아붙이고 있다. 글로벌 관리자들의 74%가 하이브리드 인력의 효과적 운용에 필요한 리소스나 영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인식하고 있다. 포용 작업에 따른 과부하는 이전보다 훨씬 더 증폭된 리스크 요인이란 걸 알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최근 이러한 포용 비용의 증가가 팀이 주는 효익을 넘어서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리서치 수석과학자 티번 제이미 등의 연구에 따르면3 팬데믹 이후 팀이 주는 효익인 창의적 업무, 비전 수립(visioning), 합의 및 의사결정 분야에서 특히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팀의 효익은 구성원 개개의 몰입과 공감에 기반한 연대가 필수적인데 원격 및 하이브리드 환경이 도래하면서 연결감과 소속감의 부재가 커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조사에서 구성원들은 프로젝트 기반으로 평균 3개 팀에 소속돼 있었음에도 사상 최저 수준의 연결감을 느끼고 있었다. 팀에 소속됐다는 것이 ‘사실 대비 효과(contrast effect)’를 극대화시켜 오히려 구성원들이 외로움을 더 잘 느끼도록 한다는 것이다. 팀 동료들과의 강한 관계 형성을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상황을 마주하는 구성원들은 상대적으로 외로움과 실망을 더 심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직무특성이론으로 잘 알려져 있는 J. 리처드 해크먼 하버드대 교수는 ‘왜 팀은 효과가 없는가(Why Teams Don’t Work)’라는 주제로 진행한 HBR와의 인터뷰에서 “팀은 추가적인 리소스 투입에도 불구하고 본래 기량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점점 더 많이 보이고 있다. 이는 조정(coordination), 동기(motivation)와 관련된 문제가 협업(collaboration)이 주는 이점을 상쇄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팀워크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조직에서 팀의 스트레스 유발 요인을 어떻게 파악하고 관리할 것이며 향후 팀을 언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재검토해야 하는 때가 왔다는 말이다. 포스트 팬데믹 시대로 나아가고 있는 지금, 전에 없던 팀 차원의 스트레스 유발 요인은 계속 증가할 것이다. 이 스트레스를 제대로 관리하고 팀이 주는 본래의 효익을 증대시키기 위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팀의 탁월성을 만드는 메커니즘

이렇게 볼 때, 팀의 탁월성(Excellence)이란 거창한 그 무엇이 아니라 팀이 태동된 본래의 이유를 온전히 충족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팀이 주는 효익은 최대화하고 이를 위협하는 요소를 찾아 제대로 관리하는 것이 팀의 탁월성을 만드는 궁극적이고 핵심적인 노력이다. 팀으로 일하는 가장 큰 효익은 혼자 대응할 수 없는 복잡한 문제를 집단 창의를 이용해 해결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팀에 활력과 생명력을 불어넣는 보람과 성장은 모두 창의적 문제해결에 참여하는 가운데 얻게 되는 열매들이다. 반면 이를 저해하고 위협하는 요소는 조직 수준과 개인 수준의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디지털화는 구성원의 정신적, 정서적, 물리적 개별화를 견인했고 팬데믹은 이를 부추겼는데 이 개별화 경향은 조직 수준에서 다양성 관리의 복잡성 증대를, 개인 수준에서 일과 조직에 대한 동기 부여 관리의 복잡성을 몰고 왔다. 이 양자는 결국 팀의 몰입 생태계 조성에 영향을 미친다.4 이에 따라 필자는 팀이 주는 핵심 효익을 ‘복잡한 문제에 대한 창의적 해결’로, 이를 위협하는 핵심 요소를 ‘몰입 생태계 조성 실패(다양성 포용 실패 및 동기 부여 실패)’ 두 가지로 정의했다. 그렇다면 팀의 탁월성을 만드는 메커니즘은 [그림1]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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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창의적 문제해결력을 높이고 몰입 생태계 조성 실패 확률을 낮추는 데 있어 유념해야 할 포인트들을 살펴보자.

팀의 창의적 문제해결력을 높이려면
기존 전제를 내려놓아야

테레사 아마빌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는 어떤 환경에서 창의성이 가장 잘 발휘되는가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아마빌 교수는 각각 다른 분야의 기업에 종사하는 238명이 8년 동안 쓴 1만2000건의 일기를 수집해 사람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고민하고 애쓰는 과정을 분석했는데 이를 통해 창의성에 관한 핵심적인 오해를 발견했다. 바로 창조적 유형의 사람은 따로 있고 조직 창의는 이들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전제다. 연구 결과는 보통의 지능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창의적인 일을 해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창조란 통상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있는 것들을 달리 보거나’ ‘기존 것을 상호 연결하는 것’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평범한 기계 수리공이었던 조셉 위스가 흑백TV가 컬러TV로 바뀌는 것을 보고 컬러복사기를 개발한 것들이 바로 그러한 예다. 보통 사람, 비전문가, 핵심이 아닌 주변 인물에 의한 창의성 발현을 주변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아마빌 교수는 조직의 창의성을 증대하려면 기존 전제에서 벗어나 같은 것을 다르게 볼 수 있고 다른 것들을 연결할 수 있도록 다양성 토양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실 경영에는 이와 같이 전통적으로 옳다고 여겨지는 전제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사람들은 대개 이런 전제들을 아무 의심 없이 따르곤 한다. 채용 시 ‘조직의 기존 문화와 맞는 사람을 채용하라’거나 ‘당장의 조직 니즈에 부합하는 사람만을 채용해 생산성을 극대화하라’는 것 등이 대표적 예다. 조직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기까지 이런 전제들이 중요한 역할을 할 때가 많다. 하지만 임계점에 이른 성장 한계를 돌파하려면 이 기존 전제들은 걸림돌이 된다. 조직 융화, 화합을 추구한다는 미명하에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들과만 함께하려는 리더들이 많다. 마찰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을 승진시키기 꺼리고, 이로 인해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끼리 리더층을 형성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곧 자신이 갖지 못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란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과 같다.

