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SAMG엔터테인먼트의 TV 시리즈 애니메이션 ‘캐치! 티니핑’과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사랑의 하츄핑’은 침체했던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기업 공개 후 전폭적인 투자를 통해 단순히 한 작품의 성공이 아니라 확장성 있는 IP(지적재산권)를 키우는 데 주력했다. 특히 애니메이션 강국인 일본을 직접 공략하면서 작품의 경쟁력을 입증하고 IP 사업에 필요한 노하우를 축적했다. 정밀한 수요 분석으로 ‘MZ세대가 키우는 알파세대’라는 차별적 시장을 겨냥해 캐릭터와 서사를 구성했고 올해 공개한 ‘사랑의 하츄핑’을 통해 정점을 찍었다. 애니메이션 IP 특성상 본격적인 수익 궤도에 오르지 못했지만 적극적인 해외시장 공략과 IP 콘텐츠 확대로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일본, 미국 업체들이 장악한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K애니메이션의 힘을 보여주며 새로운 벤치마킹 사례로 떠올랐다.
애니메이션은 이제 영유아만의 점유물이 아니다. MZ세대의 ‘저녁 있는 삶’ 한복판에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모든 세대를 관통하는 힐링 콘텐츠로서의 기능을 애니메이션이 실현하고 있는 요즘 한국 애니메이션이 이 격변의 시기에 어떻게 자신의 위상을 바로 세울 수 있을 것인지가 큰 숙제다.
2023년부터 2024년까지 국내 극장계의 주요 성공 사례를 살펴보면 실사영화보다 오히려 장편 애니메이션의 흥행이 눈에 들어온다. 슬램덩크 ‘더 퍼스트’는 이미 본 작품을 여러 차례 반복 관람하는 ‘N차 관람’ 열풍 속에 500만 명에 육박하는 관람 기록을 달성했다. 일본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스즈메의 문단속’은 560만 명, 픽사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은 720만 명을 넘어섰고, ‘인사이드아웃 2’는 880만 명을 기록하는 엄청난 흥행 실적을 거뒀다. 엔데믹 시대 들어 실사영화들의 실적이 주춤한 사이 애니메이션이 관객몰이를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애니메이션의 인기는 유독 한국 애니메이션까지 미치지 못했다.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의 흥행이 일본 2D 애니메이션과 할리우드 3D 애니메이션의 약진에 기대고 있다는 점은 K컬처 열풍을 감안할 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웹툰 원작 드라마와 영화는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화장품, 한복, 한식, 한글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한류는 전 세계 젊은이들을 서울로, 한국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국내 대학으로 유학 오는 대부분의 20대 청년은 K팝과 한류 드라마 때문에 한국행을 결정한다. 이처럼 열광적인 한류 콘텐츠의 생태계에서 빠져 있는 퍼즐 하나가 바로 한국 애니메이션이다. 새로운 유통 채널인 OTT 플랫폼에서도 일본 2D 애니메이션과 할리우드 장편 애니메이션이 강세를 보인다.
이제 한국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은 사라진 것일까. 애니메이션 업계와 학계, 정부에서조차도 해법을 고민하고 새로운 지원 정책과 비즈니스 영역의 확대를 모색하고 있는 이 시기에 한국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이 등장했다. ‘제2의 뽀로로’ ‘제2의 포켓몬’ ‘여자아이들의 대통령’ 등으로 불리는 캐릭터 애니메이션 ‘캐치! 티니핑’이다. 특히 TV 시리즈 애니메이션 ‘캐치! 티니핑’의 약진에 힘입어 등장한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사랑의 하츄핑’은 국내 극장계를 넘어 중국과 일본 시장으로 진격하는 등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기업공개 후 전폭적 투자로 IP 확장일본 시장 공략하며 노하우 쌓아‘캐치! 티니핑’은 2020년 3월부터 2021년 4월까지 KBS에서 방영됐던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다. 이모션 왕국의 로미 공주가 친구들과 함께 일상 속에서 다양한 사건을 해결하고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타인과의 소통, 원만한 관계 형성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아가도록 도와주는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다. 이 작품을 기획·제작한 회사는 ‘에스에이엠지 엔터테인먼트(이하 SAMG엔터, 전 삼지애니메이션)’로 코스닥에 상장된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 선두 기업이다. SAMG엔터가 본격적으로 배급·마케팅에 힘을 실은 건 상장 이후다. 기업공개에 성공한 몇 안 되는 국내 애니메이션 전문 제작사로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시장에서 성과를 보여줬다.
