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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묻고 신하가 답하다 - 연산군과 이목

“인재 뽑는 제도보다 인재 키울 방법 먼저”

김준태 | 340호 (2022년 03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중국 주나라에선 지방 행정 단위별로 학교가 설립돼 누구나 공부하고 배울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덕에 추천제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한나라에선 학교가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았으며 인재가 육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부르게 추천제를 운용해 부정한 학문으로 세상에 아첨하는 자가 등용됐다. 조선은 인재 등용을 위해 과거제라는 공개 채용 방식과 ‘향거이선’과 같은 추천제를 채택해 각 제도가 가진 단점을 보완하고자 했지만 고질적인 인재 부족에 시달렸다. 중요한 것은 시험의 형태나 제도가 아니라 개개인의 자질과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교육 문화와 철학이다.



1495년(연산군 1년)에 열린 문과 증광시(增廣試)1 에서 꼿꼿한 선비로 명성이 높았던 이목(李穆, 1471∼1498)이 갑과(甲科) 장원(壯元)2 을 차지했다. 이 시험에서 연산군(燕山君)은 “듣건대, 인재는 국가의 이기(利器)3 라고 한다. 예로부터 제왕이 훌륭한 정치를 이룰 적에 인재를 얻는 것을 급선무로 삼지 않은 적이 없었다”라고 전제하고 주나라의 ‘향거이선(鄕擧里選)’, 한나라•위나라에서 도입한 ‘현량방정(賢良方正)’, 수나라•당나라의 ‘과거(科擧)’ 등 역대 중국 왕조에서 시행한 인재 선발 제도를 평가하라는 문제를 냈다. 그러면서 조선이 다양한 선발 방식을 도입하고 있는데도 인재가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어진 인재가 등용돼 나무가 무성하듯 울창하게 세상을 위해 쓰이고, 국가의 다스림을 도울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이야기해보라고 요구했다.

여기서 ‘향거이선’과 ‘현량방정’은 추천을 통해 인재를 등용하는 제도다. 세부적인 운용 방법에는 차이가 있지만 고을 수령으로부터 인재를 천거받아 일정한 검증 후 관리로 임용하는 기본 뼈대는 같다. 중앙에서 전국에 산재한 인재를 모두 찾아내기란 불가능하므로 각 고을 수령의 힘을 빌리겠다는 것이다. 고을 수령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인재의 인성과 역량을 관찰해왔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추천제에는 주관이나 부정이 개입될 소지가 컸다. 그래서 도입한 제도가 공개 경쟁 채용 시험인 ‘과거’다. 과거는 응시자들이 정해진 날짜에, 정해진 장소에서, 공개적으로 시험을 치르고 평가받게 함으로써 공정성과 객관성을 강화했다. 그러나 학문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단지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공부한다는 점, 공부의 내용이 암기와 문장에 치중된다는 점, 단 한 번의 평가로 결과가 좌우된다는 점에서 과연 과거로 좋은 인재를 모두 찾아낼 수 있겠냐는 회의가 일었다. 아예 과거 시험을 거부하는 인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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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준태akademie@skku.edu

    성균관대 유학동양학과 초빙교수

    김준태 교수는 성균관대에서 한국 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동 대학 유교문화연구소, 유학대학 연구교수를 거치며 우리 역사 속 정치가들의 리더십과 철학을 연구하고 있다. 특히 현실 정치에서 조선시대를 이끌었던 군주와 재상들에 집중해 다수의 논문을 썼다. 저서로는 『왕의 경영』 『왕의 공부』 『탁월한 조정자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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