기술과 의욕으로 넘쳐났던 히피 스타일의 젊은 CEO 스티브 잡스는 나이 많고 원칙주의자인 또 다른 애플의 경영진 마이크 스콧과 사사건건 마찰을 빚었다. 면전에서 고함을 지르고 싸우다시피 한 경우가 다반사였다. 하지만 이들의 개인적 마찰은 애플이란 조직에는 도리어 성공으로 이어졌다. 스콧의 경영 능력은 잡스의 아이디어 및 기술과 훌륭히 융합했고 이는 오늘날 애플 신화의 기반이 됐다. 당대 최고의 히트 상품이었던 제록스의 레이저 프린터 개발자 게리 스타크웨더 역시 고집 센 엔지니어로 상사와 잦은 마찰을 빚었다. 그는 광학 복사기가 대세이던 시절 뚝심 있게 레이저 복사기 개발을 주장해 오늘날 레이저 신화를 만들었다. 아서 프러이가 회사 지시에 그저 순응하고 말았다면 3M의 포스트잇 역시 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로버트 서튼 스탠퍼드대 교수는 이른바 ‘괴짜 아이디어(deviant ideas)’, 즉 ‘역발상’이 오히려 조직의 활력소가 되고 나아가 조직을 살리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기존 전제로는 튀는 괴짜들과 이들이 내놓는 튀는 언행 및 사고가 조직 화합, 융합에 문제를 일으킨다고 간주됐지만 이제 조직 창의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서튼 교수는 이들을 ‘긍정적 괴짜(positive deviant)’라고 명명했다. 그는 역발상이 곧 창의력과 맞닿아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다소 극단적이고 급진적인 생각과 방식을 고집하지만 이를 통해 조직 내 더 나은 업무 효율을 가져오는 사람, 만성화된 기존 관행과 통념을 깨고 가보지 않은 길에 기꺼이 앞장서는 사람이 바로 역발상의 주체자들이다. 이러한 긍정적 괴짜 문화를 조직 풍토로 숙성시켜 경영에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더 늦기 전에 조직들이 해야 할 미래 준비다. 창의의 주체가 되는 구성원들의 다양성이 경직된 기존 문화에 질식돼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착오를 낳지 않도록 해야 한다. 창의의 근원(origin)인 구성원들의 개별 다양성을 존중하고 이들이 주체적이고 자율적으로 역발상을 일상화하도록 만드는 것이야말로 긍정적 괴짜들을 양산하고 조직 창의를 인큐베이팅하는 자양분이다.

