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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구본철 클래시스 최고의료책임자

“웰에이징, 이젠 안방에서 손쉽게 관리
안전성 보강한 K-의료기기 인기 쑥쑥”

장선희 | 385호 (2024년 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국내 ‘뷰티 테크’의 선두 주자는 단연 미용 의료기기다. 미국과 이스라엘 등 일부 선진국이 장악했던 시장에 ‘K-뷰티’의 힘을 등에 업은 국내 기업들이 속속 진출하고 있다.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이 창업하던 초반에는 외국산 유명 기기들을 국산화하고 응용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최근에는 엔지니어들과 피부과 전문의들을 영입하며 새로운 기술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 결과 현재 국산 미용 의료기기는 오리지널 제품을 뛰어넘는 효과와 브랜드 파워로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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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니스 테크, 뷰티 테크에서 미용 의료기기는 빼놓을 수 없는 분야다. 인위적인 아름다움보다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웰 에이징’을 돕는 의료기기 분야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이베스트투자증권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미용 의료기기 분야는 2021년 기준 시장 규모가 990억 달러에 달했으며 2030년까지 14%의 연평균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K-뷰티’ 트렌드를 타고 미국 등 뷰티 테크 강국들 사이에 한국 기업들이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피부 치료용 의료기기 제조사 중 유일한 코스닥 상장사였던 루트로닉을 거쳐 국내 주요 피부 미용 의료기기 업체인 클래시스에서 최고의료책임자(CMO)를 맡고 있는 구본철 피부과 전문의를 DBR이 인터뷰했다.


피부과 전문의로서 의료기기 산업에 관심을 두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2010년, 서울대병원에서 피부과 전문의로 근무할 때 선배 의사들로부터 의료기기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됐다.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피부과 의사들의 전문성을 산업에 결합하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였다. 의사로서 레이저 기기가 무엇인지에 대해선 잘 알았지만 의료기기를 둘러싼 산업적 가치나 전망은 깊게 생각하지 못했다. 관심을 가져 보니 의료기기 분야가 새로우면서도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라 와닿았다.


당시 의료기기 산업 현황은 어땠나.

2011년 피부 치료용 의료기기 제조사인 루트로닉에 입사했다. 당시만 해도 의료기기 회사에 근무하는 유일한 피부과 전문의였다. 관련 업계 내 상장사도 루트로닉 한 군데였다. 대학병원에서는 대부분 미용 의료기기 강국인 미국과 이스라엘 등 외국산 기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국산 의료기기 점유율 자체가 높지 않았던 터라 다들 규모가 크지 않았다. 루트로닉도 처음에는 외국 인기 장비를 국내 시장에 맞게 국산화하는 형식으로 점차 시장을 넓혔다. 의료기기 시장은 진입 장벽이 높다. 의사들이 기기를 사용해보고 ‘검증된’ 입소문이 나야 하는데 그런 경험이 전무했다. 해외에서는 더욱 시장 진입이 어려웠다. 현재의 중국산 장비와 비슷한 수준의 대우를 받았다고 보면 된다. 미국이나 이스라엘 등 뷰티 테크 기기 선진국 제품에 비해 브랜드의 힘은 떨어지지만 기술력은 좋고 가격은 저렴해서 ‘가성비’를 따지는 의료진 사이에서 제한적으로 인기가 있는 정도였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피부 미용 의료기기 업체들은 2023년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하는 등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환점은 무엇인가?


2000년대 초반부터 산업 규모가 점차 커졌다. 외환위기(IMF 사태) 이후 뷰티 시장으로 나오는 의사들도 많아지고 관련 기술을 만들 수 있는 엔지니어들도 점차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자연히 뷰티와 테크를 접목하려는 시도가 많아졌다. 향후 뷰티 테크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창업하는 이들도 그때부터 속속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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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 테크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예측한 근거는 무엇인가?

미용 업계에서는 1인당 GDP가 2만 달러 수준까지 올라갈 때 미용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진다는 속설이 있다. 당시 한국이 딱 그 무렵이었다. 또한 한국은 내수시장으로서는 매력도가 떨어지지만 고숙련 인력을 빠르게 키울 수 있다는 강점이 있었다. 한국 기업들은 소비자의 니즈에 맞게 피드백을 빠르게 받고 제품에 반영하며 업그레이드시키는 능력이 탁월했다.


