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으로 인한 거리 두기가 완화되며 사람들이 다시 모이기 시작했다. 그간 중단됐던 국내외 대규모 페스티벌 역시 재개되고 있다. 일부 페스티벌은 단순히 지역에서 열리는 음악과 예술 페스티벌을 넘어서 그 규모를 세계로 확장하고 있다. 기술적 진보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접목시키며 세계적으로 흥행하는 페스티벌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성공적인 페스티벌에는 공통점이 있다. 참가자, 콘텐츠, 페스티벌 기획자, 기반 시설 4가지 요소가 모두 우수하다는 점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콘텐츠’다. 페스티벌의 주제가 지역 특성을 잘 반영하면서 동시에 창의적이고 흥미로워야 한다는 뜻이다. 세계적으로 눈길을 끄는 페스티벌에는 어떤 성공 요소들이 있는지, 한국에서도 성공적인 페스티벌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고민이 필요한지 짚어본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불러온 대중문화의 휴식기가 끝나가면서 글로벌 페스티벌의 화려한 귀환 소식이 지구촌 곳곳에서 전해져 오고 있다. 특히 미국 캘리포니아주 콜로라도사막에서 매년 개최되는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이하 코첼라)’의 성공적인 개최 소식의 울림이 크다.
2023년에도 코첼라는 세계 최대 음악 페스티벌로서의 명성을 이어갔다. 4월 15일과 16일, 21일과 22일, 총 2주간에 걸쳐 캘리포니아주 인디오의 엠파이어 폴로 클럽에서 열린 이 페스티벌은 세계에서 주목받는 아티스트들을 대거 초청해 눈부신 조명을 받았다. 티켓 가격은 최소 429달러부터 시작했는데 VIP 티켓은 1050달러에 달했다. 일찌감치 매진된 티켓 판매 상황으로부터 알 수 있듯이 코첼라는 여전히 음악 애호가들의 가장 강력한 열정을 목격할 수 있는 곳이다.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라디오헤드, 아리아나 그란데, 테임 임팔라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대거 출연해 75만 명의 관객을 열광시켰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이번 페스티벌에서 아시아 뮤지션 최초로 K팝 대표 걸그룹 블랙핑크가 ‘헤드라이너’에 올랐다는 점이다. 헤드라이너란 페스티벌에서 가장 주목받는 시간대와 무대에서 공연하는 밴드나 그룹을 지칭한다. 이는 블랙핑크가 세계 음악 시장에서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로써 아시아 대표 뮤지션으로서의 블랙핑크의 명성은 더욱 빛을 발했고, 코첼라라는 세계적 무대 위에서 한층 더 높아진 그들의 음악적 업적을 인정받았다. 이렇듯 코첼라는 단순한 음악 페스티벌을 넘어 각국의 아티스트가 자신의 위상을 뽐내는 무대로도 자리 잡았다.
올해 코첼라와 함께 빛난 페스티벌로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리우 카니발’이 있었다. 2월 17일부터 25일까지 열린 이 퍼레이드는 그리스도 구속자상광장에서 시작해 셀로르광장까지 이어지는 5㎞ 거리에서 열렸다. 삼바 학교들이 참여해 진행하는 화려한 퍼레이드는 길게 이어져 끝이 보이지 않는 듯했다. 약 700만 명의 관람객이 퍼레이드를 따라가며 즐거움을 누렸다.
유럽에서도 코로나 이후 페스티벌 부활의 신호가 보이고 있다. 덴마크의 ‘로스킬데 페스티벌’과 영국의 ‘글래스톤버리 페스티벌’ 등은 코로나 이전 수준의 관객 동원력을 재현하며 성공적으로 열렸다. 이와 함께 영국의 에든버러 페스티벌(8월 4~27일), 독일의 옥토버페스트(9월 16일~10월 3일)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른 축제들도 막을 올리기 위해 기다리는 중이다.
이러한 페스티벌들의 화려한 부활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상과 예술이 다시 연결되고 있는 상황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대중문화의 힘, 음악과 예술이 사람들에게 주는 영감과 행복 추구 욕구가 얼마나 강력한지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