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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 종합

‘중독마케팅’의 끝은 파괴 착한소비 자극하는 ‘전두엽 마케팅’을…

양승은 | 142호 (2013년 12월 Issue 1)

 

 

A씨의 하루

 

“오래간만에 만난 회사 동료와 식사를 한 후 항상 하던 대로 유명 커피전문점의 커피를테이크아웃해 사무실로 들어간다. 얼마 남지 않은 점심 시간, 매일 체크하는 소셜커머스 사이트에 접속해 오늘의 특가상품을 확인한다. 꼭 당장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 사두는 것이 돈을 아끼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어 몇 가지 제품을 구매한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오자 오늘이 백화점 정기세일 마지막 날인 것이 생각났다. 오후 업무를 끝내고 백화점 앞에서 친구를 만났다. 함께 세일 상품들을 둘러보면서 미리 점 찍어 뒀던 몇몇 상품들을 구매했다. 미리 정해놓았던 것은 아니지만 세일폭이 크고 맘에 드는 옷 두 벌과 친구가 추천해 준 화장품을 사 들고 집으로 왔다. 이제는 눈 감고도 찾아갈 수 있을 만큼 익숙해진 백화점 구조라서 쇼핑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집에 오는 택시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친구와 쇼핑 후기를 나눈다. 동시에 밀린 웹툰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 집에 돌아와 쇼핑한 물건들을 꺼내어 막상 살펴보니 매장에서 볼 때만큼 좋은 것 같지는 않아 나머지는 포장도 풀지 않은 채로 거실 한편에 뒀다. 샤워를 하고 나와 냉장고에서 시원한 맥주 한 캔을 꺼내어 마시면서 TV를 본다. 아무 생각 없이 마시다 보니 한 캔, 두 캔 늘어간다. 어질러진 식탁을 대충 정리하고 잠자리에 든다. 스마트폰으로 아침에 일어날 시간에 알람을 맞춘 후 아무 의미 없는 인터넷 기사들을 검색하다 창을 켜 놓은 채로 잠이 든다. 다음 날 아침, 배터리가 방전돼 알람이 울리지 않았다. 지각이다!”

 

이 같은 평범한 직장인의 하루 일과에서 우리는 수많은 중독현상들을 확인할 수 있다. 위의 사례는 경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반복되고 심해지면 본격적인 중독단계에 들어서게 된다. 원래중독(addiction)’이란 알코올이나 마약과 같은 약물 오남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질환의 일종으로 주로 의학용어로 사용돼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인터넷, 도박, 쇼핑 등 물질이 아닌 행위 그 자체에 대한 중독현상이 늘어감에 따라 넓은 의미에서행위 중독(behavioral addiction)’ 역시 중독이라 보고 있다. 현대의 소비자들에게는 이 행위 중독이 더 중요한 이슈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왜 중독되는가?

 

 

경제학에서 말하는합리적인 소비자는 경제적 효용의 극대화를 목표로 선택을 한다. 따라서 그들의 선호는 항상 일정하게 유지된다. 하지만 중독된 소비자는 선택을 결정하는 가치가 경제적 효용이 아니라 중독된 대상에 대한 갈망이다. 중독은 소비자들을 합리적인 소비와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이끈다. 중독된 소비자들은 그들의 선택으로 인해 발생할 미래의 결과를 생각하지 않는다. 당장 그 순간 참을 수 없는 갈망의 대상만이 머릿속에 있을 뿐이다. 중독이 되고 나면 이성은 힘을 잃게 된다. 중독된 물질 혹은 행위에 대한 갈망이 이성을 강하게 억누른다. 이런 갈망은 누르면 누를수록 더 큰 힘을 갖는다. 중독이 심각해지면 욕구를 채우기 위해 비정상적인 행동까지 서슴지 않게 돼 정상적인 사회생활은 불가능해진다.

 

중독의 메커니즘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중독 증상은 약물 중독과 알코올 중독이다. 이는 사회적으로 가장 문제시되는 중독의 형태로서 의학적 치료와 신경정신과적 상담치료가 요구된다. 하지만 현대의 소비자들에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물질 중독보다는 행위 중독이다. 쇼핑 중독, 도박 중독, 최근에는 인터넷과 온라인 게임, 스마트폰 중독과 같은 행위 중독이 큰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행위 중독은 약물이나 알코올 섭취와 같은 생물학적 반응을 일으키는 과정이 결여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영향에 있어서는 물질 중독과 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유에 대해서 학계에서도 오랫동안 많은 연구가 이뤄져왔다. 중독의 신경학적 메커니즘을 밝혀 내는 데 근간이 된 대표적인 연구는 Olds Milner 1954년에 발표했다. 그들은 쥐의 뇌에 전극을 연결해 전기자극을 주는 실험을 했는데 오늘날보상센터, 쾌락중추(pleasure center)’라고 알려진 영역을 찾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들은 다양한 영역에 전극을 부착했고 그 결과 뇌의 영역에 따라서 쥐들이 전혀 다르게 반응하는 것을 발견했다. 쥐들은 <그림 1>과 같이 레버를 누르면 전기 자극이 가해지는 실험 상자 안에 넣어졌는데 특정 영역에 전극이 부착된 쥐의 경우 한 시간 동안 레버를 1920번이나 누른 것을 발견했다. 다시 말해 거의 2초에 한 번꼴로 전기 자극을 원했다는 것이다.1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이 쥐에게 연결된 전극은 뇌의 쾌감 중추를 자극했고, 따라서 쥐는 전기 자극이 주는 쾌감에 중독된 것이다.

 

이 영역이 바로 중격측좌핵(nucleus accumbens)으로 오늘날 쾌감, 보상을 준다고 알려져 있는 쾌락센터이다. 측좌핵은 음식을 섭취하거나 성적 자극을 받는 경우, 혹은 사랑에 빠지는 것과 같은 일상적이고도 특별한 여러 경우에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dopamine)을 분비하고 이때 우리는 쾌감을 느끼게 된다. 마약에 중독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코카인을 흡입하면 도파민이 10배로 증가한다. 도파민은 화학물질이기 때문에 우리 뇌는 물질 중독이나 행위 중독이나 동일한 쾌락중추가 반응하는 것으로 여긴다. 이런 연구들을 바탕으로 물질 중독과 행위 중독이 신경학적으로는 차이가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행위 중독 역시 물질 중독만큼이나 강력한 것이며 위협적인 존재라는 사실이 확인됐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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