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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학 관점에서 본 팝업스토어

8년 폐쇄된 시민회관도 힙한 장소로
도시와 함께하며 공간을 재해석하다

김세훈,윤소영 | 387호 (2024년 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팝업스토어는 수익성 낮은 도시 공간 활성화에 적합한 조직과 수익 구조를 탐색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운영 기간과 규모, 유형이 다양한 팝업스토어는 변화하는 도시와 도시민의 요구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도시와 팝업스토어를 효과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전략은 다음과 같다.

1. 세심하게 선택된 입지와 지역성을 결합해 팝업스토어의 매력적인 콘텍스트를 형성한다.

2. 과거 저평가됐던 숨겨진 공간에 팝업스토어를 열어 도시의 성장 지대로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

3. 대규모 홀로그램 아트 등 감각을 극대화하는 미디어 기술을 팝업스토어와 결합해 도시의 새로운 파사드(Façade)를 연출한다.



도시학 관점에서 본 팝업스토어

팝업스토어 현상은 도시의 기원과 함께 시작됐다. 도시는 도로, 공원, 시설물 등 고정 요소(인프라)와 이동, 공연, 연설 등 유동 요소(활동)로 구성된다. 후자의 많은 부분, 이를테면 플리마켓, 이동식 무대, 방문 판매소, 컨벤션, 축제나 대중 연설 등의 활동은 임시성, 이벤트성, 확장성 같은 팝업스토어의 기본 속성을 내포한다. 대중의 관심은 새로움을 찾아 늘 빠르게 이동하기에 희귀한 경험과 몰입형 퍼포먼스가 요구됐다. 팝업스토어가 즐비한 도시는 사람으로 북적였고 지역 경제는 번영했다.

소셜커머스가 없던 시절부터 도시는 오프라인 아마존 마켓이자 인플루언서의 놀이터였다. 특히 다수의 군중이 발길을 멈춰 서는 장소는 판매자(creator), 소비자(player), 매개자(platform provider)가 공존하는 플랫폼 기능을 했다. 오늘날 일부 온라인 플랫폼에 엄청난 양의 트래픽이 몰리고 소비 관련 빅데이터가 쌓이는 것처럼 도시라는 오프라인 플랫폼은 행위자 간 상호작용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놀이이자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재미있는 오프라인 경험은 그 자체로 에버그린 콘텐츠다. 특정 상권은 뜨고 질 수 있지만 도시 내 팝업스토어에서 사람들이 얻는 경험과 분위기에 대한 관심은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빛이 바래지 않는다.

프랑스 파리 센강에 가면 무려 400년 이상 지속된 팝업스토어의 원형 중 하나를 볼 수 있다. 그 주인공은 오래된 서적을 판매하는 부키니스트(Bouquinistes)들이다. 프랑스어로 헌책을 의미하는 부캥(bouquin)에서 유래된 단어로 16세기 인쇄술의 발달과 함께 부키니스트들은 센강 다리에서 고전문학, 예술 서적, 악보 등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부키니스트의 팝업스토어는 생업일 뿐만 아니라 지식 대중화와 저항의 수단이기도 했다. 당시 르네상스 세계관의 부상과 기록 기술의 발달은 다양한 지식이 확산되는 새로운 채널에 대한 요구를 불러일으켰다. 더욱이 1789~1799년 프랑스 혁명기에 일어난 앙시앵 레짐1 의 붕괴와 자유주의 확산 과정에서 왕실의 서적 검열 및 정부 규제에 저항하며 부키니스트는 귀족과 성직자의 전유물이었던 전문 지식과 문학을 대중에게 전파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들이 여느 상설 책방과 다른 점은 고정된 매장 대신 2m 정도의 녹색 상자를 여닫으며 하루의 팝업스토어를 시작하고 끝냈으며 일부는 장소를 옮겨 다니면서 이동식 팝업스토어 형태로 운영했다는 점이다. 오늘날 부키니스트들은 헌책과 함께 지도와 기념품 등을 판매하며 로컬의 삶과 소식을 연결하는 매개자로서 센강을 명소로 만들고 있다.

