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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5. ‘리모트워크’에 걸맞은 매니지먼트 방정식

재택근무 믿고 맡긴 뒤 성과로만 평가
비대면 대화 늘려 고립감 해소해줘야

이형종 | 340호 (2022년 03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재택근무는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존중하는 동시에 생산성을 높이는, 유연하게 일하는 방식이다. 조직이 ‘보이지 않는’ 직원을 감시하는 관리 체제로 변질되지 않으려면 재택근무 환경에 걸맞은 매니지먼트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무엇보다 조직 구성원 각자가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관리자는 각 직원에게 직무에 따른 적합한 업무를 배분하고 업무 목표 및 진도를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 모든 평가는 성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하며 비대면에 따른 고립감 등을 해소하기 위해 관리자는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의 양과 질을 늘려야 한다.



‘원격 감시’하는 조직이 될 것인가

재택근무, 즉 리모트워크(Remote Work)의 확산으로 직원이 게으름 피우진 않을까 염려하며 어떻게 업무 관리를 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기업 경영자와 관리자가 많은 요즘이다. 성악설(性惡說)의 관점에서 생각하면 관리자의 눈이 미치지 않으면 근로시간에 직원이 일하지 않고 게을러진다고 의심할 수 있다. 직원은 회사에 소속돼 있고, 상사의 승인 없이 자택 근무지를 이탈하는 것은 근무 수칙 위반이라는 사고가 깊이 배어 있는 태도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직원이 업무 컴퓨터를 가동하고 있는지, 컴퓨터 화면에 무엇을 띄워 놓고 있는지를 원격으로 실시간 감시하는 시스템을 도입한 회사도 있다고 한다. 재택근무로 출퇴근하는 수고를 줄일 수 있어 반갑다고 생각했는데 원격 감시로 위화감을 느끼고 의욕을 상실하는 직장인이 적지 않을 것이다.

재택근무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면 조직이 ‘보이지 않는’ 직원을 ‘감시’하는 관리 체제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재택근무의 본질은 업무 시간과 생활 시간의 경계를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만들어 생산성을 높이는 새로운 일하는 방식이다. 유연한 일 방식을 통해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존중하는 동시에 생산성을 높인다는 의미다. 이러한 취지를 살려 관리자는 직원이 자율적으로 일하며 업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재택근무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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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재택근무는 회사와 직원 간 신뢰 관계를 기반으로 한 고차원의 일 방식이다. 관리자가 직원을 신뢰하지 않으면 자율적 업무 기반이 조성되지 않는 것은 오피스 근무에서도 마찬가지지만, 본격적인 재택근무 시대를 맞아 보이지 않는 직원과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 매니지먼트(management) 스킬은 더욱 중요해진다.

어떤 매니지먼트가 효과적일까? 먼저 기업은 경영 패러다임의 변화를 인식해야 한다. 평생직장이 보장되지 않는 시대에 직원에게 충성을 강요하는 상하 관계의 패러다임은 더는 유효하지 않다. 회사와 직원은 서로 선택하고 선택받는 수평적 관계로 나아가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직원의 신뢰를 얻는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효과적인 전략이다. 직원을 감시하기보다는 성선설(性善說)에 입각해 개개인이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상사는 관리직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조직 구성원의 커리어 성장과 활약을 도와줘야 한다.

리더십은 What, 매니지먼트는 How

대기업의 연수 프로그램을 들여다보면 매니지먼트를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커리큘럼이 거의 없다. 리더십 과정에 일부 포함돼 있기도 하지만 매우 기초적인 내용만 담고 있다.

매니지먼트는 리더십과 자주 혼동된다. 하지만 둘은 다르다. 피터 드러커는 “리더십은 옳은 일을 하는 것, 매니지먼트는 모든 일을 올바르게 하는 것”이라고 둘의 차이를 정의했다. 스티븐 코비는 매니지먼트란 “수단에 집중하고 어떻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가에 대해 대답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존 코터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는 리더십이 변화에 대처하는 일(개혁의 주도)이라면 매니지먼트는 복잡한 상황에 대처하는 일(오퍼레이션 관리)이라고 둘을 구별했다. 그리고 매니지먼트의 구체적인 행동 조건으로 계획과 예산의 책정, 조직 재편과 인력 배치, 통제와 문제해결을 제시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리더십은 What(무엇)을, 매니지먼트는 How(어떻게)를 묻는다. 리더십과 달리 매니지먼트에는 어느 정도 정답이 있다. 리더십과 매니지먼트는 자동차의 양쪽 바퀴와 같다. 서로 수평적으로 위치하지, 어느 것이 위에 있지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매니지먼트할 것인가?

