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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 과잉 시대의 체중감량

비만 치료약서 연속 혈당 측정기까지
의지로 살 빼고 관리하는 시대 갔다

문여정 | 385호 (2024년 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체중감량’은 과영양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에겐 오랜 숙제다. 다만 최근에는 단기간에 극단적으로 살을 빼거나 오롯이 개인의 의지에 기대어 살을 빼기보다 과학의 발전에 힘입어 수월하게 식욕을 조절할 수 있게 됐다. 나아가 단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다이어트를 하던 이전과 달리 건강과 삶을 위해 즐겁게 체중을 관리하길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추세다. 이러한 트렌드를 바탕으로 새로운 비만약을 개발한 제약사가 업계 시가총액 1위로 올라서는 등 산업 지형도 변화하고 있다. 편리한 방식으로 실시간으로 혈당을 측정할 수 있는 연속 혈당측정기(Continuous Glucose Monitoring, CGM), 식습관 교정을 위한 디지털 행동 치료 등 과학적 혁신이 이어지고 있다. 건강한 삶을 위한 체중 감량 트렌드는 식품업계는 물론 건강과는 거리가 먼 술, 담배의 매출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파급 효과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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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 단백질만 극단적으로 섭취하는 황제 다이어트, 탄수화물을 최소화하는 저탄고지, 아예 일정 시간 공복 상태를 유지하는 간헐적 단식, 디톡스 다이어트…. 다양한 방식의 다이어트가 반짝 유행했다. 대부분 이런 체중감량 방식은 단기간에 극단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유지가 어려웠다. 요요 현상이 오는 일이 태반이었다. 자연히 이런저런 다이어트 방식들도 짧게 유행하고 자취를 감췄다. 과거에는 이렇게 극단적인 방식으로 건강을 해쳐가면서까지 다이어트를 시도했다면 최근에는 기술의 도움을 받아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뷰티 테크의 관점에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힘입어 최근 ‘의학적인 근거가 있는, 건강한 삶을 돕는 비만약’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비만약을 찾는 이들도 과거처럼 일부 고도비만자가 아닌 적당한 체중감량을 원하는 평범한 사람들로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이런 현상에 힘입어 해당 의약품을 개발한 제약사는 전 세계 제약업계 시가총액 1위로 급부상했다. 과학의 발전에 기대어 식욕을 조절하게 됐으며 나아가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혈당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인지행동 교정을 통해 지속적으로 건강한 다이어트를 할 수 있게 됐다.


비만약 출시로 제약사 시총 순위가 뒤바뀌다: 노보노디스크, 릴리

일라이릴리는 지난해 6월, 20년 이상 업계 부동의 시총 1위였던 미국 존슨앤드존슨(J&J)을 제치고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 1위 자리에 올랐다. GLP-11 에 기반한 비만치료제이자 당뇨치료제인 ‘터제파타이드’의 흥행 덕분이었다. 터제파타이드는 2030년까지 매출이 100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례적인 일은 또 있다. 덴마크의 노보노디스크는 글로벌 제약업계 10위권 정도였는데 비만약의 흥행을 등에 업고 현재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 시총 3위로 껑충 올라섰다. 노보노디스크는 GLP-1 기반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이자 당뇨 치료제 ‘오젬픽’을 개발했다. 2022년 말 3045억 달러(약 395조 원)였던 이 회사 시가총액은 2023년 12월 19일 기준 4458억 달러로 45% 이상 급증했다. LVMH를 제치고 EU에서 시총이 제일 큰 기업이 됐고 덴마크 GDP인 4060억 달러도 뛰어넘었다.

항암제를 개발하는 쟁쟁한 제약업체들을 제치고 비만약 개발 회사들이 승승장구하는 이유는 비만이 그만큼 질병으로서 중요도가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비만 환자 외에도 뷰티 테크 영역으로 GLP-1이 적용될 수 있는 사람들의 범위가 크게 확대됐기 때문이다.


