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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4 모빌리티 분야 뭐가 달라졌나

뜬구름 잡는 신기술 미래 경쟁보다
구체적 상용화-수익원 창출에 초점

차두원 | 386호 (2024년 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CES 2024에서 모빌리티 분야는 전체 시장의 위축과 더불어 전기차,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정의차량(SDV) 등 신기술 분야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추상적인 미래 비전보다 구체적인 상용화 전략을 통한 수익 창출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자율주행 전시가 위축된 가운데 HD현대, 존디어 등 다른 산업에서 자율주행을 통한 수익 창출을 추구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소니혼다모빌리티의 아필라에서 볼 수 있듯이 앞으로 운전자의 차량 경험을 획기적으로 차별화하려는 시도와 전략이 중요해질 것이다. 신기술 중심으로 생태계를 재편하기 위해서는 기업 문화의 전환과 새로운 경영 관리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모빌리티, 미래보다 현재 시장에 집중

2020년대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도 불구하고 모빌리티는 CES 카테고리 중에서도 굉장히 뜨거운 관심을 받아왔다. 관심의 키워드는 자율주행과 모빌리티 이동 공간의 확장이었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도요타의 우븐시티(Woven City), 현대차와 우버가 함께 전시했던 버티포트(Vertiport) 중심의 도심항공모빌리티와 자율주행차량 콘셉트, 지엠 캐딜락의 전기식 수직이착륙항공기(eVTOL) 등이 대표적으로 모빌리티 대상 공간을 3차원으로 확장하는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단일 전기차 플랫폼(EV platform)에 다양한 용도의 캐빈으로 교체해 다목적으로 사용 가능한 목적기반차량(Purpose Built Vehicle)인 히노(HINO)의 플랫포머(Platformer), 메르세데스-벤츠의 비전 아바타(Vision AVTR), 소니의 EV 콘셉트인 비전 S(Vision-S), GM의 물류용 EV 생태계 브라이트 드롭(Bright Drop), 웨이모의 5세대 하드웨어를 장착한 클래스 8 자율주행트럭 역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런데 CES 2024년의 풍경은 과거와 사뭇 달랐다. 지엠, 포드, 스텔란티스 같은 주요 북미와 중국 완성차 제조사들, MaaS(Mobility as a Service) 관련 기업들이 대거 불참하면서 그동안 CES가 모빌리티 전시회로 확장되며 미래 비전 제시에 속도를 높였던 흐름이 잠시 멈춘 모습이었다. 대신 기존에 볼 수 있었던 제품들과 시스템의 업그레이드와 인공지능(AI) 적용이 확장된 형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변화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모빌리티와 자동차 시장이 위축됐으며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 전기차가 전기차 세계 1위로 등극한 가운데 테슬라의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 정의차량(Software-Defined Vehicle) 기술을 따라잡으려는 완성차 제조사들의 스트레스가 이중으로 커진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또한 자율주행 레벨41 시장이 위축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CES 2024에 참여한 주요 기업들의 전시 방문과 인터뷰한 내용 등을 바탕으로 모빌리티 시장의 최신 흐름을 요약하고 그로부터 도출한 시사점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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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익 창출 가능한 시장에 안착하는 자율주행