매니지먼트는 우리 말로 ‘관리’로 번역되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매니지먼트에는 관리의 의미 외에 평가와 분석, 선택, 개선, 회피, 통합, 계획, 조정, 지휘, 통제, 조직화 등 다양한 요소가 포함돼 있다. 이런 모든 요소를 통합하는 것이 매니지먼트 사고방식이다. 기업이 매니지먼트하는 대상은 4가지(사람, 물건, 자금, 정보)다. 4가지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경영 효율을 최대화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매니지먼트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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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란 조직에서 매니지먼트를 하는 사람이다. 1973년 헨리 민츠버그 캐나다 맥길대 교수는 저서 『관리자의 역할(The Nature of Managerial Work)』에서 관리자의 10가지 역할을 제시했다. (표 1) 민츠버그 교수가 직접 관리자의 활동에 참여해 얻은 정보를 분석한 것으로 오늘날에도 관리자 역할의 표준적 정의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본질적인 역할 외에도 팀원에게 직무를 적절하게 배분하고 포용하는 것도 관리자의 중요 역할이다. 특히 재택근무 환경에서 관리자는 각 팀원이 업무 목표에 책임감을 갖고 효과적으로 수행하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관리자는 조직 목표의 설정부터 업무 배분, 목표 달성을 위한 지원 등 광범위한 직무 배분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러한 자신의 역할을 이해하고 재택근무 환경에 적합한 매니지먼트 스킬을 체득하는 것은 관리자가 해야 할 또 하나의 핵심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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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자율적 업무 환경 만들어야

재택근무는 직원의 자율적인 업무 수행을 전제로 일하는 방식이다. (표 2) 회사 규정에 따라 자율적으로 업무를 추진하고 관리한다는 신뢰 관계가 재택근무 근무 환경의 전제가 된다. 조직 구성원은 상사에게 상세한 업무 지시를 받지 않아도 맡은 업무를 자율적으로 추진하고 누가 보지 않아도 소홀하거나 지나치게 일하지 않도록 스스로 노무 관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자율적으로 일한다’는 말에는 깊은 의미가 내포돼 있다. 심리학자 피터 골위처(Peter Golwitzer)의 연구는 자율적으로 일하기 위해 관리자가 어떻게 업무 목표 관리를 해야 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골위처는 그룹을 둘로 나눠 연휴 동안 가족과 식사하기, 스포츠 활동하기 같은 쉬운 과제와 의견 충돌 중재하기, 세미나 발표 자료 작성하기 등 어려운 과제를 요구했다. A그룹에는 각 과제의 구체적 실행 목표, 즉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할 것인가를 제출하도록 하고, B그룹에는 그러한 요청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룹의 과제를 점검했더니 A그룹은 B그룹보다 어려운 과제를 더 많이 실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A그룹의 3분의 2가 어려운 과제를 실행했지만 B그룹은 4분의 1만 실행했다. 구체적 실행 목표가 있을 때 목표의 달성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조직행동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사람이 목표/목적 달성을 위해 행동할 때 목표 의도(Goal intention)와 실행 의도(Implementation intention)가 작용한다. 목표 의도는 이루고 싶은 일을 정하는 것이다(‘히말라야산맥을 정복하고 싶다’). 실행 의도는 해당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할지 구체적 행동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평소 체력을 기르는 운동을 하고, 휴가 때마다 히말라야보다 쉬운 산들을 찾아가 산악 훈련을 한다’). 그런데 목표 의도는 있지만 실행 의도가 없는 경우가 있다. 해보려고 하지만 할 수 있을지, 하고 싶은 일이 있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골위처의 실험은 목표 의도와 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의도가 함께 있을 때 가장 성과가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떤 관리자는 팀원에게 직접 업무를 지시하는 것을 선호한다. 직접 지시하지 않으면 업무를 수행하지 않을 것이란 부담감이 크기 때문이다. 직접 업무를 챙기는 매니지먼트 스타일에서는 먼저 상사가 업무 목표와 실행 목표를 제시한다. 직원은 상사의 구체적 지시에 따라 맡은 업무를 수행한다. 상사는 직원의 업무 수행을 눈으로 보고 확인하며 목표와 계획을 수정한다. 이러한 업무 추진 방식에서 직원이 업무에 대한 목표 의도와 실행 의도를 갖기란 어렵다. 직원이 자율적으로 일하는 풍토를 조성하려면 목표 의도와 실행 의도를 설정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자율성 높이는 매니지먼트 전략 5가지

