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SR4. 글로벌 에이징과 시니어 비즈니스

노령화를 부정적으로 보면 해법 없어
‘동네서 행복하게 늙어가기’가 출발점

박소정 | 367호 (2023년 04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인구가 나이 들어간다’는 문제의식이 쏟아지는 요즘, 정작 ‘노인들은 어떤 삶을 원하는가’는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다. 당장 쏟아지는 노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급급한 나머지 노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들의 가치 추구가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논의되지 못했다. 노인들의 욕구들을 가장 잘 반영하면서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사업 영역은 무엇일까? 이 글에서는 노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3가지 가치와 이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이 시장을 넓힐 수 있는 측면을 짚어본다. 특히 ‘사는 장소(place)’를 통해 가치를 구현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중점적으로 짚어본다.



0018

노인 문제는 이제 더 이상 노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2050년이면 한국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40%에 달하는 초고령 국가에 접어든다. 65세에 은퇴한다고 가정하면 20~50년의 노후 동안 많은 사람이 사회적 역할 상실, 소득 감소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건강상의 문제, 사별과 이별로 인한 외로움을 겪는 셈이다.

그간 노인 빈곤과 치매, 암 등 심각한 질병으로 인해 사회적 보호와 경제적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 대한 건강보험 제도, 장기 요양 제도 등 정책적, 제도적 연구와 고민은 상당 부분 진척됐다. 하지만 정작 전체 인구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노인들이 얼마나 행복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은 이제야 시작되고 있다.

우리의 고민은 앞으로 갈 길이 멀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노인’에 대한 정의조차 사회적인 합의가 돼 있지 않고 노인에 대한 이해도 매우 부족하다. 70세의 건강한 자영업자는 노인인가? 60세의 치매 환자는 사회와 격리된 노인으로서 보호받아야 하는 대상인가? 은퇴한 노인들은 30년 넘는 노후의 시간을 어떻게 살아가야 행복할 것인가? 이런 문제에 관한 연구와 고민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단계다. 역사상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초고령 사회, 지금도 계속 진화하고 있는 미래에 대한 숙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고령화를 먼저 경험한 해외 선진국들은 수십 년 전부터 노화와 노년에 관해 연구해왔다. 정책적인 고민도 훨씬 깊다. 기업들도 매우 다양한 사업 모델을 통해 노인 문제에 접근해 성공 사례를 축적하고 있다. 특히 노인 주거(시니어 리빙) 영역의 경우,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 모두에서 노인 문제 해결 방법에 대한 다양한 정책을 시도해 성공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인구문제를 논할 때 주로 노인의 증가 현상을 부정적으로만 규정하고 인구 구성을 맞추기 위한 출산 및 육아 지원 정책을 고민해왔다. 하지만 반대로 이미 벌어지는 현상, 즉 증가하는 노인층이 건강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하는 방법과 그 솔루션을 찾기 위해 빚어지는 비즈니스 기회들에 대해서는 관심이 덜했다. 따라서 노인의 주거 문제를 중심으로 기업들이 노인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노후의 주거 환경과 행복도의 관계에 대해 살펴보자.

시니어 비즈니스의 잠재력

세계에서 공통으로 나타나고 있는 고령화 현상을 ‘글로벌 에이징(global aging)’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국가(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 중이다. 2040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가 된다. 2050년이면 65세 이상 가구 중에서 51.6%를 1인 단독 세대가 차지하며 85세 이상 노인 중 40% 이상이 치매를 앓을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기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전체의 35%가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그런데 50세 이상 인구 중 도움이 필요할 때 의지할 수 있는 가족이나 친구가 있다고 느끼는 정도(사회적 지지 수준)는 OECD 국가 중 최하위(63.1%)였다. 하지만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문제에 관한 논의에는 “노인들이 사회 비용을 잡아먹는 주체이고 비노인인 개인들과 사회는 그 파괴력으로 인한 문제들을 감당해야 한다”는 암울한 담론들이 넘쳐난다.

