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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2. EAP의 효과 및 활용법

직원 정신 건강 수준이 기업 성과 좌우 지원제도 심리적 장벽부터 낮춰줘야

최수찬 | 327호 (2021년 08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최근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도 근로자 지원 프로그램(Employee Assistance Program, EAP) 도입이 활발하다. 직장인의 정신 건강 관리가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기업들이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00년대 들어 EAP가 가족 간 갈등, 개인 신용•재정 문제, 신체•정신 건강 문제, 직무 부적응, 대인 관계 문제 등을 넘어 워크앤드라이프 서비스(work & life service)와 건강증진•웰니스(health promotion•wellness program), 위기 상황•위기 관리 프로그램(crisis intervention program), 더 나아가 조직문화를 바꾸고 업무•조직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자문(consulting) 등으로 역할이 확대되면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회사에 EAP를 도입하려고 할 때는 먼저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할지, 외부에 위탁할지를 정해야 한다. 또한 회사 내 EAP 서비스에 대한 직원들의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등의 섬세한 관리가 필요하다.



최근 국내에서도 근로자 지원 프로그램(Employee Assistance Program, EAP)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EAP는 기업의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는 근로자의 제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사업장 기반 프로그램이다. 단순히 회사 내에서 발생하는 업무상 문제나 직무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부부 및 가족생활 문제, 법률 및 재정 문제, 알코올 및 약물 남용, 정서적 문제 등 포괄적인 문제에 대한 심리 상담, 코칭 및 컨설팅을 제공한다. EAP라는 제도적, 시스템적 지원이 뒷받침되면 근로자 개개인의 심리적 상태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기업의 생산성도 증진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업이 지원하는 EAP 상담은 일반 심리상담소 기능과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여기 직장인 A 씨의 사례를 통해 포괄적 접근을 지향하는 EAP만의 독창성을 짐작할 수 있다:

“5년 전 친한 친구에게 보증을 서줬는데 그 친구가 잠적하면서 그 책임을 떠안게 됐어요. 할 수 없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고등학생, 대학생이 되면서 교육비가 늘고, 아내는 늘 생활비가 부족하다며 불평합니다. 사실 저 때문에 발생한 일이기에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너무도 크고 제 삶도 우울해졌습니다. 친구를 너무나 쉽게 믿었던 제 자신이 바보 같아 때때로 화가 치밀기도 하고요. 친구에 대한 배신감 때문에 그 친구와 싸우는 꿈을 얼마나 많이 꿨는지 모릅니다. 대출금 부담이 상당한데 언제나 이 채무 상태를 벗어날 수 있을지, 법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업무 시간에도 틈틈이 인터넷에서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보지만 해결책이 막막합니다.”

만약 A 씨가 일반 심리상담소에 찾아갔다면 A 씨 본인의 불안감이나 친구에 대한 분노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심리 치료를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EAP 상담은 개인은 물론 가족 대상의 상담•치료에 더해 A 씨가 당면하는 가계 및 법률문제까지 전방위적으로 개입한다. 즉 A 씨가 불안, 우울, 분노 등의 감정을 잘 다룰 수 있도록 전문적인 상담가를 투입하고, 또 손상된 부부•가족 관계 회복을 위해 가족치료상담사와 연결한다. 이외에도 EAP와 계약된 재무설계사를 통해 A 씨의 재정 상태를 점검하고, 지출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하며, 담보대출 부담금을 낮출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한다. 끝으로 EAP 협력 로펌의 변호사를 통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본다. 이처럼 EAP는 단순한 심리 상담의 기능을 뛰어넘어 상담자의 욕구에 포괄적으로 대응하도록 디자인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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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P의 역사 및 발전사

