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 동기부여

시간 압박 벗고 멀리서 문제 조망하라

49호 (2010년 1월 Issue 2)

누구든지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기업 내 직원들 중에서 연구개발(R&D)이나 마케팅 부서 사람들이 가장 창의적(creative)이고, 회계나 재무 부서 사람들은 덜 창의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회계나 재무 부서 사람들도 R&D나 마케팅 부서 사람들처럼 얼마든지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다.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테레사 아마빌 교수는 최근 수년 동안 여러 기업의 창의적 프로젝트(creative project)에서 일하는 사람들로부터 수집한 자료를 분석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누구든지 정상적인 지적 능력이 있으면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다고 한다. 1 문제는 스스로를 별로 창의적이지 않다고 생각해서 자신은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직원들에게 어떻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창의적인 일을 하도록 동기부여를 하느냐다. 이 글에서는 직원들을 좀 더 창의적으로 만드는 7가지 동기부여 전략을 소개한다.

 

 

 

1 문제를 가급적 멀리 떨어져서 보게 하라
심리학의 해석 수준 이론(Construal Level Theory)에 따르면 해결하려는 문제 상황과 맥락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좀 더 창의적인 해결책을 생각해낼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문제가 우리와 동떨어진 곳에서 나타났다고 생각하거나, 우리와는 많이 다른 사람들의 시각으로 문제를 보거나, 현재가 아닌 미래나 과거 시점에서 문제를 보면 더 창의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다.
 
왜 그럴까? 문제에서 심리적으로 멀리 떨어질수록 문제를 자세히 보지 않고 더욱 단순하게 보기 때문이다. 문제를 단순하게 볼수록 별로 관계가 없는 개념들과 연결시켜 생각하기가 쉬워진다. 이는 몇 가지 실험을 통해서 증명됐다. 대표적인 실험 하나를 소개한다. 2
 
탑(tower) 감옥에 갇힌 죄수가 탈출하려다, 창문 밖에 고리 모양의 밧줄(loop)이 걸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그 밧줄은 필요한 길이의 절반밖에 안 됐다. 죄수는 이 밧줄을 절반으로 나눠서 2개 밧줄을 묶어 탈출에 성공했다. 어떻게 한 걸까?
 
정답은 죄수가 고리 모양의 밧줄을 풀어 2개 밧줄로 만든 다음에 서로 이어서 묶었다는 것이다. 이는 통찰력(insight)에 관한 문제다.
 

미국 인디애나대 학생들에게 이 문제를 제시했다. 학생들을 A, B, C 세 그룹으로 나누었다. A그룹에는 이 문제가 인디애나 주로부터 2000마일 떨어진 캘리포니아 주에서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B그룹에는 이 문제가 인디애나 주에서 만들어졌다고 하고, C그룹에는 장소에 관한 정보를 전혀 제공하지 않았다. 물론 이 문제가 만들어진 위치 정보는 문제 해결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하지만 문제가 인디애나 주로부터 멀리 떨어진 캘리포니아 주에서 만들어졌다는 말을 들은 A그룹 학생들이 이 문제에 대해 더욱 다양한 창의적 해석을 내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창의적인 해결책을 만들고 싶으면, 좀 우습더라도 다음과 같이 상상하는 게 좋다.
- 현재 있는 곳에서 가급적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문제를 해결한다고 상상한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로 출장을 간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생각한다.
- 1년 또는 10년 후에는 사람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생각한다.
- 자신과 전문 분야가 다른 사람들, 예를 들어 예술가 또는 운동 선수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생각한다.
 
기업들이 직원들로 하여금 문제를 잘 해결하도록 사무실을 떠나 지방에 가서 워크숍을 하면서 문제와는 별로 관계없는 분야의 외부 전문가들을 초빙해 함께 작업하게 하는 것은 창의성을 위한 좋은 조치다.
 
2 보상은 효과가 없다
프린스턴대의 샘 글럭스버그는 창의적 사고가 필요한 양초 상자 문제(candle box pro-blem) 실험 3 에서 실험 참여자들을 A, B 두 그룹으로 나눴다. A그룹에는 문제를 해결한 시간을 측정해서 빠른 순서대로 25% 안에 들면 5달러를 주고, 가장 빨리 문제를 해결하면 20달러를 주겠다고 했다. B그룹에는 단순히 시간만 측정하겠다고 했다. 우리 예상과는 달리 문제 해결에 보상을 제공한 A그룹이 보상을 제공하지 않은 B그룹보다 시간이 3분 30초 더 걸렸다.(▶DBR TIP 기능적 고착과 양초 상자 문제 참조)
 