개인이 처한 문제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게 되면 국가와 정부는 정책, 제도적 도구를 활용해 이에 대처하고 예방하는 역할을 맡는다. 정부는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생산 가능 인구 감소, 증가하는 의료 및 돌봄 비용에 대해 국민연금, 국민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 등 주요 정책들의 중장기적인 보완과 개혁을 통해 문제들을 개선해 나갈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사회의 제도와 문화 속에서 개개인들이 같이 겪는 어려움이 있다면 그것은 기업을 포함한 민간의 영리, 비영리 조직에도 사업화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민간의 다양한 시도가 사회가 처한 문제 해결을 위한 추진력이 되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인구 고령화가 먼저 시작된 해외에서는 오래전부터 노인 집단의 트렌드를 주도할 베이비붐세대에 주목해 비즈니스를 논의해 왔다. 이들의 소비력에 집중해 가능성과 다양성으로 무장한 신노년층이 주도하는 세상을 전망하고 이들을 타깃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전 세대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교육 수준, 강력한 소비력, 자아실현에 대한 욕구가 뚜렷한 세대들에게 ‘오팔 세대, 욜드, 액티브 시니어, 신중년, 젊은 어른’ 등의 명칭을 붙이고 이들의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상품과 콘텐츠를 개발한다. 한편에서는 폭발하는 초고령층의 건강, 돌봄, 요양 수요에 맞춰 민간의 케어 사업 진출도 계속 확대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잠시 생각해 볼 거리가 있다. 현재 시니어 비즈니스의 주요 타깃이 되는 두 집단, 즉 ‘베이비부머’와 ‘요양/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연약한 노인 집단’이 노인의 전부인가? 라는 것이다. 우리는 60세부터 약 120세까지 죽을 때까지의 초고령 세대를 통칭해 노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노인은 건강 상태, 경제 환경, 가족 환경, 경험과 경력 등 매우 이질적인 소집단들의 합체이다. 이들을 모두 하나로 묶어 ‘노인’이라고 인식하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

일본 닛세이 기초연구소에서는 팽창 일로에 있는 고령자 시장을 1대8대1의 비율로 나뉘는 세 개의 시장으로 구분해 설명한다. 양 끝의 10% 시장은 노인 중 일부를 차지하는 ‘부유층 대상 시장’과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허약한 고령자 대상 시장’이다. 나머지 80%는 이른바 ‘보통의 고령자 시장’이다. 양 끝의 10% 시장은 소비자들의 욕구가 가시화돼 있어 기업이 접근하기 쉽고 시장도 비교적 견고하게 확대되고 있지만 중앙에 있는 80%의 보통 고령자 시장은 여전히 개척의 여지가 매우 크다.

노인들이 진정 원하는 3가지 가치

충분히 부유한 10%, 그 외 90% 중 어느 쪽의 노인이든 모두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문제들에 직면한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을수록 건강하고 수명이 길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사실은 경제 수준과 상관없이 노인 집단은 다양한 문제를 똑같이 겪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노후에는 누구나 건강 기능이 떨어지고 은퇴와 가족, 친구들의 사망 등으로 사회적 역할과 관계가 축소되는 과정을 경험한다. 또한 누구라도 아파서 괴롭거나, 외로워서 괴롭거나, 할 일이 없어 괴로움을 느끼게 될 가능성이 있다. 60세건 110세건, 부유하건 빈곤하건, 건강하든 치매 환자든, 모든 노인이 원하는 것은 똑같다. “건강하게 잘 늙어가고 싶다”라는 것이다. 은퇴한 이후에도 자신의 역할이 있기를 원하고 노화로 인한 만성 질환이 생겨도 큰 지출에 대한 걱정 없이 필요한 치료와 도움을 받으며 최대한 건강하게 살고 싶어 한다.

