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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과 기업 자금관리 재설계

해외 계열사 간 자금 이동 효율 높여
비용 절감-환위험 최소화 효과 창출

신우석,정리=장재웅 | 425호 (2025년 9월 Issue 2)
스테이블코인은 결제·청산·정산이 따로 움직이던 기존 금융의 병목을 한 번에 줄이는 첫 대중형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도 ‘조건을 걸 수 있는 돈’이라는 특성 덕분에 기업 간 정산, 공급망 대금 지급, 해외 송금, 소액 결제 등 실사용 영역이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준비자산, 상시 상환, 공시 기준 등 규제가 명확해지며 제도권 편입을 뒷받침했다. 기업 관점에서 스테이블코인의 가장 직접적인 이익은 정산 기간 단축과 환전·수수료 절감이다.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기업의 현금흐름과 총비용이 눈에 띄게 개선된다. 동시에 결제 산업의 가치 축은 ‘토큰을 누가 발행하느냐’에서 ‘어디에서 어떻게 쓰이게 하느냐’로 이동하고 있으며 전통 금융기관은 규제와 신뢰를 강점으로 블록체인 기반 예금과 같은 대안을 내놓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성공 도입을 위해서는 투명한 준비자산 관리와 감사, 안전한 기술 설계, 정산 자동화·조건부 지급 같은 새로운 수익 모델을 결합한 실천 로드맵이 필요하다.



“우리는 토큰화된 현금(tokenized cash)을 처음 만들었고 이제는 토큰화된 머니 마켓을 선도하고 있다. 이 두 가지 모두 미래 금융 시스템의 필수 요소가 될 것이다.”
- 제레미 알레어, 서클 CEO

문명이 시작된 이래 지속적으로 진화를 거듭해 온 화폐의 역사가 현재에 이르러 분산원장기술(DLT, Distributed Ledger Technology)이라는 혁신적 기술과 조우하고 있다. 화폐와 분산원장기술의 운명적 만남을 통해 잉태된 스테이블코인은 비트코인 등 기존 가상자산에 내재된 ‘극심한 가격 변동성’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설계된 디지털 자산의 한 종류다. 스테이블코인의 태동은 법정화폐의 안정성이 블록체인의 효율성과 결합됨으로써 단순히 투기적 투자 수단을 넘어 실물경제와 기존 금융 시스템을 연결하는 새로운 인프라가 등장했음을 의미한다.

과거 “비트코인은 사기(fraud)”라고 비판했던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나는 이제 스테이블코인을 믿는 사람(believer in stablecoins)”이라고 선언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비트코인을 ‘쓸모없는 돌덩이(pet rock)’에 비유했던 그가 이제는 블록체인 기술의 가치를 인정하고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업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리더 중 한 명인 제이미 다이먼의 입장 변화는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금융산업 및 주요 기업들의 경영 체계를 재편할 거대한 잠재력을 보유한 핵심 인프라로 인정받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스테이블코인 현황:
변동성에서 효용성으로의 진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2014년 테더(Tether)에 의해 USDT가 최초 출시된 이래 급격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2020년 이후 탈중앙화금융(DeFi)의 폭발적 성장에 힘입어 시장 규모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으며 현재는 테더의 USDT와 서클(Circle)의 USDC가 전체 시가총액의 약 90%를 차지하는 양강 구도가 형성돼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지난 2022년 테라-루나 사태로 인해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침체기를 겪기도 했다.1 이는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내재적 취약성을 드러내며 각국 규제 당국의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사건은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더욱 투명하고 안정적인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견인하는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된 것도 사실이다. 이후 2024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현물 비트코인 ETF 승인 및 주요 국가의 유관 규제 정비 등이 이어지며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부흥기에 진입했다. 2025년 상반기 기준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총공급량은 2500억 달러(약 345조 원), 월간 결제 규모는 1조4000억 달러(1940조 원)에 달하는데 이는 스테이블코인이 주류 금융 시스템에 빠르게 통합되고 있음을 증명하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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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환경 변화 및
‘신뢰’의 전략적 가치 부상

