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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mini box : ‘쇼핑트랙’에서 생존하려면

경쟁의 범위 확장하는 ‘수평화’ 전략으로

최지혜 | 381호 (2023년 11월 Issue 2)
각자의 색깔을 찾기 위한 모바일 쇼핑 업계의 생존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사용률(사용자 수를 설치자 수로 나눈 수치)이 95.1%에 달해 소비자들이 습관적으로 둘러보고 주문하는 일상 속 ‘쇼핑트랙’에 단단히 자리 잡은 쿠팡을 제외하면 나머지 이커머스 플랫폼의 사용률은 50%가 채 되지 않는다. 잠시라도 긴장을 늦추면 언제 이 트랙에서 배제될지 알 수 없는 만큼 플랫폼들은 ‘소비자들이 왜 우리 채널에서 구매해야만 하는지’를 찾아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 소비자를 붙잡기 위한 이들 모바일 쇼핑 업체의 생존 전략 중 근래에 두드러지는 전략은 바로 ‘수평화’다. 경쟁의 범위(boundary)를 넓히는 이들의 수평화 전략은 크게 기존 킬러 카테고리에서 다른 카테고리로의 확장, 비(非)커머스에서 커머스로의 확장 등으로 나눠 볼 수 있다.

① 킬러 카테고리에서 다른 카테고리로의 확장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그동안 뾰족하고 날카로운 전문 플랫폼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던 버티컬 몰들의 확장이다. 전문화로 승부하던 ‘킬러 앱’들이 다른 카테고리에서 기회를 엿보면서 본격적으로 다른 분야로의 진출을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오늘의집’이다. 인테리어 카테고리 킬러로서 시장을 장악해 온 오늘의집은 몇 년 전부터 대형 가전, 캠핑용품을 넘어 생필품으로까지 제품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가전제품 판매가 실질적인 매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200만 원이 넘는 세탁기·건조기가 판매 베스트 3위에 올라가 있다. 이 같은 카테고리 확장 전략은 고가 제품 판매에 따른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고, 2023년 초 오늘의집은 500만 원 이상 쓴 고객이 62% 증가(2022년 기준)했다는 성과를 발표했다. 코로나 종식 이후 오늘의집의 성장세가 주춤해질 것이라고 예상하던 이들은 집에서 보내는 시간과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줄면 회사가 성장 동력을 잃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하지만 오늘의집은 대형 가전 등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함으로써 2년 연속 50%대 매출 성장을 이뤄내고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한편 오늘의집이 인테리어에서 가전으로 확장한 것과 달리 ‘29cm’는 패션에서 인테리어 시장으로의 카테고리 확장을 꾀하고 있다. 2023년 10월 29cm는 성수동에 프리미엄 리빙 플래그십 스토어 ‘TTRS(티티알에스)’를 오픈했다. 그동안 감도 높은 큐레이션 역량으로 커머스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선점해 왔듯이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국내외 프리미엄 리빙 브랜드를 소개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친 셈이다. 여기에 더해 ‘29cm.home’이라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오픈하고 29cm 앱 내에 29F 전문관을 여는 등 리빙 카테고리를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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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뷰티 커머스 시장의 강자로 인정받고 있는 올리브영의 최근 관심사는 ‘주류’다. 2023년 5월 올리브영은 강남과 을지로 일대 매장에서 주류 카테고리를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와인과 맥주, 위스키, 하드셀처, 전통주 등 다양한 주종을 판매하는 것은 물론이고 타깃 소비자를 고려해 컵이나 파우치 등 소용량으로 형태를 다변화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하이볼이나 기타 칵테일 등을 주조할 필요 없이 바로 마실 수 있도록 상품화한 ‘RTD(Ready To Drink)’ 주류는 2030세대 트렌드까지 반영했다.