창의적인 과제를 해결하는 데 보상을 제공한 그룹이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은 다른 여러 실험에서도 발견되었다. 창의적인 사고가 필요한 과제에서 보상을 준다고 하고 시간을 측정하면 사고 범위가 좁아져서 기능적 고착(functional fixedness) 때문에 창의적인 생각을 못 하게 된다. 기능적 고착은 사람들이 어떤 사물의 용도에 대해 생각할 때 사전에 알고 있던 그 사물의 기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새로운 용도를 생각해내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여러 실험 결과에 의하면, 보상은 단순한 사고로 해결할 수 있는 과제 수행에는 효과가 있지만 창의적인 사고가 필요한 과제에서는 오히려 보상이 클수록 성과가 나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3 관련 짓기가 효과적이다
관련 짓기(associational thinking)는 겉보기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것들을 서로 연결해서 관계를 찾고 유사점을 파악하는 인지 활동이다. 예를 들어, 라면과 향수, 미역과 로션, 자동차와 수영, 스케이트와 바다, 등산화와 수영, 김과 아이스크림 등을 이용해 스토리를 만들어보는 것이다. 새로운 연결 관계에서는 ‘등산화를 신고 물속에 들어간다’ ‘바다에서 스케이트를 탄다’와 같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만들 수 있다.
 
관련 짓기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 새롭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도 관련 짓기를 창의성에 가장 필요한 능력이라고 했다. 관련 짓기에 능숙한 사람(associational thinker)들은 창의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련 짓기에 능숙한 사람들에게 회의에 자주 참석해서 진행중인 일을 여러 차례 설명하도록 시키면(micromanage) 본인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생각하는 동안에는 말이나 글로 자기 생각을 설명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들이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려면 아예 일정한 기간 동안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자유롭게 생각하고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좋다.
 
이탈리아 자동차회사인 페라리는 직원들의 관련 짓기를 위해 창의성 클럽(Creativity Club)이라는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4 직원들이 다양한 분야(페인팅, 조각, 재즈, 소설, 라디오 DJ, 사진, 요리, 연기, 연주, 지휘 등)의 예술가들로부터 직접 각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창의성 클럽은 초청된 예술가와의 상호작용을 쉽게 하도록 18∼20명 정도의 소규모로 운영된다. 모임은 주로 일과 후에 있고, 모임 장소에는 초청된 예술가와 그의 작품에 관한 사진과 도구 등을 전시해 직원들이 예술적 분위기에 빠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창의성 클럽에는 현장 직원들뿐만 아니라 관리자와 경영자까지 회사 전 직원들이 적극 참여한다. 그리고 참여자들에게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단순히 참여자들의 창의성을 자극시키는 것이 주된 목적이기 때문이다.
 
구글의 ‘Today’s Hot Trend’는 매일 100개의 인기 검색어 목록을 보여준다. 이 목록의 단어 중에 일부를 순서대로 이용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보도록 하면 관련 짓기 사고를 발달시키는 데 좋다. 특히 이 목록의 단어들은 사람들이 관심 있어 하는 검색어이기 때문에 그냥 만든 단어들보다 더 의미가 있다.
 
4 시간적 압박은 효과가 없다
인지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는 멍하게 생각할 때 장기 기억을 정리하고 문제 해결 방안을 찾아내는 활동을 한다고 한다. 우리가 멍하게 생각하고 있을 때 두뇌를 스캐닝(scanning)해보면 전두엽 부분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전두엽 부분은 문제 해결 방안을 찾는 역할을 한다. 즉 사람은 멍하게 생각할 때 창조적인 일을 한다는 의미다. 테레사 아마빌 교수는 멍하게 생각할 여유가 없을 정도로 시간적인 압박을 받고 있으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구글은 직원들이 전체 업무 시간의 20%, 즉 일주일에 하루는 현재 수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와 관련 없는 R&D에 쓰도록 하는 ‘20% 타임 룰(time rule)’을 운영 중이다. 이는 직원들에게 현재 일에서 시간적인 압박을 받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라 할 수 있다.
 
5 실패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한다
많은 사람들이 말만 많이 하고 행동으로는 잘 옮기지 않는다. 실패할까 봐 불안해서 그렇다. 스티브 잡스는 20세 때 차고에서 스티브 워즈니악과 함께 애플을 창업했는데, 10년 후에 애플은 직원 4000명을 거느린 20억 달러짜리 회사로 성장한다. 하지만 그는 30세에 애플로부터 해고당한다. 자신이 고용한 전문 경영인과 의견 충돌이 있었는데, 이사회가 전문 경영인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잡스는 해고를 당한 뒤 큰 충격을 받았으나, 곧 넥스트사와 픽사를 설립하고 크게 성공한다. 잡스는 5년 뒤 다시 애플의 CEO로 복귀했다. 잡스는 애플에서 해고당한 사건을 가리켜 “인생의 최고 사건이었으며 성공이라는 중압감에서 벗어나 최고의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일부 기업들은 최근 직원들에게 판소리 교육, 번지 점프, 해병대 교육 등을 시키고 있다. 직원들에게 이런 교육을 시키면 자신감을 높여주고 공포감을 없애주는 효과가 있다. 창의성을 위해서는 직원들에게 겁먹지 말고 과감하게 저지르는 태도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게 바람직하다.
 