스테이블코인이 단순 가상자산 거래 수단을 넘어 실물경제의 주요 인프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핵심 요소는 ‘신뢰’다. 이 신뢰는 단지 기술적 완결성만으로는 확보될 수 없고 정교한 규제 및 제도권 편입을 통해 완성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유럽연합(EU)의 MiCA(Markets in Crypto-Assets) 법안 발효 및 미국 지니어스법(GENIUS Act) 통과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지니어스법은 스테이블코인의 준비 자산을 미국 달러 예금 또는 단기 국채로 제한함으로써 달러 패권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미국 내 혁신을 촉진하려는 목적을 담고 있다. 이러한 규제들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발행량에 상응하는 준비금을 보유하고 외부 기관 감사를 의무화함으로써 투명성을 높이도록 유도한다. 특히 USDC 발행사인 서클은 사업 초기부터 뉴욕주 BitLicense2 를 획득하고 MiCA 승인을 추진하는 등 규제 당국의 신뢰 확보를 위한 전략을 실행해 왔는데 이러한 서클의 행보는 주요 전통 금융기관들의 신뢰를 얻는 기반이 됐을 뿐만 아니라 SVB 은행 파산 사태 이후 일시적으로 하락했던 USDC의 시장점유율이 빠른 속도로 회복되는 동력이 됐다. 반면 USDT 발행사인 테더는 상대적으로 규제 회피적 접근을 지속하며 이로 인해 준비금 운용의 투명성 논란 등 규제 당국과 마찰을 빚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두 회사의 사례는 스테이블코인의 본질적 신뢰가 준비자산의 건전성뿐만 아니라 이를 감독하는 규제 환경에 그 기반을 둔다는 점을 명확히 시사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나 동시에 이에 대한 회의적 시각과 우려도 공존하고 있다. 특히 각국 중앙은행들과 국제결제은행(BIS)은 향후 스테이블코인이 가져올 수 있는 잠재적 리스크에 대해 지속적으로 경고하고 있다.

· 금융 시스템 리스크: 한국은행과 국제결제은행은 스테이블코인 준비 자산의 신뢰가 훼손될 경우 ‘코인런(Coin Run)’으로 인한 대규모 상환 요구 사태가 발발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스테이블코인은 예금보험 혹은 중앙은행의 ‘최종대부자’ 기능 등의 안전장치가 미흡하기 때문에 시장 신뢰 하락에 훨씬 더 취약하다는 것이다. 특히 BIS는 스테이블코인이 화폐 시스템의 핵심인 ‘통일성(singleness)’ ‘유연성(elasticity)’ ‘건전성(integrity)’이라는 3가지 기준을 충족시키기에는 여러모로 미흡하다고 평가한다. BIS에 따르면 통일성 측면에선 발행사마다 교환가치가 달라져 ‘1대1 교환 보장’이 깨질 수 있고 중앙은행 화폐로 최종 결제되지 않아 상호 호환성이 약하다고 지적한다. 유연성에선 시스템 스트레스 시 중앙은행처럼 유동성을 신속히 늘리고 줄이는 기능이 부족하고 건전성 부문에서는 불법 자금 차단·투명성 등 통화 시스템 무결성 기준을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평가다.

· 통화정책의 유효성 약화: 민간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이 광범위하게 사용될 경우 법정통화에 대한 신뢰 및 은행 중심 신용 창출 기능이 약화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유효성을 현저히 제약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비(非)기축통화국에서는 외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이 환율 변동성을 키우고 자본 유출입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아울러 제기된다.

· 규제 차익 및 자금세탁 가능성: 스테이블코인은 기존 금융권이 받는 엄격한 규제를 회피함으로써 낮은 비용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데 이는 ‘신종 유사 수신업’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또한 블록체인 인프라의 익명성을 악용해 불법 외화 유출이나 자금세탁 등 범죄에 악용될 위험성도 간과할 수 없다.


가상자산 거래를 넘어 다변화되는 사용처

초기 스테이블코인은 가상자산 시장 내 기축통화 및 변동성 회피 수단으로 도입됐고 실제로 지금도 스테이블코인의 약 88%는 가상자산 거래에 활용되고 있다.(2024년 기준)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스테이블코인의 활동 무대는 거래소 울타리를 넘어서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웹3 생태계 안에서는 NFT 마켓, 게임, 크리에이터 경제에서 결제와 정산의 표준 통화로 자리 잡는 중이다.