현재의 뷰티 테크 의료기기 시장의 현황은?


1997년 루트로닉이 창업한 이래 원텍, 제이시스메디칼, 클래시스 등 미용 의료기기 상장업체들의 외형이 매년 커지고 있다. 특히 국내 미용 의료기기 장비는 저렴한 가격으로 높은 효과를 내 국내외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고 있고 최근 해외 진출 소식 역시 속속 들려오고 있다.


한국이 뷰티 테크에 강점이 있다는 점을 느낀 사례가 있다면?

피부과 시술을 할 때 피부를 태우지 않고 혈관만 태우는 기술이나 지방을 얼려서 분해하는 기술들이 쏟아져 나올 때가 있었다. 이 기술들의 지적재산권이 해제되는 시기에 국내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기술을 활용해 개발에 나섰다. 기기를 직접 사용하는 의사들과의 소통이 잘됐고 즉각 피드백에 반영했다. 자연히 점차 ‘한국 장비도 믿을 만하다’는 인식이 쌓였고 국내외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아졌다. 한국산 피부 미용 의료기기는 레이저, 고주파(RF), 접속초음파(HIFU), 마이크로 니들 등 다양한 방식의 제품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루트로닉의 스펙트라 시리즈나 클래시스의 슈링크(수출명은 울트라 포머)는 이미 해당 품목에서는 압도적인 경쟁력을 지닌 제품으로 꼽힌다. 이들이 모티브를 얻은 오리지널 장비들의 인기를 뛰어넘고 있다. 슈링크만 해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어 오리지널 집적초음파 탄력 개선 장비인 이스라엘의 ‘울쎄라’의 세계 판매 대수를 추월할 정도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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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 선진국으로 꼽히는 미국의 강점은 무엇인지?

의료기기 시장에서 미국은 여전히 미용 시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내는 중심 국가 역할을 하고 있다. 학계와 업계가 서로 적극적으로 협업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검증할 수 있는 것이 글로벌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큰 원동력이 되고 있다. 한국은 기술력이나 숙련도 부분에서 결코 뒤지지 않지만 의료기기 분야의 규제가 많아 이러한 협업이 다소 자유롭지 못한 편이다. 예를 들어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새로운 기기 개발 과정은 물론 인증 후 적용 과정에서 인증된 적응 중 외 적용 등 새로운 응용에 있어 의사들의 자율성을 굉장히 존중해주는 편이다.


의료기기의 새로운 테크 트렌드는?

역시 AI를 빼놓을 수 없다. 흔히 접할 수 있는 레이저도 매우 복잡한 시술 중 하나다. 해부학적 지식을 결합해 시술을 하고, 이후 피부 반응을 관찰하는 등 일련의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피부과 시술 부위의 깊이나 색의 차이, 피부 색소의 밀도 분석 작업 등을 AI를 활용해 어시스트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피부 시술에 AI를 활용한 인상적인 사례는?

미용 시술은 아니지만 이미 AI를 피부과에서 사용하는 인상적인 사례가 있다. 레이저 분광 및 인공지능(AI) 기반 의료 진단 기업 스페클립스라는 회사의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 회사는 레이저 유도 플라스마 분광 기술을 통해 피부암 조직의 생화학적 성분 데이터를 획득하고, 이를 AI로 학습시켜 실시간·비침습적으로 피부암을 조기에 진단하는 스펙트라-스코프를 개발했다. 이전처럼 조직을 물리적으로 떼어내서 현미경으로 보던 것에서 크게 혁신이 이뤄진 것이다. 미용 의료기기 분야에서도 점차 AI를 활용한 기능이 고도로 개발, 적용될 것이다.

DBR mini box I: 국내외 미용 의료기기 시장

K-뷰티 테크 기업들, 동남아 중심으로 수출망 넓혀



뷰티 업계에서 인위적인 아름다움이 아닌 ‘지속가능한 웰에이징’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를 돕는 미용 의료기기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팬데믹 시기에는 비대면 트렌드에 힘입어 집에서 손쉽게 뷰티를 관리하는 미용 의료기기 수요가 늘었고, 팬데믹이 잦아든 이후에는 마스크를 벗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피부 미용에 대한 수요가 늘며 시장이 한층 성장 중이다.

