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동기부여 저하 현상
한국과 일본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경제 강국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업무 의욕과 관련해 전 세계 최하위권에 속한다. 실제 2007년에 실시된 국제 비교 조사에서 한국인과 일본인의 일에 대한 의욕은 비교 대상국 중 꼴지 수준이었다. 영국의 조사기관인 FDS 인터내셔널이 23개 국가의 18세 이상 종업원 1만3832명을 대상으로 일에 대한 태도와 만족도, 일과 삶의 균형 등에 대해 조사(What Workers Want: A Worldwide Study of Attitudes to Work and Work-Life Balance)한 결과, 한국은 20위, 일본은 최하위를 차지했다.
그간 한국과 일본 기업들은 공정한 인사 및 보상 제도를 설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합리적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공정하게 적용하는 것은 성과 관리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이에 앞서 과연 일에 대한 조직 구성원의 의욕이나 잠재 역량을 이끌어낼 수 있는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조직 구성원이 의욕과 열정을 가지고 과업을 수행하도록 하는 동기부여는 조직 전체의 성과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이기 때문이다.
일본 <니케이비즈니스>에서 2009년 4월에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성과주의 도입 후, 일에 대한 의욕이 향상됐는가’라는 질문에 16.1%만이 ‘향상됐다’고 응답했다. ‘저하됐다’는 응답은 36.3%, ‘어느 쪽도 아니다’는 응답은 46.8%였다. 조직 구성원의 성과는 ‘역량’과 ‘의욕’이라는 2가지 주요 변수에 의해 영향을 받는데, 성과주의 도입 후 오히려 의욕이 떨어졌다는 점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대목이다. 2000년대 들어 한국에서도 성과주의 도입 열풍이 불었기 때문에 일본과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을 수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젊은 세대다. 노무라종합연구소에서 2005년 10월 일본 상장 기업의 20, 30대 정규 직원 1000명을 대상으로 ‘업무에 대한 동기부여 조사’를 실시한 결과, “당신은 현재 일을 통해, 사회적 사명감을 느끼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사람은 전체의 30%에 불과했다. “3년 전과 비교해 당신은 직업인으로 성장했다고 실감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39%만 “그렇다”고 대답했다. 당시 조사 대상은 상장 기업 직원이었기 때문에 젊은 엘리트층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사람들조차 업무와 관련한 사명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는 고령화와 저성장 시대의 도래, 성과주의의 확산에 따라 사람들의 일에 대한 태도가 변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에 대한 5가지 욕구
노무라종합연구소가 최근 20∼50대 직장인 1만 명을 대상으로 ‘일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다음과 같은 5가지 욕구가 강하게 나타났다.
첫째, ‘일에 대한 의미 욕구’, 즉 사회적으로 의미 있거나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해졌다. 둘째, ‘성장·상승 욕구’다. 젊은 세대에서 특히 높게 나타난 욕구로, 다소 힘든 과정을 통해서라도 새로운 노하우나 기술을 익히고자 하며, 자신의 커리어를 발전시키려 한다. 결코 이전에 비해 의욕이 떨어진 것은 아니다. 다만 자기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 ‘시켜서 하는 일’에 대한 거부 반응은 예전보다 강해졌다. 셋째, ‘창조성 발휘 욕구’, 즉 일을 통해 자신만의 창의적인 능력을 발휘하고 싶어 하는 욕구다. 가능하면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한다. 넷째, ‘인정 욕구’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다거나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로서, 이는 자신이 어떻게 평가받고 있는지에 대한 의식이 높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섯째, ‘자기실현 욕구’다. 다소 수입이 줄어들더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거나 일과 생활의 균형을 찾고 싶다는 욕구다. 특히 젊은 세대에서 이런 욕구가 강했다.
결론적으로 과거 경제성장 및 완전 고용의 시기에는 생리적 욕구, 안전 욕구, 소속 욕구와 같은 ‘결핍 욕구(deficiency needs)’가 강했지만, 최근에는 인정 욕구나 자기실현 욕구와 같은 ‘성장 욕구(growth needs)’가 더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동기부여 경영은 단순한 ‘직원 만족 경영’이 아니다
그렇다면 직원들의 일에 대한 의욕 변화와 동기부여 저하 현상에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기업의 대응 유형은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 유형은 새로운 욕구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요즘 사람들은 달라졌다’고 한탄하며 자신을 정당화하는 기업이다. 이는 옛날부터 앞 세대가 다음 세대에 가져온 편견을 답습하는 것이다. 이런 유형의 기업에서는 조용히 젊은 세대들이 떠나게 돼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고 기업 수명이 단축된다.
두 번째 유형은 새로운 욕구에 대응해 제도적 환경 등을 경쟁사에 비해 손색없는 수준으로 정비하지만, 업무 수행의 본질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기업이다. 소위 ‘직원 만족(Employee Satisfaction) 경영’을 표방하며 각종 복리 후생 관련 정책을 내놓은 기업이 여기에 속한다. 그러나 이런 ‘직원 인기 끌기’만으로 동기부여를 하기는 어렵다. 일의 본질이 전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근본적인 부분에서 직원들의 일에 대한 열정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눈앞의 ‘직원 만족도’를 높이는 경영과 ‘일하는 열정’을 이끌어내는 경영은 다르다.
세 번째 유형은 직원들의 욕구에 단순히 영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에 대한 열정을 사업 성장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기업이다. 이 세 번째 유형의 기업들은 단순히 직원을 잘 대해주거나 직원에 대한 배려를 내세우는 ‘직원 포퓰리즘(인기주의)’을 추구하지 않는다. 이런 기업들은 오히려 때로 엄격한 기준을 강조해 진정한 프로페셔널을 육성하려 노력하고, 직원들의 일에 대한 욕구를 직시하면서 일의 본질 자체를 변화시킨다. 이에 성공하는 기업들만이 새로운 시대의 성장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