NFT 경매에서는 작품이 낙찰되는 순간 결제 대금이 자동으로 창작자, 플랫폼, 2차 판매 시 받을 로열티 지갑으로 각각 나뉘어 들어간다.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로 아이템을 구매하거나 보상을 지급하고 또 외부 지갑으로 출금하는 과정이 모두 같은 화폐 단위 안에서 이뤄진다. 이때 스테이블코인이 안정적인 가격 기준을 제공해 주기 때문에 사용자 입장에서는 훨씬 단순하고 직관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즉 결제 금액이 ‘몇 개의 토큰’이 아니라 ‘원’이나 ‘달러’로 표시되며 결제가 끝나는 순간 정산까지 바로 완료되므로 따로 매출채권을 관리할 필요가 없다.

카드사 환율·해외 결제 수수료가 얹히는 번거로움이 줄어든다. 스트라이프는 상점이 USDC로 결제받아 원화 대신 달러 잔액으로 정산할 수 있게 했고(소비자는 USDC로 결제, 상점은 달러로 받음), 사용 가능한 체인도 이더리움·솔라나·폴리곤·베이스로 선택지가 넓다. 쇼티파이 페이먼츠도 2025년 6월부터 USDC(베이스) 결제를 시험 운영해 쇼피파이 상점에서 기존 주문·환불 흐름 그대로 안정적으로 받게 했다. 소비자는 계정 그대로 별도 게이트웨이 없이 결제 경험을 누릴 수 있다.

신흥국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구매력 보존 수단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물가가 급등하거나 환율이 불안정한 지역에서 주민들은 스마트폰 지갑만으로 달러 연동 자산에 접근해 현지 통화의 가치 하락을 피하려 한다. 월급날마다 일부를 스테이블코인으로 바꿔 보관하고 필요할 때 소액 결제를 하거나 친지에게 송금하는 일상적 사용이 늘고 있다. 개인에게는 생활 안정의 안전판이 되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자본 이동을 통제하기 어려워지는 부작용도 생긴다. 정책 측면의 과제와 생활 경제의 편익이 충돌하는 지점이어서 각국은 허용 범위, 상환 규칙, 투명성 요건을 놓고 제도를 다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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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송금과 상거래에서는 시간·비용 구조가 가장 크게 바뀐다. 기존 방식은 은행 영업시간과 중개망을 타야 해 국가·시간대에 따라 며칠씩 걸리고 수수료와 환율 스프레드가 겹친다. 스테이블코인을 쓰면 하루 24시간, 주말·공휴일과 무관하게 수 초~수 분 안에 송금이 끝난다. 수수료도 많이 낮출 수 있어 빈번한 소액 결제나 반복 송금에서 체감 절감폭이 크다. 특히 은행 인프라가 취약한 지역에서는 ‘지갑 주소’만 있으면 결제가 가능해 금융 접근성 개선 효과가 뚜렷하다. 해외 프리랜서·크리에이터에게 대금을 지급하는 스타트업, 글로벌 마켓플레이스에서 판매 대금을 정산받는 소상공인은 이 이점을 빠르게 체감한다.

B2B 영역의 공급망 결제에서도 변화가 일어난다. 납품·검수·물류 인수 같은 이벤트를 계약서에 정의해 두면 조건이 충족되는 즉시 대금이 지갑으로 분할 지급된다. 예컨대 납품가 1억 원 중 5%는 에스크로로 잠시 보류하고 나머지는 공급사·하청사·세무 지갑으로 자동 분배하는 식이다. 분쟁이 생겨도 온체인 원장에 시간·금액·상대방이 기록돼 있어 추적과 조정이 빠르다.

이 같은 확장의 바탕에는 두 가지 기술적 성질이 있다. 첫째는 프로그래머블 머니다. 스마트 콘트랙트로 ‘조건을 만족하면 자동 지급, 아니면 보류/환불’ 같은 규칙을 심을 수 있다. 배송 완료, 세금계산서 발행, 서비스 사용량, SLA 달성률 등 기업의 업무 이벤트를 결제와 직접 연결하면 승인·정산·세금 처리가 한 번에 끝난다. 둘째는 결제 완결성이다. 카드 결제처럼 며칠 뒤 뒤집힐 수 있는 청구·역청구가 아니라 합의가 끝나는 즉시 지급·정산·기록이 확정된다. 사업자는 현금흐름을 더 정확히 예측하고 고객은 환불·할인·보상 규칙을 코드로 투명하게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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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선도 기업들의 스테이블코인 전략

실제로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앞서 살펴본 스테이블코인의 전략적 가치를 선제적으로 인식하고 이를 자사의 핵심 사업 모델에 접목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전개하고 있다. 특히 사업별 특성 및 각 사 고유의 사업 현황을 반영한 스테이블코인 도입 전략을 수립, 실행하고 있다.