2022년 포드 레벨4 자율주행 자회사 아르고 에이아이(Argo AI)의 셧다운, 2023년 GM 자회사 크루즈(Cruise)의 사고 여파에 따른 캘리포니아 주행 면허 취소 등 최근 레벨4 자율주행 업체들은 어느 때보다 투자, 안전, 사회적 수용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결과 CES 2024에서 레벨4 자율주행 전시는 매우 위축된 모습이었다. 그 대신 사람이 탑승하지 않는 무인(driverless) 디바이스를 농업, 광업, 공사 현장 등 이른바 자율주행 틈새시장(Vertical Market)을 대상으로 공략하는 업체들이 눈에 띄었다. HD현대, 두산, 존디어 등이 대표적이다. 이 분야는 위에서 언급한 레벨4가 겪고 있는 3가지 어려움을 돌파할 수 있는 분야로 대기업뿐 아니라 센서 업체 등 해당 기업 부스에서는 보이지 않는 많은 스타트업의 협력으로 시장이 완성되고 있다. 참고로 CES 2020 이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존디어는 유럽연합의 글로벌 연구개발(R&D) 투자 2500대 기업 발표2 에서 2022년 처음으로 128위(19억7000유로), 캐터필러는 134위(17억 유로)에 올라 늘어난 관심만큼 연구개발(R&D)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 진영은 라이다(LiDAR)3 사용 여부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CES 2024에서는 라이다뿐 아니라 고정밀지도, 데이터 라벨링을 활용하지 않고 카메라만을 활용한 비지도학습(unsupervised learning) 기반 딥 티칭(Deep Teaching) 방식으로 자율주행을 실현하는 기업인 헴닷에이아이(Helm.ai)에 대한 관심이 컸다. 궁극적으로는 레벨4 개발을 지향하지만 현재는 고속도로 레벨3, 도심 레벨2.5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AI를 기반으로 라이다 없이 카메라만으로 AI를 핵심으로 개발하는 기업은 헴닷에이아이 외에도 노다(Nodar), 리프트 자회사로 도요타에 인수합병된 ‘레벨 5’, 국내 포티투닷 등으로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자율주행 기술 개발 분야에서 비용 절감이 최대 이슈임을 고려할 때 향후 주목해야 할 기업군이다. 다른 한편, 일반 승용차량에 장착되는 라이다 관련 업체들은 기존 차량 외부에 돌출됐던 라이다를 윈드실드(windshield) 내부나 범퍼 안으로 장착해 기존 차량 외관의 변화를 최소화해 오염과 관리 이슈를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 자율주행트럭 기업 가운데 가장 빠른 행보를 보이는 곳은 미국의 자율주행 스타트업 오로라다. 구글 자율주행사업부 담당이었던 크리스 엄슨이 설립한 대표적 자율주행트럭 기업인 이 회사는 2023년부터 시작된 독일 부품 업체 콘티넨탈과의 상세한 협력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미 시스템 아키텍처, 요구사항, 세부 기술 사양 작업은 마쳤으며 2024~2025년에 테스트용 하드웨어 초기 버전 구축, 2026~2027년에 오로라 드라이버 검증 및 양산 준비, 유지보수 네트워크 구축, 2027년 이후 대규모 상용화가 전략의 핵심이다. 센서, 자율주행 제어 장치, 고성능 컴퓨터, 텔레매틱스 등 하드웨어는 콘티넨탈 제품을 사용한다. 오로라는 콘티넨탈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자율주행 툴킷을 제공하는 HaaS(Hardware as a Service) 제공자로서 자율주행트럭 에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허브투허브(Hub-to-Hub)4 모델 자율주행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으며 투자사인 파카(Paccar)와는 구동계를 협력 개발하고, 볼보와는 올해 시제품 출시를 목표로 현재 30여 대를 자율주행트럭으로 개조 운행 중이다. 이미 텍사스주 파머(Palmer)에 자율주행트럭 상용화를 대비한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자체 차량 관제 시스템(Fleet Management System)도 운영 중이다.

레벨4 자율주행트럭 전문 업체인 가틱(Gatik)도 CES 2024에서 차량을 전시했다. 상온, 냉장, 냉동 제품을 수송할 수 있도록 설계된 콜드체인이 가능한 20피트 이스즈(ISUZU) 트럭을 사용하고 있다. 2020년 12월부터 월마트 온라인 식료품 주문을 처리하고 있으며 캐나다 온타리오, 토론토에서 운전자 없이 24/7 배송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는 등 다른 자율주행트럭 기업들과 달리 도심 지역 미들마일 고정 루트 배송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현재 자율주행 업계에서는 로보택시보다 자율주행트럭의 본격 상용화가 먼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율주행에 가장 적극적인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트럭 기사 일자리 이슈로 1만 파운드가 넘는 자율주행차량에 안전 운전자가 없는 주행을 금지했던 법안을 2023년 9월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거부했다. 하지만 크루즈 사고로 안전 이슈가 제기되자 해당 법안이 재발의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사회적 수용성 측면에서도 적지 않은 이슈가 제기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아직까지 넘어야 할 허들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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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소니혼다모빌리티와 일본 풀스택 자율주행 기업들

