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환경을 인지, 판단, 제어하는 기반 기술을 놓고 볼 때 자율주행차와 로봇은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차를 비롯해 테슬라, 도요타 등 완성차 제조 업체들이 로봇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전쟁에 뛰어든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차 역시 한국에서는 로보틱스랩을 중심으로, 미국에서는 2021년 약 1조 원에 인수한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중심으로 로봇 선행 기술을 내재화하고 서비스, 모빌리티, 웨어러블에 이르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기술의 집합체인 로보틱스를 통해 현대차가 구현하려는 것은 궁극적으로 인간에게 가치 있는 ‘서비스’다. 그 형태가 로봇이 될지, 자동차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가상의 디지털 ICT에 실물의 매개체가 가진 강건함, 안정성 등의 이점을 얹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구현하는 게 이들의 임무다.
현동진 로보틱스랩장은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미시간대 기계공학 석사와 UC버클리(UC Berkeley) 기계로봇 공학 박사를 취득했다. ‘웨어러블 로봇의 아버지’로 불리는 호마윤 카제루니 교수의 지도를 받아 외골격형 로봇 과제를 수행했고, 이후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박사후과정을 밟았다. 2014년 현대차그룹에 합류한 뒤 융합기술개발팀장, 로봇플랫폼팀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현대차그룹의 로봇 관련 연구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세상이 챗GPT로 떠들썩하고, 인공지능(AI)이 인류 문명에 미칠 영향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AI와 더불어 주목해야 할 분야가 있다. 바로 ‘로봇’이다. AI라는 소프트웨어가 발전할수록 디지털 세상에 존재하는 AI를 인간이 존재하는 아날로그 세상으로 꺼내기 위한 하드웨어의 수요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AI가 인간을 위해 일하고, 인간과 협동하고, 인간의 삶을 더 편리하고 윤택하게 만들어 주려면 똑똑한 두뇌의 지시에 따라 움직여 줄 물리적 매개체가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인간과의 접점에서 서비스를 구현하고 완성해 줄 로봇 시장의 급성장이 예견됨에 따라 국내 대기업들도 로봇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 찍고 있다. 이제까지 로봇의 근간이 될 기반 기술 연구개발(R&D)에 집중해 왔다면 최근 들어서는 상용화 채비를 본격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로봇 사업을 회사의 신성장 동력으로 공언한 삼성전자는 2023년 1월 ‘EX1’이란 시니어 케어 로봇의 출시를 예고하고 1월과 3월 두 차례에 걸쳐 협동 로봇 개발 업체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지분을 인수했다. LG는 일찌감치 로보스타 등 로봇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서비스 로봇 ‘클로이’를 선제적으로 출시하는 등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그중에서도 국내 대표 로봇 사업자로 현대차를 빼놓을 수 없다. 2022년 10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테슬라봇)’의 시제품을 공개한 테슬라, 지주회사 우븐플래닛을 주축으로 로봇 지식재산권(IP)을 긁어모으고 있는 도요타 등 제조에 특화된 완성차 업체들이 로봇 시장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도 예외는 아니다. 이들 업체는 ‘(환경) 인지-판단-제어’ 기능 구현을 위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기술적 유사성을 놓고 볼 때 자율주행차와 로봇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판단, 로봇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소리 없는 전쟁을 펼치고 있다. 현대차 역시 한국에서는 연구개발본부 내 로보틱스랩을 중심으로, 해외에서는 2021년 약 1조 원에 인수한 세계적인 로봇 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중심으로 로봇 선행 기술을 내재화하고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중이다. 2022년 8월에는 미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케임브리지에 로봇 AI 연구소(BD-AI)를 설립하면서 AI와 로보틱스의 연계를 강화하고 범용성 있는 로봇을 선보인다는 청사진을 밝히기도 했다.
‘인간을 위한 기술 개발’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로봇 전쟁에 뛰어든 현대차 로보틱스랩의 비전과 전략을 엿보기 위해 DBR이 현대차의 로봇 사업을 총괄하는 랩의 수장, 현동진 상무를 만났다. 그로부터 로보틱스랩의 연구개발 현황과 상용화 계획, 보스턴다이내믹스와의 협업 시너지 등에 대해 들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