국내 주요 미용기기 업체 가운데선 1997년 창업한 루트로닉이 1세대 레이저 기기 업체로 성장하며 처음 주식시장에 상장됐다. 이후 2014년 클래시스가 관련 의료기기를 선보이며 국내 리프팅 시술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2020년 이후에는 이들을 포함해 ‘덴서티’라는 고주파(RF) 신제품을 선보인 제이시스메디칼과 원텍, 비올 등의 업체가 국내 미용 의료기기 시장을 이끌고 있다.

현재까지 미용 의료기기 시장의 글로벌 절대 강자는 미국이다. 시술 건수 기준 전 세계 점유율 24%를 차지하는 가장 큰 미용성형 시장이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가 2023년 6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이스라엘 글로벌 미용기기 업체들의 매출은 3300억∼5800억 원대 수준이다. 국내 주요 업체(클래시스, 원텍, 루트로닉, 이루다, 비올, 제이시스메디칼)의 내수 매출 합으로 추산한 국내 시장 규모는 2022년 기준으로 약 1500억 원대 수준이다. 글로벌 업체들의 매출액에는 아직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국내 업체들은 수요가 제한적인 내수 시장보다는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며 수출을 늘리고 있다. 특히 진입장벽이 높은 미국, 유럽 시장보다는 인도네시아, 태국, 대만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며 매출을 늘리고 있다. 노화 방지, 리프팅(얼굴 윤곽), 타이트닝(탄력) 의료기기를 제조하는 국내 업체 원텍은 남미 최대의 미용 의료기기 시장인 브라질에서 RF 장비인 ‘올리지오’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며 주목받았다. 레이저 장비인 라비앙(Lavieen) 역시 FDA 인증을 받으며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뷰티 에스테틱 의료기기를 개발 및 생산하는 클래시스 역시 60여 개국에 병의원용 피부 미용 의료 장비를 판매하며 시장을 넓히고 있다. 이 회사는 2014년 리프팅 기기 ‘슈링크’를 선보인 뒤 세계시장에서 1만3000대를 판매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브라질, 일본, 태국 등에서도 ‘슈링크 유니버스’를 수출 중이다.

투자 업계에서도 국내 피부 미용 의료기기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2022년에는 글로벌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이 국내 대표 피부 미용 의료기기 회사 중 하나인 클래시스를 인수했다. 한앤컴퍼니는 국내 1세대 레이저 기기 업체 루트로닉을 인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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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 업계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이나 창업에 나서는 사람들이 주의해야 할 점은?

미용 의료기기 시장이 유망하다는 전망이 쏟아지면서 관련 기기를 개발하거나 투자하려는 이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해당 의료기기가 지속가능한 수익 모델이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한번 팔고 끝나는 제품은 의사들의 선호도가 높긴 하지만 지속적인 수익 창출이 어렵다. 의료기기 시장에서도 소모품을 계속 세일즈할 수 있는 구독 모델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의료기기 기술은 지적재산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법적 리스크에서 자유로운지 잘 따져봐야 한다. 물론 지적재산권은 유효기간이 지역별로 다를 수 있고, 또 우회하는 여러 방법이 복잡하게 있지만 매출이 발생한 다음에야 꾸물꾸물 움직인다면 특허 분쟁의 위험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회사의 재무 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시점에 이런 리스크가 터진다면 때로 큰 위험이 수반되는 만큼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향후 뷰티 테크 트렌드를 전망한다면.

개인화를 꼽을 수 있다. 최근 고가의 미용 의료기기들이 가정으로 많이 들어오고 있다. 이전에는 피부과에서만 볼 수 있던 장비들이 출력을 많이 낮춘 상태로 가정용 개인화된 기기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비대면 트렌드가 강화되면서 이 추세는 가속화됐다. 얼마 전에는 국내에서 피부를 관리해주는 LED 마스크가 큰 인기를 끌었다. 피부과에 있는 유사한 전문 장비에 비하면 출력이 굉장히 낮기 때문에 효과 측면에서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다. 그럼에도 시장의 수요는 대단했다. 내 집에서 아름다움을 가꾸고자 하는 잠재적인 수요층이 이렇게 크구나 하는 사실이 증명되며 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앞으로도 소비자의 이런 니즈를 공략한 의료기기들이 속속 등장할 것이다. 전혀 새로운 개념의 원리를 이용한, 보다 넓은 영역의 피부 미용 솔루션이 등장해 가정과 병원의 경계를 허물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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