노년학을 비롯한 사회과학에서는 이에 관해 수많은 연구를 진행해 왔다. 이를 살펴보면 대체로 사람들은 첫째, 죽을 때까지 나의 의지대로 살아가고 싶고(자기 효능감, 자기 효율감), 둘째, 세상과 연결돼 외롭지 않게 늙어가고 싶으며(소속감, 고독감과 사회적 고립 회피), 셋째, 내 역할을 갖고 유의미한 인생을 살고 싶어한다. 노년기에 가장 중요한 이러한 세 가지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은 공공과 민간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볼 수 있다.

0019


대표적인 노인 문제 2가지를 예로 들어보자. 첫째, 노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치매 문제다. 치매 환자와 가족들의 삶의 질은 정부의 정책 철학적 기조, 법과 규제적 틀뿐만 아니라 그 사회의 문화, 시니어 비즈니스 시장의 서비스 내용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어떤 사회/문화에서는 아직도 치매를 미친 늙은이가 보이는 이상 행동으로 여기고 치매 환자는 가족, 사회에서 격리돼 처참한 대우를 받으며 여생을 마감한다.

또 어떤 사회에서는 중증 치매를 앓는 노인들이 선택할 옵션이 없어 무덤보다도 가기 싫을 정도로 두렵다는 요양원에서 생을 마감한다. 하지만 또 다른 사회에서는 치매에 걸려도 사랑하는 반려동물과 같이 지내거나 마당에서 오리와 새를 키우며 자신이 원하는 생활을 한다. 거주지에 있는 공용 홀에는 24시간 의료진과 사회복지사가 상주하고 길 건너 집에는 가족들이 살고 있다. 노화와 직결된 문제이자 초고령 노인(85세 이상)의 절반에게 발생하는 치매 현상만 봐도 어떤 사회에 살고 있느냐에 따라 해당 개인과 가족의 삶은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이처럼 큰 차이가 생기는 것은 물론 국가의 장기 요양 시스템의 차이에 따른 영향도 있지만 제도적 시스템만으로는 치매라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큰 틀에서 치매 관리 제도가 있다고 해도 개개인의 니즈를 촘촘히 반영해서 삶의 질을 높이는 역할은 지역사회의 비영리단체들이나 민간의 영리단체, 즉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또 하나의 대표적인 노인 문제로 고독감이 있다. 고독감은 사실 노인에게만 한정되는 문제가 아니다. 세계적으로 고독감은 이제 공공 보건의 핵심 쟁점이 됐다. 영국과 일본의 경우 아예 고독 문제 전담 조직을 만들어 대응 정책과 프로그램들을 기획한다. ‘소리 없는 킬러’라고도 불리는 외로움, 고독감은 무서운 파괴력을 갖고 있다. 만성적인 고독감은 담배를 하루 15개비 이상 피는 골초에 버금가는 악영향을 끼치고 심장 질환, 뇌졸중 등의 위험이 커져 조기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세계가 외로움과 고독감을 함께 경험했다. 만성적 고독감은 기저 질환을 앓고 있는 고령 환자 및 건강한 노인 집단 모두에게 치명적이었다. 감염률이나 사망률 외에 더욱 치명적인 현상은 코로나 기간 중 사회 활동이 축소된 노인 집단에서 크게 높아진 치매 발병률이었다. 고독감 문제는 코로나 발생 이전부터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지적돼 각국 정부와 단체들이 대비책 마련에 분주했다.

한 예로, 미국에는 시니어의 사회적 고립감을 완화하고 시니어 이웃 간의 친목과 사회적 지지를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지역사회 기반 시니어 공동체 ‘빌리지(Village)’가 전국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빌리지 모델은 노인들이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노인을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조직된 비영리단체로서 연회비(전국 평균 미화 429달러)에 기반을 둔 회원제로 운영된다.