인구통계적 다양성을 넘어
인지적 다양성 토양이 돼야

그렇다면 다양한 성, 연령(세대), 인종, 종교, 문화, 업무 경험으로의 팀 구성은 곧바로 그 팀의 창의력이 될까? 라제시 세티 클락슨대 교수는 팀 구성원의 다양성이 클수록 팀 창의성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5 다양성이 창의력으로 연결되는 지점은 단순한 ‘인구통계적 다양성(demographic diversity)’이 아니라 ‘인지적 다양성(cognitive diversity)’이라는 것이다. 다양성이 높은 조직이 창의혁신 조직이 될 확률이 높은 이유는 바로 ‘생각하는 방식의 다양함’에서 연유한다. 미시간대의 스콧 E 페이지 교수는 “다양한 사람으로 구성된 조직은 문제해결을 위해 다양한 생각 도구를 활용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탁월한 능력을 가진 동질적 조직보다 문제해결을 더 잘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경험과 지식이 다르면 같은 사안에 대해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고, 그에 따라 다른 해석을 하게 된다. 이는 솔루션을 찾는 접근 자체를 다양하게 해주는 것이다. 이를 ‘인지적 다양성’이라고 한다. 이는 곧 ‘생각하는 방식의 다양성’을 말한다. 다양성이 높은 조직은 다양한 관점과 해석을 통해 다양한 솔루션을 모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조직 내 창의가 선순환하는, 이른바 집단지성(wisdom of crowds) 풍토가 형성된다. 성, 인종, 연령(세대), 배경 등 인구통계적 다양성이 확보됐다 하더라도 어떤 이유에서건 동일한 사안에 대해 다르게 보지 않거나 그러지 못하게 만드는 경직된 풍토라면 결국 아무 의미가 없다. 이럴 경우 관리해야 할 변수만 많아져 조직 복잡성만 증대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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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풍토가 조직 내 창의에 영향이 있을 수 있음은 국내 연구에서도 확인됐다. 최진남 서울대 교수는 타인과의 이질성, 즉 다양성이 낳는 창의성의 차이는 그 다양성을 가져오는 이질적 특성 그 자체에서 기인하는 게 아니라 다양성을 가져오는 힘(power)과 지위(status)의 차이에 근거한다는 사실을 밝혔다.6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남성 위주의 문화, 수직적 조직 구조, 높은 권력 거리 지수(PDI, power distance index)를 지니고 있다. 자신의 성별과 조직 내 위치가 타인과 다르다고 느끼는 직원들은 힘이나 지위의 차이를 강하게 지각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예가 남성이 많은 팀의 여성, 연령이나 직급이 비교적 낮은 팀원들이다. 이들은 팀 안에서 약자이며 종종 사회적 장벽에 부딪힌다. 이들에게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행동 자체가 자신의 사회적 고립이나 인간관계의 손해를 뜻한다. 이런 사회적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창의성을 발현하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결국 자신보다 높은 사회적 위치에 있는 구성원으로부터 부정적 평가를 받지 않기 위해 새로운 의견을 제시하거나 기존 업무 방식의 변화를 시도하는 것을 꺼린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고보다 위계질서나 기존 업무 관행을 더 중시하게 만드는 이런 풍토는 팀원들의 창의성 발현을 제한한다. 결국 팀 구성원 간의 자유로운 상호작용 및 통합을 저해한다. 따라서 팀 창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다음 과제가 선결돼야 한다. 우선 다양한 경험과 직무적 배경을 가진 구성원들을 포함시켜 다양한 정보와 지식이 연결되고 융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인구통계적 다양성에 그치지 않고 인지적 다양성이 극대화되도록 다양성 포용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팀을 구성할 때 팀원 간의 지위 및 권력 거리 차이를 최소화해야 한다. 그래야 자유로운 소통을 보장할 수 있다. 성별, 연령(세대), 직급에 의한 팀원 간 서열화와 이에 따른 소통 부족, 소수에 의한 아이디어 독점을 극복하는 일은 팀 창의와 구성원 개개인의 창의 모두를 증진시키기 위해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다.

최근 반도체 분야를 필두로 한 이공계 인재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 화두다. 미래 산업의 핵심이자 국가 안보 자산인 반도체 기술의 초격차를 확보해야 하는 측면에서 시급하고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현재 6대4 정도인 학교의 이과와 문과 비율을 9대1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500대 기업 기준 4대6 정도인 문이과 채용 비중을 감안하면서도, 설사 이과 계열을 선택했다 하더라도 이공계보다 의약대를 선호하거나 졸업 후 해외 취업 선택이 늘고 있다는 현실적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7 하지만 이공계열 학생 수를 늘리고 기업 내 이공계 구성원 비중을 늘리는 것만이 상책이 될 수는 없음을 놓쳐서는 안 된다. 조직 창의의 근간이 되는 다양성 포용 풍토 조성이 더 근본적이고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기 때문이다. 2014년 한국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의 조사에 따르면 이공계 전공에 대한 기피 정도를 5점 척도로 측정했을 때, 과학고 및 영재고 학생들은 3.09점, 이공계 대학생들은 3.25점, 대학원생은 3.63점, 기업의 현직 직원들은 3.79점으로 점점 높아졌다. 최근까지 이런 추세는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조사에 응한 공대 출신 현직 직원 중 53.4%는 ‘공학 관련 업무가 아닌 다른 일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중장기 프로젝트 등 심리적 안전감을 가지고 몰입하며 개인의 창의를 발휘할 기회의 부재, 단기 성과 중심 조직 운영으로 인한 부서 이기주의와 사일로, 직원의 개별성 고려 없이 요구되는 일률적인 고강도 압박과 질책을 핵심 원인으로 꼽았다. 풍토가 무르익지 않은 상태에서 우수 인재들만 많이 뽑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다름없는 행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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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다양성 3.0 시대를 준비해야