소니가 CES 2020에서 최초로 선보이며 EV 업계의 관심을 받았던 Vision-S의 양산 버전인 아필라가 인테리어와 인포테인먼트 등 주요 기능을 CES 2024에서 최초 공개했다. 초광각 대시보드 디스플레이와 에픽 게임즈(Epic Games)의 언리얼 엔진(Unreal Engine) 5.3 3D 그래픽을 통해 기존 양산 차량에서 볼 수 없었던 초고화질의 현실감 있는 비주얼을 강조했다. 또한 인터넷 기반 메타데이터를 오버레이한 상세한 3D 지도, 가상 공간과 증강현실을 접할 수 있었으며 TV, 스트리밍 서비스, 게임 등 운전, 주차, 충전 중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볼거리와 활용도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소니 세미컨덕터 솔루션스 그룹(Semiconductor Solutions Group)이 개발한 차량용 CMOS 이미지 센서를 중심으로 라이다를 포함해 45개 센서를 사용한 자율주행 콘셉트 ‘세이프티 코쿤(Safety Cocoon)’은 차량뿐 아니라 로봇, 드론 등에도 적용되고 있다. 소니혼다모빌리티는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력도 발표했다. 애저(Azure) OpenAI 서비스를 사용해 모빌리티 퍼스널 에이전트를 공동 개발하는 것이 핵심이다. 사람과 모빌리티와의 관계를 재정의하는 등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강조하는 차량과 사람 사이 감성적 경험(Emotional Experience)을 혁신하는 것이 아필라의 핵심 목표다.

필자는 CES 2024 마지막 날 오후, 아필라를 직접 살펴보고 탑승해 인포테인먼트 등을 조작해봤다. 2023년 11월 도쿄모터쇼 등에서 최근 중국 EV의 사용자 경험과 편의성에 놀란 적이 있었는데 아필라가 CES 2024에서 선보인 것과 똑같이 양산된다면 매우 우수한 사용성과 재미를 전달하는 차량이 될 수도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2025년 생산을 시작해 약 4만5000달러의 소비자가로 2026년 북미 시장에서 최초 출시할 계획으로 대량 생산보다는 소량 생산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주요국 가운데 자율주행 레벨4 서비스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바로 일본이다. 일본 정부는 2025년 50개, 2027년 100개 지역에 자율주행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주요 목적은 인구 감소로 대중교통이 폐쇄된 지역의 이동과 물류를 위한 사회문제 해결과 지역 공공교통 확보 유지 개선과 도로-차량 협력 시스템 실증이다. 이러한 일본 정부의 사업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반도체 종합상사 마크니카(Macnica)와 티어포(Tier IV)도 CES 2024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율주행 서비스를 위한 풀스택 기업이라는 점이다. 2023년 4월 자율주행 셔틀 기업인 나브야(NAVYA)를 인수합병한 마크니카는 대부분 기존 양산 차량을 자율주행으로 개조가 가능하다고 언급하고 있으며 사업계획서 작성 및 컨설팅, 지도 개발, 자율주행차량 운행범위(Operational Design Domain) 설계, 데이터 수집 및 라벨링, 지도 개발, 원격 관리 및 보안 솔루션, 보험, 차량 관제 시스템 등 자율주행 서비스를 위한 모든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티어포도 유사한 풀스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최적화된 자율주행 서비스 제공 업체 비즈니스 모델의 프로토타입을 확인할 수 있었다.


