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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3. 스타트업 보상 솔루션

“연봉 협상에 능숙한 직원이 인재는 아냐”
스타트업은 ‘성장하는 기회’로 보상해야

김성남 | 322호 (2021년 06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스타트업의 핵심 경쟁력은 인재다. 그러나 사업이 궤도에 오르지 않은 스타트업은 직원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주기 어렵다. 스타트업은 기본급, 스톡옵션, 인센티브 등을 고려해 2∼3년간 원칙으로 삼을 단순한 보상 체계를 짤 필요가 있다. 동종 업계의 데이터, 현금 소진율 등을 고려해 3단계로 기본급을 설정하고 소수의 핵심 인재를 대상으로 신중하게 스톡옵션을 부여해야 한다. 목표 인센티브, 전사 이익 공유 등 기업의 경영 철학에 따라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구성해야 한다. 성장의 기회와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조직문화 역시 스타트업이 강점을 보이는 보상 요인이다. 직원들의 니즈를 적극 반영한 스마트한 복지 제도는 금전적인 보상의 부담을 줄이면서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인다.



스타트업은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에 기반해 빠른 성장을 추구하는 벤처 기업이다. 현실적으로는 부족한 경험과 자본 속에서 언제 망할지 모르는 위험한 신생 기업이기도 하다. 성공한 스타트업의 경영자들은 성공의 첫 번째 이유로 ‘인재’를 꼽는 경우가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운 여행 업계에서 빠른 시장 전환(pivot)과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한 마이리얼트립의 이동건 대표도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인재’라고 강조한 바 있다. 스타트업 대표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 역시 사람이다. 사업을 둘러싼 온도 차이, 만족시키기 어려운 갖가지 요구,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 등이 대표적인 사람 관련 이슈다. 노암 와서맨(Noam Wasserman) 하버드경영대학 교수가 약 3600개의 신생 기업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저술한 책 『창업자의 딜레마(The Founder’s Dilemmas)』에 따르면 스타트업에서 인적 요인이 실패 원인으로 작용한 경우는 65%에 달한다. 그리고 스타트업을 실패로 이끄는 인재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직원 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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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이 성장하면서 바뀌는 보상 체계

보상을 둘러싼 문제와 갈등이 생기는 이유는 스타트업이 마주하는 이상과 현실 사이의 격차 때문이다. 우수 인재 영입에 사활을 건다고 하지만 그런 인재들이 원하는 보상을 해주기에는 현금이 부족하다. ‘가슴 뛰는 비전’ 때문에 입사하겠다고 한 직원들이 몇 달 만에 급여가 적어서 못 다니겠다고 퇴사한다. 어렵게 투자를 받아서 사람을 뽑으려고 하니 너무 많은 지분을 나눠 달라고 한다. 사업이 커지면서 인원이 늘다 보면 시킨 일만 적당히 하면서 무임승차하려는 직원들도 생긴다. 아직은 사업을 키우는 일에 자원을 집중해야 하는데 ‘왜 우리는 유니콘1 기업들처럼 복지를 해주지 않느냐’는 불만도 나온다.

스타트업의 보상 관리가 어려운 이유는 스타트업의 기업 속성에 있다. 당장은 작고 미약하지만 성장에 대한 열망은 크기 때문이다. 작지만 알찬 소기업이 천천히 점진적으로 성장하는 전략을 취한다면 그런 현실에 맞는 보상 체계를 만들어서 5년이고 10년이고 운영하면 된다. 그러나 비교적 짧은 기간, 대개 4∼5년 안에 기업 가치를 수십 배 이상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혁신적 스타트업은 보상 체계도 그에 맞게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직원 보상 체계는 복잡하고 까다로운 문제이기 때문에 목표와 원칙을 정해 놓고 짜임새 있게 관리해야 하는데 이를 세팅하는 것 자체가 큰일이다.