빌리지는 대체로 한 명의 행정 전담 직원을 제외하고 시니어 회원이 조직 운영에 직접 참여한다. 회원의 욕구를 파악해 이들의 입맛에 맞는 교육문화 프로그램, 교통 지원, 소규모의 집수리, 정서 지원, 지역사회 자원 안내 등 사회적 욕구에 기반한 다양한 서비스가 개발되고 연계된다. 빌리지는 2001년 미국 매사추세츠주(州) 보스턴 비컨힐(Beacon Hill) 지역에서 처음으로 조직됐으나 전국적인 관심을 바탕으로 현재 미 전역 270여 개의 빌리지가 운영 중이며 70여 개의 빌리지가 현재 구축 중이다.

아울러 전국 빌리지의 상생과 발전을 위해 형성된 네트워크인 빌리지투빌리지 네트워크(Village to Village Network)는 전국 빌리지의 자원을 공유하고 새롭게 구축되는 빌리지를 지원하고 있다. 빌리지 관련 실증 연구에 따르면 빌리지 회원으로 활동함으로써 요양원 등 시설 입소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었으며 빌리지 회원으로 활동하기 전보다 보다 사회적으로 연결돼 있음을 느끼게 됐고 가족 외에 누군가에게 의지할 수 있다는 든든한 마음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빌리지 회원들은 가입 전보다 보건복지 서비스를 포함한 지역 내 다양한 지역사회 자원에 대한 접근성이 향상됐다고 응답했다.

‘AIP 시니어 리빙’에 주목해야

환경노년학(environmental gerontology)에서는 노년의 삶의 질과 직결돼 있는 핵심 욕구를 노인이 사는 ‘집과 동네’의 환경에 주목해 분석한다. 나이가 들면서 우리는 모두 건강, 경제 수준, 가구 형태 등의 변화를 경험하고, 고령기-초고령기로 접어들면서 주거지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다. 외부 활동의 반경이 줄어들면서 지역사회와 생활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

이렇게 노인의 삶의 질에 있어서 생활환경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콘셉트가 바로 ‘정주 욕구(Aging in Place, AIP)’다. AIP는 ‘자신이 살고 싶은 집 또는 장소에서 생활하면서 친숙한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하고 적절한 지원과 보호를 받으며 생활하다가 좋은 죽음(well-dying)을 맞이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AIP는 지난 몇십 년간 각국 정부, WHO 등의 국제기구에서 노인 친화 환경 정책과 프로그램 개발, 확장을 추진할 때 중요한 원칙이었다. AIP를 실현하는 주거란 첫째, 죽을 때까지 나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둘째, 여러 가지 이유로 홀로살이가 돼도 외롭지 않으며, 셋째, 다양한 취미, 여가, 새로운 직업 등 자신에게 의미가 있는 활동을 할 수 있는 안전한 생활환경이 갖춰진 곳일 것이다.

0020


그렇다면 현재 급속하게 확장되고 있는 ‘시니어 비즈니스’ 영역의 많은 상품과 콘텐츠는 이러한 개인들의 욕구를 잘 파악하고 있을까? 이러한 욕구들을 가장 잘 반영하면서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사업 영역은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 ‘사는 장소(place)’를 통해 가치를 구현하는 비즈니스 모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들은 오랫동안 AIP를 실현할 다양한 주거 모델을 정부 정책의 하나로 추진해 왔다. ‘시니어 리빙’이라는 산업 분야도 계속 확대돼왔다. 과거에는 노인의 주거 유형이 일반 주택과 요양 시설뿐이었지만 현재는 많은 국가에는 일반 주택과 요양 시설의 중간에 있는 다양한 주거 대안이 존재한다. 시니어 하우징(노인 대상 주택)에 제공되는 서비스 종류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운영된다.

홀로 사는 사람, 배우자가 건강상의 문제나 치매로 인해 요양 및 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들은 이제 내 집 아니면 요양원 이외에도 다양한 선택지 가운데 원하는 곳을 선택할 수 있다. (그림 1) 크게는 일반 주택과 요양원 사이의 독립형 주거 시설(Independent Living Facilities), 생활 보조 시설(Assisted Living Facilities), 연속형 돌봄 주거 단지(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ies, CCRC)의 유형이 존재한다.