최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화제다. 천재적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새내기 변호사 우영우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그린 드라마다. 주인공은 자폐증을 가진 캐릭터로 나오는데 평범한 사람들은 감히 흉내도 못 낼 정도의 암기력과 천재성을 보여준다. 다만 자폐증 증상으로 인해 종종 감정 표현이 어눌하고 범인(凡人)들이 이해 못하는 행동을 할 뿐이다. 하지만 새로운 시각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탁월성을 드러낸다. 사실 이런 이야기의 구도가 처음은 아니다. 이미 30년 전 영화 ‘레인맨’에서도 자폐증 주인공이 등장했었다. 더스틴 호프만이 주연했던 이 영화 역시 세간의 주목을 받았고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을 휩쓸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드라마와 영화가 구성원의 다양성과 팀 창의를 이야기하고 있는 우리에게 공통적으로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바로 ‘신경다양성(neuro diversity)’에 관한 것이다. 신경다양성이란 자폐, 통합운동장애, 난독증 등 흔히 우리가 함부로 ‘비정상’, 심지어 ‘무능’의 범주에 넣어버리는 많은 증상이 사실은 엄청난 잠재력일 수 있기에 이런 증상을 가진 이들을 조직의 다양성 범주에 포함시켜야 함을 의미한다. 보통 인재들이 가진 인지적 다양성이 조직의 창의력과 건강함을 보장해주듯 신경다양성 인재들이 가진 천재성 또한 조직의 혁신과 발전을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로버트 오스틴 아이비경영대학원 정보시스템 교수와 개리 피사노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는 앞으로의 조직들은 이 신경다양성 포용에 더욱 적극적이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8 이들은 “신경다양성 인재들이 ‘남들과 다른’ 사람들이지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은 아니다”라고 조언한다. 적절한 도움과 편의만 제공해준다면 똑똑하긴 하지만 ‘평범성’의 범주에 있는 사람들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최근 HPE(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는 신경다양성 인재들을 소프트웨어 테스터로 활용하고 있다. 출시 전 소프트웨어 테스팅은 제약된 시간하에서 이른바 무결점 검수가 진행돼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평범함의 수준을 뛰어 넘는 패턴 인식, 기억력, 수리력, 그리고 집착에 가까운 집중력이 필요하다. 물론 이 테스팅을 AI에 맡길 수 있겠지만 오류 확인 과정의 중대성을 감안했을 때, 다양한 요소를 입체적으로 감안할 수 있는 인간의 힘이 필요하다. 이때 신경다양성 인재들의 활약은 의미가 크다. 이 때문에 고객사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한다. 실제로 호주의 정부 부처인 복지부는 이러한 HPE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소프트웨어 테스트 업무를 신경다양성 인재들에게 맡겼다. 그리고 이들로 구성된 팀이 다른 일반 팀에 비해 30% 생산성 향상이 있었음을 보고하고 있다.

그동안 조직들은 신경다양성 인재를 발굴하고 조직 안으로 들이는 데 소극적이었다. ‘표준화된’ 우수한 인재들이 조직에 많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혁신을 위해 좀 더 탁월한 재능이 필요해졌다. 이른바 VUCA 환경은 아무리 똑똑하더라도 흔히 ‘신경전형성’이라는 범주에 있는 인재들은 해내지 못하는 업무들을 증가시켰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선두 기업들 중심으로 신경다양성 인재들을 본격적으로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는 기존 모집, 채용, 인재 개발 관행으로는 신경다양성 인재를 조직 내 정착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신경전형성’ 인재들 중 우수한 사람을 뽑고 관리하는 과정과 아주 독특한 행동 양식이나 사고방식을 가진 신경다양성 인재를 뽑고 관리하는 방식은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경다양성 인재들은 기존의 표준화된 채용 절차에서 탈락하기 쉽기 때문에 실제 조직에 채용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신경다양성 인재들은 패턴 인식, 기억, 수학 등에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조직은 채용 과정을 통해 이들을 걸러내고 있었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활용할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이것은 신경다양성 인재와 조직 모두에 손해였지만 지금까지는 손해인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이제 초경쟁 상황, 극한 환경에 몰린 조직들이 ‘초인적’ 능력을 발휘하는 이 신경다양성 인재들을 찾아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그러면 신경다양성 인재를 제대로 뽑아 이들의 천재성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채용을 하고, 채용 후에는 이들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오스틴 교수와 피사노 교수는 몇 가지 중요한 팁을 제시한다. 첫째, ‘사회적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신경다양성 인재에 대한 조직의 부족한 지식과 전문성을 보충해야 한다. 경영자와 관리자들은 아무리 박식한 사람이어도 신경다양성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다. 직원 사생활까지 관여하는 관리자는 거의 없기 때문에 신경다양성을 지닌 인재가 설령 조직 내에 있었더라도 쉽게 파악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신경다양성을 조직 내 다양성으로 흡수하려는 글로벌 기업들은 장애인들의 취업을 지원하는 정부나 비영리기관 등 ‘사회적 파트너’들과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오스틴 교수와 피사노 교수는 신경다양성 인재의 채용과 훈련을 위한 방법도 조언한다. 기존 면접 방식에 의존하지 않는 파격적 채용과 기존과 다른 훈련 과정을 도입하라는 것이다. 덴마크의 IT 회사 스페셜리스테른은 신경다양성 채용자들이 기업의 관리자들과 한나절 동안 편안하게 대화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수 있도록 ‘어울리기’라는 행사를 기획한다고 한다. 행사가 끝날 무렵에는 지원자 가운데 몇 명을 선택해 2∼6주 정도 교육을 진행한다. 또한 교육은 꼭 신경다양성 인재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신경다양성 인재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선 기존 직원들 역시 인식 전환을 위한 교육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경다양성 인재 채용과 관리는 아직 우리 조직들에 다소 생경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갈수록 복잡하고 변동성이 심하며 불확실하고 애매모호한 환경 속에서 팀이 가지는 탁월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도전임에 틀림없다. 마땅한 인재를 구하기 힘들었던 분야에서 우수하거나 평범함을 넘어서는 진짜 ‘탁월함’을 가진 인재를 구할 수 있다. 이들이 보여주는 암기력, 강박, 천재적 발상이 불량률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며 혁신적 아이디어를 가져다줄 것이다. 또한 다양성을 인정하고 융합하는 조직 풍토 조성에도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인 의사소통 방식이 쉽지 않다 보니 다양한 방법으로 신경다양성 인재들의 어법이나 소통 방식을 이해하려 할 것이기에 이 과정에서 다양성에 기반한 조직 의사소통 풍토가 정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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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시대에서 글로벌 시대로 전환되면서 조직은 성, 연령(세대), 인종, 종교 등 인구통계적 다양성(demographic diversity)이 조직 내에 이식되도록 노력해왔다. 이는 글로벌화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차이를 인식하고 주의하는 차원의 ‘다양성 1.0’ 시대였다. 이제 우리는 이 인구통계적 다양성이 인지적 다양성(cognitive diversity)으로 이어져 실질적인 조직 창의 능력이 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할 시대를 만났다. 구성원의 개별성을 존중하고 이것이 조직 창의로 만개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즉, ‘다양성 2.0’ 시대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모두 신경전형성의 패러다임 안에서 진행된 다양성 포용이다. 이제는 신경전형성을 넘어 신경다양성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이른바 ‘다양성 3.0’ 시대다. 신경다양성까지 포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팀의 탁월성이 극대화될 수 있다.