최대한 단순하게 시작하라

많은 전문가와 스타트업 선배 경영자들이 창업 초기의 보상은 최대한 단순하게 하라고 조언한다. 창업가의 우선순위는 사업이 굴러가게 만드는 것이지 인사관리는 아니기 때문이다. 막 창업을 한 팀은 자본금과 투자받은 돈이 바닥나기 전에 다음 투자를 받고 사업의 결과를 내는 데만 집중해도 시간이 모자란다. 시리즈A 투자2 를 받기 전에는 공동 창업주들과 소수의 창립 멤버가 구성원의 전부라 보상 체계나 인사 제도를 논할 여유 자체가 없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시리즈A 투자에 성공, 제품 또는 서비스를 출시하고 본격적인 마케팅과 운영을 하려면 인력을 충원하는 일도 잦아지고 보상 관리가 필요해진다.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직원을 뽑을 때, 또는 기존 직원들이 보상에 대한 요구와 불만을 토로할 때 개별적으로 얘기하고 고민하느라 시간을 너무 많이 쓰게 된다. 이런 딜레마에서 벗어나려면 최소 2∼3년 정도 기본적으로 가져갈 단순한 보상 체계를 정하고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고려해야 하는 것이 보상 항목의 구성, 기본급의 수준, 인센티브 체계, 스톡옵션의 운영 방식 등이다. 투자를 넉넉하게 받아서 보상 여력이 크거나 매출이 나는 경우가 아니라면 사업이 궤도에 올라선 스타트업들보다는 약간 적은 수준의 급여와 합리적으로 설계된 인센티브, 소수의 핵심 인재를 위한 제한적인 스톡옵션 정도로 보상 체계를 짜는 것이 좋다.

다소 적은 기본급으로 데스밸리 넘기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은 1∼3년 차에 1차 데스밸리(death valley)3 를 겪고, 그다음에도 2차 데스밸리를 몇 년 더 겪는다. 국내 스타트업의 5년 차 생존율이 28.5%에 불과하다고 하니4 스타트업의 성패는 데스밸리를 어떻게 견디는지에 달렸다고 얘기할 정도다. 처음부터 고정자산이 필요하거나 제조업 기반의 기업이 아닌 경우라면 창업 초기 비용 가운데 거의 대부분은 바로 인건비다.

기본급은 모든 보상 항목 중에서도 말 그대로 가장 기본이 되고, 직원 입장에서는 자신의 몸값을 대변하며, 한 번 정해지면 안 줄 수도, 깎을 수도 없는 돈이다. 임금을 체불하고도 제대로 된 이유조차 설명해주지 않는 스타트업이 성공하기는 어렵다. 그만큼 어떤 조직이라도 기본급에 대해서는 시장과의 비교 및 분석, 직무 가치에 대한 고려 등을 철저히 거쳐 신중하게 책정해야 한다. 하지만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입맛에 딱 맞는 기본급 시장 데이터를 구하기도 쉽지 않으며 정교한 분석에 기반한 기본급 설정은 더더욱 어려운 얘기다.

기본급은 스타트업 생존 기간을 좌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기본급은 다소 보수적으로 책정하는 것이 경영자 입장에선 맞다. 하지만 직원 입장에서는 경쟁사 대비 10∼20% 이상 차이 나는 적은 기본급을 감수하면서까지 회사에 남는 결정을 하진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간단하게 기본급 설계를 하는 방법은 직무별로 3단계의 급여 수준을 설정하는 것이다.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서도 숙련도와 전문성의 차이를 반영하기에 적절하다. 각 단계를 정의하는 것은 업의 특성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예컨대 해당 직무를 기본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직원을 레벨1, 전문성을 갖추고 업무 전반을 자기 완결적으로 처리하는 직원을 레벨2, 혁신적인 수준의 업무 수행을 하며 다른 직원들을 리딩할 정도면 레벨3으로 정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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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별 급여 수준은 최대한 시장 데이터를 찾아보거나 동종사의 사례, 또는 이전 직장에서 썼던 데이터 테이블 등 다양하게 참고해볼 필요가 있다. 회사의 현금소진율(burn rate)을 위협하지 않는 선에서 동종사 수준에 근접하게 기본급을 책정하는 것이다. 잡플래닛이나 리멤버 등의 사이트에서 대략적인 직무별 보상 데이터를 구해볼 수 있다.