3. CES 키워드로 본격 자리 잡은 SDV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는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혹은 서비스 기업으로의 전환을 진행 중인데 그 핵심은 ‘소프트웨어정의차량(Software-Defined Vehicle, SDV)’이다. 일반적으로 SDV는 물리적인 부품의 변경 없이 소프트웨어로 기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차량으로 정의할 수 있다. 현재 제공되고 있거나 제공될 다양한 기능의 서비스화를 위한 기본 구조로 새로운 전기전자 아키텍처와 하드웨어와의 분리를 기반으로 하는 소프트웨어 아키텍처를 요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자동차에 새로운 가치를 도입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지만 자동차 아키텍처의 완전한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CES 2024에서는 현재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키워드인 SDV 관련 기업들이 어느 때보다 많이 참여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 소프트웨어 센터인 포티투닷(42dot)은 SDV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분리(Decoupling)를 위해 차량의 컴퓨팅 인프라와 센서/액추에이터의 구성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범용적인 하드웨어 플랫폼 및 새로운 전기·전자 아키텍처를 소개했다. 기존 차량에서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에 내장돼 공급됐지만 SDV에서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분리를 통해 차량의 하드웨어 종속성을 낮추고 지속적인 소프트웨어 개발과 배포가 가능하다.

반도체 업체 인텔은 SDV에 특화된 최초의 반도체를 공개했다. 화상회의, 게임 등 12가지 작업이 다양한 운영체제에서 동시에 실행되는 것을 시연했으며 중국의 지커(Zeekr)가 최초로 적용해 2024년 말까지 상용화를 준비할 것으로 밝혔다. 퀄컴은 스냅드래곤 디지털 섀시(Snapdragon Digital Chassis Portfolio) 혁신을 내세우며 완성차 업체와 티어1 기업들을 위한 솔루션 제공을 강조했다.

이외에도 LG전자와 디스플레이, 소나투스(Sonatus), 디스페이스(dSPACE) 등 많은 기업이 SDV 차량을 위한 솔루션 등을 소개해 SDV가 자동차와 IT, 반도체 기업들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4. 트럭 수소연료전지 생태계의 부활

모빌리티와 자동차 전시를 집중적으로 배치한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웨스트홀에서 가장 넓은 전시 공간을 차지한 기업은 현대차그룹이었다.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차 상용화에 성공한 현대자동차는 수소 생산→저장→운송→ 활용 전 단계에 걸친 밸류체인을 그룹사 역량을 동원해 완성하고자 하는 ‘HTWO 그리드(Grid)’를 공개했다. 청정 수소 생산을 위해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얻는 수전해 방식을 넘어 폐기물을 수소로 바꾸는 Waste-to-Hydrogen 기술도 함께 소개했다. 정부가 2023년 12월 제6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2030년 수소차 30만 대 보급을 발표하는 등 앞으로 국내 수소차 생태계 구축 실효성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배송을 시작한 니콜라는 이번 CES 2024에서 수소 트럭을 시험 운행했다. 이에 전시장 주변에서 니콜라 트럭이 자주 눈에 띄었다. 8만1000파운드 하중으로 450마일 주행거리를 달성했으며 이미 2023년부터 보쉬가 연료 전지 파워모듈(FCPM)을 생산 공급하는 등 니콜라와 협력을 하고 있다. CES 2024에서 대형 차량용 파워트레인 시스템의 핵심이 수소라고 공언한 보시는 이미 유럽, 미국, 중국 트럭 제조업체로부터 주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 정부는 수소 인프라 개발을 추진하고 허브 건설에 70억 달러를 투자하는 사업 참여 의지도 밝히는 등 수소 전 밸류체인에 걸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2021년부터 2026년까지 총 26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으로 약 3분의 2는 파워트레인에 투자한다며 수소 밸류체인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공언했다.

