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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사우디 규제 변화와 새 비즈니스

“중동은 지금 ‘석유 없는 경제’ 준비 중”
우주-가상 자산-컬처 산업 빗장 먼저 푼다

홍진호,정리=백상경 | 399호 (2024년 8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변호사는 법령의 변화를 보고, 사업가는 나아가 사회와 법제도 변화의 행간을 읽어야 한다. 법제도의 변화는 중동 국가들이 경제·사회적으로 어떤 미래를 그리는지 살펴볼 수 있는 청사진이다. 광범위한 경제개혁에 나선 UAE와 사우디아라비아는 관련 법령을 적극 정비하고 있다. UAE는 우주 분야 규율에 관한 연방법을 신설하면서 우주산업에 힘을 실었다. 우주청, 우주 경제특구 프로그램 등을 마련해 세계 각국의 경쟁력 있는 우주 기술 기업들이 UAE로 향하게 할 물꼬를 텄다. 가상 자산 분야에서도 규제 기관과 규정도 정비해 사업을 제도권 안으로 가져왔다. 사우디는 엔터테인먼트와 관광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규제를 완화하며 비즈니스 활성화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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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게 아랍에미리트(United Arab Emirates, 이하 UAE)와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물으면 아마 ‘석유’를 가장 먼저 떠올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두 나라는 이미 오래전부터 석유에 기반한 경제 구조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산업 다각화를 위한 경제개혁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왔다.1

UAE는 2013년 비전 2021(Vision 2021)을 발표하고 건국 50주년이 되는 2021년까지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가 되기 위한 실천 과제를 설정해 실행해왔다. 더 나아가 건국 100년을 기념하는 2071년까지 석유에 대한 의존을 지속적으로 줄여가면서 동시에 지식 기반 경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우디도 마찬가지다. 언론 보도를 통해 한국인에게 친숙한 ‘네옴 프로젝트’는 비전 2030(Vision 2030) 정책의 일환인데 역시 UAE와 동일한 문제의식에 기초한다. 석유에 의존한 경제 구조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사업이다.

이처럼 양국은 모두 전통산업부터 첨단산업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경제개혁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러한 변화를 위해서는 관련 법제도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UAE의 우주산업과 가상 자산 산업, 그리고 사우디의 경우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제개혁을 가장 상징적으로 웅변하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및 관광산업의 변화를 법제도의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1. UAE의 우주산업

1) 우주법 신설로 우주산업 힘 실은 UAE

우주산업은 중동에서 새롭게 열리는 대표적인 기회의 영역이다. 우주 분야에서 UAE의 핵심 관심사는 결국 민간 영역 투자를 활성화해 산업 전반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산학 협력 모델 구축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UAE의 우주 분야 규율에 관한 연방법(이하 우주법) 역시 이 같은 목표 아래 만들어졌다. 이 법은 직접적으로 “투자를 촉진하고 민간 및 학계의 우주 분야 및 관련 활동에 대한 참여를 장려한다2 ”고 규정(제2조)하고 있다. UAE 우주법은 적용을 받는 구체적인 우주활동을 열거했다. 발사, 궤도 재진입, 우주 물체3 의 운용, 위성통신, 외우주에서의 물류 지원 서비스 등 현재 이미 행해지고 있는 우주활동이 포함됐다. 나아가 실증 단계에 있거나 가까운 미래에 실증에 착수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활동인 우주 물체 잔해의 제거, 우주 자원 탐사 및 채취 등 우주 영역에서 상상할 수 있는 인간의 활동을 포괄해서 규율 대상으로 삼는다. 우주활동에 해당하지 않지만 우주 정보 관리와 같은 간접적인 우주 관련 활동까지 “우주 분야 관련 행위”로 정의하기도 했다(법 제4조).