3단계 안에서 급여를 차등화하기 위해선 두 가지 접근이 가능하다. 하나는 중윗값(media)을 정하고 위, 아래로 일정 비율로 벌리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어떤 직무에 대해 시장 급여를 조사하니 연봉의 중윗값이 5000만 원이었다. 상하로 각각 15%를 가감해 상위 레벨의 연봉을 5750만 원, 하위 레벨의 연봉은 4250만 원으로 책정하는 것이다. 다른 방법은 직무에서 최대와 최솟값을 정하고 그사이를 3개의 구간으로 나누는 방법이다. 두 가지 방식을 모두 고려해 적절한 선을 정해도 된다. 이렇게 급여 테이블을 마련하고 구성원을 테이블에 매핑한 다음, 매년 역량과 기여도를 평가해 연봉을 조정한다. 새로 입사하는 사람은 해당 레벨의 초임에서 시작하도록 한다.

이렇게 한 번 정한 기본급 원칙은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신규 채용 시 회사가 판단했을 때 역량과 경험에 상응하는 적절한 급여를 제시했는데도 기존 구성원보다 더 높은 수준을 요구할 경우에는 채용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해당 지원자가 좀 더 안정적인 직장에서 더 높은 급여를 받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예외는 아니다. 모든 여건이 열악하고 실패 위험도 높은 스타트업에 합류하는 사람이라면 안정적인 급여보다는 회사가 추구하는 비전이나 팀을 보고 함께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초기 스타트업에 현금소진율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공감하지 못하는 직원을 뽑는 것은 내부 갈등의 씨앗을 뿌리는 일이다.

페이스북 초창기에 조직문화와 고용 브랜드 업무를 이끌었던 몰리 그레이엄(Molly Graham)은 신규 입사자와 보상 문제로 협상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급여나 지분을 두고 직원과 협상을 하는 것은 부정적인 행동을 조장한다. 결국 협상을 잘하는 친구들에게 보상을 몰아주는 셈이다. 그런데 막상 협상을 잘하는 개발자들이 업무에서도 우수한 경우는 별로 없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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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옵션은 신중하게 사용

한국에서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회사나 직원 모두 주식매수청구권, 즉 스톡옵션에 대해 부정적인 분위기였다. 하지만 카카오게임즈, 네이버, 쿠팡 등에서 스톡옵션으로 큰돈을 벌게 되는 직원들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면서 스타트업 업계에서 스톡옵션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직원들이 일정 부분 현금 보상을 적게 받더라도 스톡옵션을 원한다는 것은 회사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신뢰, 리스크 감수 성향, 조직에 대한 동일시 수준 등이 높다는 의미로 긍정적이다. 이제는 한국계 유니콘 기업도 10개가 넘었고, 시리즈A 투자로 50억 원 이상을 유치하는 경우도 많으며, 스타트업의 근무환경과 워라밸이 대기업에 비해 부족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졌다는 사실도 한몫했을 것이다.

실제로 스타트업 보상에서 스톡옵션은 중요한 부분이다. 현금이 넉넉지 못한 상태에서 운영비도 쓰고, 투자도 하고, 인재도 붙잡아 둬야 해서 기본급이나 인센티브로 당장 큰돈을 쓸 수는 없을 때, 스톡옵션을 활용해 몇 년 정도 보상을 유예하는 효과를 얻고 회사에 대한 오너십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스톡옵션은 미래의 정한 시점, 보통 2∼5년 경과 후에 미리 정한 행사 가격으로 회사 주식을 매수할 권리다. 전체 발행 주식 수의 10%까지 부여할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는데 정부의 벤처기업 인증을 받은 경우 50%까지 가능하다. 실제로 사업이 잘 풀리고 회사가 매각 또는 상장을 통해 좋은 가격으로 옵션을 행사할 수 있게 되면 스톡옵션은 회사나 직원 개인에게 좋은 결과를 선사할 수 있다.