국내 애니메이션 1세대 기업인 SAMG엔터는 2000년부터 ‘미니특공대’ ‘슈퍼다이노’ ‘룰루팝’ 등 다양한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인기를 모으고 사업화에도 성공했다. 이들 작품은 차별화한 품질로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지속적인 시리즈로 확대하지는 못했다. 당시만 해도 국내 애니메이션 투자 시장은 열악했고 배급 역시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창작 애니메이션의 지적재산권(IP) 가치를 배가하지 못했다. 지속적인 추가 자본 투입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공개 이후 부문별 전문 인력 추가로 중장기적인 기획이 가능해졌다. 그 결과 새롭게 기획했던 ‘캐치! 티니핑’의 지속적인 캐릭터 확대와 IP 라이선싱 사업이 본격화할 수 있었다. 나아가 극장용 장편 ‘사랑의 하츄핑’까지 세계관을 확장하고 흥행을 이끌어 냈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1970년대부터 국내 지상파에 수입돼 영유아와 어린이 관객들에게 친숙한 존재가 됐다. 하지만 한국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일본 TV에 방영된 사례는 거의 없었다. SAMG엔터는 이 부분을 역으로 공략했다. 2022년 11월 소니픽처스 네트워크인 ‘키즈스테이션’과 배급 계약을 체결하고 ‘캐치! 티니핑’ 일본어 더빙판을 2022년 12월부터 일본 플랫폼에서 방영했다. 국산 캐릭터가 라이선싱 상품과 함께 일본 TV 시장에 진출한 최초의 성과다. 한국 애니메이션이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일본에서도 경쟁력이 있음을 보여준 중대한 분기점이다.
이때 형성되기 시작한 일본 내 팬덤은 ‘캐치! 티니핑’이 영향력을 확장하는 확고한 기반 역할을 했다. 팬덤의 지지 아래 지속적으로 라이선싱 계약을 확대하고 관련 상품의 판매도 늘려나가고 있다. 애니메이션 기획제작사가 본격적으로 수익을 확보하기 시작하는 시기는 IP 관련 상품의 자체 제작과 배급을 수직계열화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상품 매출을 국내외로 확장시킬 때다. 다만 이를 위해선 관리에 대한 전문적인 노하우가 필요하다. 캐릭터 상품이 다양하게 제작되고 유통되는 과정에서 창고 및 재고 관련 비즈니스 비용이 추가되고 영업 관련 이슈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도와 시행착오를 하는 과정에서 라이선싱 사업에 필수적인 경험이 축적된다. SAMG엔터는 일본 시장 진출을 통해 이 경험을 쌓았고 중장기적으로 슈퍼 IP로 확장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장르 확장하며 슈퍼 IP 노려세대 관통하는 서사로 인기슈퍼 IP란 특정한 콘텐츠 플랫폼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IP로 세대를 넘어 오랜 기간 팬덤을 형성해 지속적인 소비를 고착화(lock-in)하는 콘텐츠를 말한다. 단순히 웹툰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거나 애니메이션 작품의 굿즈를 출시하는 수준의 IP 확장 개념보다 좀 더 발전한 개념이다. 핵심은 무한한 확장성과 지속적인 소비 고착화다. 