1) 스테이블코인 관련 주요 금융업체들의 현황 및 전략

·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체: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발행 시장을 주도하는 양대 기업인 테더와 서클은 상이한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테더가 공격적 준비금 운용을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모델을 추구하는 반면 서클은 전통 금융 시스템과 가상자산 시장을 연결하는 ‘신규 금융 인프라 조성자’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 결제업체: 온라인 결제 인프라를 제공하는 스트라이프(Stripe)와 글로벌 카드 네트워크 업체인 비자(Visa)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내 ‘발행사’ 역할보다는 ‘플랫폼’으로서의 기회에 더 주목하고 있다. 스트라이프는 올해 2월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업체 ‘브리지(Bridge)’를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11억 달러에 인수함으로써 스테이블코인 관련 핵심역량을 내재화했다. 브리지의 기술을 활용해 개발자들이 스테이블코인 결제 API를 손쉽게 통합하도록 지원하며 나아가 스테이블코인 연동 카드를 발행할 수 있는 제품을 출시하고자 하는 포석이다. 이러한 행보는 향후 글로벌 결제 인프라 시장의 새로운 표준을 정립하고자 하는 스트라이프의 전략을 명확히 보여준다. 비자 역시 USDC 기반 정산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결제 네트워크의 백엔드 인프라 효율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결제 정보 중개를 넘어 최종 정산 단계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는 전략적 의도에 기반하고 있다. 특히 비자는 자체 토큰화 플랫폼인 VTAP (Visa Tokenized Asset Platform) 구축을 바탕으로 스테이블코인 발행 및 유통 인프라 시장 내 강력한 주도권 확보를 추구하고 있다. 스트라이프와 비자의 최근 움직임은 스테이블코인 시장 내 핵심 가치가 발행 영역을 넘어 유통 및 활용 플랫폼이라는 광대한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 전통 은행: 스테이블코인이 전통 은행의 ‘예금’ 및 ‘지급결제’ 기능을 대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그 자체로 전통 은행들의 강력한 대응과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J.P. 모건은 향후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부상하고 있다. 초기 J.P. 모건은 프라이빗 블록체인 기반 ‘JPM Coin’을 활용해 은행 간 대규모 결제 프로세스 효율화에 집중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토큰화 예금(JPMD, J.P. Morgan Deposit Token)’을 코인베이스의 공공 블록체인인 베이스(Base) 네트워크상에 발행하는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JPMD는 신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은행 예금 자산을 블록체인 위에서 토큰화하는 개념(‘은행 예금의 토큰화’)이다. JPMD는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보호를 받는 금융상품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한편 블록체인 기술의 프로그래밍 가능성(programmability) 및 24시간 실시간 결제 기능을 결합한 혁신적 모델로 평가된다. J.P. 모건의 이러한 행보는 ‘고객 니즈 충족’ ‘차별적 사업경쟁력 확보’ 및 ‘전통 금융기관의 경쟁우위 활용’이라는 3대 전략적 목표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제이미 다이먼 CEO는 “J.P. 모건의 최근 투자 및 노력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위한 것이며 미래 경쟁 환경에서 핀테크 기업들에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스테이블코인 산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천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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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비금융업체들의 스테이블코인 도입 현황 및 전망