업무 전문성이 높아지고 변화가 빠르고 예측하기 어려운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일하는 조직이 훨씬 유리하다. 자율성을 가진 직원이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며 생산성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가 자율적으로 일하는 기업 문화를 강조하더라도 업무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제도와 시스템이 정착돼 있지 않다면 이는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한다.

자율적 업무 환경을 조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주인공은 관리자다. 재택근무 환경에서 직원을 자율적 인재로 키우고 싶다면 관리자의 매니지먼트 방식이 새롭게 바뀌어야 한다.

1. 비전 공유

구성원들에게 충분한 정보와 자원 제공해야

첫째, 비전을 공유하는 매니지먼트가 요구된다. 앞서 말했듯 재택근무 환경에서 관리자가 모든 직원의 업무 진행 상황을 감시하며 세심하게 지시할 순 없는 노릇이다. 관리자는 팀의 비전과 목표, 당위성을 팀원들과 공유해야 한다. 업무 진행 방식과 일정 관리 등 세밀한 프로세스는 팀원 각자에게 맡기고 관리자는 비전을 제시하며 팀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역할에 매진해야 한다. 각 팀원이 수행하는 업무 하나하나가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고 비전을 실현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팀원들에게 강조하는 것도 필요하다.

비전을 공유하려면 직원들에게 충분한 정보와 자원을 제공하는 게 먼저다. 팀원의 창조적 사고를 촉진하려면 오피스 시절보다 더 많은 정보와 자원을 줘야 한다. 각 팀원이 관여하고 있는 비즈니스의 전체 모습을 상세하게 전달하고, 비전 실현에 각 팀원의 역할이 왜 필요하고, 얼마나 중요한지 깊게 이해시키도록 한다. 그래야 팀원들의 책임감이 높아지고 더욱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

혁신적 발상을 하거나 동료에게 활력을 주는 팀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솔선수범해 창의적 아이디어를 내는 구성원을 높이 평가하면 창의적 업무에 도전하도록 격려할 수 있다. 이러한 팀원을 공개적으로 칭찬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2. 믿고 맡기기

팀원 각자가 업무 관리, 관리자는 진도 관리

둘째, 자율적인 업무 관리 문화를 구축한다. 무엇보다 직원 스스로 자율적 목표를 설정하고 책임감을 가지고 목표를 달성하도록 해야 한다. 대개 사람은 스스로 목표를 정하면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 목표를 달성하고자 최대한 헌신하는 것은 물론 업무 만족도도 더 높아진다. 실제로 업무 부담과 스트레스가 높고 재량이 적은 상황에서도 자신이 스스로 결정한 목표를 신념을 갖고 추진할 때 업무 만족도는 11% 높아지고 우울감은 12%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자신이 세운 목표를 추진할 때 의욕이 더 생기고 힘들어도 인내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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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환경에서 업무 분담은 오피스 시절과는 다르다. 동료들과 각기 다른 일정으로 업무를 추진하기 때문에 업무 추진 상황과 마감 기한이 모호하고 때로는 업무가 지연된다. 비대면 상황이라서 수시로 상사에게 보고하고 상담하기도 어렵다. 업무의 우선순위가 갑자기 바뀌고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리자는 팀원들을 믿고 업무를 맡겨야 한다. 이를 위해 관리자는 직무의 판단 기준을 명확하게 만들어 팀원에게 위임하는 게 좋다. 관리자의 판단을 일일이 요구하는 매니지먼트 방식으로는 업무 효율이 올라가지 않는다. 관리자가 부재하면 업무가 정체되기 일쑤다.

동시에 팀원을 믿고 맡기는 것에 그쳐선 안 된다. 재택근무 환경은 더 세심한 목표 및 진도 관리를 요구한다. 업무 프로세스의 자율성을 존중하되 목표 및 진도 관리에 이전보다 더 관심을 갖도록 한다. 반기 및 분기별 목표 관리 외에도 매월 중간 목표를 세운다. 오피스 환경에서보다 더 짧은 기간으로 업무 납기를 관리한다. 원격으로 업무 진도를 확인하고 상황에 따라 인력을 조정/대체하며 빠르게 대응한다.