잘 갖춰진 세계관과 매력적인 캐릭터와 서사에 기초해 다양한 영역에서 장르별 특성에 맞춘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다. 1970년대 탄생한 루카스필름의 ‘스타워즈’가 지금까지도 시리즈와 스핀오프를 이어나가며 충성스런 팬덤을 구축하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SAMG엔터는 애니메이션 제작에서 출발해서 캐릭터와 스토리 관련 장난감, 의류, 화장품, 교육, 게임 등 다양한 IP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모션 캐슬’이라는 종합 브랜드를 통해 완구, 패션, 식음료, 공연 분야 등 연계된 영역의 전문성을 확보했다. 뮤지컬, 영어키즈카페 등을 선보인 공간사업 전문 자회사 ‘이캐슬’을 설립했고 테마파크 ‘이모션 캐슬 어드벤처’ 설립까지 진행 중이다. 일본 법인 ㈜니코니코 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중국 광저우 법인 광저우산시상무유한책임공사를 보유해 중국 시장에 대한 교두보도 마련했다. 슈퍼 IP를 목표로 기존에 연계하고 확장한 전 산업 분야 생태계를 지속적인 투자와 전문 인력을 통해 아우르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슈퍼 IP 확장의 근간에는 ‘캐치! 티니핑’만의 매력적인 서사가 있다. 특히 세대를 관통하는 서사라는 점이 중요한 부분이다. SAMG엔터는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는 캐릭터의 확장과 성장, 수집 과정을 설계할 때 수요자들의 정서를 정교하게 노린다. 어린이와 성인이 함께 보고 세대 간 정서를 상호 공유할 수 있는 캐릭터를 배치하는데 이것이 친근한 팬덤을 만드는 힘이 된다. ‘MZ세대가 키우는 알파세대’라는 차별적 시장을 스토리와 캐릭터로 공략하는 것이다. 이러한 세대 맞춤형 설계는 자연스럽게 작품의 인기와 관련 상품 판매를 늘리는 것은 물론 추후 영유아동 연령층이 10대를 거쳐 성인으로 성장했을 때 키덜트로서 고착화한 팬덤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해준다. 스토리의 개연성과 확장성 차원에서 차별화한 친숙함으로 이야기와 캐릭터의 기억을 체화시킨다.
올해 공개된 세계관 연계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사랑의 하츄핑’ 역시 세대 간극을 대화와 공감으로 전환하는 중요한 장치로 작용하고 있다. 아이와 함께 극장을 찾은 부모 세대들에게도 공감대가 확대되는 이유가 있다. 스토리의 개연성과 문제 해결 과정, 캐릭터와의 유대감에서 성인들도 공유할 수 있는 서정적인 감성 기제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작품의 플롯이 진행되면서 각 세대별 캐릭터가 등장하는 시퀀스마다 관객에 따라 대리만족을 경험하도록 서사를 구성하는 방식도 다른 작품들이 참고할 부분이다.
지난 8월 국내에서 개봉한 ‘사랑의 하츄핑’은 누적 관객 수 120만 명을 넘어서며 국내 애니메이션의 흥행 분위기에 불을 댕겼다. 관객 수 220만 명을 기록한 2011년 작품 ‘마당을 나온 암탉’ 이후 국산 창작 애니메이션 역사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썼다. 지난 10여 년 동안 넘어서지 못했던 100만 명의 벽을 돌파하면서 국산 극장용 창작 애니메이션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특히 ‘사랑의 하츄핑’은 주인공 로미와 하츄핑의 운명적인 소울메이트 찾기가 주된 스토리다. 기존 TV 시리즈 ‘캐치! 티니핑’의 프리퀄이며 첫 번째 극장용 장편 프로젝트다. 이번 작품은 첫 만남 에피소드를 보여주는 내용으로 차기작 시리즈를 선보일 가능성을 열어놨다. 일본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 사례처럼 최초 티니핑으로 등장한 캐릭터의 개수는 스토리 확장에 따라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다.