미국 트럭업체인 파카(PACCAR)는 도요타와 협력해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결과물로 이번 CES 2024에서는 2025년 판매 예정인 켄워스(Kenworth)의 T680 수소연료전지 트럭을 선보였다. 그동안 수소연료전지에 대한 논란이 많았지만 CES 2024는 켄워스뿐 아니라 피터빌트(Peterbilt) 클래스8 대형 트럭 등 대형 트럭을 중심으로 수소 생태계 구축이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5. 신흥국의 EV 산업 도전과 연합전선

앞서 언급한 대로 많은 완성차 업체가 CES 2024에 참여하지 않은 가운데 눈에 띈 EV 업체는 베트남의 빈패스트(Vinfast)와 튀르키예의 토그(Togg)였다. ‘베트남의 삼성’이란 위상을 가진 빈패스트는 미국 출시를 앞 둔 VF6, VF7 모델을 공개했다. 토그는 첫 모델인 T10F를 공개했다. 2024년 2월 온라인 예약을 시작으로 1분기 튀르키예에서 인도를 시작할 계획으로 향후 C-해치백, B-SUV, B-MPV를 선보이며 유럽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2023년 12월 베트남 총리와 튀르키예 산업기술부 장관은 회담을 통해 전기차 제조사 간 협력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할 것을 합의했다. 중국에 이어 신흥국들의 전기차 진출이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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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모빌리티로 산업 지배력을 무한 확장하는 아마존

CES 2024에서 선보인 아마존의 대표 전시물은 음성 비서인 알렉사 거대 언어 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 기반 서비스다. 단순한 음성 인식을 통한 차량 조작을 넘어 소비자가 복잡한 차량 매뉴얼을 찾는 대신 자연어 형태로 대화하면서 다양한 기능에 대한 질문에 답을 제공하는 기능으로 올해 말 BMW를 통해 출시할 예정이다. 아마존 이외에도 메르세데스-벤츠는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MBUX 가상 비서와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의 통합, 폴크스바겐은 챗GPT 적용 등을 발표해 앞으로 차량과 운전자 혹은 탑승자와의 상호작용이 변화할 것을 예견했다. 현재 대부분 완성차 제조사는 초기 매뉴얼 설명, 운전 습관 학습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화된 권장 사항 제공, 유지보수 서비스, 실시간 교통 및 경로 정보, 운전자 보조 시스템과 스마트 시스템 연동 등의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AI를 활용한 차량 서비스 개인화와 고객 경험 향상과 관련된 서비스는 운전자와 차량의 접점으로 매우 중요한 기능이다. 하지만 운전자 안전 확보를 위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려면 콘텐츠의 높은 정확성과 신뢰성이 요구돼 현재는 서비스를 제한적으로 제공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이와 더불어 아마존은 차량 수명 전 주기에 걸쳐 소프트웨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기능을 갖춘 차세대 소프트웨어 중심 플랫폼을 차량 여정(Vehicle Journey)-Development, Vehicle Experience, Manufacturing-과 고객 여정(Customer Journey)-Vehicle Discovery & Pre-sales, Parts, Service & Maintenance, Retention&Loyalty-으로 구분해 설명했다. 차량 여정으로는 커넥티드 모빌리티, 자율주행차량, 지속가능성, 디지털 고객 참여, 생산 및 전체 공급망 흐름에 중점을 둔 솔루션을 제시했다. 고객 여정은 AWS를 사용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및 시장 내 행동 파악, 지능형 추천을 통한 고객 전환 증가, 빅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개인화된 마케팅 등을 통해 고객 행동을 정확히 이해하고 완성차 제조사가 실시간으로 마케팅 및 판매 전술을 조정하는 등 고객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향상시키는 기능을 제공한다. 이미 도요타, 폴크스바겐, ‘레벨5’, BMW, 리비안 등과 협력하고 있는 아마존은 이번 CES 2024에서 현대차, HL만도, 스텔란티스와도 협력을 발표해 자동차 산업에서 AI와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디지털 지배력을 전략적으로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아마존의 자회사 죽스(Zoox)의 로보택시 전시도 많은 관심을 끌었다. 현재 아마존 본사 주변을 시험 운행하는 수준으로 공도 주행 면허를 받지는 못했다. 조작기가 없는 4인승, 최대속도 75mph로 호출 앱, OPW(One-Piece-Woven) 에어백5 , 비상 호출 버튼 등 로보택시 프로토타입 형태로 구성 요소를 모두 갖춘 제품으로 평가할 수 있다. 현재 아마존은 리비안 전기 트럭을 물류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앞으로 아마존이 죽스를 이용해 현재 구글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가 가장 앞서고 있는 레벨4 시장에 진입할지 혹은 또 다른 물류 시장에서 용도를 새롭게 개발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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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슈퍼널의 S-A2와 기아의 새로운 PBV 개념