다양성 포용 실패를 줄이려면
우수 인재 신드롬을 버려야

그렇다면 다양성만 갖추면 팀 본연의 존재 이유, 즉 팀이 주는 효익이 극대화될까? 그렇지 않다. 다양성이란 것은 ‘생산적으로 포용’되지 않으면 복잡성과 이로 인한 갈등만 증폭시킬 뿐이다. 다양성은 각 구성원이 개별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성, 자질, 경험과 지식, 이로 인한 인지적 차이에 관한 것이고 포용(inclusion)은 이 인지적 차이의 가치를 인정하며 이를 구성원의 1인 지분(equity) 개념으로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말한다. 1인 지분 개념이란 곧 조직 내 기회의 형평성을 의미한다. 구성원 하나하나가 소외됨 없이 자신의 색깔에 맞는 기회를 부여받게 될 때 비로소 다양성은 꽃을 피우게 되는 것이다. 조직 문화 운동가 버나 마이어스는 “파티에 초대받는 것이 다양성이라면 함께 춤을 추겠냐고 요청받는 것이 포용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파티에 초대는 했지만 내내 혼자 서먹하게 방치한다면 초대하지 않는 것보다 못한 게 아닐까.

모든 조직은 유능한 인재를 선호한다. 이들을 핵심 인재라고 구분해 관리하기도 한다. 여기에는 유능한 인재들이 많이 모일수록 성과를 낼 확률이 높다는 암묵적 신념이 전제돼 있다. 이게 맞다면 우리는 할 수 있는 한 유능한 인재들만으로 조직을 가득 채워야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도 이들이 확실한 시너지 효과를 낼까?

2014년 6월에는 ‘과잉인재효과’라는 제목의 논문이 심리과학저널에 소개됐다. 컬럼비아대, 암스테르담대, 인시아드 공동 연구팀이 스포츠팀에서 우수 선수 비중과 팀 성적과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였다.9 결과는 어땠을까? 유능한 선수가 많을수록 성적이 좋아질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우수 선수가 너무 많으면 오히려 팀 성과가 하락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축구의 경우, 2010년과 2014년 월드컵 출전 팀들을 분석했는데 팀 내 유명 클럽에서 뛰는 선수 비중이 60% 수준일 때 FIFA 랭킹이 정점을 찍었지만 그 비중이 60%를 넘어서면 오히려 순위가 떨어졌다. 네덜란드 대표팀이 대표적 사례다. 네덜란드는 화려한 스타 플레이어들이 많았음에도 유로 2012 본선 조별 리그에서 3전 전패로 탈락을 경험했다. 하지만 선수들을 물갈이한 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무패로 3위에 올랐다. 더 많은 스타 선수 기용으로 선수단을 재정비한 것이 아니라 우수 선수 비중을 70%에서 40% 수준으로 낮춘 것이 주효했다. 농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2002년부터 2012년까지 팀별로 NBA 올스타전에 선발된 선수의 수와 매 시즌 팀 승률과의 관계를 분석했더니 우수 선수 비중이 50%를 넘어서면 승률이 낮아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마이애미가 2011∼2012 시즌에 2명의 스타 플레이어가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하게 됐는데 오히려 그때 우승을 한 것이 그 예이다. 게임당 어시스트 등을 협력의 척도로 분석한 결과, 우수 선수가 많을수록 협력의 강도가 약해져 팀 성적이 하락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협력의 강도란 구성원의 다양성이 연결되고 연대하는 정도라 표현할 수 있다. 구성원 다양성의 연결과 연대를 통한 창의적 문제해결은 팀이 주는 최대의 효익이다. 연구 결과처럼 유능한 인재를 많이 투입할수록 팀 내 다양성 연합 정도가 약해진다면 본질적으로 팀을 꾸려 일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왜 유능한 인재가 많을수록 팀 내 다양성의 연결과 연대, 다양성 포용이 어려운 것일까? 이에 대한 답으로 경영학자 메러디스 벨빈은 그의 저서 『팀이란 무엇인가』에서 ‘아폴로신드롬’을 소개했다. ‘아폴로신드롬’은 유능한 인재들이 모인 집단에서 오히려 성과가 저조한 현상을 말한다. 영국 헨리경영대학의 팀 역할 연구 결과10 에서도 지능이 높은 팀원들로 구성된 아폴로팀은 동료에게 자신의 생각을 설득하느라 시간을 허비했다. 또한 서로의 주장에 어떤 약점이 있는지에만 관심을 기울인 결과 일치된 결론을 내리지 못했을 뿐 아니라 시급한 일들도 간과해버리는 것이 확인됐다. 심지어 팀 성과가 나쁘면 책임 소재를 찾아 서로를 비난하기에 바빴다. 어렵고 복잡한 일일수록 뛰어난 인재들이 필수적이지만 이들의 팀 다양성 포용 강도 약화 행위를 방치한다면 팀은 원하는 성과를 얻기 힘들다는 것이다.

