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노년기 하면 은퇴 이후 무기력함을 느끼고, 급변하는 세상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며, 병마와 싸우는 시기라는 이미지를 떠올린다. 하지만 본격적인 100세 시대를 맞이해 노년에 대한 고정관념이 바뀌고 있다. 이미 SNS에는 70세 이상의 인플루언서가 다수 활동하고 있다. 또한 노후 기간이 길어지면서 은퇴를 번복하고 다시 일자리를 찾으려는 베이비부머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회적 영향력을 쌓아가기도 한다. 또한 의료 및 기술개발 영역에서는 노화를 늦추거나 건강하게 늙게 하기 위한 역노화 기술개발이 한창이다.
62세의 나이에 20대에 이루지 못했던 꿈에 다시 도전하는 수영선수 다이애나 나이애드(Diana Nyad)의 도전기를 그린 넷플릭스의 영화 ‘나이애드의 다섯 번째 파도’는 인간의 꿈과 열정이 나이와 관계없이 계속될 수 있음을 생생하게 그려낸 영화로 호평을 받았다. 영화에서 주인공 나이애드는 친구 보니 스톨(Bonnie Stoll)의 감독하에 쿠바 하바나에서 미국 플로리다까지 약 180㎞에 달하는 거리를 수영으로 완주하는 기염을 토했다. 완주 후 나이애드는 “다른 60대에게 우리 나이가 새로운 꿈을 꾸기에 결코 늦은 나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우리의 무의식 속에 자리 잡은 시니어에 대한 편견을 무자비하게 박살 낸 나이애드의 도전 이야기는 오히려 시니어만이 갖고 있는 경험과 지혜가 때로는 도전을 성공으로 이끄는 가이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우리는 노년기 하면 은퇴 이후 무기력함을 느끼고, 급변하는 세상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며, 병과 싸우는 시니어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하지만 평균수명 100세 시대의 60대는 이제 막 인생의 반환점을 조금 넘어 원숙함을 장착한 중년일 뿐이다. 문제는 오히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65세라는 기준이 평균 기대수명이 45세였던 1889년 독일 비스마르크 시대에 도입된 개념이라는 데 있다. 이미 기대수명이 80세를 훌쩍 넘어버린 지금 시니어 인구에 대한 새로운 정의와 기준의 도입이 필요하다.
급격하게 감소하는 출산율과 그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가 한국 사회를 엄습하고 있다. 이 같은 인구통계학적 변화는 다양한 트렌드를 만들어 낸다. 그중에서도 2025년의 트렌드로 제시하는 ‘슈퍼 그레이(Super Gray)’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슈퍼 그레이는 무기력함, 뒤처짐, 돌봄 등의 키워드로 설명되던 기존 노년층과는 다르게 적극적으로 새로운 것을 배워 동시대적인 감각을 갖고 꾸준히 삶의 열망과 욕망을 갖는 세대를 뜻한다.
부모와 비슷한 삶을 사는 서구의 많은 나라와 달리 한국 사회는 최근 50년 사이의 급격한 사회적 변화로 인해 노인들이 가지고 있는 경험과 지혜가 쓸모없는 것으로 치부되기도 하고 젊은 사람들에게 경제적 부담만 가중시키는 존재로 포지셔닝돼 있다. 이러한 시니어 인구에 대한 시선은 세대 갈등을 증폭시키고 시니어들을 사회적으로 소외시켜 더 큰 사회적 문제를 낳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우리 모두 나이 들어가고 있으며, 언젠간 모두 노인이 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나이듦에 대해 새롭게 바라보는 것이다.
이정민mindy@trendlab506.com
트랜드랩506 대표
필자는 1999년 국내 최초 온라인 트렌드 정보 사이트 firstviewkorea.com을 운영하면서 패션, 뷰티 등 소비재 분야의 트렌드 예측 서비스를 제공했다. 소비자 라이프스타일과 사회문화 현상에 대한 관찰을 바탕으로 기업들의 미래 전략 수립을 지원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한섬, 아모레퍼시픽, 롯데백화점, SPC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의 컨설팅을 진행하는 트렌드랩506의 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