그런가 하면 법 제5조는 우주 물체를 소유하거나 우주활동 수행 또는 참여를 일반적으로 금지했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우주청(Space Agency)의 허가를 얻는 경우는 가능한 것으로 규정했다. 제10조부터 제16조까지는 인간의 우주활동으로 인해 야기되는 위험을 식별하고 지속적인 우주활동이 가능하도록 정부 기관을 포함한 우주활동 참여자들의 법적 책임과 보험 가입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UAE 우주법의 규율 가운데 특기할 사항은 원자력을 사용한 우주활동을 금지하고 우주청으로부터 허가받은 경우만 허용한다는 점이다. 또한 민간이 채굴한 우주 광물도 미국이나 룩셈부르크, 일본과 같이 적극적으로 규율 범위 안에 끌고 왔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는 자국민이나 자국의 영토에 설립된 법인이 우주 자원을 채굴하는 경우 정부가 정하는 조건하에 그 소유권이 인정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뒀다는 뜻이다. 물론 이런 조항의 효력을 두고 법리적으로 많은 논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정 국가의 주권이 미치지 않는 우주에서 채굴된 자원에 대해 국가가 소유권을 부여할 수 있는지 자체가 의문이고, 우주를 인류 전체의 공동 자원으로 본다면 과연 일개 사기업에 전면적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합당하지 않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UAE가 이러한 조항을 삽입한 이유는 우주 자원의 탐사권, 소유권 등에 대한 국제적 합의에 이르기에는 국가 간 정치적·경제적 이해관계가 너무 달라 가까운 미래에 일반 원칙에 대한 합의에 이르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결국 정책적으로 우주 자원 채굴에 관련된 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관련 기업들에 제도적 안전장치를 제공한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4

이상에서 간략히 살펴본 바와 같이 UAE의 우주법은 입법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정책 목표로 우주산업 발전을 설정하고 있다. 우주활동에 참여하는 개별 참여자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책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활동 및 관련 활동을 정의하고, 개별 활동들에 우주청의 허가를 받게 하며, 의무보험 가입 등을 규정해 상업적 우주활동에 관심 있는 시장 참여자들에게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부여하고 있다. 한마디로 UAE의 우주법은 규제 창설로 불확실성을 제거함으로써 오히려 규제의 부재에서 기인한 리스크를 줄였다는 데서 의미가 있다.

2) UAE 우주청 및 상업 우주활동

7년간의 준비 끝에 2021년 2월 9일 화성 탐사선 호프(Hope)가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 UAE는 아랍 국가 중 처음으로, 세계에서는 5번째로 화성 궤도에 성공적으로 탐사선을 보낸 국가가 됐다. 호프는 화성 대기의 상층과 하층 사이 관계를 연구하며 하루 중 다양한 시간대와 계절에 따른 화성대기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해 이를 NASA와 공유하고 있다.5 이러한 UAE의 화성 탐사 프로젝트는 일회성 발사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년간 예정된 화성의 대기 연구를 통해 화성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향후 이어질 인류의 화성 탐사에 영감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가 주도하는 우주 프로그램 외에 영리기업들도 새로운 법제도 아래 사업에 탄력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UAE에 설립된 위성 운영업체인 야샛(Yahsat)은 위성통신 서비스의 지리적 범위를 전 세계로 확장하고 있다. 우주법이 제공하는 국제 협력 프레임워크를 활용해 국제적인 파트너십을 확보하고 새로운 위성을 발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나아가 통신 서비스뿐만 아니라 자체 위성의 설계, 개발 및 발사에 참여하며 활동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6

물론 이러한 사례 모두를 오롯이 2019년 제정되고 2023년 개정된 우주법의 성과물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우주법 제정 전인 2014년 이미 우주청이 설립됐고, 야샛도 2007년에 설립된 기업이기 때문이다. 다만 주목할 것은 UAE 정부의 의지와 관련 산업의 흐름이다. 우주산업을 석유 기반의 종래 경제구조에서 탈피해 지식 기반 경제를 지탱하는 한 축으로 만들기 위해 일관된 태도로 육성을 위한 노력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기업들 역시 가능성을 주목해야 할 영역이다.

3) UAE의 우주산업 지원 정책-우주 경제특구 프로그램(Space Economic Zone Program)

UAE 우주청은 다양한 파트너십을 통해 우주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통합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우주 경제특구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목표는 우주산업에서 활동하는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점점 커지는 우주산업에서 이들의 국제적인 서비스 수요를 높이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혁신을 촉진해 UAE의 GDP에서 우주 분야의 경제적 기여도를 높이는 것이 목표다.