이러한 자율적 업무 매니지먼트는 글로벌 기업에 더욱 유용하다. 글로벌 기업에서는 관리자가 본국에 있고 나머지 구성원들은 세계 각국에 흩어져 리모트로 업무를 추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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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성과 중심

적절한 성과 목표 설정하고 정당하게 평가

셋째, 성과 중심 매니지먼트로 전환한다. 재택근무 환경에서 기존의 오피스 업무 관행을 유지하면 성과가 오르지 않는다. 무엇보다 ‘업무=시간’이라는 통념에서 벗어나 ‘업무=성과’라는 새로운 사고를 장착해야 한다. (그림 1) 한정된 시간에 효율적으로 일해 성과를 내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업무 성과에 따라 평가한다면 직원이 게으름을 피우는지 감시하는 시스템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통제받지 않는 환경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직원은 프로페셔널로 인정받기 어렵다.

성과 중심 매니지먼트로 전환할 때 한 가지 과제가 놓여 있음을 유의하자. 적절한 성과 목표를 설정할 수 있고, 그 달성 정도를 정당하게 평가할 수 있느냐다. 관리자의 능력과 자질 역시 성과 관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관리자의 매니지먼트 능력이 떨어지면 직원의 일에 대한 동기와 의욕은 크게 후퇴하기 마련이다. 리모트근무 환경에서 ‘명함만 부장’이라는 구호는 통용되지 않는다.

관리자의 매니지먼트 능력이 부족하면 팀원을 적절하게 평가할 수 없다. 팀원에게 적절한 업무를 지시할 수 없다면 평가도 하기 어려워진다. 상사의 업무 지시 능력이 부족해도 우수한 부하라면 자율적으로 일을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직원의 업무 프로세스와 성과를 적절하게 평가하기가 난망해진다.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면 직원의 불신감은 커진다. 상사는 규정에 따라 직원을 평가할 수 있지만 직원에게 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할 수 없다. 불분명한 평가는 조직에 대한 의문과 불만의 불씨가 된다.

성과를 정당하게 평가해야 직원의 신뢰를 얻고 이직률을 줄일 수 있다. 재택근무 환경에서는 조직 내 개인주의가 강해지고 소속감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직률이 높아져 조직 운영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애써 재택근무를 도입했는데 우수한 인재를 놓치면 기업으로선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를 방지하는 첫 번째 해결책은 성과를 정당하게 평가하는 것이다.

성과 중심 매니지먼트를 실현하려면 우선 관리자는 업무를 배분할 때 ‘직무급 사고’를 해야 한다. 한국 기업에서는 구체적이고 전문화된 직무를 가지고 일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직장인 대부분은 입사 후 정기적 순환 인사 제도를 통해 다양한 직무를 두루 거친다. 이제 한국 기업들도 유럽이나 미국 기업처럼 개인의 직무와 미션을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특히 재택근무 환경에서는 개별 직무와 미션이 명확하게 설정돼야 효율성과 성과가 높아진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는 언제 돌발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 새롭게 대처해야 할 일이 발생한다. 관리자는 이러한 상황에서 각 팀원이 담당하는 직무 사이에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놓아야 한다. 미국 기업들은 기본적으로 직무 기술서에 근거해 직무를 추진하면서 필요 시 직원과의 면담을 통해 직무기술서에 없는 틈새 업무의 수행을 요청한다. 관리자는 조직 구성원의 직무와 미션을 명확히 하면서도 환경 변화에도 대응해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

4. 효율적 업무 관리

IT 최대한 활용,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활발하게

넷째,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업무 관리 시스템을 정착시킨다. 아무래도 재택근무 환경에서는 업무 진도를 자주 확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사전에 업무에 대한 기대 품질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팀 전체가 업무 추진 상황을 정기적으로 공유해야 한다. 짧은 기한 내 끝낼 업무나 일시적으로 긴급하게 배분한 업무의 경우 기대 품질을 50∼70점 정도로 낮춰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하도록 한다. 팀원들이 100점의 기대 품질을 내야 한다고 잘못 이해하면 업무 시간이나 노력을 과도하게 투자할 우려가 있다.

