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대부분의 조직도에서 ‘팀’은 이제 더 이상 낯선 용어가 아니다. 행정안전부와 같은 정부기관과 KOTRA와 같은 공공조직도 이제 팀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새롭게 도입한 팀제가 과거의 조직체계와 비교할 때 의사결정 및 성과 창출 방식에서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에 대해 명확히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현장에서는 ‘인사과’를 ‘인사팀’으로 부장이나 과장을 ‘팀장’으로 명칭을 변경한 것 외에, 어떤 다른 점이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하다. 팀워크를 바탕으로 유기적이고 신속히 움직여야 할 팀원들에게 의사결정의 신속성이나 조직체계의 효율성 문제는 실감나지 않는 먼 얘기일 뿐이다. 혹 팀제로 인해 연공서열이 낮은 발탁 팀장 케이스를 만들어 자연스럽게 고령인력을 퇴출하는 수단으로 쓰이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거부감도 여전하다.
대기업 납품 업체인 A기업의 실패 사례
A기업은 3,4개 대기업으로의 부품 납품이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제조업체다. 대기업의 완제품 해외 수출 호조로 지난 몇 년간 동반성장을 누린 결과, 직원 규모와 설비가 2배 이상 늘어나 제법 중견기업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하지만 조직규모가 커지면서 새로운 문제들이 생겨났다. 개별 납품처의 요구사항이나 니즈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문제, 라인 품질불량의 원인이 상부로 제때 제대로 보고되지 못하는 문제 등이 그것이다. 또 최고경영자(CEO)가 직원 개개인에 신경쓰기 어려워지자 직원의 이탈 문제 등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에 CEO는 기존 기능별 부-과 조직을 해체해 업무 프로세스별 팀 조직으로 재구성했다. 조직의 규모 확대에 따른 관료주의화와 시장에 대한 느린 대응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러한 조직구조 변경 이후에도 과거에 비해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부품기술 연구개발(R&D) 조직과 납품처별 영업관리팀 간 수요예측과 제품개선 사항에 대한 불협화음만 증폭되기 시작했다. 또 납품처별 영업관리팀들이 자기 고객의 일정과 요구에 맞추기 위해 후방 생산조직에 대해 내부 로비도 서슴지 않는 현상이 발생했다.
게다가 팀장으로 임명된 과거 부장들이 여전히 팀 내 차장이나 과장으로 하여금 비공식적 중간 결재를 진행하게 하고, 팀원들을 차-과장 위주의 별도 파트로 구분해 사실 상 팀 내 또 다른 팀을 운영하는 일이 잦았다. 이러한 파트 구분은 팀장이 비공식적이고 암묵적으로 행한 것이었다. 이 같이 명확한 기준과 업무구분이 전제되지 않은 파트의 구분이 책임과 역할에 대한 공식적 명확성을 약화시켜 조직 운영의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팀제 도입 이후 사장-팀장-팀원의 3단계로 축소됐어야 하는 조직계층도, 결국 여전히 사장-팀장-파트장-팀원의 4단계로 운영됐다. 때문에 사실상 과거의 조직계층(사장-이사/부장-과장-과원)과 전혀 다를 바가 없는데, 인사 상의 혼란만 초래했다는 불평도 쏟아졌다. 팀제 실시 후 CEO는 이전에 비해 오히려 의사결정만 더 힘들어졌음을 느끼게 됐다. 실적도 악화될 조짐이 보였다. 납기준수비율이 7%정도 감소했기 때문이다. 결국 팀제 실시 6개월 후 CEO는 이전 부-과제로 원상복귀시켰다. CEO의 리더십은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팀제의 작동 원리에 비춰 본 실패 원인
팀제의 가장 큰 기대효과는 조직 내 수직적 계층구조의 단순화와 수평적 협업 강화를 통해 시장상황의 변화에 대한 신속하고 유연한 대응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신속한 의사결정의 전제조건은 아래 또는 현장으로의 대폭적인 권한 위임으로, 자율성을 바탕으로 팀 내에서 의사결정의 대부분이 완결 가능해야 한다. 자율적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의사결정에 필요한 상당한 수준의 전문성이 팀 내에 확보돼야 한다. 또한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창의적 아이디어를 의사결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팀 내는 물론 다른 팀과의 적극적이고 원활한 소통과 협업 능력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팀제의 도입을 검토하는 기업은 이러한 팀제의 기대효과와 전제조건을 고려하면서 선결적으로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