UAE에서 특정 우주활동을 수행하기 위해선 우주청의 허가 또는 승인 등을 받아야 하는데 이 프로그램을 통하면 패스트트랙으로 취득이 가능하다. 우주 경제특구 프로그램 이용 기업은 우주 센터와 협력해 UAE 정부의 우주 시설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관련 전문가가 제공하는 우주 기술에 대한 컨설팅을 받을 수도 있다. 나아가 우주 분야의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성장을 가속화하고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도록 우주청의 파트너가 제공하는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투자금 유치 및 기업에 우호적인 조건의 금융 솔루션을 받을 기회 또한 제공된다.

UAE에선 이 밖에도 다양한 우주산업 관련 지원 프로그램이 시행되고 있다. 창업자의 출신국에 따라 지원이 결정되거나 배제되지 않는다. 특히 UAE 우주법은 대한민국의 우주법과는 달리 채굴된 우주 광물에 대해 UAE 정부가 정하는 조건하에 소유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 이 점을 고려하면 안정적인 규제 환경과 매력적인 지원 정책에 관심 있거나 우주 광물 채굴과 같은 분야에 관심 있는 한국 기업들이 UAE에서 관련 허가를 취득해 사업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만하다.


2. 가상 자산 산업

1) 가상 자산 규제 기관(VARA)의 설립

가상 자산 역시 주목해야 한다. UAE의 대표적인 토후국인 두바이는 빠르게 진화하는 가상 자산 분야를 규율하기 위한 조치로 2022년 가상 자산 서비스 제공자(Virtual Asset Service Provider, 이하 VASP)의 라이선스 발급 및 VASP 운영을 감독하는 기관으로 ‘가상 자산 규제기관(Virtual Assets Regulatory Authority, 이하 VARA)’을 설립했다. VARA는 두바이 가상자산규제법(Law No. 4 of 2022 Regulating Virtual Assets in the Emirate of Dubai)에 따라 설립된 기관으로 두바이 내 금융자유구역인 DIFC를 제외한 두바이 전역에서 가상 자산 관련 사업활동을 감독한다.

2) 두바이 가상자산규제법7  및 VARA 규정

두바이 가상자산규제법의 위임을 받아 2023년 VARA의 가상 자산 및 관련 활동 규정(이하 VARA 규정)이 발표됐다. VASP에 대한 라이선스 및 등록 요건을 다루고 규제의 대상이 되는 가상 자산 사업활동(Virtual Assets Activities)을 명시하며 자금세탁방지 및 내부자 거래 또는 시세 조작과 같은 시장 질서를 파괴하는 범죄에 대해 규율하고 있다.

VARA 규정은 라이선스의 취득이 필요한 가상 자산 사업활동을 ①자문 서비스, ②브로커-딜러 서비스, ③가상 자산 수탁 서비스, ④가상 자산 거래소, ⑤대출 및 차용 서비스, ⑥결제 및 송금 서비스, ⑦가상 자산 관리 및 투자 서비스로 유형화했다. 따라서 두바이에서 위 7가지 유형에 해당하는 가상 자산 관련 사업활동을 수행하려는 사업자는 아래 기재된 공통 요건에 더해 개별 가상 자산 활동 특유의 추가 요건을 만족시켜 감독청인 VARA로부터 관련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한다.

1) 가상 자산 사업활동을 수행하기에 충분한 자본금(가상 자산 사업의 종류에 따라 10만~150만 AED8 또는 연간 고정 경비).

2) 고객확인제도(Know Your Customer, 이하 KYC) 이행.

3) 가상 자산과 관련된 잠재적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효과적인 정책과 절차 수립 및 운영.

4) 자금세탁방지(Anti-Money Laundering) 및 테러 자금 조달(Combating Funding Terrorism)과 관련해 이를 사전에 탐지하고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

5) 효과적인 지배구조 및 내부 통제 제도 수립.

6) 고위 경영진과 직원이 주어진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적임자인지 적격성 심사.

이 법의 의의는 두바이가 선도적으로 가상 자산을 법적 규제의 틀 안에 끌어들임으로써 사업자가 준수해야 할 규칙이 무엇인지, 이를 위반하는 경우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명시했다는 점이다. 사업자에게 예측 가능성을 제공함과 동시에 이들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법적 보호를 제공한다. 적절한 규제를 통한 산업의 안정성을 시장에 제공한 것이다.