각 팀원이 다른 동료가 어떤 업무를 맡고 있는지 전체적인 추진 상황을 알지 못하면 새로 발생하는 업무에 빠르게 대응할 수 없다. 그 때문에 조직을 네트워크 방식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네트워크 조직이란 조직이 수직적 계층을 이루는 것을 지양하고 모든 팀원이 고유한 업무와 권한을 갖고 수평적 관계로 이뤄진 조직을 말한다. 각 네트워크의 중심이 되는 관리자와 핵심 팀원이 매주 정보를 공유하며 팀 전체의 업무 실태를 파악하고 새로운 업무를 분담해 나가도록 한다.

또한 관리자는 IT를 최대한 활용한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고 저렴해지면서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의 경제적 효용이 커졌다. 이제 줌(Zoom), 슬랙(Slack), 노션(Notion) 등을 활용한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은 글로벌 차원의 보편적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리자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활용한다는 것을 전제로 팀 업무를 설계한다.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으로도 유연하게 추진할 수 있는 업무라면 해당 업무에 반드시 고정된 사무 공간이 필요한지는 검토 대상이 된다. 이제 모두가 한 장소에 모일 필요가 없는 시대다. 의외로 많은 업무를 재택근무로도 처리할 수 있다. 본격적인 재택근무 시대를 맞이해 기업과 관리자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에 적합한 업무, 조직, 인사 관리 시스템을 설계하는 데 적극 투자해야 한다.

5. 활발하고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

‘잡담’ 시간 늘리며 팀원의 고충 경청

마지막으로 관리자는 주도적으로 조직 구성원과의 커뮤니케이션 기회를 늘려야 한다. 오피스 환경에서 상사는 언제든 편하게 팀원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고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하지만 재택근무 환경에서는 우연하고 일상적인 대면 만남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의도적으로 커뮤니케이션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을 자발적으로 하도록 팀원들에게 맡겨 두면 난도가 높은 업무는 방치될 위험이 있다.

표정, 말투, 제스처 등 비언어적 요소가 커뮤니케이션의 70%를 차지한다고 한다. 비대면 상황에선 이러한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 정보를 충분히 파악하기 어렵다. 화상회의를 통해 90% 정도 대면에 가까운 감각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하지만 상대의 세심한 표정이나 말투, 태도 변화까지 섬세하게 포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관리자는 재택근무 환경의 커뮤니케이션의 양과 질을 높여가야 한다. 먼저 관리자는 정보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며 커뮤니케이션을 주도한다. 팀원들과 함께 효과적 커뮤니케이션 규칙을 만드는 것은 좋은 생각이다. 팀원 모두가 참여하는 화상회의와 개별 직원과의 전화통화 등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여러 가지로 조합하도록 한다. 또 업계 및 회사 내부 동향 정보를 수집해 팀원들에게 적극 알린다. 정기적 화상회의에서 이러한 정보를 공유하며 회사의 목표 달성에 우리 팀이 어떻게 기여할지 팀원들과 논의한다.

또한 관리자는 팀원의 고충을 경청하는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씩 일대일 미팅을 갖는다. 관리자가 진지하게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팀원들은 불안과 고민을 해소하는 자기 정화 작용을 경험하게 된다.

관리자는 팀원들의 커리어 설계에도 적극 부응해야 한다. 길어지는 팬데믹으로 앞으로의 커리어를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팀원의 커리어 불안에 적극 대처하는 것은 관리자와 팀원이 신뢰를 쌓는 최선의 방법이다. 또 새로운 커리어를 고려하는 도전적 팀원에게는 하고 싶은 업무를 기획해보도록 제시할 수도 있다. 큰 뜻을 가진 사람은 조직의 사업 전략에 크게 기여하는 참신한 기획안을 가져올지도 모른다.

기업의 경영자와 관리자만 매니지먼트 능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일반 직원도 ‘셀프 매니지먼트’를 해야 한다. 재택근무를 먼저 도입한 기업들 중에는 재택근무를 할 대상 인력을 선정할 때 일정한 직급과 근무 기간의 조건을 둔다. ‘셀프 매니지먼트’ 능력을 갖춘 직원에게만 재택근무를 승인하는 것이다. 이처럼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도 자율적 업무 추진을 촉진하는 좋은 방법이다. 재택근무의 확산은 기업과 조직 구성원 모두에게 매니지먼트의 본질에 충실할 것을 요구하는 시대적 변화라는 점을 다시 한번 명심하자.


