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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럭셔리’ 기반으로 브랜드의 폭 넓혀

여준상 | 383호 (2023년 12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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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업의 브랜딩 추세는 ‘경박단소(輕薄短小)’라고 할 수 있다. 가볍게 만들어 한 번 띄우면 버리고 또 다른 브랜드로 갈아타는 분위기가 강하다. 패스트 브랜딩(Fast Branding) 시대다 보니 오랜 기간에 걸쳐 강력한 브랜드 자산을 구축하면서 브랜드 헤리티지를 만들어가는 브랜드를 만나기 쉽지 않다. 패스트 브랜딩은 그때그때 트렌드에 맞춰 브랜드를 짧게 가져가면서 대응력을 키운다는 장점은 있지만 설익은 브랜드만 남발하면서 브랜드를 찍어내는 공장으로 전락할 수 있는 단점도 존재한다. 브랜드는 단순히 표식을 위한 상표가 아니라 엄연한 자산이다. 잘 키운 브랜드는 엄청난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를 만들어 낸다. 큰돈을 들여 굳이 광고하지 않아도 브랜드 그 자체의 힘, 즉 소비자 인식에 자리 잡은 심리적 효과로 인해 안정적 시장 지위를 누릴 수 있다. 브랜드를 생명체적 관점, 자산적 관점, 전통 계승적 관점에서 보고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런 측면에서 제네시스는 브랜드 관리에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15년에 걸쳐 단계적 접근을 통해 꾸준히 브랜드의 체력을 키우며 빅 브랜드로 성장시켰으며 앞으로도 헤리티지를 만들어가며 메가 브랜드로 커갈 가능성을 보여준다. 대한민국도 글로벌 시장에 력셔리 브랜드를 내고 성공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줬다. 그동안 한국 브랜드는 고급 시장에서 자리 잡기가 쉽지 않았다. 일본, 독일을 비롯한 유럽 브랜드가 주류를 이루는 고급 시장에 한국 브랜드가 자리한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일이다. 특히 판매량 중 40%가 해외라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는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코리아 프리미엄’이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과 연결된다. 예전에는 한국산은 저가로 인식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압박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 문화의 저변 확대와 함께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 소비자에게 프리미엄 이미지를 고취시키고 있다. 여기에 제네시스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뿐만 아니라 첨단 기술, 제품에도 코리아 프리미엄이 생기면 제2, 제3의 제네시스와 같은 브랜드들이 글로벌 럭셔리 시장을 장악하며 대한민국의 국격을 더욱 높일 것이다.

제네시스의 성공에는 많은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몇 가지만 추리면 다음과 같다. 이러한 성공 요인은 앞으로 대한민국의 많은 브랜드가 브랜드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 많은 시사점을 제공하리라 본다.

브랜딩 룰을 지키며 단계를 밟아가다

제네시스 브랜딩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기다림, 즉 인고의 브랜딩이다. 섣불리 달려들지 않고 설익은 상태에서 무리한 마케팅을 하지 않았다. 신규 브랜드가 나오면 대부분 참지 못하고 초기부터 과도한 마케팅을 하면서 무조건 큰 그림을 그리려 한다. 아직 소비자는 그 브랜드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은데 기업만 조바심에 소비자의 마음과 딴판인 헛물켜는 마케팅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제네시스는 브랜딩 체계부터 원칙을 지키며 단계적으로 접근했다. 처음에는 ‘현대 제네시스’, 즉 현대차라는 모(母) 브랜드하에 제품 브랜드로 출발했다. 렉서스가 처음 ‘도요타 렉서스’로 출발한 것과 흡사하다. 제네시스의 초기 브랜딩은 제네시스를 현대차 라인업의 최상단에 놓고 사람들에게 고급 이미지를 주입하는 데 주력했다. 시간을 두고 기다렸다. 소비자에게 처음부터 우리는 고급이라고 아무리 떠들어봐도 소비자가 느껴보고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7년의 시간을 참으면서 소비자 머릿속에 제네시스의 고급 이미지가 생겨나길 기다린 것이다.

