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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인간 시대의 마케팅 전략

완벽한 가상 인플루언서엔 거부감
인간다운 부족함을 그대로 보여줘야

황세림 | 394호 (2024년 6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생성형 AI의 발전으로 가상 인간을 만들어내는 기술이 점점 정교화되면서 가상 인간에 대한 사회적 호감도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과연 이들의 어떤 면모가 팔로워들의 ‘좋아요’를 이끌고 호응을 얻어내는 걸까? 가상 인플루언서가 완벽한 외모를 갖추기보다 인간이 가진 고유의 개성을 드러내고 미성숙한 행동 등 인간다운 부족함을 그대로 보여줄 때 팔로워로 하여금 동질감과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다. 또한 인간적인 감정 교류와 소통을 통해 인간이 현실에서 당면하는 정서적 문제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면서 애착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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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우리의 ‘좋아요’를 이끌까?

‘최애’ 아이돌을 기다리는 소녀팬들이 있다. 이 아이돌은 다름 아닌 가상 인간, 버추얼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PLAVE)다. 2023년 3월 12일 데뷔한 플레이브는 언리얼 엔진1 을 기반으로 제작된 실시간 소통형 버추얼 보이그룹이다. 이들은 만화책에서 방금 튀어나온 듯한 외모의 2D 캐릭터들로 이뤄졌다. 훤칠한 키에 풋풋한 소년미를 지닌 이들은 2D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기에 이들이 실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팬들은 인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팬들은 플레이브에 열광하며 팬 아트를 손수 만들고, 굿즈를 구입하고, 심지어 ‘플리(PLLI)’라는 이름의 팬덤을 조직해 ‘내 가수’라는 애착 관계까지 형성한다. 마치 플레이브 멤버들을 실제 존재하는 사람처럼 여기고 소통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인간을 대체할 수 없다고 여겨져 온 아이돌 시장에도 가상 인간, 즉 버추얼 아이돌이 무섭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2월 27일 발매된 플레이브의 미니 앨범 2집 ‘아스테룸:134-1’ 앨범은 초동 판매량 56만 장을 넘겼다. 최근 화제가 된 가수 비비의 신곡 ‘밤양갱’을 제치고 국내 지상파 음악방송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버추얼 아이돌이 1위를 차지한 최초의 사례였다. 또한 더현대 서울에서 열린 플레이브의 팝업스토어 1차 사전 예약은 공개와 동시에 서버를 다운시킬 정도의 인기를 자랑하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2

하위문화, 소수 극성 팬들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던 버추얼 아이돌이 대중에 인기를 타면서 가상 인간 모델들도 기업 광고에 잇단 러브콜을 받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가상 인플루언서 와이티(YT, Young Twenty)를 제작해 매일유업, 파리바게뜨, 삼성전자, 티빙 등의 기업들과 협업하며 와이티를 제품 광고 전면에 내세웠다.3 또한 버추얼 휴먼 제작사 온마인드가 만든 가상 인간 나수아(SUA)는 태국의 광고 전문회사 DDD(Dynamic Digital Display)와 3년 전속 계약을 체결해 향후 시암 파라곤 백화점 등 방콕 주요 랜드마크의 전광판에 등장할 예정이다.4

최근에는 생성형 AI의 발전에 힘입어 누구나 가상 인간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AI 스타트업 클레온이 누구나 가상 인간을 제작할 수 있는 ‘클론 스튜디오’를 론칭하는 등 AI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의 외모와 흡사한 가상 인플루언서를 누구나 만들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이목구비나 표정 등 인간과 흡사한 외모만으로 소구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한 단계 더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가상 인간의 어떤 면모를 통해 팔로워들의 ‘좋아요’를 이끌고 호감을 살 수 있을까? 핵심은 인간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개성, 감정, 결함 등 ‘인간적 속성’이다. 가상 인간에 인간적 속성을 담고 팔로워들의 호감을 넘어 팬덤을 형성하는 비결을 알아보자.