노인들을 위한 다양한 주거 형태

독립형 주거 시설은 우리나라 노인복지주택과 비슷하다. 입주민의 소득 수준에 따라 서비스와 어매너티는 천차만별이지만 기본적으로 개별 침실, 거실, 주방 등 독립적인 공간이 제공된다. 그뿐만 아니라 필요시 청소, 식사 등 생활 지원 및 안부 확인 서비스, 다양한 문화 여가 및 건강 지원 프로그램이 연계될 수 있도록 서비스 연계를 담당하는 서비스 코디네이터가 상주한다. 입주 비용은 저소득층부터 중산층, 고소득층까지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하다. 한 예로 미국 미주리주(州) 세인트루이스(St. Louis) 지역에 있는 커버넌트 플레이스(Covenant Place)1 는 다양한 가격 범위의 옵션을 제공해 저소득층부터 중간 소득 계층까지 거주할 수 있다. 또한 서비스 코디네이터가 상주해 적극적으로 서비스 연계를 지원하고 있으며 워싱턴대 세인트루이스 의과대학과 연계해 단지 내에 1차 의료를 제공할 수 있는 클리닉도 있다.

생활 보조 시설은 돌봄에 대한 욕구가 독립형 주거 시설에 거주하는 노인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경우 거주하기 적합한 하우징이다. 독립형 주거 시설에서 제공하는 입주민의 독립적인 생활 공간에 더해 강화된 의료 서비스가 자체적으로 제공되는 하우징 유형에 해당한다. 시설 내 간호사 등 보건의료 전문 인력이 상주해 24시간 건강 모니터링 등 높은 수준의 일상생활, 보건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치매 환자의 지역사회 거주를 지원하는 치매 특화형 주거 시설(Memory care units)이 결합된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일리노이주(州) 글렌 카본 지역에 있는 메리디안빌리지(Meridian Village)2 에서는 단지 내 생활 보조 시설뿐 아니라 치매 특화형 시설도 함께 운영하고 있어 입주민의 건강 변화에 따라 다양한 서비스를 연계하고 있다. 생활 보조 시설의 경우 월평균 4000달러 이상의 비용을 내야 하는 등 중~고소득층 노인을 주요 입주 대상으로 한다는 특징이 있다.

연속형 돌봄 주거 단지는 한 주거 단지에 독립형 주거 시설, 생활 보조 시설, 요양원이 함께 있는 형태다. 입주민의 건강 및 돌봄에 대한 욕구 변화에 따라 서비스를 연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전미은퇴자협회(AARP)에 따르면 현재 미국 전역에 1900여 개의 연속형 돌봄 주거 단지가 운영 중이다. 대부분의 연속형 돌봄 주거 단지는 최초 입주 시 입주 비용을 치러야 하며 이는 평균 미화 40만 달러를 상회한다. 또한 이러한 주거 유형은 연간 이용료도 4만 달러에서 200만 달러까지에 이를 정도로 고소득 계층을 타깃으로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지역에 위치한 비 앗 라홀라 빌리지(Vi at La Jolla Village)3 의 경우 독립형 주거 시설, 생활 보조 시설, 전문 요양 시설, 치매 특화형 요양 시설까지 하나의 주거 단지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모델의 공통점은 노인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많은 주거 옵션이 있어 본인이 원하는 대로 외롭지 않게 생활할 수 있고 혹시 치매에 걸리더라도 원치 않는다면 요양원에 가지 않고 같은 곳에서 지내다가 친구들과 가족들이 있는 곳에서 원하는 방식대로 죽을 수 있다는 것이다.