조직의 인간적 측면 활성화로
다양성 포용 강도 높여야

그러면 조직의 다양성 포용 강도는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다른 무엇보다 조직의 인간적 측면 활성화가 필요하다. 다양성 포용 수준은 조직에 활력을 만드는 인간적 측면과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조직의 인간적 측면은 완충, 연결, 응집 세 가지로 구성된다.11 완충(buffering)은 외부로부터의 환경 변화 또는 내부 다양성 증대가 줄 수 있는 이른바 ‘경계 위협’을 최소화함과 동시에 이를 생산적으로 내재화하고 포용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만일 조직 내 완충재 역할이 활성화되지 못하면 이러한 변화와 혁신 활동은 필연적으로 조직 내 쇼크를 일으켜 생산적 변화, 즉 성장을 양산하지 못하고 변질된다. 결국 완충 활동은 안정적인 경계 활동의 기초가 되는 것이다. 완충 활동은 상호 존중을 기반으로 다른 집단 또는 집단 내 구성원 간 우호적인 협력을 구축하게 만든다. 두 번째 연결(connecting)은 기존의 경계를 초월하는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는 것이다. 연결 활동을 통해 상호 호혜, 공동 목적 등의 새로운 공유가치가 발굴되고 세련화되며 공통 언어화된다. 이를 통해 조직 내외의 차이라는 다양성이 차별되지 않고 존중되는 가운데 생산적으로 포용된다. 기존의 경계가 폐기되고, 새로운 공유가치 달성을 위한 생산적 경계를 재구성할 수 있게 된다. 결국 구성원 개인 단위 및 집단 단위의 고질적 병폐인 사일로(silo)를 없앤다. 끝으로 응집(weaving)은 마치 씨줄과 날줄을 엮어서 베를 짜듯이 집단 간, 구성원 개인의 독특한 개별성(origin)과 강점 기반의 역할을 인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전체적인 역량을 통합하는 활동이다. 연결된 다름을 생산적으로 포용하는 것이 응집이라 할 수 있다. 조직 내에서 이러한 응집 활동이 활성화되면 변화와 다름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거나 진취적인 대안을 재발견하는 능력이 커지게 된다.

‘경계에 있다’라는 것은 기대와 갈등, 협력적이면서 경쟁적인 긴장이 동시에 존재하는 다의적 특성이 내재돼 있음을 의미한다. 판단과 조율이 어려운 경계 상황에서 이러한 조직의 인간적 측면은 구성원 모두가 실타래를 풀어내는 데 생산적으로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조직의 인간적 측면은 구성원을 혁신에 동참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집단 간, 구성원 개인 간 정보, 자원의 흐름을 원활하게 연계하는 데 기여한다.12 더불어 집단 간 협력은 물론 조직구성원 간의 협동과 학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13

여기서 놓쳐서는 안 되는 게 있다. 바로 이러한 조직의 인간적 측면을 실현해 내는 구성원의 존재다. 앞서 언급한 대로 완충, 연결, 응집이라는 조직의 인간적 측면 세 가지는 바로 ‘경계에서의 다양성 포용’이다. 이를 실제 구현해내는 구성원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헨리경영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경우와 달리 성과가 좋은 예외적 아폴로팀도 있었는데 그 이유는 팀 내 갈등을 해소하는 외교적 역량을 발휘한 구성원이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의 차이였다. 팀에는 유능한 인재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유능한 인재 못지않게 경계에서 팀 내 이질감을 완충, 연결, 응집시켜 줄 이른바 ‘버퍼링(buffering) 인재’가 필요하다. 하버드경영대학원의 티지아나 카시아로 교수와 듀크대 미구엘 소사 로보 교수 역시 이들을 ‘조직에서 윤활유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14 그들은 능력과 호감도에 따라 조직 구성원을 ‘호감 가는 스타’, 호감은 가지만 무능한 ‘호감 가는 바보’ ‘무능한 비호감’ ‘유능한 비호감’의 네 가지 타입으로 구분하고 직장인들에게 어떤 종류의 사람과 일하고 싶은지 조사했다. 당연히 선호도 1위는 ‘호감 가는 스타’였고 꼴찌는 ‘무능한 비호감’이었다. 그렇다면 남은 두 그룹 가운데 사람들은 누구와 더 일하고 싶어 했을까? 조사 결과, 사람들은 ‘유능한 비호감’보다는 ‘호감 가는 바보’를 더 선호했다. 조직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호감 가는 바보보다는 더 능력이 있는 유능한 비호감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연구 결과는 오히려 호감 가는 바보가 조직의 사일로 현상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됨을 확인했다. 호감 가는 바보는 사실 바보가 아니라 조직의 인간적 측면의 허브인 것이다.