력셔리 이미지가 자리 잡자 그다음 시행한 스텝은 독립이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100% 완전한 독립은 아니다. 브랜딩은 독립의 성격을 띠고 있으나 생산 운영 및 재무적 독립이 아니기에 ‘느슨한 독립’이라고 칭할 수 있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 이 단계를 잘 운영해오면서 렉서스처럼 독자적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고 고급차 브랜드 반열에 올랐다고 본다. 15년간 두 단계에 걸쳐 순차적으로 프리미엄 브랜딩 전략을 잘 구현한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제네시스가 자동차뿐만 아니라 생활 전반에 럭셔리 이미지를 선도하는 명품 브랜드가 된다면 완전한 독립체로서 브랜딩하는 모습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독특한 디자인 헤리티지로 정체성을 확고히

세상 모든 명품은 자신만의 독특한 디자인 정체성이 있다. 디자인은 브랜드가 소비자와 소통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매개체다. 디자인 매개 효과를 잘 다루는 브랜드는 브랜드 팬덤을 만들어내고 이 팬덤이 대중의 추종 효과를 만들어 낸다. 애플 아이폰의 열광적 팬덤 현상 기저에는 독특한 디자인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가 잘 아는 패션, 가구, 자동차 시장의 명품 브랜드에는 무엇이라 딱 한마디로 표현하기 힘들지만 그 브랜드만의 독특한 디자인 아우라가 존재한다. 식음료를 포함한 비내구적 성격의 소위 저관여 제품이라 부르는 제품조차도 디자인이 매우 중요한 브랜드-소비자 소통 수단이다.

이런 의미에서 제네시스는 한국적 디자인 미학을 내·외관에 구현함으로써 여타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에서 느낄 수 없는 독특한 브랜드 경험을 만들어냈다. 아울러 쇼룸, 플래그십 스토어 등의 다양한 공간 마케팅을 통해 제네시스만의 차별적 한국 미(美)를 소비자에게 전달한다. 그간의 고급차 시장은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양 문화와 밀접하다 보니 한국적 디자인 터치는 독특한 차별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무작정 유럽 프리미엄 디자인을 쫓기보다 한국 브랜드로서 차별적 디자인에 방점을 찍고 이를 다양하게 시도해보는 과정에서 제네시스만의 력셔리 이미지를 풍기는 디자인을 완성시켰다고 볼 수 있다. 단순히 고급 이미지 추출에만 초점을 뒀다면 기성 디자인과 다를 것이 없어 단명하는 디자인에 그쳤을 것이다. 비록 초창기에는 많은 우려와 반발이 있었겠지만 브랜드를 장기적으로 보고 헤리티지를 만들어낸다는 철학이 있었기에 시간이 걸리지만 대중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브랜드 디자인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브랜드의 폭을 넓히다

최근 제네시스 움직임을 보면 단순히 자동차에 그치지 않고 생활 전반으로 브랜드 운용의 폭을 넓히려는 시도가 보인다. 제네시스 하우스 뉴욕도 그 일환이다. 레스토랑에서부터 공연에 이르기까지 일상 전반에 ‘한국적 럭셔리’라는 제네시스 브랜드 경험을 만들어가고 있다. 제네시스 챔피언십 등의 골프 스폰서십도 럭셔리 브랜드 경험을 자동차뿐만 아니라 스포츠 등 레저 생활에서 느낄 수 있도록 브랜드 여정 관리를 한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명품 패션 브랜드들이 의류, 핸드백에 그치지 않고 의식주 전반에 그 외연을 넓혀가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예전의 브랜드 확장은 제품 기반의 확장이 대부분이었다. 승용차를 만드는 브랜드가 기존 제품과 유사한 오토바이, 트럭, 버스 등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제품 간 크로스오버가 쉽지 않아, 즉 아웃소싱, 오픈 생산, 이종 간 결합이 어려워 기존 제품군과 유사한 선에서 확장이 이뤄졌다. 물리적으로 비슷한 제품만 만들면서 큰 실패 없이 기존 영역에서 벗어나지 않고 머물렀다. 하지만 지금은 명확한 콘셉트만 있으면 물리적 생산은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서 동일한 콘셉트에 다양한 제품을 운용하는 유연한 브랜드 확장 시대로 가고 있다. 다른 브랜드에서 경험할 수 없는 콘셉트만 있다면 다양한 미래 사업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제네시스는 ‘한국적 럭셔리’라는 콘셉트를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로 브랜드 확장이 가능하다. 특히 럭셔리라는 콘셉트는 확장성이 뛰어나 매우 다양한 제품이나 서비스에 적용될 수 있다. 우리가 잘 아는 명품 브랜드들이 다양한 확장을 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백’ ‘환대’ ‘겸손’ ‘배려’라는 한국적 럭셔리가 차별적 콘셉트로 녹아 들어간다면 그 어떤 형태의 제품이나 서비스도 제네시스의 브랜드 영역 안에 포용될 수 있다. 단순히 모빌리티에 그치지 않고 고객의 럭셔리 경험 전반에 A to Z를 제공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적 럭셔리’라는 범주를 만들어내는 동시에 그 범주의 최고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여준상 |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고려대 경영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석,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사단법인 서비스마케팅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저명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게재했다. 저서로 『한국형 마케팅 불변의 법칙33』 『역발상 마케팅』 등이 있다.
    marnia@dg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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