사실 올리브영의 이런 확장이 갑작스러운 행보는 아니다. 이미 올리브영은 2022년 10월부터 오프라인 70여 개의 매장에서 주류 판매를 테스트해왔다. 시범 판매 첫 달 대비 주류 제품 매출이 2023년 4월 약 6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자 가능성을 엿본 회사가 곧장 주류로의 카테고리 확장을 본격화한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올리브영의 다음 스텝이 ‘식품’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최근 소비자들은 주류를 단독으로 소비하기보다는 음식과의 페어링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일찍이 올리브영은 건강기능식품을 중심으로 식품 사업에서의 역량을 차근차근 준비해왔다. 2022년 통계에 따르면 올리브영 내에서 건강식품 매출은 연평균 25%씩 성장하고 있다. 식품 시장으로의 진출이 멀지 않았다고 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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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카테고리 확장 전략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커머스는 다름 아닌 ‘다이소’다. 버티컬 커머스는 아니지만 주로 저렴한 생필품 채널로 인식됐던 다이소가 최근 ‘뷰티’ 영역을 공격적으로 키우면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에도 다이소에 뷰티 카테고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주로 10대 학생들이 구입하는 저가 화장품만 취급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다이소가 뷰티 브랜드의 구색을 강화하자 올리브영을 지향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23년 9월 기준 다이소에 입점한 브랜드는 기초화장품 13개, 색조화장품 4개, 남성화장품 1개 등 18개로 판매 품목만 총 190여 개에 달한다. 다이소는 마케팅과 유통 단계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낮추며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특히 최근 유행하는 화장품인 VT코스메틱의 리프팅 세럼 ‘VT리들샷’을 저렴하게 판매하면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올리브영과 다이소의 가격을 비교하는 콘텐츠가 쏟아져 나온 것이다. 네이처리퍼블릭, 클리오, 투쿨포스쿨 등 인지도 있는 화장품 브랜드들이 대거 입점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최근에는 뷰티 브랜드와 직접 손을 잡고 협업 상품도 선보이는 추세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2023년 1월부터 8월까지 다이소의 기초 및 색조화장품 매출은 2022년 동기 대비 160%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 흥미로운 점은 다이소의 전략이 단순 카테고리의 확장을 넘어 온라인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온라인 사업 경력직을 대거 채용하면서 자체 모바일 앱 ‘샵다이소’의 경쟁력을 강화할 것을 예고했다. 다(多) 점포를 가진 오프라인 리테일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다이소와 올리브영의 직접 경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② 非(비)커머스에서 커머스로의 확장