단지 그렇게 될 확률이 높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기본급을 제대로 챙겨주기 어려우니 스톡옵션을 준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접근하는 것은 좋지 않다. 지분보다는 보상 관점으로 주식을 바라보는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당장 손에 쥐어지는 현금과는 달리 복잡하고 행사 가능 여부가 불투명한 스톡옵션을 원치 않을 가능성도 있다.

스타트업에서의 스톡옵션은 전략적으로 조직 내에 잡아둘 필요가 있고 회사의 성공을 믿고 공감하는 인재들에게 선별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좋은 접근이다. 옵션 부여 대상자 선정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자칫하면 팀워크를 심하게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에서 퇴사하는 사람들이 종종 언급하는 불만이 바로 창업 멤버들의 ‘친목질’인데 대표와 지연, 학연 등으로 얽혀 가까운 사람들 위주로 조직 관리가 불공정하게 돌아간다는 얘기다. 스톡옵션을 경영자와 긴밀한 소수의 사람에게만 준다면 직원들의 눈에는 매우 불공정한 처사로 보일 것이다.

스톡옵션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양도 주식 종류, 수량, 자격, 행사 기간 등 관련 사항을 정관에 명시하고 등기를 해둬야 한다. 비상장 회사의 경우, 주주총회 특별 결의를 통해 결정한다. 이때 주주의 3분의 1 이상이 참석하고 그중 3분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이후 직원과의 스톡옵션 계약서를 쓰면 구속력이 생긴다. 스톡옵션 실행은 △신주 발행 △차액 정산 △자기 주식 교부 방식으로 진행되고 보통은 행사 가격을 액면가 이상에서 정할 수 있는 신주 발행 방식이 사용된다. 행사 기간은 주총 결의 및 계약 내용에 따라 2∼5년 사이로 정하는데 부여받은 권리를 기간에 따라 분할해 행사하도록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관건은 어느 정도의 옵션을 부여하는지인데 회사마다 기업 가치나 내부 사정이 모두 달라서 정답은 없다. 공동 창업주나 임원급, 창업 초기 핵심 멤버, 그 외의 기타 직원 등 포지션에 따라 수량이 달라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국의 벤처캐피털 인덱스벤처스(Index Ventures)에 따르면 공동 창업주나 임원급이라면 대표와 공감대를 바탕으로 기여도에 따라 정해야 할 것이고 초기 핵심 멤버는 최대 회사 가치의 1% 전후를 책정하는 것이 적절하다.

그 외의 직원들에게 옵션을 부여할 필요가 있을 때는 기대 연봉 대비 부족분을 상쇄할 수 있는 정도가 좋다. 예를 들어, 기대 연봉이 8000만 원이고 실제로 그 정도의 몸값을 하는 개발자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런데 회사의 기본급 기준으로 최대 6500만 원까지밖에 줄 수가 없다면 부족한 1500만 원을 스톡옵션으로 제시하고 협상해보는 것이다. 회사가 어려워져서 옵션이 휴지 조각이 될 수도 있지만 만약 성공을 거둬 기업 가치가 5배, 10배가 된다면 개발자 역시 큰돈을 벌 수 있다. 물론 결정은 결국 본인의 몫이다.

팀 빌딩과 사업 성장을 위한 성과급

대기업에서 인센티브는 성과를 전제로 한다. 약속된 수준의 성과가 없을 때는 인센티브도 없다. 물론 오랜 업력 덕분에 인센티브가 아예 없을 정도로 성과가 나지 않는 조직 역시 드물다. 하지만 아직 비즈니스가 안정화되지 않은 스타트업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창업 초 1∼2년 동안은 인센티브를 언급하는 것도 시기상조다.

하지만 직원 수가 늘고, 실적도 나고, 대기업 출신 직원들까지 영입해 조직의 모양새를 갖추고 나면 상황은 달라진다. 특히 회사 지분이나 스톡옵션을 보유한 직원과 그렇지 못한 신규 입사자들이 함께 일하는 상황에서 인센티브마저 없으면 갈등이 생긴다. 마케팅, 영업 등 재무 성과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일을 하는 직원들은 인센티브가 없는 보상 구조가 생소하다. 또한 인센티브가 전혀 없으면 무임승차하는 직원이 있어도 적절한 메시지를 주기가 어렵다.