0021


미국에서는 단일 시장으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시니어 비즈니스 시장(실버 시장, 고령 친화 시장)이 2025년 약 3조5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하고, 노인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일본은 8000억 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한다. 미국은 1942년 고령화 사회, 2014년 고령 사회에 진입했으며 2030년 초고령 사회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4 [그림2]에 따르면 민간 영리 영역의 시니어 비즈니스 모델들은 독립형 모델부터 요양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대표적인 유형들은 건강 상태에 따라 다양한 서비스와 연계되고 이러한 모델이 한곳에 모인 단지형의 연속형 돌봄 주거 단지도 있다. 2019년 기준 미국의 75세 이상 노인 중 ‘시니어 리빙(노인 주택과 요양 시설)’ 거주율은 7.7%다. 미국의 경우 시니어 리빙 비즈니스가 1980년대 정부의 부동산 지원 정책과 맞물려 급성장한 후 민간 기업 간의 과당 경쟁으로 인한 시장 축소 등 몇 차례의 부침을 거쳤지만 지난 10년 이상 꾸준하게 성장했다. 현재는 안정적인 비즈니스로 안착했고 지속적인 다각화, 세분화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시니어 리빙 사업 영역은 부동산, 호텔 등과 같은 서비스 산업(hospitality)에 노인의 돌봄 욕구에 서비스가 결합된 것이 특징이다. 이에 힘입어 2008~2009년의 부동산 침체기에도 노인 주택 및 돌봄 시설의 투자 수익률은 다른 상업 부동산들을 크게 상회했다. 2019년 4분기 기준으로 시니어 리빙 주택은 8263채, 이들의 시장가치 총액은 6585억 달러에 달한다. 지난 10년간 노인 주택의 명목 수익률은 12.1%로, 아파트, 오피스 등 다른 상업용 부동산 업종의 연수익률(10.2%)보다 높다.

액티브 시니어 커뮤니티 모델의 부상

최근 몇 년간 주요 트렌드로 주목할 만한 것으로 액티브 시니어 커뮤니티 모델들과 ‘미들 마켓(중간 소득 계층 노인들을 위한 시니어 리빙 마켓)’의 부상을 들 수 있다. 은퇴하는 베이비붐세대의 욕구에 맞춰 새로운 모델들이 계속 확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액티브 시니어(Active adult) 주택 모델이 있다. 액티브 시니어 주택은 건강관리와 요양 서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기존 주택들과 달리 ‘젊은 노년층’을 타깃으로 최소한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커뮤니티 활동, 개인별 라이프스타일 실현, 삶의 목적과 지역사회 간 연계가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편 활발한 커뮤니티 활동을 선호하는 액티브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장기간 한곳에 거주하게 한다는 것을 리스크로 보는 시각도 있다. 왜냐하면 활기찬 커뮤니티가 액티브 시니어들에게 어필하는 요소임을 고려할 때 입주민이 너무 오래 머문다면 독립적인 삶을 살기 어려워지고 돌봄, 요양 니즈가 증가하게 되면서 운영 관리 비용도 늘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액티브 시니어 주택 모델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원하는 라이프스타일, 커뮤니티를 손에 넣고 싶어 하는 베이비부머들의 욕구를 충족시킴으로써 중간 소득 계층을 위한 주거 모델로 계속 확대되고 있다. 웰타워(Welltower)와 같은 대형 자본 투자 업체들은 액티브 시니어와 AIP 혼합 모델에 주목하고 있다. 노인 주택의 대표적인 영리 사업체인 그레이스타(Greystar)와 비영리 사업체인 오푸스 커뮤니티프롬 투 라이프(Opus Communities from 2Life)5 는 미들 마켓 대상의 액티브 시니어 브랜드를 내세우고 있다. 미국의 노인 주택 및 케어 혁신가인 빌 토마스 박사는 병원 중심의 헬스케어 시스템이 곧 ‘황혼의 시대’에 접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병원은 사람들이 필요할 때 가는 곳이 되고 가장 중요한 치료 장소는 노인 주택 커뮤니티를 포함한 가정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오푸스 커뮤니티프롬 투 라이프의 경우 정부 지원 시니어 하우징 입주 기준보다 높은 소득 분위에 속해 있어 입주하지 못하지만 동시에 그 이상의 비용을 내야 하는, 시니어 하우징에는 입주 부담이 있는 사각지대에 속한 중간 소득 계층을 주요 입주 대상으로 하우징을 개발한다. 주로 활동적인 시니어를 입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하우징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는 최소화하고 지역사회 내 위치한 다양한 문화 여가, 보건복지 서비스를 연계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한다. 예컨대, 의무 식사가 수반되는 공동 식사 공간과 영양사, 요리사 등을 채용하지 않으며 입주민 모임을 통해 인근 식당에 함께 방문해 식사하는 식이다. 또한 오푸스 커뮤니티프롬 투 라이프는 활동적인 장년(주로 베이비붐세대)을 핵심 입주 대상으로 하는데 이들은 이전 세대와 비교해 교육 수준이 높고 지역사회 봉사에 대한 높은 욕구가 있다. 은퇴 이후 자원봉사 등을 통해 더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하기 위한 이들의 욕구를 반영해 입주민 자원봉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불필요한 직원 고용을 최소화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한다. 도서관 사서로 은퇴한 주민이 단지 내 도서관을 관리하는 자원봉사로 활동하는 식이다.