1. 인간을 쏙 닮은 개성

가상 인간이 특별한 까닭은 ‘사람인 듯, 사람 아닌, 사람 같은 너’라는 점이다. 단순히 인간의 외모를 닮기보다 인간이 가진 고유의 개성을 드러낼 때 소비자들의 관심을 끈다. 2016년 데뷔한 가상 인플루언서 릴 미켈라5 는 그녀만의 개성 있는 외모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매력적인 주근깨, 살짝 벌어진 앞니와 짙은 눈썹에 짧은 앞머리, 말괄량이 소녀 같은 표정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가상 인간이 1990년대 가요계에 등장했던 사이버 가수 ‘아담’처럼 잘 생기고 완벽한 외모였다면 미켈라는 개성 넘치는 외모로 신선한 자극을 준다. 기술로 무결점의 완벽한 외모를 구현하기보다 인간이 가진 개성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미켈라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260만여 명을 거느리며 팔로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미켈라는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숏츠를 찍으며 미국 LA 다운타운 거리를 활기차게 누비는 여느 Z세대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을 연출한다. 독특한 개성과 매력으로 사랑받는 미켈라는 2019년 삼성전자 ‘갤럭시 S10’ 스마트폰의 온라인 홍보 캠페인 ‘팀갤럭시(#TeamGalaxy)’에 등장하는 4명의 홍보 모델 중 유일한 가상 인간으로 발탁되기도 했다.6 세계적인 DJ 스티브 아오키, 인기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의 배우 밀리 바비 브라운 등 정상급 셀럽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영향력을 입증한 것이다. 미켈라는 디올, 캘빈클라인, BMW 등 다양한 브랜드를 홍보하는 콘텐츠를 게시해 연평균 200만 달러의 수익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연구에 따르면 가상 인플루언서들의 인간적 개성은 긍정적인 브랜드 경험과 구매 욕구를 이끌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오리곤주립대 커뮤니케이션학과의 마 야니 조교수와 미네소타대 커뮤니케이션학과의 리 징렌 석사 과정 학생의 공동 연구7 에 따르면 인간과 모습이 흡사한 가상 인플루언서(highly humanlike influencers)는 사람들로 하여금 ‘지각된 의인화(perceived anthropomorphism)’를 인지하도록 이끌어내는 경향이 있었다. 즉, 인간 모습과 흡사한 가상 인플루언서를 진짜 인간처럼 느낀다는 것이다. 또한 이런 지각된 의인화가 소셜미디어상에서 가상 인플루언서와 사람들 간의 ‘준사회적 상호작용(para-social interaction)’을 일으켜 결과적으로 긍정적인 브랜드 경험과 구매 욕구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준사회적 상호작용이란 비록 원거리의 미디어 속 인물이지만 사회적 관계에 준하게 교감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연구 결과는 가상 인플루언서에 인간적인 개성을 입히는 것이 가상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성공 전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가상 인플루언서들은 외모만으로 담아낼 수 없는 그들의 개성 넘치는 이야기를 표현하기도 한다. 가상 인플루언서들은 각각 자신의 고향, 직업, 관심사, 취미, 가치관 등을 소셜미디어 콘텐츠 안에 자연스레 드러낸다. 전문 자전거 라이딩 선수인 가상 인플루언서부터 화성에 가는 것이 목표인 로봇 인플루언서, 공장을 탈출해 래퍼로 제2의 삶을 사는 사이보그 인플루언서까지. 각양각색의 스토리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최근에는 환경보호 캠페인에 동참하고,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등 다방면에서 가치관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인간 인플루언서가 여론의 질타에 대한 두려움이나 부담을 느껴 사회적 목소리나 가치관을 드러내는 데 소극적인 반면 가상 인플루언서들은 자신의 주관과 개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이런 거침 없는 행보는 당당하고 과감한 Z세대 팔로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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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인간적인 소통과 감정 교류

가상 인플루언서들은 단순히 인간적인 개성이 담긴 외모를 넘어 인간적인 소통을 통해 사람들이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거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을 돕기도 한다. ‘굿 어드바이스 컵케이크8 ’는 분홍색 생크림을 고깔모자를 쓴 것 마냥 머리에 올리고 희망과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는 컵케이크 인플루언서다. 2D로 제작된 가상 인플루언서 캐릭터임에도 24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고, 인스타그램에 게시물을 올릴 때마다 수천~수만 개의 ‘좋아요’를 받는다. 굿 어드바이스 컵케이크는 인스타그램에서 인간 인플루언서와 버금가는 양의 수많은 댓글을 달며 일상을 공유하고 팔로워들의 일상을 격려하는 메시지를 전한다. “무계획도 계획”이라며 굳이 거창한 계획을 세울 필요가 없다고 조언하고, 음악을 즐기거나 일상을 보내는 유쾌한 모습의 인스타그램 릴스를 올려 웃음을 주기도 한다. 대면으로 교류하지 않아도 활발한 소통과 감정 교류를 통해 팔로워들과 인간적인 교감을 하는 것이다.