좋은 인센티브 프로그램은 공정한 평가에 기반해 재원 범위 안에서 이뤄지면서도 직원 입장에서 의미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 또한 직원들에게 설명하기도 쉬워야 한다. 인센티브 비중이 너무 높으면 팀 빌딩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인센티브가 충분히 차등화되지 않으면 우수한 직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다.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하는 하나의 제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창업주의 경영 철학을 고려해 적절한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타트업에서 일반적으로 고려해볼 수 있는 인센티브 유형은 아래와 같다.

● 목표 인센티브 - 업무와 관련된 목표를 미리 합의하고 달성 수준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개인 목표 달성 시 인센티브 수준을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목표 자체의 형평성이 전제가 돼야 하고 달성 수준에 대한 평가 객관성이 담보돼야 한다. 제한된 인센티브를 두고 동료들끼리 경쟁하는 제로섬 방식으로 시스템을 설계하면 팀 빌딩을 해칠 수 있다. 인센티브 수준은 연봉의 10∼15% 선이 일반적이다.

● 전사 이익 공유 - 회사 전체의 경영 목표를 정해두고, 이를 달성할 경우 미리 정한 기준과 비율에 따라 이익의 일부분을 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회사 전체의 성과를 바탕으로 지급 여부를 결정하므로 팀 빌딩에는 유리하지만 예측 가능성은 매우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전체 지급해야 할 금액만큼의 재원을 어떻게 확정하고, 개인별로 정액, 정률, 혼합 등 어떤 방식으로 나눌지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설계할 수 있다.

● 마일스톤 보너스 - 중요한 프로젝트를 완수하거나 조직의 성장 단계에서 중요한 마일스톤을 달성할 때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핵심 기술 개발, 시제품 설계, 사이트 오픈, 일정 수준 고객 확보 등을 마일스톤으로 정할 수 있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또는 프로젝트팀 단위로 적용할 수도 있다. 마일스톤 달성을 위해 동기부여하는 효과가 뚜렷하고, 핵심 리더, 개발팀, 영업 전문가들에게 특히 효과적이다. 다만 표준화하기가 쉽지 않아 정규 인센티브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 특별 포상 - 미리 정한 기준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경영자가 판단해 금전적 보상의 필요성이 클 때 일회성으로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19년 유니콘 반열에 오른 우아한형제들이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차등 없이 연봉의 10%를 인센티브로 지급한 바 있다. 적시에 유연하게 보상을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그러나 일회성으로 할 때 효과가 있는 것이며 정규 인센티브를 대체할 수는 없다.

● 인정 보너스 - 팀 멤버로서 ‘인정(recognition)’받을 만한 일이나 기여를 한 구성원을 동료들이 추천해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구글의 ‘g-Thanks’ 프로그램이 유명하다. 인정할 만한 팀원을 동료가 추천하면 추천받은 팀원에게 1인당 현금 175달러(약 20만 원)의 현금이 지급된다. 실제로 전 구성원의 3분의 2 정도가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적은 금액이지만 동료의 인정에 기반한 높은 동기부여 효과가 있다. 정규 보상 제도에 대한 보조적인 프로그램으로 운영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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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기회로 직원을 보상

스타트업은 적은 인원으로 많은 일을 해낸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대기업보다 훨씬 넓은 범위의 업무를 책임지고 직무기술서 범위를 벗어나는 일도 어느 정도 할 수밖에 없다. 스타트업에 입사하는 직원들은 대개 그것을 알고 있고, 또 기대하기도 한다. 대기업, 은행, 공공기관 등 더 안정적이고 급여도 많이 주는 직장을 갈 수도 있는데 굳이 스타트업에 입사했다면 남들보다 빠른 성장 경험을 원할 가능성이 높다. 그도 그럴 것이 스타트업이 하는 사업이나 프로젝트는 대기업이 아직 손대기 전의 상태인 경우가 꽤 많고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기에 차별화된 경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에 다니면서도 회사가 언제 망할지 모르기 때문에 유사시 언제든지 직장을 옮기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해야 한다. 프로젝트 참여, 포트폴리오 개발, 개발 도구 학습 등 하나하나가 절실하다. 이러한 성장 경험은 금액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혜택이고 스타트업을 다님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일종의 보상이라고 할 수 있다.