비만은 어떻게 질병이 됐는가

세계보건기구(WHO)는 1997년 “비만은 만성적으로 섭취하는 영양분에 비해 에너지 소비가 적어 여분의 에너지가 체지방 형태로 축적되는 현상이자 질병”으로 규정했다. 비만은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심혈관질환, 암 등 다른 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만 치료의 목표는 체중을 줄여 다른 질병이 생길 위험을 낮추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당뇨병 치료를 위해 체중 조절의 중요성이 최근 들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미국당뇨병학회(ADA)는 2023년 치료 가이드라인에서 처음으로 체중감량이 혈당 조절과 동일한 정도로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제2형 당뇨병이 있는 과체중 및 비만 환자가 체중의 5%를 감소할 때 삶의 질이 향상되고, 심혈관 위험요소가 좋아진다고 밝혔다. 체중을 10% 이상 감소하면 제2형 당뇨 및 다른 질환이 직접 치료되는 효과가 있고, 심혈관 상태도 직접적으로 좋아진다.

ADA는 1년 이상 유지할 수 있는 장기 체중 유지 프로그램을 권장하고 있다. 삶을 건강하게 유지하도록 적절한 체중감량을 일상화하라는 취지다. 비만은 더 이상 미용상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들은 이제 비만을 다양한 질병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심각한 질병이라고 인식하게 됐다.


비만 치료제 개발의 역사


제약사들은 이런 시장의 확대와 맞물려 약물 요법에서 혁신을 가져온 GLP-1 기반의 비만약을 개발하고 업그레이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GLP-1 기반의 비만약은 당뇨약을 개발하는 회사들에서 주도적으로 개발됐다.

당뇨와 비만은 뗄 수 없는 관계다. 음식을 먹어서 혈당이 올라가면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된다. 인슐린이 분비되면 근육, 간, 지방세포 등이 일을 해서 혈당을 떨어뜨려야 하는데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의 양은 한정적이다. 어느 순간 더 이상 분비가 잘 안 되기도 하고 과식, 음주, 비만 등으로 계속 혈당이 올라가 있으면 인슐린에 점점 근육, 간, 지방세포 등이 반응을 안 하는 인슐린 저항성이 생긴다. 이렇게 혈당이 높게 유지되는 병이 당뇨다. 당뇨로 인해 여러 염증 물질이 나와서 혈관이 망가지게 돼 관상동맥, 콩팥, 망막이 손상을 입는 것이 심근경색, 당뇨성 신장질환, 당뇨성 망막병증 등의 질환이다.

초기의 당뇨약들은 혈당을 낮추는 데는 효과가 있었다. 대표적인 게 ‘DPP4 inhibitor’라는 개발한 지 약 20년 된 약이다. 혈당을 낮추면서 다양한 혈관 질환을 막는 방식인데 체중의 변화는 그다지 명확하지 않았다.

반면 최근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처음 당뇨약으로 개발한 ‘리라글루타이드’는 인슐린 분비를 돕는 GLP-1이 체내에서 13시간 이상 오래 머무르게 해 하루에 한 번만 투약해도 되는 약이다. 이 약은 초기 당뇨약이 매일 먹는 경구약으로 개발된 것과는 다르게 인슐린처럼 배에 매일 찌르는 형태로 개발됐다.

리라글루타이드는 당뇨약으로 개발하던 중 그동안의 당뇨약과는 매우 다른 부작용을 발견했다. 바로 식욕 감소였다. 식욕 감소는 체중감소로 이어진다. 노보노디스크는 처음에는 이 사실을 매우 의아하게 생각했으나 여러 번 반복해서 확인해본 결과 식욕억제가 많은 사람에게서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이후 GLP-1은 장, 췌장뿐 아니라 뇌에도 작용해서 빨리 포만감을 주고 쾌락적 식욕을 못 느끼게 하는 것을 알게 됐다.