· 재무관리: 스테이블코인의 실질적인 활용 기회 영역 중 하나는 글로벌 기업의 재무관리다. 과거 글로벌 기업들은 해외 계열사 간 자금 이동 혹은 외주 업체에 대한 대금 지급을 위해 불가피하게 여러 외화 계정을 유지하며 비효율적인 송금 시스템을 이용해야 했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은 이러한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실제로 페라리와 같은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대금 결제 시스템에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해 즉각적 대금 정산, 투명한 거래 기록 확보 등 운영 효율성 제고 효과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 제조 및 공급망 관리: 스테이블코인은 글로벌 차원의 복잡다단한 공급망을 운영하는 제조업체들에도 새로운 운영 혁신의 기회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글로벌 제조 대기업이 아시아 소재 하청업체에 대금을 지급하는 B2B 거래에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할 경우 복잡한 결제 및 정산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다. 이는 거래 투명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실시간 자금 이동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환율 변동 위험을 헤지하는 등 다양한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성공적 스테이블코인 활용을 위한 핵심 선결 요건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스테이블코인은 향후 기업 경쟁력 제고에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을 성공적으로 도입, 활용하기 위한 몇 가지 선결 요건이 존재한다. 성공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하려면 무엇보다 신뢰와 투명성부터 세워야 한다. 스테이블코인의 값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려면 뒷받침하는 준비자산이 안전해야 한다. 어디에 보관하고, 무엇으로 구성했으며, 얼마나 빨리 현금화할 수 있는지(현금·국채·MMF 비중, 만기 구조, 하루 환매 처리 능력)를 정기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외부 전문기관의 점검(어테스테이션·감사)을 주기적으로 받고 보고서 형식과 지표를 표준화해 누구나 같은 방식으로 비교·검증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에 자금세탁방지(AML), 고객확인(KYC), 제재 준수 같은 규정은 결제 흐름 자체에 내장돼야 한다.

다음은 기술적 안정성이다. 스테이블코인이 여러 블록체인에서 쓰이려면 체인 사이를 오가는 통로, 즉 브리지가 필요하다. 브리지는 편리하지만 공격 표면이 넓다. 서명 검증이 허술하거나 코드 업데이트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으면 대규모 탈취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웜홀(wormhole)3 및 노마드(nomad)4 등 대규모 브리지 해킹 사례에서 목도한 바와 같이 이 기술의 보안 취약성은 반드시 보완돼야 한다. 이를 보완하려면 다중 서명과 다중 검증자 구조, 단계별 전송 한도와 속도 제한, 업그레이드 전 테스트·감사 절차, 이상 징후 자동 차단 같은 통제 장치를 기본값으로 설계해야 한다. 기술 안정성은 체인 밖 구간에서도 중요하다. 원화를 스테이블코인으로 바꾸고 다시 현금화하는 온·오프램프의 수수료와 환전 스프레드, 처리 시간은 바로 비용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블록체인 구간에서 절감한 이득을 환전 구간에서 잃지 않으려면 신뢰도 높은 커스터디·환전 파트너와의 직결, 정산 주기 단축, 가격 공개의 투명화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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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사업 모델을 다시 그릴 준비가 필요하다. 스테이블코인을 기존 결제 수단 옆에 보조로 붙이는 수준으로는 경쟁력이 오래가지 않는다. 예를 들어 전통 결제사는 온체인 정산이 본격화되면 카드 수수료 같은 핵심 수익이 줄어드는 ‘자기잠식(Cannibalization)’ 위험을 피하기 어렵다. 그래서 지갑, 온·오프램프, 정산 API, 위험관리(거래 모니터링·제재 필터링) 같은 인프라형 서비스로 수익원을 다변화하고 ‘프로그램 가능한 돈’의 특성을 살려 자동 정산·조건부 지급·에스크로·마이크로 구독 같은 새 상품을 키워야 한다. 은행과 핀테크는 기업 고객을 겨냥해 온체인 트레저리(여유자금 자동 배치, 환리스크 자동 헤지) 같은 고부가 서비스를 올릴 수 있다. 핵심은 기존 수수료를 지키는 데 머무르지 말고 스테이블코인이 열어주는 새로운 사용 순간에서 매출과 데이터를 만드는 것이다.