스타트업 구인 시장이 잘 발달된 미국에서 진행된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69%가 ‘성장 기회가 있는지 여부가 현재 회사에 계속 근무할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답했으며 실제로 이직을 한 직장인의 34%는 ‘경력 개발에 한계를 느껴서’라고 답해 급여(46%) 다음으로 중요한 요인으로 꼽혔다. 글로벌 기업들의 HR 현장에서는 이미 90년대 중반부터 전통적인 연봉, 보너스, 복지 외에 교육 프로그램, 직무 순환 및 성장 기회, 조직문화, 유연 근무 정책 등 다양한 요인을 ‘총보상(Total Rewards)’의 틀 안에서 바라보고 최적화하려는 노력을 계속해 왔다.

성장 기회를 구성원들에게 주고 있는 스타트업이라면 이 장점들을 더 명확하게 표명하고 소통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2017년 창업한 인공지능(AI) 기업 보이저엑스는 ‘인재 육성’이 회사의 사명이라고 공언했다. 스타트업에서 제일 부족한 것이 시간인 터라 어떻게 인재 육성에 투자할 수 있을까 싶지만 구성원들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2020년 하반기, 이 회사에서 인턴을 한 직원들이 유튜브에 남긴 코멘트를 예로 들 수 있다. “잘하는 분들이 많아서 무엇이든 물어봐도 바로바로 대답을 들을 수 있어 좋다.” “다른 회사에서 인턴을 했다면 못했을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고 일한다는 게 의미가 있다.”

이 회사의 다른 정직원 역시 “정말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고 직접 프로젝트를 제안해 리더가 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자율성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물론 직원들이 성장을 보상 요인으로 느끼게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직원들을 성장시키는 것이 스타트업의 성장과 별개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즉, ‘부가적인 업무’가 아니라 사업과 조직을 키우는 일의 일환이라는 얘기다. 스타트업의 직원들에게 성장 기회를 중심으로 어필할 수 있는 요소들을 살펴보자.

● 탁월한 동료 - 모든 조직에서 일은 팀 안에서 이뤄지지만 스타트업은 더욱더 그렇다. 그런 면에서 직원들의 성장은 대부분 동료와의 협업, 교류를 통해 이뤄진다. 유능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도우려는 마인드로 무장한 동료들이 중요한 이유다. 탁월한 동료들이 많은 조직은 인재를 신중하게 선발하고, 팀 빌딩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탁월한 동료들과 함께 일하면 실제 성과가 좋은 것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혜택이다.

● 권한 위임(empowerment) - 좋은 스타트업은 구성원의 전문성을 존중하며 구성원들을 믿고 권한을 준다. 일만 떠맡기고 의사결정은 상사가 내리는 방식이 아니라 실행에서 의사결정까지 모두 담당자가 주도할 수 있다. 대기업에서 조직원들이 대체로 각각 매우 한정적인 책임을 맡는 것과 달리 스타트업 직원들과 조직이 빠른 학습 곡선을 그릴 수 있는 이유다. 권한 위임은 조직 내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 리더와의 접촉 - 위계적인 체계 안에서 여러 단계를 거쳐야 임원과 접촉할 수 있는 대기업과는 달리 좋은 스타트업은 다양한 분야의 리더와 직접 만나 인사이트나 조언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많다. 경험이 풍부한 리더들은 후배 직원들에게 멘토링과 코칭을 해주고 다른 곳에서 쉽게 얻기 어려운 역량을 키우도록 도움을 준다.

