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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와 자기 경영

여가의 가치 높이는 3P 원칙

이철원 | 38호 (2009년 8월 Issue 1)
전 세계적으로 여가 시간이 늘어나는 추세다. <레저 경제학>의 저자 린다 나자레스는 많은 사람들이 시간적 여유를 갖고 여가 중심적 가치를 지향하는 ‘레저 경제(leisure economy)’ 사회가 왔다고 단언한다. 우리나라도 주 5일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여가 시간이 상당히 늘어났다. 이제 그 여가 시간 동안 무엇을 하고 놀아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도시 근로자가 노동 시간 이후 자유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적절한 계획을 갖지 못하면 생활 만족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자유 시간 동안 쾌락과 즐거움을 추구하는 긍정적인 경험은 삶의 만족도를 높여준다. 이렇게 중요한 여가 경험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여가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여가 시간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는 여가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여가가 노동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노동만을 미덕으로 생각한 적도 있었다.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의 노동 강도는 상당히 세다. OECD의 ‘2006년 노동 생산성 통계’에 따르면, 한국 근로자의 시간당 노동 생산성은 20.4달러로 OECD 29개국 중 26위를 차지했다. 연간 노동 시간이 2360시간으로 최장 노동 시간을 기록하면서도 노동 생산성은 최하위권이다. 이 수치는 일의 양과 노동 생산성이 꼭 정비례하지는 않음을 보여준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여가 문화학자인 필자는 일의 효율성을 제공할 수 있는 ‘여가 향유 담론’이 부족한 데서 그 원인을 찾는다.
 
‘2008 여가 정책 심포지엄’에서 기조 발표를 한 조동성 교수에 따르면, 한국의 ‘여가 경쟁력’은 23위권으로 평가됐다. 이와 같이 여가 경쟁력이 낮은 이유는 과도한 노동 시간 때문이다. 노동 시간이 워낙 길다 보니 사람들이 여가에 대해 신경 쓸 여유가 없다. 그러나 여가 시간이 늘어난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여가 경쟁력이 높아지지는 않는다. 여가 시간 외에도 여가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변수들을 사회 구성원들이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어야 여가 참여가 활성화된다. 이는 여가의 가치에 대한 인식의 전환에서 출발한다.
 
여가의 가치
첫째, 여가는 긍정적인 경험을 맛보게 하며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여가와 행복 간에 긍정적 관계가 형성된다는 연구가 계속 발표되고 있다. 윌리츠와 파렐은 1521명을 대상으로 1986년부터 24년간 종단(longitudinal) 연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고등학교 때의 여가 활동 참여가 성인이 된 후 생활 만족감 및 행복감 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청소년기 때부터 규칙적인 여가 활동을 하면 성인이 된 후 긍정적인 자아 이미지를 형성하고, 환경에 만족하며 살 수 있는 힘을 준다는 얘기다.
 
여가가 행복을 주는 이유는 여가 활동이 철저히 내재적인 동기에 의해 추동되기 때문이다. 여가가 노동처럼 강제성과 의무감에 의해 지배된다면 이를 통해 행복감이 형성되지 못할 것이다. 우리 일상에서 여가만큼 짧은 시간 동안에 행복을 줄 수 있는 행위는 없다. 자신이 자발적으로 선택한 여가 활동에는 즐거움과 휴식, 자기계발 요소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둘째, 여가는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갖게 해준다. 여가는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사색의 시공간이다. 나는 등산을 하면서, 혹은 도쿄의 낯선 뒷골목을 걸으면서 나 자신과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서울의 일상에서는 가질 수 없었던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갖게 된다. 나를 되돌아보는 생활은 건강하다. 일이 주는 스트레스로부터의 탈출구를 여가에서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셋째, 여가는 자기 경영을 위한 중요한 매개체다. 자기 경영이란 말 그대로 자신이 세운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과정이자 실천이다. 성공적인 자기 경영을 위해서는 ‘나’ 자신을 수익성 높은 회사를 경영하듯 운영해야 한다. 이제 일과 여가는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이항적인 존재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자신의 일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여가를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여가 활동에서 만족도가 높아야 자기 경영을 잘할 수 있다.
 
성공한 인물을 보면 여가를 잘 활용한 사람이 많다.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은 당구와 같은 잡기의 달인이었다고 한다. 그는 색소폰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학창 시절 농구선수였다. 지금도 농구선수들을 백악관으로 불러 함께 운동을 하곤 한다. 몰입 이론의 대가인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암벽 등반을 하면서 이론의 틀을 잡았다고 한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하루에 두 시간을 의무적으로 명상에 할애한다. 그가 다른 골프 선수와 달리 중요 승부처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원동력은 명상에서 나오는 마인드 컨트롤이다.
 
‘여가 증후군’을 피해야
여가를 잘 즐기지 못하면 ‘여가 증후군(leisure syndrome)’에 노출된다. 여가 증후군이란 여가를 잘 보내지 못해 겪는 심리적인 병리 현상을 말한다. 주말마다 무엇을 하고 놀아야 할지 불안해하는 사람, 휴일에 드러누워 텔레비전만 보면서 권태를 느끼는 사람은 심각하게 여가 증후군을 앓고 있는 셈이다. 자신의 여가를 잘 보내는 사람은 여가 시간이 즐겁다. 여가를 통해 재미를 맛본 사람은 자신의 일상 전체를 즐겁게 생각한다. 반면 여가를 잘 보내지 못하는 사람은 우울이나 불안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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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철원wakeford@yonsei.ac.kr

    - (현) 연세대 스포츠레저학과 교수
    - 한국여가레크리에이션학회 부회장
    - 한국여가문화학회 총무이사
    - ‘여가 정책 포럼’ 위원
    - ‘여가 위원회’(한국문화관광연구원) 위원
    - <여가 백서> 집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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