6 놀이를 즐기는 분위기에서 더 창의적이 된다
놀이 연구가 스튜어트 브라운은 놀이가 창의성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어른들은 항상 주위 사람들의 기분과 의견에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에 창의적이지 못하고 보수적인 반면, 아이들은 주위 사람들을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행동하고 이야기하기 때문에 어른들보다 더 창의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창의성을 위해서는 직원들이 주변 사람들의 기분이나 의견에 신경 쓰지 않고 어린 아이같이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말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직원들이 서로 신뢰할 수 있어야 하며, 사무실 인테리어는 자유롭고, 특이하고 재미있는 것이 좋다고 강조한다. 한마디로 사무실에서 일하면서도 노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 더 창의적이 된다는 것이다.
 
놀이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놀이는 우리 몸과 마음을 새롭게(refresh)하고 에너지를 준다. 두뇌에 영향을 줘 더 똑똑하게 만들고 상황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한다.
 
일부 해외 기업들은 할로윈데이를 직원들의 창의성을 위한 좋은 기회로 이용하고 있다. 할로윈데이에는 어른이나 아이나 누가 더 창의적인 의상을 만들어 입는지를 놓고 경쟁한다. 재미를 추구하는 문화로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 사우스웨스트항공의 허브 켈러허 회장은 할로윈데이 때 뮤지컬 <헤어스프레이>의 에드나 턴블레드를 흉내 내어, 핑크빛 드레스를 입고 가발을 쓰고 핑크빛 밴드를 하고 하이힐까지 신은 여장 차림으로 회사에 나타나 직원들의 환호를 받은 적이 있다. 이런 문화에 익숙한 사우스웨스트항공 직원들은 고객 서비스와 마케팅에서 창의성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최근 아마존에 인수된 자포스 또한 즐겁게 일하는 문화로 유명하다. ‘Zappos.TV’에 가면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동료애를 느끼고 서로 배려해가면서 즐겁게 일하는 모습을 담은 수많은 동영상을 볼 수 있다.
7 잠은 창의성을 높인다
일반적으로 잠을 잘 자는 것이 건강에는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잠을 자면 아무런 생산적인 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창조적인 일과는 관련이 없어 보인다. 잠을 부정적으로 여겼던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벤저민 프랭클린이다. 그는 “무덤 속에서 충분히 잘 수 있으니 잠으로 인생을 허비하지 말라”고 말했다. 나폴레옹은 하루에 3시간 이상 잠을 자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연구 결과, 잠은 성과, 기억력, 창조성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 잠은 여러 가지 아이디어와 기억들을 서로 연결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만드는 데 효과가 있다.
- 꿈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일라이어스 하우는 꿈 속에 등장한 괴물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방적 기계를 발명했다고 한다.
 
잠이 창조성을 향상시키는 데 좋은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알려지면서 회사 내 종업원들이 잠잘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구글, 시스코, P&G 등은 사내에 숙면 시설을 설치했다. 직원들은 숙면 시설에서 10∼15분 정도 눈을 감고 조용히 휴식을 취한다. 이는 산책이나 커피 마시기보다 당면 문제에 대해 좋은 생각을 떠올리는 데 더 큰 효과가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직원들을 좀 더 창의적으로 만드는 7가지 전략을 소개했다. 창의성을 향상시키는 것은 언어를 배우는 것과 비슷해서 쉽진 않지만, 이런 전략들을 염두에 두고 노력하면 얼마든지 창의성을 키울 수 있다.
 
언어를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언어를 사용해야만 하는 환경에서 생활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창의성을 향상시키는 가장 좋은 전략은 창의적인 생각을 하도록 자극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아이들처럼 자유롭게 노는 환경에서 창의력이 쉽게 자극되고 더 빨리 향상될 수 있다. 대부분의 기업 환경은 그렇지 못하다. 때문에 그런 기업에서 창의성을 향상시키는 것은 마치 외국어를 독학하는 것과 같다. 외국어를 독학하면 아무리 노력해도 모국의 액센트가 남아 있듯이, 기업에서 규칙이나 상사에 신경을 쓰다 보면 창의성 발휘는 어려워진다. 기업은 직원들로 하여금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입해서 열정과 재미를 느끼면서 상상력을 마음대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세심하게 노력해야 한다.

 

DBR TIP기능적 고착과 양초 상자 문제
학생들에게 아래 그림A처럼 성냥, 압정이 담긴 상자, 양초를 주고서 양초를 벽에 떨어지지 않게 붙이라고 시킨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압정을 이용해서 양초를 벽에 붙이려 하거나, 양초를 녹여 벽에 붙이려 한다. 그림B와 같은 방법은 생각해내지 못하는 것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위해서는 어떻게든 기능적 고착을 극복해야 한다.

재미있는 것은, 압정들을 상자 밖에 놓았을 때(그림C)에는 더 많은 학생들이 그림B와 같은 해결책을 발견했다는 점이다. 압정들이 상자 안에 놓였을 때 상자의 역할은 압정을 담는 것으로 간주되지만, 압정들이 상자 밖에 놓였을 때 상자의 역할은 압정을 담는 것이 아니라고 여겨지기 때문에 문제 해결이 좀 더 쉬워졌다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대(NYU)에서 경영정보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공인회계사이기도 하다. 현재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5호 Fake Data for AI 2022년 05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