CES 2024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전시가 돋보였다. 슈퍼널은 5인승 차세대 전기수직이착륙기 S-A2 실물 모형을 최초 공개하고 미래 항공모빌리티(AAM) 생태계 구축 전략을 발표했다. 우리나라 국토교통부는 내년 AAM 상용화를 진행할 계획이며 올해 개최되는 파리 하계 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 중에는 샤를드골국제공항을 거점으로 버티포트 5개를 설치해 2500명을 수송할 계획이다. 본격 대중화 수준은 아니지만 시험 운행 수준 상용화는 머지않았으며, 주요국과 기업들 간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산업이다.

기아차도 기존 목적기반차량(PBV, Purpose-Built Vehicle)을 차량 그 이상의 플랫폼(Platform Beyond Vehicle)으로 재정의하고 중형→대형→소형으로 이어지는 PBV 라인업 구축과 완전한 주문 제작 등을 내용으로 하는 단계별 PBV 로드맵을 공개했다. 2025년 첫 중형 PBV인 PV5를 출시해 PBV 사업을 본격 시작하고 차량 호출, 배달, 유틸리티 등의 사용 목적에 따라 다양한 모듈로 교체할 수 있는 컨버전 기능을 탑재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PBV 인증 절차와 제도가 정비되지 않아 실제 상용화를 위해선 정부와 구체적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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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을 위한 시사점

모빌리티와 자동차 전시회에서 발표되거나 공개되는 미래 콘셉트들은 경제성, 공학적 실현 가능성 등을 이유로 사라지거나 변형돼 상용화된다. 그런데 CES 2024에 참여한 기업들이 제시한 실증 및 상용화 시기는 대부분 2024~2025년에 집중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모빌리티와 자동차 산업에서 앞으로 미래를 위한 새로운 콘셉트보다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위한 경쟁과 투자가 지속될 전망임을 알 수 있었다. 앞으로 열릴 CES도 모빌리티 분야의 경우 미래 혁신을 위한 새로운 시스템보다 기존 제품과 서비스가 상용화를 위한 진화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CES 2024가 주는 향후 모빌리티와 차량 분야 콘텐츠 및 업계 변화에 대한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운전자-차량 인터페이스는 새로운 차종의 가장 강력한 차별화 요인이다.


최근 거의 모든 완성차 업체의 전략과 경쟁 포인트는 유사하다. SDV 개발을 통한 특화 서비스 제공과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한 개인화와 편의성 제공이 핵심이다. 결과적으로 기능은 표준화되고 사용자 경험이란 단어로 표현되는 차별화된 운전자-차량 인터페이스(Driver-Vehicle Interface)가 차량의 시장성을 결정짓는 요인이 될 것이다.

특히 CES 2024에서는 자동차와 AI의 효과적 결합이 이러한 시장성을 결정짓는 핵심적인 요인으로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테슬라가 EV 운전자-차량 인터페이스 표준을 제시했지만 BYD 중심의 중국 완성차 업체들, CES 2024에서 관심을 받은 소니혼다모빌리티의 아필라 등 후속 모델들이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기존 모델을 철저히 분석하고 비교우위 확보를 위한 R&D 투자에 집중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하드웨어 변경 없이 무선(OTA, Over The Air)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한 기능 향상이 전달할 수 있는 만족도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어 앞으로 AI 활용 혹은 또 다른 아이디어를 활용한 운전자-차량 인터페이스 차별화 전략의 중요성이 점차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효율적 생태계 구축은 최우선 전략 대상이다.