커머스가 아니었던 플랫폼이 커머스로 확장하는 사례도 눈에 띈다. 일찍이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배민스토어’를 통해 신성장 동력의 방향을 예고한 바 있다. 배민스토어는 음식 외 다양한 일상용품을 1시간 내 배달하는 서비스로 2021년 출시됐다. 그런데 엔데믹으로 음식 배달 수요가 줄어들자 회사가 배민스토어를 점점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2023년부터는 아예 배민스토어에 브랜드와 개인 판매자들의 입점을 허용했고, 2023년 8월 말 기준 100여 개의 브랜드와 570여 명의 개인 판매자가 배민스토어에 입점했다. 배민에 따르면 배민스토어 평균 배달 시간은 35여 분, 평균 배달비는 3000원 수준이다. 온라인에는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에어팟 프로와 닌텐도 스위치를 받았다는 후기가 쏟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까지 입점하면서 전자제품뿐만 아니라 우유, 계란 등 신선 식품 등으로 퀵 배송 품목이 늘어나고 있다. 배민스토어 내 주요 브랜드 거래액은 2023년 8월 기준 2022년 11월 대비 3배 성장했다. 우아한형제들의 이러한 행보는 배민을 더 이상 음식 배달 앱으로 한정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자 배달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 커머스’로서의 도약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토스의 공동 구매 서비스도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2023년 4월 공동 구매 서비스를 시작한 토스는 한 달 뒤 토스페이 탭에 서비스를 통째로 집어넣었고, 지난 7월에는 정관에 통신판매 중개업을 추가했으며, 9월에는 판매자들이 입점 신청 및 상품을 등재할 수 있는 전용 시스템 ‘셀러 어드민’을 선보였다. 토스에 따르면 셀러 어드민을 내놓은 이후 입점 판매자 수가 5배 이상 늘어났다고 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토스가 핀테크 플랫폼으로서의 영향력은 크지만 커머스 서비스는 이제 막 시작한 만큼 입점 업체들도 초기 선점 효과를 노려 진입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토스가 커머스로의 확장을 시도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업의 본질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토스는 그동안 만보기, 행운 퀴즈, 침구와 함께 토스 켜기 등 사용자의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한 각종 비금융 서비스를 시도해왔다. 쇼핑도 그 연장선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쇼핑을 통해 사용자 체류시간을 늘리고 플랫폼으로서 경쟁력을 확보함과 동시에 결제도 활성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커머스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커머스를 통한 결제 플랫폼으로의 입지를 굳히겠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성장해온 플랫폼들도 커머스에 진출하고 있다. 대학생 커뮤니티 앱으로 알려진 ‘에브리타임’의 운영사 ‘비누랩스’의 사업 영역 중 하나도 커머스다. 대학교에 합격하면 등록금 납부와 에브리타임에 가입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에브리타임은 대학생의 필수 앱으로 꼽힌다. 2021년 말 기준 전국 대학생이 287만 명인데 에브리타임의 월간 이용자 수도 287만 명이다. 사실상 전국의 모든 대학생이 에브리타임을 쓴다는 뜻이다. ‘대학생’이라는 확실한 타깃 소비자를 기반으로 비누랩스는 2017년 대학생만을 위한 온라인 몰 ‘학생복지스토어’를 시작했다. 대학생임을 인증하면 학생복지스토어에서 노트북, 휴대폰, 태블릿 등의 제품을 할인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회사에 따르면 학생복지스토어의 회원 수와 월간 이용자는 100만 명에 이르며 매년 거래액도 50%씩 뛰고 있다. 학생복지스토어는 교수 및 임직원의 이용도 허용하는 다른 교육 할인 몰들과 달리 타깃층이 20대 대학생으로 명확하다는 점에서 커머스 진출에는 더 유리할 수 있다. 향후 취향 맞춤이나 타깃 특화 커머스로의 성장을 기대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수평화 전략에 대해 우려의 시각도 많다. 수익성을 위해 고유한 정체성이 흐려지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카테고리 외연을 넓히고 있는데 그 사이 킬러 앱들이 쌓아왔던 포지셔닝을 견제하는 새로운 특화 몰도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영역을 넓히는 수평화 전략에 맞서 영역을 깊이 파고드는 수직화 전략으로 공세를 펼치는 기업도 여전히 많다. 트렌드에 뒤처지기 싫어하는 4050 여성들을 뾰족하게 타깃해 성장 중인 패션 플랫폼 ‘퀸잇’, ‘헬시플레저(healthy+pleasure)’ 열풍을 겨냥한 건강식 특화로 치열한 F&B몰에서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현대그린푸드의 ‘그리팅’ 등이 대표적이다. 더욱이 종합 몰 일색인 시장 틈새에서 뚜렷한 색채를 유지하면서 플랫폼이 지닌 고유의 가치로 성장해 온 커머스 업체들의 경우 ‘에지’가 흐려지면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일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따라서 킬러 카테고리에서 벗어나 경쟁의 바운더리를 넓힐 때에는 카테고리가 브랜드 이미지와 조화되는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가령 29cm가 넥스트 성장 동력으로 리빙 카테고리를 택한 것은 ‘감도 높은 쇼핑’이라는 콘셉트를 강조해 온 29cm의 큐레이션 역량과 차별점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패션에서 다양한 디자이너 브랜드를 소개하면서 취향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을 흡수했으니 인테리어에서도 독특한 브랜드로 취향을 발견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을 흡수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렇듯 분명한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파이를 키워야 하는 과제는 언뜻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지만 이 딜레마를 해결하는 커머스 플랫폼만이 소비자의 시간과 선택을 선점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커머스 업계는 오늘도 더 치열해지는 중이다.
  • 최지혜 |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최지혜 연구위원은 서울대에서 소비자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한민국 외식업 트렌드 Vol 1』 『더현대서울 인사이트』 『트렌드코리아 2014~2023』 시리즈의 공저자다. 서울대에서 소비트렌드분석론 과목을 강의하고 있으며 삼성·LG·아모레퍼시픽·SK·코웨이·CJ 등 다수의 기업과 소비자 트렌드 발굴 및 신제품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현재 인천시 상징물 위원회 자문위원, 피데스개발 ‘공간트렌드’ 자문위원을 맡고 있으며 TBN 부산교통방송에 고정 출연하고 있다.
    snucjh@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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