서구에서는 일찍부터 EAP를 만들고 직장인이 당면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세계 근로자지원전문가협회(EAPA, Employee Assistance Professionals Association)는 EAP를 ‘생산성 문제가 제기되는 직무 조직을 돕고, 건강 문제, 부부•가족 생활 문제, 법•가계 문제, 알코올•약물 문제, 정서 문제, 스트레스 등 업무 성과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근로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사업장 기반의 프로그램’으로 정의한다. 마치 뽀얗게 쌓인 먼지와 쓰레기를 한 번에 쓸어내는 대빗자루처럼 근로자가 당면하는 여러 가지 문제를 총체적으로 일소하는 접근 방법(broad-brush approach)이 바로 EAP가 추구하는 전략이다. [표 1]을 통해 EAP가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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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P는 본래 직장 내 알코올 남용 문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18∼19세기 영국에서는 사업주가 매일 일정량의 술을 근로자에게 제공할 정도로 직장 내 음주가 만연했다. 미국 역시 대부분의 업종에서 근무 중 음주가 성행했으며, 남부 지역에서는 지금의 커피 브레이크(coffee break)처럼 위스키나 브랜디를 마시며 휴식을 즐긴다는 의미의 엘레벤더스(elevenders)가 유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과도한 음주 문화에 대한 사회적 절주•금주 운동이 일어나고, 1935년 알코올중독자 갱생회(Alcoholics Anonymous, AA)나 알코올 문제 연구 및 치료를 위한 예일센터(Yale Center of Alcohol Studies) 등이 설립되면서 중독자들도 재활을 통해 성공적인 치료와 복귀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음주로 인한 산업재해와 생산성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업주와 국가, 학계가 적극 나서면서 직장 내 음주 예방 및 치료 프로그램(Occupational Alcoholism Program, OAP)이 점차 확대됐고, 1980년에 이르러서는 OAP를 운영 중인 사업장이 4000여 곳을 넘었다는 기록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해야 할 사실은 직장인들이 당면하는 문제가 비단 알코올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직장인들은 알코올 남용•중독 이외에도 부부 갈등, 부모-자녀 갈등, 개인신용•재정 문제, 신체•정신 건강 문제, 직무 부적응, 대인 관계 문제 등 다양한 문젯거리를 경험하고 있으며 이에 포괄적인 서비스를 필요로 한다. 물론 OAP라는 우산 아래 여러 가지 서비스를 모두 제공할 수도 있지만 ‘알코올 남용•중독자’를 위한 프로그램이라는, 즉 OAP라는 이름에서 오는 낙인(labeling) 현상 때문에 자발적인 참여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례로 술 문제와는 전혀 상관없는 자녀 교육에 관한 자문을 받고자 하는 직장인을 OAP 상담실에서 도와준다면 ‘나를 알코올중독자로 생각할지 몰라’라는 두려움에 접수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이에 1978년 알코올 남용 및 중독에 대한 국가위원회(National Institute on Alchohol Abuse and Alcoholsim, NIAAA)는 직장인 대상의 포괄적 프로그램이 가장 성공적인 개입 결과를 가져온다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OAP를 EAP로 새롭게 명명하고 EAP의 탄생을 알렸다.

이후 EAP는 발전을 거듭하며 미국 내 사업장에 빠르게 퍼져갔다. EAPA에 의하면 최근 미국의 상시 근로자 5000명 초과 사업장의 97%, 1001명부터 5000명 이하 사업장의 80%, 251명에서 1000명 이하 사업장의 75%가 EAP를 제공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공공 분야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는데 정부나 공기업 등 공공 분야 근로자의 78%는 언제든지 EAP를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 46%를 보인 민간 분야 근로자에 비해 EAP에 대한 접근성이 좋았다.1 내용적으로 EAP는 대부분 8∼10회기 내로 해결할 수 있는 직장•일상생활상의 일시적 고충 및 갈등 해결에 주안점을 두는 프로그램으로 정착했다.

직장인을 위한 종합 백화점 EAP

EAP는 마치 직장인의 고충 해결을 위한 ‘종합 백화점’과 같다. 소비자가 백화점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백화점에서는 여러 제품을 한 번에 구매할 수 있다. 이른바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다. EAP 역시 전화나 인터넷, 모바일 등으로 간편하게 약속만 하면 그곳에서 내가 가진 어떤 문제도 ‘원스톱’으로 상담받을 수 있다.

둘째, 대부분의 백화점은 교통의 요지에 있어 접근성이 좋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내리기만 하면 백화점과 바로 연결된다. 사내에 EAP가 있는 경우 회사와 같은 건물•부지에 있기 때문에 접근성이 뛰어나다. 언제, 어디서나 상담이 가능하기 때문에 백화점만큼이나 접근성이 좋다.