이후 노보노디스크는 리라글루타이드를 2010년 당뇨약으로 우선 허가를 받아서 판매한 이후 비만약으로 다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포만감이 증가하고, 배고픔이 감소하고, 56주 투여 시 체중이 9.2% 감소하며, 심혈관 위험도 개선하고, 당뇨 위험을 줄이는 것을 입증해 2014년 비만약으로 FDA(미국 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았다. 리라글루타이드라는 동일 성분명이지만 당뇨약은 ‘빅토자’로, 비만약은 ‘삭센다’로 다른 이름, 다른 용량, 다른 가격으로 판매 중이다.

이어 노보노디스크는 GLP-1을 조금 더 개량해 반감기를 1주일 이상으로 늘린 ‘세마글루타이드’를 개발했으며 이를 68주 투여 시 16% 이상 체중이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세마글루타이드 성분명은 2017년 당뇨약 ‘오젬픽’, 2021년 비만약 ‘위고비’로 이름을 붙이고 판매를 시작했다.

이들 비만 치료제가 대중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2022년 10월쯤 한 트위터(현 X) 사용자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에게 “살을 뺀 비결이 무엇인가?”라고 물은 것이 계기가 됐다. 이 질문에 머스크는 “Fasting and Wegovy(단식과 위고비)”라고 답했다. 틱톡, 인스타 등의 인플루언서들도 “살빠지는 약”이라고 사용 후기를 올리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행에 불이 붙었다. 비만약을 활용한 체중감량이 일부 ‘환자’의 몫이 아닌 건강한 삶을 위한 하나의 선택으로 여겨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미국에서 비만약 수요가 폭증하면서 실제 사용해야 하는 당뇨 환자에게도 공급이 부족해지는 실정이다. 노보노디스크는 유럽이나 한국의 출시도 연기하고 있다. 생산 라인을 확충하고 있지만 2024년에도 품귀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릴리도 비만 치료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GLP-1 과 GIP 두 개와 동시에 유사하게 개발한 물질인 ‘터제파타이드’는 노보노디스크의 GLP-1 개량 물질보다 더 효과적으로 식욕을 억제하고 당뇨 치료 효과뿐 아니라 혈관 질환 위험도도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48주 투여 시 체중의 20%가 감소하고 72주 투여 시 22.5% 감소한다는 임상 결과가 올해 5월에 발표된 직후 글로벌 제약업계 시총 1위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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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약이 식품산업에 미치는 영향

비만 치료제의 열띤 개발은 식품산업에도 큰 파급 효과를 미치고 있다. 식욕이 억제되면 자연스레 음료, 식품 등의 소비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10월 뉴욕 증시에서 코카콜라, 펩시코, 몬델리즈 등 음식료 업체 주가가 동반 급락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월마트 CEO는 비만약으로 인해 월마트에서 장바구니 구매 단위가 줄고 구매 식품의 칼로리가 낮아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비만치료제가 ‘먹는 행동에 대한 갈망’을 줄이다 보니 단지 음식의 양, 섭취 빈도만 줄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 삭센다나 마운자로를 처방받은 사람들의 SNS에서 음식이나 술의 포스팅이 줄어들었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고 있어 알코올 중독 치료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에 대한 초기 임상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이렇게 비만약이 산업 전반에 미치는 효과는 크지만 약의 효능이 아직까지는 완벽하지 않다. 약물 처방을 중단하며 다시 식욕이 원래대로 돌아가면서 식사량이 늘어나서 체중 유지에 실패한다는 보고들이 있다. 약물을 이용한 체중감소를 1년 이상 유지하고 지속하기 위해서는 식욕이 억제돼 있는 사이 적절한 식습관을 학습하고, 좋은 생활 습관을 익히는 것이 필요하다.

