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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1. 팬데믹 시대, 리더에게 필요한 조직 내 심리 방역

‘번아웃’을 개인이 관리해야 한다고요?
구성원의 ‘마음 방역’ 먼저 챙기세요

박정열 | 327호 (2021년 08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업무 내용과 환경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등 스트레스가 누적되는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물리적 방역 못지않게 마음 방역, 즉 구성원들의 심리 방역을 세밀하게 챙기는 것이 필요하다. 조직 내 심리 방역의 제1 대상은 조직을 서서히 죽음에 이르게 하는 병, 바로 구성원의 ‘번아웃(Burn out)’이다. 번아웃 관리가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이를 구성원 스스로 관리해야 할 개인의 이슈로 간주하고 이를 방치하는 조직이 의외로 많다. 번아웃의 원인과 예방 및 처방전을 고민함에 있어 개인, 리더 및 조직 측면에서 전방위적이고도 입체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번아웃 징후의 시작은 구성원 개인으로부터다. 하지만 그 원인은 개인의 성격과 성향, 인내력, 역량 등의 차원뿐만이 아닌 리더 및 동료와의 소통, 관계, 조직풍토와 문화, 평가 및 보상 등 제도의 불합리를 꼽을 수 있다.



불확실한 환경에서도 조직이 위기를 극복하고 높은 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몰입과 열정이 전제되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열정과 노력을 지속적으로 강요하기만 한다면 성과를 만들어내는 동력의 근원, 즉 구성원들의 마음은 손상돼 버릴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업무 내용과 환경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등 스트레스가 누적되는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물리적 방역 못지않게 마음 방역, 즉 구성원들의 심리 방역을 세밀하게 챙기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구성원의 심리 건강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이를 각자 알아서 관리해야 할 개인의 이슈로 간주하고 이를 방치하는 조직이 의외로 많다. 조직 내 구성원 심리 건강은 정말 구성원 본인이 알아서 해결해야 할 개인적인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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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내 심리 방역의 중요성

조직의 성과는 대체로 겉으로 드러난 역량 수준과 노력 정도에 따라 영향을 받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실 보이지 않는 심리와 이것이 만들어 내는 조직 다이내믹스에 의해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간과되고 있다. 영국 울스터대의 마리 맥허그 교수는 연구1 를 통해 구성원의 심리 건강 수준이 기업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줬다. 이 연구에 따르면 성과에 대해 과도하게 심리적 압박을 받게 되면 자기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게 돼 오히려 성과가 낮아진다. 반면 성과에 대한 압박과 긴장도가 너무 떨어지는 경우에도 성과는 낮아진다. 그래서 심리 건강이 양호하다는 것은 긴장과 압박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적절한 상태임을 알 수 있다. 과도한 심리적 압박은 불안감으로 이어지고 이는 구성원들의 부정적 태도를 높여 결국 희망에 대한 긍정적 기대감을 약화시킨다. 그래서 구성원의 심리가 건강하지 않은 많은 조직의 경우 생산성이 저하되거나 구성원 이직률, 의료비 비용, 윤리적 문제, 업무상 사고로 인한 비용 발생 등이 높아지게 된다. 따라서 조직은 역량 개발을 위한 교육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강도가 높은 상황 속에서도 올바른 판단과 마음의 평정, 실행력을 유지할 수 있는 심리 건강 관리에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가장 우선적으로 챙겨야 할 조직 내 심리 방역 대상은 무엇일까? 조직을 서서히 죽음에 이르게 하는 병, 바로 구성원의 ‘번아웃(Burn out)’이다. 번아웃은 통상 과도하게 일에 몰입하던 사람이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와 피로감을 느끼면서 무기력해지는 증상을 말한다. 1970년대 처음 개념이 제시된 이래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병이다. 갤럽이 2019년 전 세계 1만2000여 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심리 건강 상태를 조사했는데 응답자의 76%가 번아웃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 역시 이러한 번아웃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2019년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보건총회에서 번아웃을 직업 관련 증후군의 하나로 분류하고 국제질병분류기준(ICD-11)에 추가했다.

번아웃의 대표적 증상 중 하나가 무기력증이다. 무기력 상태에 놓이게 되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왜 그것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가 돼 동기와 욕망이 사라지고 스스로 하려고 하기보다는 지시와 명령을 기다리는 수동성이 증가한다. 또한 쉴 틈 없이 바쁘게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의미 없고 강박적으로 분주한 것 역시 무기력의 또 다른 모습이다. 무기력이 위험한 것은 학습을 통해 그 상태가 더욱 굳어진다는 것이다. 이를 ‘학습된 무기력’ 2 이라고 하는데 반복된 실패나 좌절을 통해 내가 노력해도 상황을 바꿀 수 없고 미래에 달라질 것이 없다고 느낄 때 형성된다. 생리심리학자 커트 리히터(Curt P. Richter)는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이 현상을 설명했다. 쥐를 수조에 넣고 쥐의 행동을 관찰했는데, 어떤 쥐들은 열심히 수영하는 반면 몇몇 쥐는 몇 분간 열심히 수영을 하다가 금방 익사하는 반응을 보였다. 실험 과정을 다시 살펴본 결과, 빨리 익사하는 쥐들은 우리에서 수조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연구자 손에 꽉 잡혀 움직일 수 없었던 쥐였다. 이를 두고 리히터 박사는 “쥐들이 아무리 몸부림쳐도 연구자의 손을 벗어날 수 없음을 알고 무기력을 경험하게 됐으며 다른 어려움이 닥쳤을 때 학습된 무기력 때문에 쉽게 포기를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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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열

    박정열soulpark77@hyundai.com

    현대자동차그룹 경영연구원 전임교수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서울대 대학원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LG경영개발원을 거쳐 삼정KPMG에서 Learning & Development Center Director를 지냈다. 논문 ‘지식근로자의 일터학습민첩성 진단도구 개발’로 한국인력개발학회 최우수논문상을 받았다. 주요 저서로는 『휴탈리티: 미래 인재의 조건(저녁달, 2023)』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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