프랑스 네오마경영대학 미로프스카 아가타 교수 연구팀은 공감력이 뛰어난 사람들에게 가상 인플루언서와의 소통은 더욱 달콤한 도피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연구진은 가상 인플루언서가 제공할 수 있는 도피 효과(escapism effect)가 어떤 소비자들에게 더 유효하게 작용하는지에 대해 연구했다.9 연구에 따르면 다른 사람이 느끼는 정서, 감정에 크게 동화되거나(emotional contagion), 상대방의 입장에 공감하려는 인지적 공감(cognitive empathy)이 높은 사람의 경우 인간 인플루언서가 느끼는 감정의 영향을 받기에 소셜미디어를 사용할 때 기분 전환의 혜택(diversion benefits)을 누리기 어려울 수 있다. 또한 불안을 야기하는 감정이나 정서로부터 자신을 분리시켜 독립적으로 바라보는 감정적 분리(emotional disassociation)를 어려워하는 사람도 소셜미디어 속 인플루언서가 느끼는 감정이 전이돼 원치 않는 정서적 소용돌이에 휩쓸릴 수 있다.

연구 결과는 뛰어난 공감 능력을 가진 이들에게는 감정을 덜 소비하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소셜미디어에서 기분 전환 혜택을 누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앞서 언급한 3가지 요건 중 최소 하나 이상을 충족하는 사람들은 인간 인플루언서보다 가상 인플루언서를 팔로우하려는 경향이 전반적으로 뚜렷했다. 즉, 인간적인 소통과 교감 능력은 충분하지만 과한 감정을 전달하지 않는 가상 인플루언서가 사람들의 호감을 더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사람과 감정을 공유하기 어렵다는 점이 가상 인간의 약점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이 연구는 가상 인플루언서와의 소통이 인간 팔로워의 과도한 감정 몰입을 통제해 불필요한 감정 낭비를 막고 정서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즉, 가상 인플루언서와의 소통이 팔로워들이 소셜미디어가 제공하는 기분 전환 혜택을 온전히 즐기는 데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셈이다.

가상 인플루언서가 제공하는 ‘감정 절제’ 기능은 특히 팔로워들이 지닌 건강 문제와 걱정에 관한 소통에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용인 세브란스병원은 AI 솔루션 스타트업 마음AI와 함께 업무협약을 맺고 병원 관련 정보를 안내하고 외래 진료 환경을 개선하는 지능형 휴먼 AI 도슨트를 구축하고 있다.10 계명대 동산의료원은 스마트 감성 병원을 구축해 정서적 교류 부재로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들을 돌보며 의료진이 과도한 감정 전이를 겪지 않고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있다.11 이처럼 가상 인간은 건강한 감정, 정서 교류를 도와 사람들이 현실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을 더 현명하게 극복하는 데 조력자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AI의 발전은 이런 역할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 ‘Her’에 등장하는 AI 사만사(Samantha)는 물리적 형체가 없음에도 단지 대화만으로 주인공 테오도르(Theodore)에게 사랑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사만사는 테오도르가 현실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는 역할을 하고, 이에 테오도르는 고마움을 느끼며 서로의 관계를 쌓아 나간다.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가상 인터페이스와 인간의 교감이 AI 기술의 발전으로 현실화될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최근 오픈AI가 공개한 거대 언어 모델(LLM) GPT-4o(포오)는 단순 텍스트 문답이나 음성 대화뿐 아니라 시청각 정보를 모두 실시간으로 처리한다. GPT-4o의 평균 응답 시간은 0.32초로 0.25초가 소요되는 인간의 응답 시간과 비슷하다. 게다가 기계음이 전혀 느껴지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고 종종 감탄사와 장난스러운 농담을 섞기도 한다. 인간과 견줄 만한 속도로 세상을 보고, 듣고, 생각하며 실시간 대화가 가능한 AI의 출현은 감정 교류와 소통으로 인간이 현실에서 당면하는 정서적 문제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가상 인플루언서의 등장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3. 동질감을 갖게 하는 인간다운 부족함