더욱 현대적인 의미에서 팝업스토어가 전 세계로 퍼진 시기는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였다. 당시 미국을 중심으로 상업화된 대중문화에 저항하는 언더그라운드 운동이 활발했다. 대형 매장인 ‘빅 박스(Big Box)’ 밖으로 나와 자유분방한 클럽 문화와 서브컬처 리테일이 만나 어우러지는 분위기가 무르익었고 그 정점에는 1997년 미국 LA에서 열린 ‘리추얼 엑스포’가 있었다. 힙한 분위기에서 스트리트 패션과 비주류 예술이 힙합·일렉·DJ 음악 장르와 만나는 일종의 팝업스토어 역할을 한 리추얼 엑스포는 많은 이를 열광케 했다. LA에서 큰 성공을 거둔 리츄얼 엑스포는 시카고, 보스턴,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지로 확대됐다. 브랜드 기반 지역 밖에 있는 소비자를 만날 기회가 적었던 당시 언더그라운드 브랜드들은 도시를 순회하며 다양한 뒷골목의 감수성을 흡수해 크게 성장했다. 과거 브랜드 인지도가 낮았던 스트리트 패션 회사 하이롤러(HI-Roller)는 오늘날 4만8000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가진 브랜드로 성장했고, 영국 버튼다운 셔츠로 시작한 벤 셔먼(Ben Sherman)은 종합 라이프스타일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났다. 이렇게 팝업스토어를 통한 스트리트 브랜드의 글로벌화, 로컬 감성의 확장은 기존 대기업 중심의 패션 생태계를 뒤흔드는 하나의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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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연계한 팝업스토어 전략

최근 팝업스토어는 핸드메이드 도시 설계(Handmade Urban Design)2 , 택티컬 어바니즘(Tactical Urbanism)3 등에 활용되며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석촌호수의 러버덕 프로젝트, 다양한 먹거리와 팝업스토어가 열리는 신촌의 ‘박스퀘어’,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팝업스토어를 열 수 있는 광주 1913 송정역 시장의 ‘누구나 가게’ 등이 팝업스토어 요소를 택티컬 어바니즘에 접목한 대표적인 예다.

지역 재생의 맥락에서 지방 도시의 인구 감소와 재정 악화로 발생한 유휴 시설에 팝업형 공간을 도입해 창조적 전환을 시도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폐교, 폐청사, 폐철도 역사 등 공공시설에 일부 수익형 민간 시설이나 민간 중심 운영권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이때 팝업형 공간은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기 전 개척자 역할을 한다. 8년간 폐쇄됐던 군산 시민문화회관 옥상에 스케이트보드 파크와 야외 상영관을 조성한 프로젝트 ‘거인의 잠’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팝업형 공간 실험은 수익성 낮은 대형 도시 공간 활성화에 적합한 조직과 수익 구조를 탐색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이런 팝업형 공간은 지속되는 기간과 규모, 유형이 다양해 변화하는 도시와 도시민의 요구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그렇다면 도시와 팝업스토어를 연계할 수 있는 전략에는 무엇이 있을까?


1. 매력적인 컨텍스트 만드는 지역성

성공적인 팝업스토어를 위해서는 텍스트와 컨텍스트 둘 다 중요하다. 여기서 텍스트란 팝업스토어를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와 경험이다. 컨텍스트는 이런 메시지가 놓이는 총체적 분위기, 즉 장소와 맥락이다. 요즘 많은 브랜드가 유사 서비스의 범람과 과잉 노출로 인해 진정성이 희석되는 문제를 겪고 있다. 소비자들은 매장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제품이어서가 아니라 안목 있는 나 자신 혹은 내가 신뢰할 만한 사람의 사용 후기를 통해 좋은 브랜드임을 확인하고 구매를 결정한다.