이형종 웰스에듀 전문위원•경영학 박사 acemn0406@hanmail.net
필자는 KDI국제정책대학원 석사를 거쳐 홍익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FPSB,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등을 거치며 고령화 이슈에 대한 연구와 실무를 경험했고 이를 바탕으로 집필과 강연 활동을 왕성하게 펼치고 있다. 개인에게는 100세 시대를 향한 커리어 비전과 변신 전략을, 국가에는 장래 초고령 사회의 바람직한 청사진을 전파하는 데 앞장서서 뛰고 있다. 저서와 역서로는 『실례지만 나이가 어떻게 되시나요』 『그들은 어떻게 재택근무로 최고의 성과를 올렸나』 『ESG 경영과 자본주의 혁신』 『빅시프트』 등 10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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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생산성 높이는 리모트 팀 운영 방침

다 함께 ‘온라인 일터’의 규칙을 만든다

팀원 모두가 참여해 온라인 일터에서 지켜야 할 규정을 만든다. 업무를 시작하고 종료할 때 체크인/체크아웃 코멘트를 하고, 서로 호출하고 정보를 보낼 때 대면 이상으로 예의와 배려심을 보이기로 한다. 또 팀원들이 공유하는 업무 스케줄러에 회의 일정, 외근/외출 일정, 추진 업무 내용을 기록한다. 이러한 약속이 비대면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하고 기분 좋게 일하게 한다.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 업무 툴을 새로 도입할 때는 모든 팀원이 해당 툴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사전에 사용법에 대한 충분한 교육을 제공한다.

신뢰 문화를 바탕으로 업무 진도를 관리한다

모든 업무가 같은 기간에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하자. 관리자와 팀원들은 업무 납기일까지 확실히 문제없는 품질로 업무를 마무리한다는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아야 한다. 관리자는 팀원에게 업무 품질과 납기 준수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팀 내 업무 추진 상황을 공유하고, 정기적으로 진행 상황을 보고하게 하고, 납기가 늦어질 때 솔직하고 지체없이 보고하는 문화를 만든다. 관리자는 모든 업무에 담당자를 정해 긴급하고 중요한 업무가 사각지대에 방치되지 않도록 한다.

화상회의는 필요한 때만 열고 필요한 팀원만 참석시킨다

‘줌 피로(Zoom Fatigue)’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로 과한 화상회의가 리모트워크 시대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화상회의는 꼭 필요한 때만 열고 필요한 사람만 참석하도록 한다. 화상회의가 잦고 참석자를 엄선하지 않으면 오히려 업무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명심하자. 회의 내용을 수기로 기록하는 수고를 덜기 위해 자동 음성 기록 기능을 활용하고 화상회의 중에 회의 자료를 수정하고 업데이트하며 회의 생산성을 높인다.

직원의 건강에 항상 관심을 갖는다

재택근무 환경에서 사람들은 고독감에 빠질 수 있다. 과잉 노동으로 스트레스가 발생하기도 쉽다. 관리자는 솔직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팀원의 육체적, 정신적 상태를 항상 파악하고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직원의 실수와 실패, 업무 지연에 대해 과도한 추궁은 피한다. 팀원 간 커뮤니케이션에서 동료에게 이상을 느끼면 관리자에게 보고하도록 한다.

업무 외 커뮤니케이션에도 노력한다

솔직하고 지체 없는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려면 구성원들이 조직의 위계질서를 지나치게 의식하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 관리자는 직급, 연령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발언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평소 업무 외 잡담과 개인적 정보 교환을 장려하면 업무상 커뮤니케이션도 유연해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재택근무 환경에서는 모든 팀원이 온라인 대화에도 익숙해져야 한다. 팀원들과 채팅할 때 이모티콘이나 스탬프 등을 적극 사용해 감정을 전달하는 것도 사소해 보이지만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노하우다.

팀워크 높이는 비일상적 상황을 연출한다

재택근무 환경에서는 팀원들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팀 전체가 한곳에 모이는 정기적인 오프라인 모임이 매우 중요하다. 때때로 오프라인 이벤트를 마련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한다. 한 장소에 모여 서로 거리감을 느끼지 않도록 각종 게임을 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되도록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도록 오프라인 이벤트의 개최일과 장소, 시간을 유연하게 변경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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