국내 스테이블코인 현황 및 전략적 제언

스테이블코인 관련 글로벌 차원의 논의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역시 중대한 시기를 지나가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두고 복잡한 이해관계가 조성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통화정책의 유효성 약화 및 금융 안정성 문제 등을 이유로 ‘관리·감독이 가능한 은행권 중심’ 발행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앞서 살펴본 테더 사례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준비금 불투명성 및 대규모 환매 사태가 단기 자금시장에 미칠 파장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반면 주요 핀테크 및 빅테크 기업들은 국내 금융산업의 전면적 혁신 및 경쟁력 제고를 위해 비은행 사업자의 발행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시장 내 주요 가상자산 사업자들과의 협업도 모색 중이다. 현재 진행 중인 유관 법제화 논의의 결과는 향후 국내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의 발전 방향을 좌우할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전통 금융기관: 한국의 주요 금융기관들은 J.P. 모건의 사례에서 명확한 시사점을 얻을 필요가 있다. 은행 등 기존 금융기관들이 보유한 가장 강력한 자산은 바로 ‘신뢰’이다. 이에 은행들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을 주도하며 이 과정에서 준비자산 관리, 대규모 유동성 공급 등 은행의 기존 핵심역량을 활용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차원을 넘어 기존 은행 시스템을 블록체인 인프라 위에 올려놓는 ‘금융 혁신’의 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 및 결제업체들의 경우 기존 대규모 가맹점 네트워크 및 결제 인프라를 활용해 스테이블코인 기반 국제 결제 및 송금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제공함으로써 국경 간 거래의 비용 및 속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이를 사업 모델 혁신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 주요 대기업: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경우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영역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것보다는 각 사가 보유 중인 유관 자산(예: 플랫폼, 단말 등)을 스테이블코인의 유통 채널로 활용하는 전략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스테이블코인 사용자들에게 탁월한 접근성 및 사용성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며 이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의 핵심 참여자로서의 위상을 확보함과 동시에 발행 경쟁 참여에 따른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다. 이와 병행해 기업 내부 운영 효율성 혁신에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실행해야 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국제 B2B 거래 및 공급망 금융에 스테이블코인을 신속히 도입해 계열사 간 자금 이동 및 협력업체 대상 결제 프로세스를 혁신함으로써 비용 절감, 환 위험 최소화 등의 효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핀테크/빅테크: 주요 핀테크/빅테크 기업들은 전통 금융권에서 제공하기 어려운 혁신적이고 효율적인 솔루션 개발 및 제공에 우선 집중할 필요가 있다. 온/오프램프 솔루션, 스마트 계약 기반 자동화된 금융 서비스 등이 대표적 사례이다.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구축한 방대한 사용자 네트워크를 활용해 스테이블코인 유통을 촉진함과 동시에 토큰증권(STO)과 같은 신규 디지털 자산 시장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함으로써 전통 금융기관 대비 차별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스테이블코인 시대,
한국 기업들의 전략적 선택

스테이블코인은 더 이상 미래 유망 기술 중 하나가 아니라 기존 사업 모델을 재정의, 재설계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도 강력한 수단이다. 글로벌 시장은 이미 투기적 성격을 넘어 실물경제의 인프라로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는 단계에 진입했다. 이 과정에서 스테이블코인의 본질적 신뢰가 기술을 넘어 규제 및 제도권 편입을 통해 완성되고 있으며 특히 시장의 핵심 가치가 ‘발행’에서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음이 명확해지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이와 같은 글로벌 차원의 변화 흐름을 명확히 인식하고 현 규제 환경 및 기술적 제약을 병행 고려한 선제적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전통 금융기관들은 신뢰 및 자본력을 기반으로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이자 ‘가교’ 역할을 수행하고, 대기업들은 강력한 플랫폼을 활용해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의 ‘유통 채널’ 역할을 고도화하며, 핀테크/빅테크 기업들은 혁신적 솔루션을 기반으로 신규 시장을 창출하는 방향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디지털 화폐를 넘어 기업 운영체계 전반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나아가 사업경쟁력을 강화하는 핵심 수단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점점 대세가 돼 가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시대가 제시하는 기회를 적시에 포착하고 전사 차원의 전략적 실행 로드맵을 지금 당장 수립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신우석Wooseok.Shin@bain.com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

    신우석 파트너는 베인앤드컴퍼니 서울오피스의 금융 부문 헤드이자 유통 부문 핵심 멤버이다. 2016년 베인 입사 후 국내외 선도 금융, 유통 업체들을 대상으로 중장기 성장 전략, 사업 포트폴리오 전략, 디지털 혁신 전략, 옴니채널 전략 등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매사추세츠공대(MIT) 슬론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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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리=장재웅

    정리=장재웅jwoong04@donga.com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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