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mini box : 지역 축제 1000개 시대
움츠렸던 유희본능이 다시 폭발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각종 페스티벌이 비대면 무관중 체계로 축소 운영됐다가 다시 활성화되면서다.
3년간의 비대면 시기를 거치며 축제는 원형을 유지하기보다 새롭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축제가 전통과 고유문화를 고스란히 이어갈 수 있도록 창조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는 점은 여전하다. 전통의 근간은 지키되 스토리텔링이 있는 짜임새 있는 축제 프로그램을 개발해 이전보다 더 매력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지역, 인간, 특산품이 균형 있게 어우러져야
축제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다. 축제를 통해 요즘 세대는 그간 축적된 지식과 문화를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전통 지식을 미래로 펼쳐가는 촉매제와 같은 구실을 하는 셈이다.
특히 지역 축제는 지역민 결집, 지역 홍보, 문화관광 콘텐츠 축적, 지역에 연고가 있는 기업의 상품 개발 등을 이끌어내며 지역이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보령머드축제, 이천도자기축제, 금산인삼축제, 함평나비축제, 화천산천어축제, 삼척정월대보름축제 등은 지역 특성을 잘 살린 우리나라 대표 축제로 자리 잡았다.
축제가 성공적으로 유지되려면 지역, 인간, 특산품 세 요소가 고루 어우러져야 한다. 어느 한쪽에 치우쳐서는 지속성 있는 축제가 되기 어렵다. 대구약령한방축제, 천안흥타령축제, 영동난계국악제, 음성품바축제, 보은속리축전, 괴산문화제, 진천화랑문화제, 증평들노래축제, 허왕후신행길축제, 고창청보리밭축제, 옥천지용제, 단양온달문화제 등 다양한 지역 축제 면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딱히 끌리는 ‘킬러 콘텐츠’는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 여느 지역 축제와 다를 바 없는, 비슷한 콘텐츠들로 채워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청주직지축제, 충주세계무술축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등도 이름처럼 지역이 선점하고 있는 문화유산을 내세웠지만 딱 부러진 마인드마크가 보이지는 않는 실정이다.
지역의 인문학적 가치 담긴 스토리텔링이 필수
지역 축제의 정체성과 미래를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역을 관통하는 인문학적 콘텐츠를 찾아내는 것이 필수다.
지방자치 시대를 맞아 경쟁적으로 ‘지역 홍보하기’와 ‘지역 상품 명품화’가 최우선 과제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해당 지역의 정체성을 담아낸 인문학적 기반을 소홀히 한 채 지역 축제가 열린 사례가 많았다.
청주직지축제의 ‘직지’는 현존 세계 최고의 가동(可動) 금속활자본의 증거다. 인류의 인쇄, 기록 문화에 있어 아주 탁월한 기술적 변화를 보여준다. 이에 힘입어 청주직지축제는 청주예술전당과 고인쇄박물관에서 무심철학, 인쇄선도, 기록유산을 키워드로 여러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다만 아직은 책과 기록물을 전시하는 박람회적 발상을 크게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직지와 금속활자의 가치를 스토리텔링을 통해 담아내는 방식으로 축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우리 지역에는 어떤 문화유산이 있다’며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왜 지역이 그런 문화유산을 갖게 됐는지, 지역을 관통하는 근본적인 정신인 무엇인지 담아내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다.
주최자가 기업이든, 지역이든 페스티벌에 스토리텔링은 성공을 위한 핵심적 요소다. 시인 정지용을 기리고 추모하는 옥천지용제, 고구려 문화유산을 활용해 온달과 평강공주 스토리를 골자로 한 단양온달문화제, 우리나라 3대 악성 중 한 명인 박연의 업적을 기리는 영동난계국악제는 지역을 연고로 둔 인물을 내세워 어느 정도 인지도를 높인 지역 축제들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다 보면 역시 흡인력이 부족하다. 고구려 유산인 벽화를 축제 즐길 거리 개발에 좀 더 활용하거나 박연과 관련한 지역의 국악 명소와 소리 스토리텔링을 입체적으로 결합하는 등의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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