비만약 처방 이후 지속적인 체중 변화를 돕는 추가적인 파트너들이 있다. 바로 연속혈당측정기(CGM)와 식습관 교정 인지행동 프로그램이다. 기존에는 각각 당뇨 치료와 다이어트 영역으로 분리돼 인지됐으나 최근 승인된 GLP-1 비만약과 결합돼 그 입지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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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약의 파트너 1:
맞춤형 혈당 관리 CGM

당뇨병 환자들은 당뇨 합병증을 예방하고 저혈당 쇼크를 방지하기 위해 하루에 적으면 1번, 많으면 3~4번 혈당을 주기적으로 측정한다. 기존의 자가 혈당 측정은 손가락을 찔러 혈당을 확인하는 침습적인 방식이었다. 하지만 환자들이 채혈에 부담을 느껴 혈당 모니터링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경우도 많았고 정확한 실시간 혈당 정보 없이 저혈당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슐린 약물에만 혈당 조절을 의존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러한 당뇨 환자들에게 CGM은 혈당 관리의 혁신을 가져왔다. 얇은 바늘이 달린 500원짜리 동전만 한 크기의 센서를 1~2주간 피부에 부착한 후 센서에서 얻어진 혈당 수치를 스마트폰 등으로 전송하는 방식으로 반복적인 채혈 과정 없이 혈당 측정을 실시간으로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자동으로 측정되는 혈당을 확인하며 언제 어떤 음식을 먹을지 말지, 인슐린 등 약물을 언제 어떻게 투여해야 하는지를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 혈당을 체크해 나의 건강을 챙기는 일이 더 이상 아프고, 고통스러운 과정이 아니게 된 셈이다.

첫 CGM은 1999년 메드트로닉에서 승인됐다. 이후 20년간 Dexcom, Abbott, Medtronic 등의 회사들은 센서의 크기를 줄이고, 배터리 수명을 늘리며, 혈당 측정의 오차를 줄이는 방향으로 혁신을 가속화했다. 2022년에 출시된 애보트(Abbott)사의 Freestyle Libre3는 오차 범위를 한 자릿수로 줄이고 사용 편의성을 극도로 개선하면서 CES에서 최고혁신상을 수상했다. 나아가 2023년 ADA 진료 가이드라인에서도 2형 기초 인슐린 환자들의 CGM의 사용을 “사용할 수 있다(can be used)”에서 “제공돼야 한다(should be offered)”로 언급하게 되면서 혈당 관리를 위해 강력하게 사용을 권고하는 의료기기로 자리 잡게 됐다.

흥미로운 점은 혈당 관리가 체중 조절과 유의미한 관계가 있다는 최근 연구들이 늘어나면서 당뇨 환자가 아닌 일반인들 또한 건강관리와 체중 조절 차원에서 CGM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체중 증가가 칼로리 과잉 섭취로 인한 것이라고만 단순히 이해했다면 이제는 혈당 스파이크를 일으키지 않는 식습관이 칼로리 제한만큼이나 체중 조절에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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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흥미로운 점은 CGM을 사용해 혈당 측정을 해 보니 사람마다 음식에 따른 혈당 반응이 다르다는 점이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사람마다 혈당의 상승/하강 패턴이 다르고, 같은 운동을 해도 다른 혈당 패턴을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CGM이 단순 혈당 모니터링 기능을 넘어 사람들의 맞춤형 행동 변화까지 유도한다. 어떤 음식을 먹었을 때 내 혈당이 올라가는지, 어떤 강도의 운동을 얼마나 했을 때 혈당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등 행동에 따른 혈당 수치 변화를 직관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관리 의욕이 올라가는 것이다.