3) UAE 연방의 가상 자산에 대한 규제

UAE의 연방 가상자산규제법(Cabinet Resolution No. 111 of 2022 Concerning the Regulation of Virtual Assets and their Service Providers)은 두바이 가상자산규제법의 적용 범위를 토후국에서 연방으로 확대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9 가상 자산이나 가상 자산 활동의 정의에 차이가 거의 없고, 가상 자산 활동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감독청의 허가를 취득한 경우에만 합법적으로 사업활동을 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연방 가상자산규제법은 VASP의 가상 자산 사업활동에 대한 감독청 겸 허가권자를 증권상품위원회(Securities and Commodities Authority, 이하 SCA)로 명시하고 있다. 이미 VARA로부터서 가상 자산 사업활동에 대한 라이선스를 취득한 VASP도 추가로 SCA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 수 있는데 법리상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SCA가 VARA 라이선스를 취득한 사업자에 대해서도 언제든 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4) 라이선스를 취득한 VASP의 현황

이 같은 규제 정비로 UAE의 가상 자산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24년 7월 말 현재 총 21개의 VASP가 VARA로부터 가상 자산 사업활동에 대한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이외에도 가상 자산 거래소를 운영하는 크라켄(Kraken)은 아부다비 금융특구인 ADGM(Abu Dhabi Global Market)의 감독청으로부터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 VASP 라이선스를 취득한 한국 회사는 없다. 오히려 가상 자산에 대한 규제가 제도권에 들어오기 전 UAE에 진출해 라이선스 없이 사업을 하는 경우가 빈번한 상황이다. 연방 가상자산규제법이 기본적으로 ADGM과 DIFC를 제외한 연방 전체에 그 효력을 미치고 있고, 허가 없는 가상 자산 사업활동은 원칙적으로 금지되며, 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이 예정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위험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종전 사업 관행대로 라이선스 취득 없이 가상 자산 사업을 수행하겠다는 한국 가상 자산 회사들의 접근법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참고로 VARA 규정에 따르면 소비재 기업이 자신의 상품을 홍보하기 위해 일회적으로 NFT를 발행하는 경우처럼 통상의 사업 운영 과정에서 발행되는 가상 자산의 경우에는 따로 라이선스를 취득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일회적 발행이라도 경제적 가치가 상당한 경우 또는 반복적으로 발행하는 경우는 별도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를 위반하는 경우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3. 사우디의 엔터테인먼트 및 관광 산업

인구수, 영토 면적, 경제 규모 등에 있어 사우디와 UAE는 상당한 차이가 나지만 양국의 경제정책은 거의 같은 방향으로 전개돼 왔다. 즉 사우디의 상시적 고민도 UAE의 고민과 마찬가지로 어떻게 석유 기반의 경제구조를 다변화할 것인가였다. 경제정책은 항상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의 수립과 시행의 반복이었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포스코와 사우디의 PIF가 2015년 공동 출자해 펙사(PECSA)라는 종합건설사를 설립한 것을 들 수 있겠다. 양측은 한국의 경영진과 주요 기술 인력을 사우디 현지로 이주시키면서 한국 건설 기업의 노하우와 기업문화를 현지에 이식하려고 시도했다. 대형 건설 프로젝트에서 발주만 사우디 정부가 담당하고 실제 수행은 외국의 EPC 기업에 맡기던 방식을 개선하려는 노력이었다. 목표는 당연히 건설산업 분야의 경쟁력 제고다.

그런데 최근 사우디의 포스트 오일 경제를 상징하는 새로운 산업 분야가 떠오르고 있다. 바로 엔터테인먼트 및 관광산업이다. 비전 2030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2030년까지 연간 GDP의 10%를 엔터테인먼트 및 관광산업이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적극적인 규제 완화에 나섰다.

자유로운 인적·문화적 교류에 극도로 부정적이었던 사우디의 태도를 전향적으로 바꾼 엔터테인먼트 및 관광산업의 규제 완화는 정부의 경제개혁 진정성을 대표하는 메시지로 인정받고 있다.

1) GEA의 설치와 영리회사의 설립

GEA(General Entertainment Authority)는 2016년 엔터테인먼트 분야 감독과 진흥을 위해 설립됐다. 목표는 간단하다. 적절한 규제 속에서 정부 당국과 민간 부문이 협력하고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자생력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GEA는 엔터테인먼트 인프라의 개발, 홍보, 규제 및 자금을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PIF가 출자한 주요 엔터테인먼트 기획사인 MDL 비스트(MDL Beast)와 셀라(SELA)를 통해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한다.