액티브 시니어 모델부터 CCRC 모델, 초고소득층부터 중간 소득층을 위한 주택까지 다양한 모델은 노인의 연령이나 요양, 돌봄의 니즈에 따라 구분됐던 이전의 사업 모델들과 차별화된다. 현재 모델들의 특징은 첫째, 내 집같이 편안한 소규모의 주거 환경, 둘째, 동네와 직접 연계된 입주민 커뮤니티에서 누리는 다양한 여가와 취미 활동, 무엇보다 현재 사는 주택에서 은퇴 후 AIP하면서 삶의 목적을 찾을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링을 강조한다. 커뮤니티의 형성, 활동을 통해 더 직접적으로 사람들 간 서로 연결돼 함께 활동적인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주거 공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에는 이런 특징을 가진 모델이 이미 다수 존재한다.

미국에서는 활동적인 장년층을 입주 대상으로, 소규모의 입주민 커뮤니티가 강조되는 주거 유형 중 하나로 코하우징이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된다. 코하우징은 하우징 내 공유 공간을 중심으로 개인 주택 또는 개별 호실(Unit)을 조성한 공동체 주거 유형이다. 입주민 협의체 등의 형태로 개발 단계 및 운영 전반에 입주민이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단독주택, 아파트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으며 10세대 이하부터 50세대 이상까지 규모도 다양하다. 미국에는 현재 165단지 이상이 운영 중이다. 현재 140여 개의 코하우징이 개발 중이다. 코하우징은 위치, 면적, 디자인 등에 따라 개발 비용과 입주 비용도 다양하며 주로 중산층 이상이 거주하는 모델에 해당한다. 코하우징은 입주민 간의 사회적 교류를 핵심 가치로 운영되며 공유 공간(공유 주방, 공유 세탁실, 공유 프로그램실)을 활용한 사회적 교류, 문화 여가 프로그램(공동 식사, 파티, 영화 상영, 공동 텃밭 관리)이 주축을 이룬다. 특정 연령 이상의 시니어만 거주할 수 있는 시니어 코하우징(Senior Cohousing)도 있으며 특정 세대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연령대로 입주민을 모집하는 세대 통합 코하우징(Intergenerational Cohousing)도 존재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지역에 있는 시니어 코하우징 피닉스 커먼스(Phoenix Commons)6 는 55세 이상 시니어 가구 총 41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미화 40만~80만 달러의 입주 비용, 월 628~709달러의 이용료를 내야 거주할 수 있다. 단지 내 문화예술, 공예, 악기연주, 음악 감상 등을 위한 다목적실, 영화 감상, 회의, 행사, 탁구 시설로 활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 도서관, 세탁실, 피트니스센터, 공동 텃밭 등도 있다.