결함은 가상 인플루언서에게 축복이 될 수 있다.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는 자신들이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오히려 부족함을 팬들과 소통하는 소재로 활용하기도 한다. 플레이브는 버추얼 기술로 구현한 2D 애니메이션이지만 음악 방송 무대에서 안무를 틀리기도 하고, 실수로 이름을 잘못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팬들은 “주말이라 플레이브 편집자가 쉬는 건가”라며 부족함을 웃음과 재미 요소로 승화시킨다. 심지어 플레이브가 안무나 가사를 실수한 장면을 모아 팬들끼리 나눠 보기도 한다. 부족함을 드러내는 인간적인 면모가 오히려 팬들의 호감을 사고 가상 인플루언서의 성장과 세계관 확장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복수의 가상 인플루언서들이 발전시켜 나가는 세계관도 아직 미완성의 스토리이지만 팔로워들에게는 매력적으로 비춰질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스타트업 브러드(Brud)는 미켈라뿐만 아니라 로니 블라코, 버뮤다(Bermuda) 등 다양한 가상 인플루언서를 개발했는데 이들은 다양한 아티스트가 모이는 LA 코첼라 페스티벌에 함께 방문하기도 하고 현실 세계의 연인처럼 데이트도 한다. 미켈라는 현재 가상 인플루언서 블라코와 연인 관계라고 밝히며 남자 친구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함께 영화를 보는 등 소소한 일상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한다. 실제 사람들처럼 질투심을 느끼거나 미성숙한 행동을 그대로 소셜미디어에 노출하기도 한다. 가상 인플루언서 버뮤다는 다른 인플루언서에 대해 험담하고, 블라코는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강한 자기애를 드러내며 거친 말을 쏟아내기도 한다.12

가상 인간이기에 완벽한 인격을 갖추도록 구현할 수 있지만 마치 사람처럼 부족한 모습과 행동을 그대로 노출하는 것이다. 이런 인간다운 부족함은 지켜보는 팔로워로 하여금 묘한 동질감과 공감대를 자연스레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가상 인간 시대의 마케팅 전략

1. 브랜드 이미지와 가상 인플루언서의 개성을 연결하라

거대 언어 모델 등 AI 기술의 발전으로 가상 인간이 사회 곳곳에서 부상한다면 기업은 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마케팅이다. 가상 인간을 마케팅에 활용하려면 먼저 자사 브랜드가 지닌 고유의 가치와 이미지에 부합하는 가상 인플루언서를 우선적으로 찾아야 한다. 인간 인플루언서와 협업하는 마케팅 에이전시들은 일반적으로 팔로워와 ‘좋아요’ 수 등 정량화된 수치를 바탕으로 어떤 인플루언서를 기용할지 결정한다. 하지만 가상 인플루언서와 협업 시에는 나이, 성별, 인종 등 인구통계학적 변수는 물론 외모, 성격, 패션, 서사 등 고려할 요소가 다양하기 때문에 어떤 가상 인플루언서의 이미지가 브랜드 이미지와 부합하는지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브랜드가 홍보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가상 인플루언서만의 개성이 잘 부합할 때 브랜딩에 효과적이다.

가상 인플루언서의 개성과 브랜드 내러티브가 잘 어우러지지 않는다면 ‘고객 반발(customer backlash)’이라는 고객 경험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일례로 캘빈클라인은 브랜드 내러티브와 어우러지지 않는 ‘릴 미켈라-벨라 하디드’ 광고로 소비자들의 빈축을 샀다. 캘빈클라인은 진실과 허구의 경계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가상 인플루언서 미켈라와 유명 셀럽인 모델 벨라 하디드가 키스하는 모습의 인스타그램 릴스 광고를 공개했다. 그러나 성소수자(LGBTQ+) 권리를 옹호하는 오랜 전통을 지닌 캘빈클라인이 이성애자인 벨라 하디드를 내세워 동성 키스 장면을 연출한 것이 퀴어베이팅13 이라며 비판받았다. 이 이슈로 캘빈클라인은 “LGBTQ+ 커뮤니티를 왜곡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며 공개 사과를 해야 했다.14 가상 인플루언서와 협업하고자 한다면 단순히 팔로워나 ‘좋아요’ 수로 대변되는 인지도에 기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가상 인플루언서가 가진 개성이 브랜드 이미지와 일맥상통하는지, 브랜드가 홍보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가상 인플루언서와 함께 만드는 콘텐츠에 매끄럽게 투영될 수 있는지를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2. 완벽한 프로필이 아닌 인간다운 스토리를 녹여라