‘사랑의 하츄핑’이 흥행하면서 시작된 티니핑의 ‘인터넷 밈(meme)화(化)’도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 많은 유튜버 사이에서 ‘티니핑 캐릭터 이름 맞히기’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등 관객이 직접 콘텐츠를 제작해서 마케팅에 도움을 줬기 때문이다. 티니핑 캐릭터들의 이름을 본떠 ‘○○핑’이라는 이름을 붙이며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즐기는 문화가 형성되면서 작품의 인지도 역시 상승했다. 걸그룹 에스파의 윈터가 OST를 부르면서 아이돌 팬덤과 연동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실사영화처럼 극장 상영마다 하츄핑 캐릭터가 무대인사를 하는 등 관련 이벤트를 집중 기획한 것도 흥행에 한몫했다는 평가다.중국 등 해외시장 본격 공략낮은 수익성 한계 극복 도전국내에 이어 지난 9월 15일 중국에서도 개봉한 ‘사랑의 하츄핑’은 새로운 가능성을 기대하게 만든다. 이미 TV 시리즈 ‘캐치! 티니핑’이 중국에 ‘반짝반짝 캐치! 티니핑’으로 소개돼 중국 OTT 플랫폼 유쿠와 아이치이의 실시간 인기 순위에서 정상의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에 기존 작품과 연계된 중국 내 팬덤이 극장으로도 몰리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에서는 국내와 다른 2D, 3D 개념이 존재한다. 중국의 2D는 소설, 만화, 게임, 애니메이션 등 실재하지 않는 캐릭터의 재현을 의미하며 3D는 영화, 예능, 다큐, 연극 등 실재하는 퍼포먼스의 재현을 의미한다. 그래서 하츄핑과 같은 캐릭터가 실제 극장 화면에 나오면 2.5D로 이해하며 더욱 강화된 판타지로 해석한다. 한국 캐릭터와 게임의 중국 진출이 그동안 어려웠던 상황임을 고려할 때 하츄핑의 흥행 성과는 다른 작품들의 중국 진입을 견인하는 효과를 기대하게 만든다.
다만 국내외에서 이렇게 차별화된 성과가 거듭되고 있음에도 실제 SAMG엔터의 매출 대비 수익은 신통치 않다는 평가다. 그만큼 애니메이션 배급과 캐릭터 라이선싱이 수익 구조를 확고하게 만들기 어려운 비즈니스라는 점을 보여준다. 제작비용이 많이 드는데다 수요 시장의 규모도 실사 영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하며 제작비 회수 기간도 상대적으로 오래 걸린다. 그래서 성공한 IP라 하더라도 수익의 선순환에 접어들기까지가 생각보다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롱테일 전략을 통해 제작사가 중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원천 IP가 계속 등장해야 한다. IP 간의 세계관을 공유하고 라이선싱 연계 전략을 고도화해야 놓은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 SAMG엔터는 이를 위해 취학 전 남자아이를 대상으로 한 액션 로봇물 ‘메탈카드봇’을 비롯해 초등학생들이 주목할 신규 애니메이션도 다양한 시리즈로 계획 중이다. 젠더와 연령대를 특성화시키고 융합하는 IP 전략이다. 해외시장 역시 적극적으로 공략 중이다. 일본을 넘어 동남아와 중국 시장까지 진출해 성공적으로 라이선싱 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이제 북미시장 진출까지 모색하고 있다. 특히 국내외 틈새 OTT 플랫폼인 ‘라프텔’과 ‘크런치롤’ 등의 전문화된 배급 네트워크를 통해 정확한 타깃이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만날 수 있는 경로를 구축했다. 이런 시청 경험이 연계 상품 구매와 테마파크의 경험으로 연동되도록 현실적인 IP 체험 루트를 다양화했다.
일본, 미국 장악한 애니메이션 시장국산 애니메이션의 약진 신호탄 될까OTT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애니메이션 시장의 상황이 극적으로 바뀌었다. 영화와 드라마 못지않게 접근성이 높아졌고 ‘몰아보기’도 쉬워졌다. OTT 플랫폼의 알고리즘 역시 애니메이션을 여느 콘텐츠와 마찬가지로 적극 추천한다. 일상적으로 애니메이션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재 OTT 플랫폼의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은 대부분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넷플릭스의 경우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의 80% 이상이 지브리애니메이션을 비롯한 일본 2D 애니메이션 시리즈다. 월트디즈니, 워너브러더스, 유니버설, 파라마운트 등 서구권 경쟁사의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은 넷플릭스와 재계약을 하지 않고 자사의 플랫폼에 집중하고 있다. 이 공백을 빠른 시간 안에 채우기 위해 넷플릭스는 일본 작품 수급에 집중하게 됐다. 자연스레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프로그램도 대부분 일본에서 기획하고 제작하는 경향을 띠게 됐다.