팝업스토어는 이런 맥락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한다. 잘 기획된 컨텍스트 안에서 핵심 메시지를 한정판 경험을 통해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메시지는 보통 구조화된 ‘나무형’으로 전달된다. 굵직한 나무 밑동에 해당하는 주요 메시지와 끝단의 가지 같은 얇은 의미의 메시지가 구분된다. 반면 팝업스토어의 컨텍스트는 훨씬 덜 구조화된 ‘뿌리줄기형’ 맥락으로 소비자를 초대한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열린 분위기 속에서 브랜드의 의미를 체득하고 느슨한 여유 속 발견의 순간을 노린다. 여기에 세심하게 선택된 입지와 지역성이 결합되면 한층 더 매력적인 컨텍스트 형성이 가능하다. 로컬 색이 강한 장소에 팝업스토어를 열며 해당 지역의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하는 게 대표적이다.

일례로 침대 브랜드 시몬스가 팝업스토어를 기획하며 중시하는 요소 중 하나는 ‘소셜라이징(Socializing)’이다. 시몬스라는 브랜드를 매개로 로컬 브랜드와 커뮤니케이션하는 플랫폼으로서 팝업스토어를 활용한다.4 시몬스는 공장이 있는 경기도 이천에 팝업스토어를 열며 지역 농산물을 새롭게 디자인해 판매했으며, 부산시 부산진구 전포동에서 팝업스토어를 열 땐 부산 로컬 서브 컬처 브랜드인 ‘발란사(SOUNDSHOP BALANSA)’와 협업하고, ‘해리단길’이라 불리는 해운대구 우동에서는 해당 지역 맛집인 수제 버거 전문점 ‘버거샵’과 협업했다. 이처럼 시몬스는 지역성을 십분 활용한 매력적인 컨텍스트를 형성하며 로컬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은 좋은 예다.


2. 숨겨진 공간의 재발견

상권에서 입지는 중요하다. 그런데 팝업스토어에 대한 사람들의 입지 포용성은 상설 매장보다 더 큰 편이다. 즉 좋아하는 브랜드의 팝업스토어라면 평소 잘 가지 않던 외진 곳에 있어도 기꺼이 찾아간다. 지금의 팝업스토어 열풍은 도시 내 숨겨진 공간(Hidden Place)을 재발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일례로 서울 중구 신당동은 화려하진 않지만 양곡 창고부터 무당집까지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지역이다. 이런 지역성과 브랜드가 만나는 팝업스토어는 여러 문화가 교차하는 테스트베드로 거듭나고 있다. 서울 지하철 10호선 미개통으로 오랜 기간 활용되지 못한 신당역 유휴 공간에서 지난해 10월 열린 ‘반스 스테이션 신당’이 대표적이다. 지하철 역사 내 투박했던 공간은 반스 팝업스토어, 디제잉 무대, 스케이트 보딩 존 등으로 채워지며 순식간에 ‘힙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이처럼 상권 입지는 세심한 기획을 통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과거 저평가됐던 숨겨진 공간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팝업스토어를 통해 도시의 성장 지대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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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맥락에서 앞으로 팝업스토어는 지나치게 힙한 상권만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소수의 핵심 팬들은 진정성, 고유성, 의미 있는 이야기와 같은 내적 가치를 중시한다. 이들은 약간의 번거로움이나 의외의 장소에 대해서도 충분히 인내할 준비가 돼 있으며 단순 소비자가 아닌 입소문의 진원이자 무보수 크리에이터로서 관련 콘텐츠를 널리 퍼트리는 역할을 한다.

“우리 회사도 성수동 같은 데서 팝업스토어 한번 해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묻는 상사에게 이렇게 답해보자. “장소가 힙해야 겨우 성공할 수 있는 팝업스토어는 이미 시작부터 실패입니다”라고. 힙한 동네라서 팝업스토어가 성공하는 게 아니라 성공적인 팝업스토어가 들어서 오래 잠자고 있던 동네가 깨어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미 성공한 매장이 많은 곳보다는 젊은 층이 새로운 시도에 나서기 좋고 도전적 실험이 움트는 골목이나 신비로운 으슥함이 남아 있는 장소, 자유로움과 여백의 미가 있는 숲길이나 공원 주변을 팝업스토어 입지로 고려해보자. 브랜드의 텍스트가 매력적이고 다양한 도시 컨텍스트와 만날 때 흉내 낼 수 없는 내러티브를 담을 수 있을 것이다.