PIF 계열사인 SEVEN(Saudi Arabia Enter-tainment Ventures)은 주로 가족 단위 소비자에게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기 위해 엔터테인먼트 파크와 테마형 공연장을 개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2019년 왕령(Royal Decree No. A/91)에 의해 2023년 출범한 이벤트 투자 펀드(Event Investment Fund)는 2045년까지 최대 75억 달러의 외국인 직접투자를 엔터테인먼트 인프라 개발에 투입할 계획이다. 특히 리야드, 제다, 타이프 지역의 인프라를 확충해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이벤트를 개최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10

2) 관련 법령의 주요 내용

엔터테인먼트 및 지원 활동에 대한 허가와 감독에 관한 규정(Regulation for Licensing and Supervising Entertainment and Support Activities)은 그 법령의 제목이 시사하듯 엔터테인먼트 및 지원 활동에 대한 인허가 취득 절차를 규율한다. 인허가 취득자가 준수해야 하는 의무와 엔터테인먼트 및 지원 활동에 대한 GEA의 감독 및 모니터링 절차를 명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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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내용으로 제2장에서는 엔터테인먼트의 종류를 놀이공원을 포함하는 엔터테인먼트 시설, 이벤트와 공연 등을 포함하는 엔터테인먼트 이벤트, 연예인 매니지먼트 사업 등을 포함한 지원 활동으로 세분하고 각 세부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라이선스 취득 절차를 설명한다. 제3장은 이슬람 가치와 사우디의 사회문화를 존중할 의무, 공서양속을 해치는 행위를 하지 아니할 의무, 공연장 등에서 안전과 보안을 유지할 의무(제16조) 등 라이선스를 취득한 사업자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한편 사우디는 규제 완화 일환으로 새로운 형태의 비자인 ‘관광비자’를 신설했다. 비전 2030의 구체적인 실행 과정에서 제시된 ‘2030년까지 1억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목표의 달성을 위한 방편이다. 사우디의 관광비자 창설은 여성과 무슬림의 사우디 입국을 늘릴 것으로 기대된다. 이전에는 남성의 에스코트 없이는 여성이 단독으로 성지순례(Umrah)를 위해 입국할 수 없었고, 무슬림이 아닌 사람은 관광 목적으로 사우디를 입국할 수 없었지만 관광비자의 도입으로 가능하게 됐기 때문이다.

3) 실제 프로젝트 사례

(1) 관광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

연간 1400만 명 이상의 방문객 유치를 목표로 하는 키디야 프로젝트(Qiddiya Entertainment City)는 디즈니 월드보다 3배 가까이 더 큰 세계 최대 규모의 엔터테인먼트 도시 건립이 목표다. 2만 석 규모의 절벽 위 경기장, 모터 스포츠 시설, 세계 최대 규모의 테마파크, 워터파크, 골프장, 영화관, 공연장 등 300개 이상의 레저 및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를 위해 PIF는 키디야 투자회사(Qiddiya Investment Company)를 설립했다. 사우디의 첫 워터파크인 아쿠아라비아(Aquarabia)와 북미 지역 외 처음 진출하는 식스플래그(Six Flags) 테마파크가 2025년 완공 예정이다.

제다 센트럴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도시 중심부에 세계적 수준의 관광지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첨단 해양 수족관, 오페라 하우스, 스포츠 경기장과 함께 1만7000세대 이상의 주거 시설, 2700개의 호텔 객실, 마리나, 해변 및 여러 녹지 공간이 대거 개발될 예정이다. 마찬가지로 PIF는 프로젝트의 실행을 위해 제다 센트럴 개발회사(Jeddah Central Development Company)를 설립했다. 아직은 사업 초기 단계지만 2027년까지 스타디움, 아쿠아리움, 오페라 하우스 등을 완공할 계획이다.

2024년 완공 예정이었던 리야드의 킹 살만 공원은 뉴욕 센트럴파크의 4배 크기로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공원으로 계획됐다. 주거 단지, 호텔, 리테일숍, 복합 예술단지, 극장, 박물관, 영화관, 스포츠 경기장, 워터파크, 레스토랑, 골프 코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사업이 다소 지연되긴 했지만 2027년께에는 완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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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벤트, 게임대회, 프로 스포츠 리그 등

2018년 사우디 정부는 30여 년간 지속된 영화관 상영 금지를 해제했다. 2022년 4월 기준 사우디에는 56개의 영화관이 있다. 1144편 이상의 영화가 상영됐으며 홍해국제영화제(Red Sea International Film Festival)의 2019년 첫 행사에서는 67개국 34개 언어로 된 138편의 영화와 단편 영화가 상영됐다. 코로나로 중단됐던 영화제는 2023년 12월 재개됐다.