결국 국내에서는 OTT 플랫폼으로 전환된 시청 습관이 2030세대의 애니메이션 소비를 확대시켰지만 실제 소비 집중도는 일본 애니메이션에 편향될 수밖에 없는 한계로 나타나고 있다. ‘2024 애니메이션산업백서’에서도 주 1회 이상 애니메이션 이용 빈도가 57.6%, 애니메이션 시청 경로도 OTT 서비스가 89.4%로 분석됐다. 재밌게 본 애니메이션 작품 ‘톱10’ 중에선 ‘귀멸의 칼날’을 포함, 총 8개의 작품이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또 재밌게 본 극장 애니메이션 작품 ‘톱10’에도 ‘스즈메의 문단속’을 포함해 총 7개의 일본 작품이 포함됐다. 이처럼 MZ세대를 포함해 성인층으로 확대된 애니메이션의 국내 소비가 일본 원작에 편향돼 있다는 것은 성인들이 즐겨볼 국산 애니메이션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팬데믹 이전에도 그랬지만 여전히 한국 애니메이션의 성장은 정체 중이다. 150조 원 규모의 국내 콘텐츠산업에서 1%의 시장에도 여전히 못 미치는 낮은 성장률을 보임은 물론 수출액은 오히려 뒷걸음질하고 있다. 1990년대 초 애니메이션만으로 1억 달러 규모의 수출을 달성했던 ‘전 세계 애니메이션의 하청 공장’, 한국은 이제 그 역할을 중국에 넘겨주고 기획창작 중심의 애니메이션 제작 생태계로 전환됐다. 하지만 여전히 글로벌 슈퍼 IP를 만들어내지 못한 채 유아동 애니메이션의 레드오션으로 극심한 출혈 경쟁만 EBS 중심의 지상파에서 반복하고 있는 형국이다. 2008년 ‘뽀롱뽀롱 뽀로로’의 국내 시장 성공은 완구시장 중심의 라이선싱을 확장시켰다. 유아동 애니메이션에 대한 투자와 기획이 지속가능하도록 선순환 구조로 바꿨고 해외 수출까지도 현실로 만들었다. 그러나 하이틴과 20대로 연계되는 슈퍼 IP가 등장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갈수록 규모가 커지는 키덜트 시장을 고스란히 할리우드와 일본 슈퍼 IP에 내주고 있다.
애니메이션의 경제적 실익이 극대화하려면 캐릭터 라이선싱을 통해 롱테일 비즈니스화돼야 한다. 이 캐릭터가 캐시카우 역할을 하면 여기에 기반해 창작 애니메이션의 IP를 개발할 수 있게 된다. 시즌제나 스핀오프 작품을 통해 세계관을 확장하고 순수익을 내는 IP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다.
그 정점이 글로벌 슈퍼 IP다. 2024년 10월 뉴욕에서 열렸던 ‘뉴욕코미콘’ 행사에서도 행사장 절반 규모가 일본 클래식 슈퍼 IP들의 독무대였다. ‘원피스’ ‘나루토’ ‘블리치’ ‘드래곤볼’ ‘슈퍼마리오’ 등의 일본산 캐릭터들은 애니메이션과 게임에서 글로벌 시장의 팬덤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원작이 갖는 환상성과 하이퍼리얼리티의 세계관이 세대를 불문하고 팬덤을 부르고 이것이 소비시장의 고착화(lock-in)를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월트디즈니가 디즈니랜드를 만들고 적극적인 테마파크 경제를 수행하는 이유도 이 부분의 중요성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월트디즈니는 테마파크를 캐릭터 라이선싱의 테스트베드로 삼는다. 테마파크 구역별 방문객과 각 캐릭터별 굿즈숍의 매출을 정밀히 분석해 캐릭터 라이선싱 전략을 짠다.
‘캐치! 티니핑’ TV 시리즈와 극장용 장편 ‘사랑의 하츄핑’은 앞으로의 한국 애니메이션 프로젝트가 가져야 할 방향을 실험적이고 도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MZ세대가 키우는 알파세대’라는 정밀한 수요 분석과 여기에 기초한 더블 타깃 전략이 대표적이다. 이 작품은 적극적인 키덜트 확장과 연계 상품의 고급화 전략 등 국내 애니메이션 기업들이 벤치마킹할 새로운 성공 모델을 보여줬다. 성장 모멘텀을 찾기 힘든 한국 애니메이션의 현실 속에 SAMG엔터의 성과는 희망을 전해준다. 2025년 한국 애니메이션에는 더욱 다양한 시도와 성공 사례가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