셋째, 백화점에서 파는 제품은 대부분 신뢰할 수 있다. 백화점에 입점한 제품들은 백화점의 까다로운 검수 시스템을 통해 검증됐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EAP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신뢰할 수 있다. 만약 인터넷 포털에서 ‘심리상담센터’라는 키워드를 입력한다면 무수히 많은 센터명이 나타나지만 사실 어떤 센터의 어떤 상담가가 실력이 있고 신뢰할 만한지 판별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소속 회사가 직접 운영하거나 회사가 계약한 전문 EAP 회사라면 전문가 수준과 제공 서비스를 신뢰할 수 있다. (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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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P 효과성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이더라도 효과성이 떨어진다면 잠시 회자되다가 사라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EAP가 100여 년의 시간을 거치면서 대부분의 사업장에 도입되고, 또 유럽과 일본, 중국, 한국에 이르기까지 근로자 지원을 위한 표준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투자 대비 수익률, 즉 ROI(Return-on-Investment)가 우수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노동부(U.S. Department of Labor)에 따르면 회사가 EAP 운영을 위해 1달러를 투자했을 때 대략 5달러에서 16달러 정도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미국의 개별 기업 역시 EAP 투자액 대비 상당 금액을 절감했다. (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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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EAP의 효과성 평가는 단순히 결근율이나 의료비 절감 등을 금액으로 환산하는 방식을 넘어 결근(Work Absenteeism), 프리젠티즘(Work Presenteeism, 질병을 앓고 있거나 심한 업무 스트레스와 피로로 정신적•신체적 컨디션이 좋지 않은데도 회사에 출근하는 행위), 업무 몰입(Work Engagement), 직장 고충(Workplace Distress), 삶의 만족(Life Satisfaction)이라는 5가지 차원의 통합적 평가를 지향한다. ‘WOS(Workplace Outcome Suite)-5’라고 불리는 새로운 평가 방식은 세계 EAPA도 승인했으며, 400개가 넘는 EAP 전문 기관에서 효과성 검증의 도구(tool)로 사용했다.

1997년 EAPA에서는 1만6792건의 EAP 상담 케이스를 놓고 WOS-5 방식의 효과성 분석을 시도했다. EAP 개입 이전과 (3개월 이상) 개입 이후를 분석한 결과, 5개 영역 모두에서 문제 수준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했다(p<.05). [그림 2]에서 제시된 바와 같이 프리젠티즘 문제는 EAP 개입 이후 27%나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뒤를 삶의 (불)만족 문제(-21%), 결근 문제(-19%), 직장 고충 문제(-9%), 업무 몰입 문제(-8%) 감소가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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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에는 EAP의 ROI를 산정하기 위해 EAPA가 WOS-5를 통해 결근과 프리젠티즘 문제에 대한 ROI 값을 산출했다. 500명 이상인 대형 사업장의 경우, EAP 설립•운영과 관련해 1달러를 투자했을 때 결근 감소로 1.24달러를 절약하고, 프리젠티즘 감소로 8.09달러를 회수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3) WOS의 5개 영역 중 2개 분야에 대한 ROI만 해도 총 9.33달러로 산정됐는데 차후 나머지 3개 영역에 대한 ROI 산출 방식이 보다 정교하게 마련된다면 EAP 개입에 대한 ROI 값은 이보다 몇 배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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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이후 EAP 발전 방향

EAP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획기적으로 확장됐는데 약물 남용과 정신 건강 서비스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EAP를 벗어나 워크앤드라이프 서비스(work & life service)와 건강증진•웰니스(health promotion•wellness program), 위기 상황•위기 관리 프로그램(crisis intervention program), 더 나아가 조직문화를 바꾸고 업무•조직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자문(consulting)의 역할까지도 수행한다. 먼저 ‘워크앤드라이프’란 직장 일과 개인•가정사 모두에서 만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조직 차원의 프로그램 혹은 정책을 의미한다. 부부 관계 회복•증진이나 자녀 지원, 노부모 부양 등을 비롯해 개인의 취미생활이나 이사, 집들이, 차량 수리, 세금, 상속, 재테크, 보험 가입•관리, 이혼 소송 등 일상적인 생활에서 경험하는 크고 작은 문제들에 대해 신속하고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직장 생활과 가정생활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이른바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이 구현될 수 있도록 돕는다.