앞서 스포츠팀 연구 사례에서 보듯 조직의 성과가 최고조에 이르는 우수 인재 비율이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것은 아마도 조직 내 협력과 연결이 유지되는 임계점의 어느 지점일 것이다. 경쟁의 부작용을 줄이고 협력과 연결을 촉진하면서 그 균형점을 찾아가는 것이 관건이다. 그리고 이는 곧 조직이 다양성을 통해 창의를 극대화함과 동시에 다양성에서 비롯된 팀 내 이질감을 경계에서 완충, 연결, 응집시킬 수 있는지 여부를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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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 부여 실패를 줄이려면

2021년 하반기에만 미국에서는 2500만 명 이상이 직장을 그만뒀다. 이른바 ‘대사직(the Great Resignation)’ 시대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퇴사(quit)가 ‘전염(contagion)’처럼 번져 나가고 있다는 뜻에서 ‘퀴테이젼(quitagion, quit+contagion)’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대사직이란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까? 맥킨지(McKinsey)의 최근 보고서15 에 따르면 퇴직 이유에 대해 기업들의 분석과 근로자들의 이야기가 달랐다. 먼저, 기업들은 보상 문제 또는 일과 삶의 균형과 관련한 문제가 대사직 현상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근로자들은 첫째, 조직에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느낌이 드는 것과 둘째, 소속감이 들지 않는다는 것을 퇴사의 이유로 전했다. 이 차이가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팬데믹으로 인한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는 어쩌면 이전과는 다른 관점으로 일과 직업을 바라보게 됐는지 모른다. 즉, 돈과 복지에 대한 불만족에 따른 퇴사가 아니라 보다 근본적 리셋(reset) 기회로서의 퇴사가 더 절실했던 것 아닐까? 삶과 일, 조직과 자신에 대한 생각을 본질적으로 다시 하는 것이다. ‘이 조직의 문화가 정말로 마음에 드는가? 인정받고 있는가? 성장과 보람의 기회가 주어지고 있는가? 이 직장에서 일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가?’라는 물음들이 그것이다.

현명하고 발 빠른 조직들은 이 갭을 보면서 조직 입장이 아닌 철저히 구성원 입장에서 실질적 니즈 충족에 집중했고 이를 통해 대사직 시대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조직과 일에 대한 만족도를 48%까지 향상시켰다. 이 조직들은 어떤 노력을 한 것일까? 이들은 공통적으로 구성원의 동기 부여를 위해 2가지 원칙을 실천하고 있었다.

원칙 1. 구성원과 일의 의미 연결(Deep Purpose)

이유와 동기를 이해할 때 성과는 향상된다. 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일이 지니는 파급력을 알고 그 의미를 느끼는 것은 고성과 팀을 실현시키는 핵심 요인이다. 란제이 굴라티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는 구성원과 일의 의미 및 목적을 깊이 있게 교감하고 있는 조직을 ‘딥 퍼포스(deep purpose)’ 조직이라 명명했다.16 그리고 이 200명 이상의 ‘딥 퍼포스’ 기업 리더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구성원들에게 일의 의미가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파악했다. 첫째, 구성원들은 저마다 무엇이 자신을 이 세상에 보냈는지 명확히 정의하고 있었고 이것은 곧 그들의 행보와 선택의 핵심 동력원이 됐다. 그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자신의 목적(purpose)을 인식하고 인정할 수 있도록 개입시켰다. 일례로 필자가 재직했던 전문 지식 서비스 기업 KPMG는 이미 10년 전인 2012년에 ‘퍼포스(Purpose) 프로젝트’를 진행했다.17 이른바 ‘1만 스토리 챌린지(10000 stories challenge) 프로그램을 통해 구성원들이 자신이 정의한 일의 의미와 성과를 드러내고 공유하도록 한 것이다. 둘째, 구성원들은 적극적으로 자발적 업무 설계, 즉 잡 크래프팅(job crafting)을 시도했다. 어떤 과제를 담당할 것인지, 어떤 동료와 고객, 이해 당사자와 상호작용할 것인지, 어떤 감정과 정서로 일에 접근할 것인지(mental framing)를 다듬고 조정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크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다면 그 일이 의미 있을 다른 이들에게 넘기거나 위임한다. 그리고 자신의 목표와 관련 있는 새로운 프로젝트 앞에서 적극적으로 손을 든다. 셋째, 구성원들은 리더들과 깊은 관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 의미 있는 일의 기회를 얻기 위해 상사에게 자신의 일에 대한 철학과 성장 지향점 등을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리고 팀에 무엇으로,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소통한다.