자율주행 서비스, 수소연료전지 차량, SDV, 도심항공모빌리티 중심의 버티포트 등과 관련해 CES 2024에서 기업들이 발표한 전략을 실현하고 효과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각각의 효율적인 생태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과거에는 일론 머스크 태슬라 창업자가 카탈로그 엔지니어링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차량 공급업체 가운데 완성차 제조사가 부품을 조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율주행, SDV, AI 등을 통한 차량의 진화가 본격화되면서 기존 구매 물량과 품질 중심의 완성차 제조업체와 부품업체의 수직적 관계에서 수평적 협력을 통한 새로운 전략적 파트너 개념의 티어0.5가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티어0.5는 완성차 제조사에 부품과 모듈 공급을 중심으로 하는 티어1과 달리 새로운 기술 중심 기업으로써 차량 개발 생태계를 새롭게 재편하고 있다. 예를 들면 현대자동차그룹의 포티투닷, 폴크스바겐의 카리아드가 대표적인 티어0.5로 개발 체계와 협력 체계의 변화에 따른 생태계 구축이 CES 2024에서 제시된 다양한 차량 개념과 서비스 실현을 위해 가장 중요하다.

또한 CES 2024에서 주목받지 않았지만 중요한 생태계 구성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차량 관제 시스템이다. 자율주행 서비스 기업, 아마존, PBV 등 B2B, B2C 비즈니스에 공통적으로 포함되는 시스템이다. 타이어 전문 업체인 브리지스톤이 상업용 차량을 대상으로 데이터를 통한 서비스 최적화를 위한 관련 시스템 개발을 선언하는 등 앞으로 B2B, B2C 모든 분야에서 차량 관제 시스템이 중요하게 부상할 것이다.


셋째, 획기적인 기업 문화의 전환이 필요하다.

현재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기존 하드웨어 중심의 프로세스가 소프트웨어, IT, 에너지,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 진화하며 융합하는 과정이 진행 중이다. 기업들이 선보인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자가 누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존 기업의 조직 문화가 바뀔 필요가 있다. 폴크스바겐 소프트웨어 자회사 카리아드가 가장 많은 재원과 인력을 투자를 하고 있음에도 소프트웨어 개발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가 10%는 기술적 문제, 90%는 문화적 문제로 드러났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는 새롭게 소프트웨어 자회사를 구성하면서 자동차 업계뿐 아니라 IT 업계 등 그동안 서로 다른 일하는 방식과 기업 문화에서 성장한 개발자들이 합류하며 벌어진 현상이다. 소비자와 약속한 기업의 미래 지속가능성을 위한 투자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개발 구조와 협력 체계, 인력 구조가 급속하게 변화하는 데 따른 새로운 기업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CES 2024는 이를 위한 새로운 경영관리 및 개발과 소통 방식 등을 고민해야 할 시점임을 보여줬다.
  • 차두원 | 『포스트 모빌리티』 저자

    필자는 인간공학기술사, 한국공학한림원 일반회원으로 현대모비스, 현대차그룹, 포티투닷, 차두원모빌리티연구소 등에서 인간-기계 인터페이스와 자율주행 연구 및 실무를 맡았으며,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서 R&D 정책 및 전략을 수립했다. 또한 모빌리티혁신위원회, 국토교통규제개혁위원회, 플랫폼운송사업심의위원회, 중장기전략위원회, 신산업규제혁신위원회 등에서 규제 및 정부 전략 수립에 참여했다. 『이동의 미래』, 『포스트 모빌리티』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dwcha@up-in-the-a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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