최근 주목을 받는 ‘건강 증진•웰니스 프로그램’은 생활 습관 및 식습관 변화, 좌식 근무 증가 등으로 인해 비만과 고혈압 등 생활 습관 관련 질병이 급증함에 따라 직장인의 건강을 증진하기 위해 시작됐다. 건강위험평가(health risk appraisal)를 통해 건강과 관련된 생활 습관(음주, 흡연, 운동 등)과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주요 질환 관련 병력과 가족력 등을 바탕으로 직장인의 심•뇌혈관 질환의 발생 위험도를 수치로 알려주고, 이를 토대로 금연, 금주, 운동, 식사 조절 등 적절한 개입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외에도 각종 건강 상담과 병원 안내를 중재하고, 점심시간을 이용해 건강 교육을 실시하기도 한다. 결국 ‘전통적 EAP 상담 + 워크앤드라이프 + 건강 증진•웰니스 = 현대적 EAP’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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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EAP 상담과 워크앤드라이프, 건강 증진•웰니스 모두가 협업하는 현대적 개념의 EAP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평소 고지혈증을 앓고 있는 근로자가 최근 가족 상을 당했다고 가정하자. (그림 4) 첫째,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충격과 스트레스, 슬픔을 달래기 위해 EAP가 전통적으로 제공해 온 위기 개입 상담을 제공한다. 둘째, 건강 증진•웰니스에서는 장례 기간 중 잠도 못 자고 문상객을 맞으면서 나타날 수 있는 건강상의 위험, 혈압 문제 등을 예측하고 고지혈증과 건강이 잘 관리될 수 있도록 모니터링한다. 또 필요한 경우 협력 병원의 전문의와 연결한다. 셋째, 워크앤드라이프 부서는 장례 직후 업무보다는 일상 및 가정생활에 좀 더 시간을 갖도록 평소보다 업무량을 낮춰주거나 유연근무제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끝으로 필요할 경우 유산 상속 및 정리를 위한 법적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 이처럼 3개 조직이 유기적으로 소통하고 협업할 때 직장인을 위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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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P 도입•운영 시 유의사항

1. 사내 모형 vs.외부 모형

EAP를 도입하려는 기업은 먼저 조직 사내에 EAP를 직접 설립할지, 아니면 외부 전문 업체를 통해 EAP를 제공할지 결정해야 한다. 이때 각각의 장•단점을 살펴봐야 함은 물론이다. 먼저 사내 EAP의 경우, 접근성이 용이하다. 회사와 같은 건물•부지에 있으니 언제라도 쉽게 방문할 수 있다. 또한 조직의 특성을 반영한 서비스 개발이 쉽고, 책임 소재 또한 분명하다. 회사 소속 EAP이기에 조직문화와 소속 근로자에 대한 이해도 밝다. 내담자가 “요새 회사 분위기가 어떤지 잘 아시잖아요”라고 말하면 무슨 말인지 대번 알아차릴 정도다. 그러나 사내 모형은 전문 상담사를 자체적으로 고용해야 하고, 전용 사무공간과 집기, 상담실 등을 구비해야 하며, 지역사회 자원과 네트워킹을 구축하거나 관련 프로그램을 신설할 때마다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한다. 또한 상담실을 드나드는 모습이 여러 동료에게 목격될 수 있고, 사내 EAP 담당자도 피고용인이기 때문에 (사업주가 강권할 경우) 상담 내용이 유출될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을 내담자에게 줄 수 있다.

반면에 외부 모형, 즉 EAP 전문 업체를 통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사업장 외부에서 상담이 이뤄지기 때문에 비밀 보장 측면에서 내담자의 신뢰를 담보할 수 있다. 또한 대다수의 외부 EAP 제공업체는 개인 상담부터 재정•법 분야까지 다양한 상담 분야에 걸쳐 다수의 전문가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문제가 나타나더라도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이외에도 여러 곳의 점포•사업장을 가진 은행처럼 서울부터 제주까지 전국 각지에 지점을 둔 업체라면 각 점포•사업장마다 상담사를 고용하고 시설을 확보하기보다는 이미 전국적 네트워크망을 갖추고 있는 EAP 전문 업체와 협업하는 것이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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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재정적인 여유가 있거나 노사 간 신뢰가 있으며 사업장이 분산되지 않은 대기업이나 대형 병원, 대학교 등은 사내 모형을 선호하며 상대적으로 재정적인 여력이 없거나 노사 갈등으로 사측에서 주도하는 EAP에 불신을 가지고 있는 경우, 또 은행처럼 전국적으로 넓게 점포•사업장이 분포해 있다면 외부 모형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만일 상시 근로자 300인 미만의 중소기업이라면 근로복지공단이 제공하는 ‘근로복지넷’을 통해 무상(無償)으로 EAP를 제공받을 수도 있다.2