● 실패에 대한 태도 - 스타트업이 추진하는 사업의 특성상 좋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실패하는 일이 많을 수밖에 없다. 직원들의 실패를 질책하고 문제시하기보다 학습과 성장의 기회로 삼고 개인적인 책임을 묻지 않아야 한다. 이로써 새로운 시도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고 실패를 통한 성장도 가능해진다.

● 피드백 문화 - 스타트업은 많은 경우 피드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애자일, 린 스타트업 등의 방법론에 따라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구성원들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빈번하고 유익한 피드백 기회를 자연스럽게 얻는다. 대기업의 연간 평가와 인센티브 위주의 성과 관리와는 다르다. 잘 돌아가는 스타트업의 성과 관리는 1∼2주 단위의 피드백을 통해 일상적으로 이뤄지며 이것은 구성원들의 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돈으로 만들 수 없는 문화

잡코리아가 2020년 7월, 직장인 65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의 72%가 스타트업으로 이직할 의향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스타트업으로 가고 싶은 이유로 가장 많은 응답자가 꼽은 것은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문화에 대한 기대’(54.2%)로 나타났다. 그다음으로는 ‘효율적인 업무 방식’(32.3%), ‘다양한 업무 기회로 장기적인 성장’(28.1%) 등의 이유가 언급됐다. 우리나라 인재들의 직장 선택 기준 변화는 기업들도 이미 감지하고 있다. 같은 해 8월, 또 다른 취업 포털 사람인이 451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88.2%의 기업이 ‘MZ세대가 회사에 원하는 바가 이전 세대와 다르다’고 응답했다. 구체적으로 ‘워라밸 중시 및 보장 요구’(62.1%)가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조직보다 개인의 이익 우선’(59%), ‘개인의 개성 존중’(36.4%)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복수 응답)

요즘 MZ세대들이 금전적인 보상 못지 않게 삶의 의미, 개성 추구, 존중과 공정 등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사실은 비금전적인 보상 요소들의 매력도를 높여 우수한 인재들을 유인, 유지하고 싶은 스타트업 기업에 좋은 소식이다. 하지만 조직문화를 강조하고 어필하기만 하면 무조건 지원자가 몰리고 직원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MZ세대 직장인은 가짜 조직문화를 귀신같이 알아내기 때문이다. 유니콘 기업으로 성공한 기업들의 대표 사례를 대충 베껴서 겉치레로 흉내만 내는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우아한형제들이 내놓은 ‘송파구에서 일 잘하는 법’이 유명해지니까 너도나도 비슷한 것을 만들어 홍보하는 식이다. 그러나 조직문화에 대한 그 기업의 진정성은 기업 리뷰 플랫폼들을 조금만 살펴봐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조직문화는 돈이 드는 것도 아니지만 돈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많은 사람의 생각과 행동이 일정 기간 이상 축적이 돼야 구축된다. 조직문화는 ‘이것이다’라고 실체를 규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사람들의 가치관과 행동 패턴이기 때문에 손에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좋은 조직문화를 갖춘 기업은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모든 구성원에게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가 잘 공유돼 있고 그 가치가 실제로도 잘 실천되는 특성을 보인다. 일하고 소통하는 데 힘이 덜 들고 갈등과 사내 정치가 적으며, 모든 구성원이 동료 의식과 소속감을 느낀다. 복지를 잘해준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 회사가 구성원을, 또 구성원들이 서로를 어떻게 대하는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교육, 캠페인도 필요하지만 그 이전에 일하는 데 맞닥뜨리게 되는 장애물을 해결하고, 시스템과 여건을 만들어주는 일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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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있는 복지

기본급도 제대로 못 챙겨주면서 복지를 챙기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스타트업에서 법정 복지를 넘어선 수준으로 복지를 제대로 챙기는 것은 최소한 1차 데스밸리를 지나 구색이 갖춰진 제품이나 서비스를 론칭하고 나서 고민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어느 정도 확장 단계에 접어든 스타트업이라면 복지 역시 중요한 보상 항목으로 관리하게 된다. 구직자들이 이름을 알 정도의 스타트업들은 대기업들과도 인재 경쟁을 벌이기 때문이다. 규모를 확장하고 있는 스타트업은 소수의 창업 초기 멤버를 제외하면 대부분 다른 스타트업 또는 대기업 출신의 경력자다. 인적 구성의 변화 속에서 현금성 보상에 대한 부담을 적절한 수준에서 관리하면서도 전반적인 보상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스마트한 복지 정책이 필요하다.