개인이 일을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세상과의 연결성일 것이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더 큰 목표나 목적과 연결돼 있음을 확신하고 자신의 일이 조직 성공에 어떻게 기여하게 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고객이나 다른 부서 동료가 자신에게 의지하고 있으며 연결돼 있다고 느낄 때 개인은 난관을 견뎌내고 극복할 뿐 아니라 성장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런 느낌을 주는 팀에 소속되고 싶어 한다. 이런 기회를 주는 팀에서는 좀처럼 떠나려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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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 2. 포지티브섬 게임을 위한 정서적 풍토 조성(Psychological Safety)

이처럼 우리는 의미 있는 원대한 목적과 연결돼 있다고 느낄 때, 각자 행동하는 것보다 함께 그 목적을 향해 나아갈 때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다고 믿는다. 개별 성공이 모두의 성공이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포지티브섬 게임(positive sum game) 상황이 적용되는 팀 안에서 구성원들은 하나로 융합하며 각자는 산술적으로 합한 것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따라서 즐거움이 향상되고 생산성이 뒤따라 올라간다. 하지만 이 같은 환경을 조성하지 못하는 팀은 제로섬 게임(zero sum game)에 진입하게 된다. 모두가 개인적 이익을 위해 행동하며, 팀은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된다. 팀은 구성원들이 자기 자신을 변호하면서 제로섬 게임으로 향하게 하는 대신 포지티브섬 게임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이를 위해 팀 구성원들에게 진정한 배려와 관심을 보내야 한다. 이런 배려와 관심 속에서만 직원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일에 임하는 동시에 팀 구성원들과 긍정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번 관계가 구축되면 팀 구성원들은 각자의 바람과 포부, 기쁨을 지닌 존재로 서로를 존중할 수 있으며 서로에게 신뢰와 지지를 보낼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심리적 안전감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하버드경영대학원의 에이미 C. 에드먼슨 교수와 인시아드의 헨릭 브레스만 교수는 6개 대형 제약사의 62개 팀을 대상으로 다양성과 성과에 대해 심리적 안전감이 가지는 영향에 대한 실증 연구를 진행했다.18 연구 결과, 심리적 안전감이 다양성이 약속하는 효익을 실현하는 데 있어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가설이 입증됐다. 즉, 심리적 안전감이 높을 경우, 다양성은 성과와 긍정적 상관관계를 보였지만 심리적 안전감 수준이 낮을 경우, 다양성은 오히려 성과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팀 다양성이 높을수록 팀에 대한 구성원들의 만족도는 평균적으로 낮아졌다. 하지만 심리적 안전감이 높은 경우, 팀 다양성이 높을수록 구성원의 만족도가 올라갔다. 정리하면, 심리적 안전감은 구성원의 성과 및 안녕과 관련한 다양성의 잠재력을 실현하는 데 조절 효과를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의적 문제해결이라는 팀 최고의 효익을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다양성이 요구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것이다. 구성원들이 마음 편하게 질문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팀 내에서 심리적 안전감이 윤활유처럼 기능해야 한다.

팀은 미래에도 계속 유효할까? 당연한 얘기겠지만 팀이 주는 효익이 극대화되고 팀의 탁월성이 유지된다면 그럴 것이다. 그러려면 다양성이 주는 집단 창의의 수혜를 최대화하고 다양성이 주는 복잡성은 생산적으로 포용해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바꿔야 할 것은 무엇일까? 구성원은 조직의 성과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Human Resource’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존재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하는 ‘Human Being’이라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구성원이 ‘Resource(자원)’로 인식되는 한 이들은 관리의 대상에 불과하게 된다. 조직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유용한 손발이 되도록 가급적 튀거나 벗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구성원이 ‘Being’, 즉 ‘개별 주체’로 인식되면 구성원 하나하나의 독특함(unique)이 보이기 시작하고 집단 창의의 문이 열릴 것이다. 미래에는 빨,주,노,초,파,남,보 팀원들의 일곱 가지 색상을 하나로 합쳐 검정이란 한 가지 색을 얻는 팀보다 각각의 색깔을 인정하면서 무지개란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팀만 살아남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하겠다.


박정열 HMG 경영연구원 전임교수 soulpark77@hyundai.com
필자는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서울대 대학원에서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LG경영개발원을 거쳐 삼정KPMG에서 Learning & Development Center Director를 지냈다. 최근 발표한 논문 ‘지식근로자의 일터학습민첩성 진단도구 개발’로 한국인력개발학회 최우수논문상을, 특허청으로부터 ‘지식근로자 일터학습민첩성 진단방법 및 시스템’에 관한 특허를 받았다. 저서로는 『AI시대 사람의 조건 휴탈리티(한국경제, 2020)』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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