이렇게 혈당 조절과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CGM이 비만약과의 긍정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은 명확하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GLP-1 약물과 CGM이 상호 보완적인 관계라는 실사용증거(Real World Evidence)들이 빠르게 쌓이고 있다. 2023년 10월 애보트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CGM을 사용하는 당뇨 환자 중 40% 이상이 GLP-1 약물을 투여하고 있으며 두 개를 함께 사용하는 군의 HbA1C 수치 개선 효과가 단독 사용군 대비 월등하게 좋았다. GLP-1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들 중 CGM도 함께 사용하는 환자들은 GLP-1 약물만 단독 복용하는 것보다 약물 순응도(adherence)가 높았고, 반대로 CGM을 통해 혈당을 관리하는 사람들 중 GLP-1 약물도 함께 복용하는 환자들이 CGM을 더 자주 켜서 혈당을 확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CGM 기기들이 GLP-1 약물의 용량 조절을 지원하는 기능도 추가하고 있는 만큼 추후 CGM이 혈당 관리를 넘어 체중 조절에서 활용할 수 있는 모니터링 기기로도 충분히 확장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만약의 파트너 2:
식습관 교정 인지행동 프로그램

아침에 먹는 시리얼과 우유는 체중감량에 가장 비효율적인 음식이다. 오늘 먹은 음식이 체중감량에 도움이 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점심때 설렁탕을 먹은 직후 CGM상 혈당이 190으로 측정될 때 15분 이상 빠르게 걷거나 계단을 오르면 혈당이 빠르게 내려간다는 것을 의외로 잘 알지 못한다.

이런 고민들을 20년 전부터 모바일에서 해결하려는 시도들이 있었다. 식사 때 어떤 메뉴를 선택하고, 어떤 운동을 언제 어떻게 하는 것이 체중감량에 도움이 되는지 끊임없이 피드백을 주면서 행동을 교정하는 것이 ‘인지행동 교정’이다. 이 과정을 모바일을 통해 가능케 하면서 개인화하고, 심지어 의학적 근거까지 만든 서비스가 이미 많이 나와 있다. 미국에는 눔(Noom), 마이 피트니스팔(my fitnesspal) 등의 서비스가 있고 국내에는 닥터다이어리, 글루코핏 등이 있다.

매일 앱에 접속해 정해진 아티클을 읽고 오늘 한 일을 입력하면서 스스로의 행동을 복기하고, 어떤 것을 수정할지 피드백을 주는 과정을 적어도 6주, 길게는 24주 이상 해야 이용자가 변하게 된다. 생각처럼 간단한 애플리케이션이 아닌 이유다. 이들을 두고 인지행동 치료를 디지털화했다고 ‘디지털 치료제’라고 부른다. 디지털 치료제는 과거 당뇨 환자를 위해서 처음 개발됐지만 최근 중독 치료, 불면증, 우울증 등 정신과 질환으로 많이 확장되고 있다.

현재 GLP-1 약물은 당뇨 환자에게는 약가가 비싸지 않지만 비만 환자에게는 약가가 비싸게 책정돼 있다. 그럼에도 GLP-1이 비만 환자에게 폭발적으로 처방되다 보니 약의 공급도 부족해지고 비만에 대한 보험 급여 처방에 대한 부담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따라서 보험 회사에서는 “제대로 살을 빼고 유지할 의지가 있는 비만 환자”에게 약을 공급하기 위해 GLP-1을 눔과 같은 디지털 치료제와 병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제 살을 의지로만 빼던 시대는 갔다. 과학에 기반해 식욕을 조절하고, 혈당을 관리하며, 식습관을 교정하는 등 편하면서도 즐겁게 건강을 관리하는 시대가 됐다. 이를 통해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보다 즐겁고, 건강하게 하는 것이 트렌드가 됐다. 이전처럼 고통스럽게 체중감량을 하거나 자신을 혹사시키는 방식보다는 ‘즐겁게’ 건강을 관리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타기팅한 시장은 앞으로도 더욱 확대될 것이다.
  • 문여정 | IMM인베스트먼트 전무·산부인과 전문의(이학박사)

    문여정 전무는 IMM 인베스트먼트 벤처투자2본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국내 최초 의사 출신 VC로 다양한 헬스케어 및 바이오 벤처에 투자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의료의 혁신과 혁신 신약을 통한 환자의 생명연장에 관심이 많고,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육성에 주력해왔다.
    yjmoon.md@im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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