한국 AIP 시니어 리빙 모델의 현주소

우리나라도 고령화에 따른 사회적 부담이 커지면서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노인 돌봄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커뮤니티 케어’ 정책을 통해 노인의 조기 시설 입소를 예방하고 AIP가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커뮤니티 케어란 노령, 장애, 질병 등으로 인해 돌봄이 필요한 주민이 지역사회에서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주거, 보건의료, 요양, 돌봄, 일상생활 지원 등의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지역 주도형 정책이다. 다시 말해, 편하고 익숙한 집, 동네에서 행복하게 늙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노인 주거 시설(노인 요양 시설과 노인 주거 복지 시설)들에 거주하는 노인은 전체 노인의 3%(2018년 기준)에 불과하고 노인 복지 주택은 1%(2020년)에도 미치지 못한다. 노인복지법상 노인 주거 복지 시설에는 양로 시설, 노인 공동생활 가정, 노인 복지 주택, 고령자 복지 주택이 속한다. 기존 주거 모델의 문제들을 보완하고자 일부 지자체에서는 지역 특화형 서비스 결합형 주택 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7 이는 특정 지역에 한정돼 있고 대부분 저소득층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공공 영역에서 AIP 정책 아래에 주로 저소득층 노인들을 위한 주택 공급을 늘리는 한편 민간 영역에서는 다른 타깃 집단, 즉 경제력 있는 노인들을 위한 주택 모델들을 확대하고 있다. 요양원을 제외한 미국의 노인 주택(액티브 시니어 모델, 독립생활 모델, 생활 보조 모델)에 해당되는 모델은 우리나라에서 유료 양로 시설과 노인 복지 주택에 해당한다. 이들은 2021년 현재 전국에 38개 정도가 있는데 아직까지 대부분은 ‘자식에게 짐 되기 싫어서’가 주요 입소 동기다. 또한 비싼 가격 때문에 중간 소득층의 은퇴 노인들이 접근하기는 어렵다.

반세기에 가까운 시니어 리빙 비즈니스의 역사가 있는 유럽, 미국,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의 시니어 리빙 비즈니스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다. 국내에서 노인 주거는 여전히 공공 영역이 해결할 문제이자 시니어 비즈니스의 기회인 점은 분명하다. 근래 몇 년간 대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시니어 주거 사업에 진출해 뚜렷한 트렌드가 되고는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공공 영역과 마찬가지로 규모 확장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을 보인다.

기업들은 앞으로 초고령화에 따른 노인들의 AIP 니즈가 커질 것이라는 점을 반영해 다양한 노인 주택 모델을 실험하고 확대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첫째, 집 같은 소규모의 주거 환경에서 필요한 건강과 돌봄의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고, 둘째, 여러 활동을 함께하면서 외롭지 않게 늙어가며, 셋째, 활동적인 노년을 보낼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실현할 수 있는 주택에 대한 욕구가 앞으로 계속 확대될 것이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 코로나와 같은 세계적인 단절의 위기가 와도 고독감으로 혼자 늙어가지 않고 개개인의 경제력과 취향에 맞춰 살 수 있는 ‘중간 소득층’을 위한 주택 모델에 수많은 비즈니스 기회가 숨어 있다.
  • 박소정 | 워싱턴대-세인트루이스 브라운스쿨 교수

    필자는 위싱턴대 세인트루이스의 브라운스쿨에서 연구 중인 환경노년학자다. 시카고대석사를 거쳐 미시간대 사회복지학과와 심리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환경 자원을 적절히 활용해 사회 계층에 따른 건강과 웰빙의 격차를 해소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데 관심이 많다. 다양한 방식의 노후에 관한 연구를 수행했다. 동 대학 에이징센터 및 공공보건센터 소속 연구교수, 미국과 한국의 사회복지 단체들에서 이사로, 보건복지부, 보건사회연구원 전문가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연구 비영리법인 ‘Aging Together(함께 늙어가기)’의 대표를 맡고 있다.
    spark30@wustl.edu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
NEW

아티클 AI요약 보기

30초 컷!
원문을 AI 요약본으로 먼저 빠르게 핵심을 파악해보세요. 정보 서칭 시간이 단축됩니다!

Click!