3. 도시의 새로운 파사드 연출

팝업스토어를 직접 찾아가는 사람들은 여러 번에 걸친 ‘입장감’을 느낀다. 어떤 팝업스토어에 갈지 고를 때, 같이 갈 사람과 약속 장소에서 만날 때, 멀리서 팝업스토어 건물이 보일 때, 마침내 팝업스토어 공간에 들어섰을 때의 느낌과 분위기 등은 온라인 쇼핑을 할 때와는 전혀 다른 생생한 감각을 선사한다. 특히 대규모 디지털 파사드 등을 활용해 감각을 극대화하는 팝업스토어는 도시 혹은 지역의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며 큰 이목을 끌기도 한다.

지난해 말 디즈니 100주년을 맞아 디즈니코리아가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오픈한 팝업스토어 ‘하우스 오브 위시(House of Wish)’가 좋은 예다. 하우스 오브 위시는 오픈 6일 만에 방문객 수 1만 명을 돌파하며 화제가 됐다. 주말 포함 하루 평균 1700여 명이 방문한 셈이다. 디즈니 100주년 기념 애니메이션 ‘위시’ 홍보를 위해 기획된 이번 팝업스토어 내부는 영감(Inspiration), 레거시(Legacy), 위시(Wish) 등 세 가지 주제의 공간으로 구성됐으며 각 공간은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로 방문객을 디즈니 세계관에 몰입시켰다. 특히 팝업스토어 건물 저층부 유리 입면에 적용된 홀로그램 아트는 방문객들의 이목을 끌고 소셜미디어에서 바이럴되며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자연광과 인공조명이 홀로그램과 어우러지면서 팝업스토어 입구 역할을 하는 유리 입면이 캔버스가 되고, 홀로그램 아트로 표현된 디즈니 캐릭터들은 그 위에 반짝이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방문객들의 호기심과 ‘입장감’을 자아냈다. 이번 디즈니 팝업스토어는 내부 공간뿐만 아니라 건물의 외면까지 미디어 기술을 결합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좋은 예다. 이처럼 감각적인 경험을 극대화하는 팝업스토어는 단순히 모객뿐만 아니라 도시 풍경에 유동성을 더하는, 도시의 새로운 파사드(Façade)5 를 연출하는 역할도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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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스토어와 도시의 미래

1. 부동산 자산의 활용법 변화

지금까지 도시에서는 상권 대부분이 고정형 매장이고 일부 공간에 팝업스토어가 들어섰다. 하지만 앞으로 팝업스토어는 상권의 더 많은 영역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팝업스토어로 인해 부동산 자산의 활용법 자체가 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프라인 공간의 핵심 가치는 ‘변화할 수 있는 채널’에 있으며 공간의 유연한 활용은 이를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한섬의 자체 온라인 편집숍 ‘EQL’의 첫 MZ 특화 플래그십스토어 ‘EQL GROVE(이큐엘 그로브)’ 매장이 그 예다. 지난해 성수동에 오픈한 이 매장은 전체 면적의 60%는 상설 매장으로 40%는 팝업스토어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이는 전통적인 매장 활용의 변화를 의미한다. 과거에는 브랜드마다 별도로 구획된 독립적인 공간이 필요했다면 이제는 여러 브랜드가 한정된 공간을 공유하며 각자의 존재를 따로 또 같이 알릴 수 있다. 이는 부동산 시장에서 유동적 공간과 탄력적 운영 방식이 더 확대될 것임을 시사한다.

또한 기업은 이런 탄력적 운영이 가능한 팝업스토어를 십분 활용해 리스크를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 삼성전자는 서울 강남구 서초동 강남역 인근에 플래그십 스토어 ‘삼성 강남’을 오픈했다. 수천억 원을 투자해 지하 1층~지상 5층 약 2000㎡ 규모의 초대형 플래그십 스토어를 MZ세대를 위한 체험형 공간으로 꾸몄다. 삼성 강남의 풍부한 모바일 기기 체험 콘텐츠는 장점이었지만 이동이 번거로운 높은 계단식 구조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단점으로 꼽혔다. 1층 공간을 넓게 쓰고 있어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엘리베이터를 탈 필요 없이 편하게 둘러 볼 수 있는 인근의 애플스토어와 대비된다는 지적이었다. 삼성전자의 경우 임대차 기간이 남아 있어 당장 적절한 구조의 매장으로 옮기기 어렵고 이미 오픈 당시 비용을 대거 투자해 기존 매장을 개선한다 해도 추가 비용이 부담이 될 것이다. 이처럼 막대한 비용을 투자했으나 예상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해 기업들은 팝업스토어와 같은 유동적 공간과 탄력적 운영 방식을 더욱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