GEA가 설치된 2016년부터 2022년 말까지 약 6년 동안 엔터테인먼트 부문은 1억20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유치하며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GEA는 이 기간 총 1만1400개의 라이선스와 허가를 발급했다. 10만 개 이상의 관련 일자리가 창출됐으며 1000개 이상의 기업이 관련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12

E스포츠 월드컵(Esports World Cup, 옛 Gamers8)은 리야드에서 매년 개최되는 E스포츠 및 게임 축제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E스포츠 이벤트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2023년에는 4500만 달러의 총상금을 제공하며 최고의 팀과 선수를 유치했다. 올해 개최된 경기에선 한국 팀 T1이 리그오브레전드(LOL) 부문에서 우승했다. 이러한 E스포츠 이벤트의 성공은 사우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기인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MDL 비스트가 주최하는 사운드스톰(Sound-storm)은 리야드에서 매년 열리는 중동 최대의 음악 축제다. 2022년 축제 기간 동안 10만 명이 넘는 방문자와 200명이 넘는 아티스트가 참가했다. 전시회 및 문화 이벤트를 포함하는 엔터테인먼트 축제인 ‘제다 시즌(Jeddah Season)’의 경우 2023년 10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을 유치해 비전 2030에 따른 엔터테인먼트 및 관광 산업 부문의 육성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나아가 사우디는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스포츠 리그를 창설하고 기존 리그에 국제적 스타를 영입하거나 국제 스포츠 대회를 유치하면서 전 세계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예를 들면 PIF가 엄청난 상금을 후원한 신생 ‘LIV 골프 투어’는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PGA 투어를 긴장시키고 있다. 또한 사우디 축구팀 알 나스르(Al Nasr)는 세계적인 슈퍼스타 호날두를 연봉 약 2130만 달러에 영입해 전 세계 축구팬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WWE 크라운 쥬얼, 사우디 컵 경마대회, 포뮬러 1 그랑프리 등을 개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변화하는 규제에서 비즈니스 기회 읽어야

어떤 정책은 실패했고, 또 다른 정책은 성공했다. 성패를 확인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정책도 있다. 다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있다. 지난 수십 년간 UAE와 사우디 양국은 경제의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경제구조를 만들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집요하게 진행해왔다는 점이다.

코로나19, 미중 경제 갈등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거치며 양국은 포스트 오일 경제로의 전환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변화가 경제 부문을 넘어 사회 전체에 뿌리내리기 위해선 법제도의 변경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바꿔 말하면 법제도의 변화를 주목하면 중동 경제와 사회 변화의 미래상을 읽어낼 수 있다는 얘기다.

변호사는 법령의 변화를 보지만 사업가는 사회와 법제도 변화의 행간을 읽어야 한다. 양국 산업 관련 법제도의 변화 중 작은 일면을 살펴봤지만 물밑에서 일어나는 심도 있는 변화는 분명하게 관측되고 있다. 변화의 파도를 읽고 올라탈 타이밍을 읽는 데는 충분하다.

다만 기회를 탐색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사업의 실행 전에 법무, 세무 등 규제와 사업 조건을 면밀하게 살펴 시행착오를 줄여야 한다는 점이다. 법령 규정에도 불구하고 실무적으로 다소 다르게 운용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는 점도 잊어선 안 된다. 무엇보다 현지 왕족 내지 유력자를 통한 사업 기회는 달콤하게 포장된 악의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우리 기업들이 잊지 않고 정공법으로 승부했으면 한다.
  • 홍진호jinho.hong@mealawfirm.com

    법무법인 지음 변호사

    필자는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2011년 제53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018년부터 중동 전문 법무법인 정경(MEA lawfirm)에 합류해 관련 업무를 수행해왔다. 현재 법무법인 지음의 구성원 변호사(Partner Lawyer)로 국제 거래, 건설, 가상 자산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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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리=백상경baek@donga.com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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