대기업의 복지 정책은 비용을 적절히 통제하면서 동종사에 비해 부족하지 않도록 하는 일에 치중한다. 그러다 보니 업종별로 복지가 거의 비슷해지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스타트업은 ‘남들과 다른’ 복지를 하나라도 더 만들어서 차별화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다른 회사도 하니까’라는 식보다는 구성원들이 좋아할 만한 이유가 있는 복지를 찾아내려고 애써야 한다. 다음의 예를 참고할 만하다.

● 야구 게임 개발사 에이스프로젝트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제대로 누리며 일한다’는 복지 철학을 바탕으로 자율 휴가, 여행 경비 지원, 복지 포인트, 해외 워크숍 등을 지원한다. ‘경조사는 함께한다’는 철학으로 결혼 시 500만 원, 출산 시 100만 원을 지급한다. 야구 게임을 만드는 회사답게 매년 최소 1회 이상 치맥을 즐기면서 야구 경기를 관람하는 ‘에이스볼데이’도 운영한다.

● 핑크퐁으로 유명한 글로벌 콘텐츠 기업 스마트스터디는 ‘제한을 없앤 직원 자율형 복지’를 강조한다. 업무 시간과 장소, 복장까지 완전히 자율이다. 무제한 휴가, 자신이 원하는 명절 선물, 오픈형 업무 공간을 제공한다. 영상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업답게 ‘창의’와 ‘자율’이라는 인재상과 추구하는 가치를 복지 제도에 녹인 것이다.

● 토스를 운영하는 핀테크 기업 비바리퍼블리카는 정규직 대상으로 1억 원 무이자 대출을 해준다. 아침 먹거리는 회사 내에 항상 구비돼 있으며 점심, 저녁 식사는 법인카드로 사 먹을 수 있다. 20∼30대 직장인이 회사에서 가까운 곳에 집을 얻어서 출퇴근 시간을 줄이고, 식사를 준비하는 데 드는 시간을 최소화함으로써 좀 더 업무에 집중하기 편하게 만들기 위한 복지로 해석할 수 있다.

이렇게 합리적인 비용 범위 안에서 이유 있는 복지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니즈와 만족도를 꾸준히 모니터링하면서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 과거 구글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경쟁력 있는 보상, 자율적인 업무 분위기, 탁월한 복지를 제공해 왔음에도 2014년 미국 본사의 퇴직률은 20%를 넘었다. 구글은 데이터 분석과 인터뷰 등을 통해 원인을 규명했다. 알고 보니 여성 직원들이 출산 후 평균 직원 대비 2배 이상 퇴직을 많이 하는 것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구글은 이들에게 급여 및 복지를 출산 후 5개월 동안 100% 지원하도록 하는 등 새로운 출산 휴가 제도를 도입했고 이에 출산 여성들의 퇴직률은 절반으로 떨어졌다. 구성원들이 공감하는 복지를 통해 보상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구성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김성남 인사 전문 칼럼니스트 hotdog.kevin@gmail.com
필자는 듀폰코리아, SK C&C 등에서 근무했고 머서, 타워스왓슨 등 글로벌 인사/조직 컨설팅사의 컨설턴트로 일했다.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과 미국 버지니아주립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했고 『미래조직 4.0』을 출간했다.
  • 김성남 김성남 | 칼럼니스트

    필자는 듀폰코리아, SK C&C 등에서 근무했고 머서, 타워스왓슨 등 글로벌 인사/조직 컨설팅사의 컨설턴트로 일했다.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과 미국 버지니아주립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했다. 『미래조직 4.0』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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