2. 로컬에서 먼저 사랑받고 도시로 확장

동네와 지역성은 지난 10여 년간 도시학을 뒤흔든 키워드 중 하나였다. 도심부나 신도시 역세권보다 열등한 곳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동네의 고유성과 지역 가치에 집중하고 이를 키워 전국적인 브랜드를 만들며 도시의 모습을 바꿔나가는 크리에이터 활동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생활밀착형 동네 가게를 지향하는 생활 편집숍 ‘보마켓’이 그 예다. 2014년 보마켓은 식료품점을 가기 위해 자전거나 차를 타고 멀리 나가야 했던 주민들을 위해 서울 용산구 한남동 남산맨션에 1호점을 열었다. 이어 이태원동 주거지 인근에 오픈한 2호점 경리단점까지 유동 인구가 많은 상업 지역보다는 사람들의 일상이 듬뿍 배어 있는 주거지를 가게 입지로 선택했다. 각종 식료품과 색색의 쟁반, 그물 장바구니 등 특유의 감성을 담은 생활용품으로 동네에서 사랑받으며 성장한 보마켓은 팝업스토어를 통해 신촌, 영등포 타임스퀘어 등 도심으로 진출하며 외연을 확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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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성수동, 더현대서울 등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앞다퉈 입점하려는 브랜드들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브랜드가 이런 지역에 화려한 외관을 가진 대규모 팝업스토어나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 여력이 있는 건 아니다. 좌절할 필요는 없다. 동네, 로컬에서 사랑받는 브랜드도 도시를 넘나들며 영향력을 확장할 수 있는 트렌드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포르투갈 리스본의 타임아웃마켓(Time Out Market)이 이를 입증하는 흥미로운 사례다. 글로벌 미디어 그룹 타임아웃이 2014년 개장한 타임아웃마켓은 로컬 곳곳을 돌아다니며 꽃집부터 햄버거, 청과물 가게 등 지역에서 사랑받는 로컬 브랜드를 마켓에 입점시킨다. 이렇게 다양한 로컬 브랜드가 모인 마켓에서는 각종 요리 클래스와 음악 공연 및 이벤트가 팝업 형태로 열린다. 동네에서 사랑받던 가게들이 한 지붕 아래 모인 형태의 타임아웃마켓이 큰 호응을 얻으면서 리스본의 랜드마크가 됐고, 이 사업 모델은 시카고, 보스턴, 뉴욕, 몬트리올, 두바이 등 6개 도시로 확장됐다.

화려한 외관과 대규모 팝업스토어가 흔해진 요즘, 타임아웃마켓은 오히려 소프트웨어의 힘을 방증한다. 로컬의 감수성을 흡수하며 소프트웨어를 단단히 다진 브랜드가 팝업스토어나 타임아웃마켓과 같은 큐레이션 플랫폼을 만나면 다른 도시나 세계로 확장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팝업스토어 열풍으로 화려한 외관과 하드웨어에 집중하는 요즘, 특히 소규모 브랜드일수록 소프트웨어를 강점 삼아 로컬부터 노려보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 김세훈 |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김세훈 교수는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한 후 현재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도시설계·재생을 연구하고 있다. 서울대 뉴노멀도시디자인센터 센터장, 대통령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 ㈜동양 사외이사를 역임했다. 저서로 『도시에서 도시를 찾다』 『서울도시계획사(공저)』 등이 있다.
    skim5@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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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소영 | 서울대 환경대학원 연구원

    윤소영 연구원은 경희대 건축학과 학사와 서울대 환경대학원 석사를 졸업한 후 서울대 환경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도시의 인구, 산업, 교통 변화에 관한 아티클을 기고한 경험이 있다.
    hyo011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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