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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olumn : Behind Special Report

AI는 구직자의 적인가

최한나 | 279호 (2019년 8월 Issue 2)
#1. 올해 초,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대졸 신입 정기 공채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내 10대 그룹사 중 최초다. 사업 부문별로 특정 직무의 인력이 필요할 때마다 채용 공고부터 전형, 선발 등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것. 이 소식이 전해진 후 한 취업 포털 사이트에서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의견을 물은 결과, 응답자의 55%는 반대 의견을, 45%는 찬성 의견을 보였다.

#2. 지난 6월, 일본의 대표 기업 소니(Sony)가 갓 입사한 신입사원들의 임금에 차등을 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등 최첨단 영역에 뛰어난 역량을 가진 디지털 인재는 다른 신입사원보다 최대 20%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정책은 입사할 때부터 철저하게 성과 및 능력 중심의 임금 체계를 적용하는 문화를 확산하며 상하 서열과 경직성이 강한 일본 노동시장에 일침을 가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생각해보면 구직자와 채용 담당자 사이에는 항상 간극이 존재했다. 들어가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문이 너무 좁게만 느껴지고, 뽑으려는 이들에게는 마음에 딱 들어차는 지원자가 부족해 보이기 일쑤였다.

경력자를 중심으로 하는 직무별 수시 채용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이러한 간극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애초에 경력이 모자랄 수밖에 없는 신입들에게 취직은 더 어려워졌고, 역량 있는 경력자를 찾는 기업들 사이의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소니 사례에서 볼 수 있듯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첨단 기술 분야일수록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AI와 같은 분야에 문외한인 구직자라면 점점 더 속도를 높여가고 있는 4차 산업혁명 폭풍이 야속하게 느껴질 만한 일이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를 준비하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AI와 같은 첨단 기술이 오히려 구직자와 채용 담당자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데 매우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역설이다. AI는 집 안에서 컴퓨터로 얼마든지 면접을 볼 수 있도록 해 주고, 사람이 주도하는 채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바이어스(bias)를 줄여주며, 어떤 사람이 지금까지 해온 일의 종류와 성과를 분석해 누구보다도 정확하고 체계적인 커리어패스를 제시해 줄 수 있다. 이는 구직자 또는 직원들과, 채용 담당자 혹은 기업의 인사권자 사이에 관행적으로 존재해 왔던 갑을 관계를 약화시켜 줄 수 있는 요인이다.

그러니 AI니, 드론이니, 사물인터넷(IoT)이니 하는 단어들에 지나치게 두드러기 현상을 보일 필요는 없다. 무턱대고 두려워하거나 필요 이상으로 호들갑을 떨 일도 아니다. 어차피 막을 수 없는 흐름이라면 그 기류에 몸을 싣고 주위를 돌아보며 관심을 가져볼 일이다. 혁신, 그리고 변화는 늘 그렇듯, 모두에게 낯설고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준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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