2. 현대적 EAP 모형의 반영

사내 EAP를 새롭게 설립하거나 외부 EAP 전문 업체와 협업하는 경우,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 중에 하나는 ‘현대적 의미의 EAP 반영 여부’다. 오늘날의 EAP는 알코올중독•약물 남용, 혹은 스트레스 상담 등의 영역을 넘어 워크앤드라이프 서비스와 건강 증진•웰리스, 더 나아가 개인•가족뿐 아니라 부서에 대한 집단 상담, 조직 전체에 대한 컨설팅의 개념까지 품고 있다. 일례로 조직 내 성차별이나 ‘유리천장’으로 고충과 불이익을 겪고 있는 여사원이 있을 경우, 내담자에 대한 상담적 개입뿐 아니라 손상된 신체•정신 건강을 회복하고, 더 나아가 성차별적 조직문화나 불평등한 사규 등을 분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개별 부서 및 조직 전체에 대한 컨설팅까지 지원한다. 이처럼 현대적 EAP 모형을 반영해 사내 EAP를 설립하든지, 이러한 추세를 잘 반영한 서비스와 전문 인력을 갖춘 EAP 업체를 찾아 계약하는 것이 필요하다.

3. 홍보

기업이 EAP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면 이제부터는 홍보를 잘해야 한다. EAP가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 또 근로자와 가족은 어떻게 상담을 신청하고 이용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내 게시판, 사내 신문, 이메일, 웹진, 포스터, 홍보 책자 등을 활용할 수 있다.

EAP 홍보는 신입사원 대상의 오리엔테이션 과정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이때 단순한 정보 제공에 그치지 않고, EAP에 대한 회사의 입장, 프로그램 접근 및 활용 방법, 상담에 대한 비밀 보장 원칙 등을 자세히 소개한다. 이를 통해 EAP가 회사의 기본적인 인사 정책 중 하나라는 사실을 주지할 수 있다. 관리자들은 부서 내 문제 근로자나 고충을 호소하는 직원들을 만났을 때,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지 말고 바로 EAP로 ‘의뢰(referral)’한다면 스스로의 고민을 더는 동시에 해당 근로자들에게도 보다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외에도 성공적인 EAP 홍보 및 정착을 위해서는 CEO, COO, 노동조합 대표 등의 참여와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는 최고 결정권자의 의지와 성원에 따라 EAP의 지속성과 발전이 결정되며 노조의 후원 여부에 따라 조합원들의 이용률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4. 스티그마(stigma)

EAP의 홍보와 운영은 스티그마(stigma)를 낮추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예컨대 EAP에서 음주 행동을 관리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문제 음주자를 위한 교육•훈련’과 같은 타이틀을 쓴다면 ‘알코올중독자’라는 낙인이 두려워 아무도 참석하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스트레스’라는 용어도 낙인이 될 수 있어서 현장에서는 조심스럽게 사용한다. 실제로 모 회사에서 ‘직무 스트레스 관리’라는 이름으로 EAP를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A 부서 직원들이 많이 참석한 것을 본 회사 대표가 “A 부서장은 직원들에게 얼마나 스트레스를 많이 줬길래 그 부서 직원들만 이렇게 많아?”라고 농담 삼아 말했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A 부서장은 직원들에게 해당 프로그램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종용했다. 이렇듯 EAP에서는 스티그마를 줄 수 있는 용어를 가급적 사용하지 않아야 하며 실제 기업들도 ‘행복 찾기(한국수자원공사)’ ‘피톤치드(유한킴벌리)’ ‘하모니아(SK이노베이션)’ 등의 이름으로 EAP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근로자의 사기 진작과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근로복지기본법’을 2010년 개정하고 선진기업복지제도의 일환으로 EAP 관련 지침을 법으로 규정했다. 이른바 ‘EAP 공공모델(public model)’을 실현함으로써 EAP는 외국계 기업이나 대기업 근로자를 넘어 중소기업근로자, 산업재해근로자, 실직•구직자들에게까지 확대됐다. 이제 EAP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다.


최수찬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choisc@yonsei.ac.kr
필자는 사회복지학, 사회학, 노사관계학을 기반으로 다학제 간 연구를 수행했으며 미국 자동차 산업 종사자 대상의 기업 복지 및 EAP 관련 욕구 분석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근로자의 기업 복지/EAP 욕구 조사를 비롯해 직무 스트레스, 직장 폭력, 감정 노동, 일-가정 양립, 주말부부, 이주 노동자 및 결혼 이주 여성 등을 주제로 다수의 국내외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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