새로움과 신선함을 단기간에 ‘반짝’ 소구하고 시장에서 사라지지 않기 위해서는 팔로워와의 유대, 애착 관계 형성을 돕는 가상 인플루언서만의 서사가 필요하다. 가상 인플루언서를 활용하는 마케팅 사례를 들여다보면 대부분 이들의 나이, 직업, 취미, 관심사 등 일반적인 프로필을 완성하는 데 관심이 쏠려 있는 경우가 흔하다. 인생 모토가 변했다든지, 이직이나 결혼 등 신상의 변화가 생기는 등 구체적인 서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매일매일 변화하고 성장해가는 일상을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성장하고 틀에 갇힌 가상 인플루언서와 마주하는 꼴이다. 이미 모든 서사를 갖추고 고정된 가상 인플루언서는 처음 접한 팔로워가 차츰 알아가고 소통하며 재미를 느끼거나 유대를 쌓기 어렵다.

유대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서사를 팔로워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이 서사에는 가상 인플루언서가 꿈을 이뤄가는 여정을 아름답게 녹여낼 수도, 어려움을 극복해가는 여정을 극적으로 묘사할 수도 있다. 완벽하게 잘 짜인 프로필이 아닌 가상 인플루언서임에도 어려움, 고난 혹은 결핍 등을 채워가는 인간다운 스토리는 팔로워들의 공감을 사고, 급변하는 마케팅 시장에서도 오래 지속되는 친밀감을 형성하는 특별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플레이브는 데뷔 전 여러 작곡가에게 곡을 의뢰했으나 B급 노래만 들어와 결국 ‘기다릴게’라는 데뷔곡을 직접 쓰게 됐다는 서사를 가지고 있다. 힘든 시절을 버티는 동안 멤버 모두가 가수 활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해야 했으나 끝내 지상파 1위를 차지하는 청춘 만화 같은 성장 서사에 팬들은 열광한다. 이들의 무대를 모아 교차 편집해 영상을 만들거나 팬 계정을 운영하고 굿즈를 만들어 배포하는 등 플레이브를 조력하며 서사를 함께 만들어간다. 이처럼 완벽한 프로필이 아닌 인간다운 부족함이 담긴 서사는 팬들의 공감을 사며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3. 팔로워와 함께 가치를 창출하라


마케팅에서는 사용자들의 직접적인 참여와 가치 창출을 유도하는 ‘고객과의 공동 가치 창출(customer co-creation)’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소셜미디어에서 사용자들이 가상 인플루언서와 함께 놀 수 있도록 만들면서 참여와 가치 창출을 유도할 수 있다. 크래프톤의 가상 인플루언서 위니(Winni)가 좋은 예다. 위니는 아이돌 그룹의 신곡에 맞춰 댄스 챌린지 영상들을 선보이며 화제가 됐다. 트렌디한 댄스 챌린지 영상에 위니는 인스타그램과 틱톡 계정 개설 3주 만에 1만 팔로워를 달성했으며 현재 인스타그램과 틱톡 팔로워는 각각 약 8만 명이다. 팔로워들은 위니가 등장하는 댄스 챌린지 영상을 공유(repost)하거나 직접 챌린지에 참여하기도 한다. 가상 인플루언서와 팔로워들이 함께 소통하고 노는 플랫폼으로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것이다. 가상 인플루언서는 기술로 구현해 물리적인 제약이 없기에 빠르고 격한 댄스 동작을 단시간에 소화하거나 다채로운 시각적 효과 등을 통해 팔로워의 이목을 끌기에 용이하다. 팔로워들의 관심을 자극하는 단순한 댄스 챌린지에서 나아가 제품이나 브랜드 메시지와 관련한 신선한 챌린지를 직접 기획해 유행시키고 팔로워들의 참여를 이끌어낸다면 브랜드 가치를 함께 창출하고 브랜드 홍보 효과를 더욱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 황세림serimh@skku.edu

    성균관대 SKK GSB 교수

    필자는 성균관대 SKK GSB 마케팅 조교수로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학사, 미시간대(University of Michigan) 응용통계학 석사, 카네기멜론대(Carnegie Mellon University) 마케팅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AI 기술로 변화하는 인플루언서 시장 생태계와 AI 기술 혁신으로 시장경제에 일어나는 창조적 변화들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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